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가 독(毒)일 수 있듯이, 망각 또한 축복일 수 있다! 불교적 세계관과 텅 빈 정지 속 사유가 꿈틀대는 공(空)의 시 세계
시인은 꼼장어를 술안주로 먹으면서도 ‘보시(布施)’의 마음을 읽는다. ‘네 속살 한 점’까지 송두리째 바다를 보시하는. 등신불의 순교를 본다. “너보다 하찮을 것 같은 내 영혼은 너를 안주 삼아 소주의 바다에 잠시나마 ‘돈오(頓悟)’를 꿈꾸기도 한다. 유독 자주 등장하는 ‘바다’는 시인에게 현실의 바다이면서 불교적 깨달음이나 진리와 맞닿아 있는 공간일 수 있다. 텅 빈 세계이자 꽉 찬 충만의 세계, 합일의 세계이다. 시인은 그렇게 모든 생명에 깃든 슬픔과 아름다움, 헌신의 메타포를 읽는다. 또한 ‘고난’과 ‘절망’의 붓자국을 고운 비단실로 땀땀이 수놓아 사랑하는 님에게 꽃자리로 드리고 싶은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끝내는 새가 날아간 자리처럼 흔적조차 남기길 원치 않는다. 어떤 아름다움이나 비참함도 있거나 또는 잊혀짐에랴. 쓸쓸한 듯 쓸쓸하지 않은, 외로운 듯 외롭지 않은, 무심(無心)한 듯 무심하지 않은 시의 세계는, “향기도 독(毒)”이 될 수 있듯 “망각 또한 마지막 축복으로” 여기게 해준다.
향기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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