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자를 쓴 여자 (장병주 장편소설)

벨자를 쓴 여자 (장병주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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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사랑조차도 구속으로 느끼고 포기해버리는 여자.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도 억압을 느끼지 않고 죽음에서 조차 진심으로 자유롭고 싶어 하는 여자의 이야기. 『벨자를 쓴 여자』는 장병주 작가의 금지된 사랑(Unfaithful)에 대한 도덕적 논쟁과 인간 본성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이다. 마치 [죄와 벌]처럼 죄악과 속죄희구라는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카로스의 날개처럼 계속 솟아나는 꿈과 그런 꿈을 억누르는 벨자의 상징을 통해 한 인간의 열정과 생존이 참담하게 비극화되어가는 과정을 ‘피아노 치는 남자’와 ‘바이올린 켜는 여자’, 두 사람의 삶을 씨줄과 날줄처럼 교직으로 배치하고 절대로 이루어질 수도, 그렇다고 헤어질 수도 없는 관계고리로 그려나간 한편의 불협화 협주곡이다.
저자

장병주

저자장병주는1994년문학사상신인상에“잃어버린말”로등단한작가장병주는“아가야걸어라(1995년문학사상)”,“회다지소리(1996년실천문학)”,“그여자의축제(2000년작가)”,“비로용담을찾아가다(2002년문학아카데미)”등다수의중.단편을발표하였고2007년장편“스칼렛길리아(문학코리아刊)”를발표한후세번째작품으로장편소설“벨자를쓴여자를”집필한작가이다.

낙산(?駱山)아래동숭동에서태어난서울토박이로숙명여고와연세대학교기악과를졸업한그녀는음악에대한열정대신문학·미술등에한눈을팔며오랜기간방황한끝에“잃어버린
말”이문학사상신인상(1994년)에당선되어작가의길로들어선다.

이후인간지성의타락,거짓사회에대한이중적태도등에대한통렬한질문을주제로한작품들을발표하는데,현실과상상의공간인새장속의새날리기를반복하며진실을추적해가는“잃어버린말”,뻐꾸기탁란(托卵)을소재로입양의가치를묘사한“그여자의축제”,우리사회부조리한교육현장을희화화한“아가야걸어라”,진실을외면한죄의식으로절필상태에빠진작가의고뇌를다룬“카멜레온의눈”과같은중.단편을잇달아발표하며첫창작집“비로용담을찾아가다”를출간한다.
그후,사랑의부정이라는소재를전면에내세워가부장세대의도덕성을비판하며상처받은여성의생존가치를제시한장편“스칼렛길리아”를발표한다.
이처럼작가는인간의선악·미추·정반이라는이중적모순에처한현대인을주요인물로내세워인간지성의양심과현실적생존문제를가열차게질문하고있다.

그러한작업의소산이바로세번째신작“벨자를쓴여자”다.

목차

작가의말

프롤로그
호수
지난겨울
블랙러시안
산굼부리
벨자
고사목
반달
나파밸리
물위의도시
푸른장미
이카로스의날개
집게와말미잘
두물머리
적색히야신스
기억의강가에서
그리고…,에필로그

작품해설

출판사 서평

자유를위한혼의비행

1.비극의문
금지된사랑(Unfaithful)에대한도덕적논쟁과인간본성에대해질문하는소설“벨자를쓴여자”는마치[죄와벌]처럼죄악과속죄희구라는이야기구조를갖고있지만실제로는이카로스의날개처럼계속솟아나는꿈과그런꿈을억누르는벨자의상징을통해한인간의열정과생존이참담하게비극화되어가는과정을‘피아노치는남자’와‘바이올린켜는여자’,두사람의삶을씨줄과날줄처럼교직으로배치하고절대로이루어질수도,그렇다고헤어질수도없는관계고리로그려나간한편의불협화협주곡이다.

