Description
황진숙 첫 번째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는 여느 수필집보다 묵직하다. 그동안 다양한 매체에서 굵직하게 인정받은 실력이 한 권의 책에 담겼으니 그 의미나 무게는 짐작 이상이다.작가는 그럼에도 “넘치거나 부족하기 일쑤”라며 “스며들고 뒤섞이지 못해 겉도는 이야기가 모래알처럼 서걱거린다. 떡살 찍듯 매양 같은 모양새를 그럴듯한 수사로 덧칠한 것 같아 옹색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말한다. “어수룩한 글일지라도 홀로 걷는 누군가의 발걸음에 힘이 되길, 한 시절의 어두컴컴한 마음에 마침표를 찍어주는 그 무엇이 되어준다면 더없이 좋으리라”고.총 5장에 44편의 묵직한 사유가 담긴 작품을 정갈하게 묶었다. 그녀의 눈길만 닿으면 낡고 녹슨 것들도 반짝반짝 빛나는 무엇으로 재탄생된다. 〈풀무〉, 〈댓돌〉, 〈소금〉, 〈숯〉, 〈감자〉 등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물상들이 그녀의 눈길, 마음길에 닦여져 추억으로, 또는 그리움으로 다가와 생의 기운을 북돋운다. 또 〈종이컵〉 같은 다소 하찮아 보이는 소재마저도 작가 특유의 깊은 응시와 사유에 얹혀 존재가 격상된다. 이 외에도 〈헌책 경전〉 〈그것은 바람이었다〉 〈선을 읽다〉 등 일상에서 만나는 인연과 풍경들이 그만의 서사를 통해 결국 나를 돌아보는 것으로 다시금 자리한다.그는 산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바닥에 붙어 산다고 남루를 모를까. 지난날, 불분명한 행로로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허랑방탕 갈지자로 헤매기도 했다. 폭염 속 아스팔트 열기에 정신을 잃을 뻔한 적도 여러 번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을 이불 삼아 두멧길을 건너는 날에는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해 뒹굴기 일쑤였다. 수없이 꺾여야만 나갈 수 있는 시시포스의 형벌 앞에 방패막이가 되어 앞코가 찌그러지는 일쯤은 축에도 끼지 못한다. 밑창에 돌이 끼이고 침이 박히는 상처쯤은 애써 모른 척 덮어두어야 했다.’ 〈호위무사〉 중에서강돈묵 평론가는 “황진숙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고 날카롭다.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을 찾아내는 데에 남다른 치밀성을 지니면서 찾아낸 본질을 형상화하기 위해 블록을 형성하고 그것을 하나로 조립하는 공법을 취하고 있다”며 충실한 소재로부터 출발한 블록은 빈틈없이 맞물려 수필의 형상을 구축해 어떤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고 평한다.황진숙 수필가는 2016년《수필과비평》등단, 백교문학상(2019) 중봉조헌문학상(2021), 등대문학상(2022), 흑구문학상 대상(2023), 천강문학상 대상(2025) 수상, 〈더 수필 빛나는 수필가〉 4회 선정, 〈평론가가 뽑은 좋은 수필〉에 선정됐다.
곰보 돌 궤적을 긋다 (황진숙 수필집)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