주인공지후와진희그리고그사이에방관자처럼서있는성준등세사람.비극의종장을향해달려가는그들의삶에는금지판도,이정표도없다.문학작품속에단골로등장하는부정(Unfaithful)이라는소재는흔하디흔한소재로써식상할수도있는이야기지만가장위험한주제이기도하다.또한,작가라면한번쯤다루고싶은마약과도같은유혹적테마이다.작가는그런상투성에서벗어나기위해실비아플라스의“벨자”의신경쇠약증즉신드롬을차용함으로써부조리한사회체제내에서한여자가자아성취를이뤄가는과정의어려움과빠지기쉬운희로애락의함정을여러상징물을통해묘파하고있다.

“사랑하는한,사랑은죄가아니다.”라고주장하는지후의태도와현가족체제내에서기혼자의사랑은죄악일수밖에없다는진희의태도는그래서서로충돌할수밖에없다.그들은충돌하지만화해를꿈꾸고,화해하기에는근본적으로잘못지어진옷같이따로노는것같은세사람.소설은바로그러한모순과부조리한상황에서자유를향한날갯짓을하고있다.

2.꿈,이카로스의날개
그녀는매일꿈을꾼다.마치이카로스의날개처럼소멸되더라도멈추지않는.
그녀는항시그꿈을소망하고있지만,한편으로는소멸되고야말꿈일지모른다고두려워한다.환상처럼꿈마다나타나는가시들,그렇게온몸에가시가돋아나는고통으로괴로워한다.이는현실의삶과는상충되는무의식이라는프로이트적죄의식일지도모른다.이를테면그녀는죄의식의가시에찔리고,견고한공간에갇힌벨자속의존재처럼끊임없이괴로워하는것이다.
프로이트는정신의곳간속에숨어있는‘리비도’를통해인간본성의성에너지를이해하려했다.그것이인간이저지른과오의면죄부가되지못함에도,잘못된결과를해석하는처방전처럼사용되곤했다.특히예술장르에서는오랜세월단골소재로등장했다.
성본능적리비도의노출이옳은가그른가하는판단은그런의미에서유보하기로한다.예술이종교는아니므로,그리고리비도의본래성질은사용자의억제력에비례하므로.
이처럼리비도는때로곱게다스려지기도하고사납게분출되기도한다.어쩌면인간의요구에의해존재하는것이아니라신의보편타당적창조관에의해세상에나타난성에너지로써그존재의미를갖는다할까.
이소설의도입은바로리비도의불꽃처럼선연하게우리앞에나타난다.그것도‘로맨스’라는활옷을걸치고화려하게웃으면서.불륜이지만불륜으로느껴지지않는인물들의사랑은불쏘시개처럼스토리에불을지른다.
그러나꿈의연상은가시처럼점점자라나고옭아매려한다.자유로움을향한이카로스의날개조차도가시에얽히고잘리어날수가없는것이다.
“가시덩굴에휘말리며,그가시덩굴이아닌그녀의몸에서가시가돋아나는꿈을.자신의살갗을뚫고피를흘리는.그살갗에서꿈틀꿈틀가시가솟아나는꿈을.그리고가시가돋아날때마다느껴지는그극심한통증을.”(p.42)느끼고있던그때,운명처럼지후가나타난것이다.그리고두사람은찬란한부정의현실속으로들어서게된다.
“도대체이것들이무엇인가.무엇이기에자신의심장에서가시가되어자라나는것일까.”(p.126)하고읊조리는진희는그가시가도저히이룰수없는열정,즉자신의꿈일지도모른다는예감속에괴로워한다.그럴때마다진희는“그래숨을참자”고이를앙다문다.“숨을참으면통증은사라진다.오직숨쉬려고할때만가시는살갗을뚫고자라”나기때문이다.
숨을참으면사그라지지만숨을쉬면다시자라나는가시의통증,그녀는그것이생존의열정을상징하는억제와발현이라는이중적의미의가시라고표현한다.그처럼가시의고통은고스란히전편에숨어든채자유혼의비행을방해하는것이다.

3.죄의식과속죄희구의충돌
가부장제사고를가진남편성준은가족공동체의일원으로써만진희의존재를인정한다.자식과남편이라는공동체안에존재하는것이여성이므로사랑,자유의지,꿈같은것은가부장체제의이념에는맞지않는다고생각한다.여성의직업도인정하지않는다.어머니나아내의삶에의해여성의운명은선택되어지는것이다.그녀가꿈꾸는음악인의삶도헛된정신적사치라고폄하한다.그래서몰래시작한바이올린연습을알게된성준은불같이화를내고그녀가보는앞에서보기좋게파괴한다.
부서진바이올린을내려다보는진희는자신에게가해진폭행처럼아파한다.그녀의비극은바로그때부터고조되기시작한다.부서진바이올린을바라보는진희는정신적내상에시달리며더욱지후를사랑하게되고해방의출구로삼게된다.
여기에서지후의피아노와진희의바이올린은자유와꿈의실현인동시에내상으로입은상처의치유라는이중적의미를지니고있다.
두사람이협주하는음악은음악으로써의기능만이아니라치유의기능까지도갖고있으며동시에참따란사랑의이중주가되는셈이다.
그런와중에서도끊임없이그녀를괴롭히는병균이출몰하는데그것이바로작가가주제로삼고있는벨자의고통이다.작은유리공간속에갇힌자아의환각을보면서그것이가정이라는공간속에갇힌자신의운명임을깨닫는다.말하자면그것은절대로벗어지지도,벗겨낼수도없는고통의굴레인동시에그곳에서벗어나려선택한지후와의사랑마저도죄악이라는정신적벨자신드롬에시달리게된다.

죄의식의고통은벨자처럼그녀를짓눌러대고지후와의사랑이계속되면될수록죄의식은점점자라나무서운형벌을받게될지모른다는공포심을느낀다.그것은산굼부리분화구를보면서느꼈던폭발과억제의이중적이미지와비슷하다.열정이라는폭발성을지닌분화구는그녀의내면에서계속끓어오르지만그럴수록죄의식과형벌에대한불안감또한커져간다.사랑의해방구로써찾아간그곳마저도온전한피난처는되지못하는것이다.

“집과가까운곳에서지후와함께한다면그두사람모두에게옳지않다”는,아니면“성준에대한죄의식으로부터조금이라도멀어지고싶어.”(p.60)
콘서트일정으로제주에내려간지후를찾아간그녀.집과먼곳에서만나면그죄책감이덜할지모른다는생각과달리두사람이함께올라가본산굼부리분화구위에서“지금저분화구는그폭발력을어떻게억제하고있을까.그러니까저렇게많은식물을피워낼수있겠지만,만약억제하지못하고폭발해버린다면저아름다운것들이모두폐허가되어흔적없이사라져버리겠지?”(p.62)하고읊조린다.건조한모래는손아귀에가둬도후르르빠져나가듯삭막한가정,성준의메마른손길은그래서더진희를못견디게한다.가족은존재하지만사랑은사라져버린공간속에서그녀는괴로울수밖에없는것이다.
이처럼열정의폭발에길들어가면갈수록가시에찔리는고통은점점더그녀를괴롭혀댄다.“그러나열망이커져폭발하면그녀가소중하게품어왔던과거는참담하게파괴되고말것”이라고생각하면서도“그래도진실로살아있다는이느낌은어떻게해야하는것일까.그녀의살갗을뚫고피를흘리며뻗어나오곤하던이가시들은과연어떻게잠재울수있을것”(p.65)이냐는환희와고통속에서죄의식은깊어만간다.

아이가아픈것도자신의죄에서비롯된것이아닐까생각하며“아들이아픈것도,약을사다주지않은것도모두그녀의잘못처럼안절부절”못하다결국화장실문을잠근채“이가증스러움,견딜수가없다.마치한마리추하고역겨운벌레가되어버린듯한느낌”(p.67)으로토악질을시작해댄다.
죄책감은그것으로끝나지않는다.심장이멎어쓰러지는가하면요리하다묻은카레자국을형벌의자국으로느끼며“지워도지워도그자국이남아있을것”이라는죄의식으로괴로워한다.
그러한죄의식은푸른장미를선물받는대목에이르러선명한자국을남긴다.사랑의비극을상징하는푸른장미를통해자신의사랑이비극으로끝나기를바라는것이다.그녀의죄의식은거기에서끝나지않는다.아폴로와히야킨토스의비극적결말을인용하여차라리죽은뒤에는하얀히야신스로태어나기를꿈꾸기도한다.

한번꿀맛을맛본벌,나비가새로운꽃을보면죽음을불사하고달려들듯두사람의열정은우여곡절속에서도계속진행되지만끝내성준의교묘한작전에의해파멸직전으로몰리게되고결국진희는죄에대한형벌을선택하기위해이혼또는무의식적으로파멸이라는비극화를꾀하게된다.그것은우연한사고였지만무의식세계의그녀가원했던사고가아니었을까?아니면그녀나름의속죄의식같은것일지도모른다.마치교통사고는계획된것처럼일어난다.작가는그것을통해인간의자유,억압으로부터의해방을꿈꾸는순수인간의지요,희망인동시에가시같은형벌이라생각한것같다.이를테면형벌을선택함으로써자유롭고싶어하는대속의방식처럼.이러한반어적,반이성적행동은죄와벌의관계성에대한작가나름의완성을뜻하는것일지도모른다.

4.사랑의대속적세리머니는가능한가?
사랑의제단에는열정이라는연료와제의에바칠희생제물이공존한다.누군가는희생제물이되어제단위에서불태워번제로바쳐져야만한다.작가는바로이부분에이르러여성의열정과여성해방이라는주제를다시일깨우며사회체제,윤리사회가요구하는책임성을통렬하게끄집어낸다.
사랑의열정에대한원망과배반감앞에서(p.84)고뇌하고갈등하던그녀는도망칠수없는공간에서눈을뜬다.“지금진희는자신이감히상상하지도못했던두려움속에서떨고있을것”(p.87)이라고느끼는지후는가만히그녀에게속삭인다.“이여자는또도망가려하는구나.더이상피할곳이없으니그녀의몸이그녀를보호하려하는구나.”(p.87)그러면서지후는진희의고통을벗어주자결심한다.형벌에대한대속의지를실현시켜주려는것이다.
그러나그녀는사랑의포장지에담아두었던자유,사랑,꿈의지등을수레에싣고출구를찾아보려차를달린다.그러나자동차사고로추락,사경을헤매다겨우되살아난다.그리고살아난삶의현장에서아이러니하게도격렬한고통을맛본다.차라리죽음으로써두사람의관계가정리되기를바라는마음과무한히자유롭고싶다는무의식적인사고는어쩌면그것이사랑의제단에바쳐져야할제물이자신이기를바라는자기부정의의미일것이다.
단호한그녀의태도에용서대신이혼결정을하는성준에게도리어감사해하고형벌을확인하는그녀의심경이야말로이를잘뒷받침하고있다.

작가는이후중대한결정을내린다.이별의별사를준비하는것이다.사랑의기억은환희인동시에아픔이다.한사람을사랑하게되면다른한사람에겐상처가될수밖에없는상대적가해성.그녀가꾼꿈이제아무리고귀하고값진것이라하더라도희망그뒤편에는슬픔과배반감과절망이존재하므로사랑하는대상조차대립적위치에서있는것이다.진희는그러한꿈,희망,환희를바이올린에담아연주하고있지만비극의기억은바로오랫동안미뤄왔던숙제처럼풀지않을수가없었던것이다.

기억의강(15장)은바로두사람의이별,서로를보내는송별사로가득차있다.한때사랑했다는이유만으로책임과의무감을떠안게된지후를보며그의자유를제한하고있다는불편함에그녀는이별을결심하게된다.일종의정신적정화를위한대속제의처럼말이다.그렇다고진희는남편성준과의재회를꿈꾸거나돌아갈생각은추호도없다.성준은사랑의배신을바이올린파괴(p.99)라는방식으로이미복수를했고이혼후두아들을데리고먼나라로떠났기때문에그럴가능성조차없는상태다.

결국,길고험했던삶의종장에이르러서야그녀는고백한다.“자유야말로진정한사랑의본질이며,가장사랑하는사람조차버려야만얻는세계이며,상대를부정하고초월할때만이잘못맺어진두사람의불완전한사랑이비로소완성된다는것.”진희는사랑이라는환상에사로잡혀지후를쫓은것이아니라인생의꿈이라는명제를찾아여기까지온것이라는사실을깨닫게된다.사랑조차도시간이지나면구속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