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개정판)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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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은 [서울신문]에 연재된 최초의 신문 범과학 리포트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를 다듬고 보충해 엮은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현실을 되짚어보고 더 나은 과학수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 36개의 사례를 담은 글을 썼다고 말한다.

▶ 이 책은 2013년에 출간된 《과학수사로 보는 범죄의 흔적》(알마)의 개정판입니다.
저자

유영규

저자유영규는1972년생으로16년차신문기자다.미대생이되고싶어재수까지했지만,어영부영영문학도가됐다.수능식표현을쓰자면소속집단과준거집단이달라전공은등한시했다.탈출구가필요했고결국대학방송국을찾아첫기자생활을경험했다.강의실보다는거리에있는일이많았다.월활동비3만원을받고300만원어치는일했던것으로기억한다.착취(?)당했지만즐거웠던기억에다시기자라는직업을택했다.2000년〈서울신문〉(당시〈대한매일〉)에입사해사회부와경제부,온라인뉴스부,산업부특별수사팀기자를거쳤다.시경출입기자를포함해6년반을사건기자라고불리는경찰기자로생활했다.늘사건에쫓겨살았고,체중은늘었고,알코올성치매증상도생겼지만연쇄살인범부터숨은선행자까지다양한인간군상을접할수있었던귀한시간이었다.이책도그때의경험을기반으로한다.책속에서베테랑경찰관,프로파일러,부검의,국과수관계자등으로등장하는인물들도대부분당시인연을맺은분들이다.개인적으로〈CSI〉같은미국드라마를즐겨보지않는다.많이알아시시해서가아니라유쾌하지않아서다.초등학교때정육점집아들인친구가정작고기반찬을먹지않던것과같은이유라고하면적절한표현일까.현장에서접하는주검이나범죄현장은영화처럼과장돼있지않다.무채색그림처럼그저덤덤하다.그래서더두렵다.

목차

데이트강간약물∥성도착증‘자기색정사’∥보험금노린살인혹은자살∥교통사고를위장한살인∥성전환여성,7년만에한을풀다∥초미니흔적‘미세증거물’∥정관수술한연쇄성폭행범∥핏자국속엽기살인범의족보∥지능적칼잡이는‘치명적급소’를노린다∥급성수분중독∥자살같았던사건의진실∥불탄그녀의마지막호흡,아들을지목하다∥20대얼짱여성,죽은뒤에성형수술한덕을보다∥연쇄살인범에당한20대여성,6년만의대반전∥피살20대여성,전날쓴데스노트에범인이름이…∥물속에서떠오른그녀의흰손,살인자를가리키다∥헤어드라이어로부인을살해하다∥두려움이만든‘복합자살’누명을벗겨준거짓말탐지기∥청장년급사증후군∥억울한죽음의단서가된치아∥별무늬자국의비밀∥살인진실밝혀낸토양감정∥살인현장에남은‘그’의립스틱∥‘파란옷’을입었던살인마∥최면이일러준범인의얼굴∥다발성손상이남긴진실∥강릉40대여인살인사건∥살해돼물속으로던져진시신들∥첫여성연쇄살인범김선자∥살인사건의유일한증거∥억울한소녀의죽음∥토막시신전철역화장실유기사건∥마약에눈먼그녀의엽기적살인∥죽음의순간을담고싶은사진사∥30대애주가의죽음,그리고친구의고백

출판사 서평

연재“범죄는흔적을남긴다”로누적조회수4000만건을기록한
베테랑저널리스트의법과학리포트

굵직한사건현장을누빈기자의생생한경험과
법의학전문가와일선형사들의자문,
치밀한수사기록분석을바탕으로한과학수사이야기!

완전범죄Vs.과학수사

“땅에묻히는순간까지죽은국민의권리를보호하는것”은국가의책임일까아닐까?답은분명하다.당연히국가가책임져야한다.이논리대로라면분명치않은이유로억울한죽음을맞는사람도,억울하게범죄자로몰리는일도없어야한다.하지만실상은어떨까?
‘이태원살인사건’을비롯해‘만삭아내살인사건’‘독극물막걸리사건’등세간을떠들썩하게했던사건들만봐도알수있다.수년에걸친재판을통해결국피해자들이재판에서승소한다해도마음은만신창이가되어버린다.‘만삭아내살인사건’의경우에도1심과2심,대법원파기환송심그리고서울고등법원을거쳐다시대법원최종심에이르기까지사건이발생한이후3년여동안치열한법정공방이이어졌다.그과정에서각종법의학지식이총동원되었는가하면외국법의학자까지동원될정도로많은논란을일으켰다.한편으로는‘과학수사’에대한중요성을다시금일깨워준사건이기도했다.그만큼과학수사가중요해졌다는의미이기도하다.
‘과학수사’에대한사회적인식이본격적으로형성된데는2001년국내에처음으로방영된미국의인기드라마〈CSI〉의영향이클것이다.이열풍은2011년에한국최초의법의학드라마〈싸인〉으로까지이어지며과학수사라는분야의존재를많은사람들에게각인시켰다.
그렇다면과학수사에대한사회적관심과기술적인발전으로이제완전범죄는불가능한것이되었을까?저자는이책의‘들어가는말’에서스스로에게묻는다.그리고안타깝지만“아니요”라고대답할수밖에없다고말한다.권선징악으로끝나는아름다운동화처럼현실에서의모든사건이그렇게끝나지않기때문이다.
용의자가범행을자백했고재판부도타살가능성이매우크다고봤지만증거재판주의라는원칙에갇혀면죄부를건네는일이지금도종종발생한다.결과적으로는완전범죄인것이다.물론범인이누구인지감조차잡지못하는미해결사건도적지않다.이를이른바‘콜드케이스Coldcase’라부르는데,단지‘국민이불안해한다’는정치적인이유로,때론부처의보신주의로드러내놓고공개하지않을뿐이다.사망원인조차제대로밝혀내지못한채공소시효가만료된‘개구리소년실종사건’이나‘화성연쇄살인사건’은우리가알고있는극히일부의사건일뿐이다.

한국과학수사의현주소를되짚어보다
이책은[서울신문]에연재된최초의신문범과학리포트“범죄는흔적을남긴다”를다듬고보충해출간한것이다.저자는우리나라과학수사의현실을되짚어보고더나은과학수사의미래를함께고민해보기위해36개의사례를담은글을썼다고말한다.

미꾸라지처럼손가락사이로빠져나가는범인들을잡으려면수사전문가는물론사법부,일반인까지도과학수사에대한이해와관심을높여야한다고본다.다시말하지만이책을쓴목적은범죄와그로말미암은죽음을단순히흥밋거리로삼고자함이아니다.과거를성찰해교훈을얻듯우리사회에서일어난범죄에대한이해를넓혀억울한사람도,안타깝게은폐될수있는죽음도없애자는취지다.

누적조회수4000만건을기록할만큼이시리즈가많은독자들에게사랑을받은이유는무엇일까?아마도더이상증거재판주위라는원칙에갇혀면죄부를건네는일도,일명‘콜드케이스’라불리는미해결사건도일어나지않기를바라는마음과,저자가말했듯이이책에소개된사건들이단순한흥밋거리가아닌그것을통해우리사회의여러모습을들여다볼수있는단초를제공했기때문일것이다.
예를들어“데이트강간약물”편에서는약물범죄에관대한한국사회의모습을보여줌으로써낮은형량의솜방망이처벌이결국유사한범죄를재생산해난다고비판한다.또“보험금노린살인혹은자살”편에서는갈수록늘어나는생명보험관련범죄의실상을이야기함으로써이에대한실질적인대책을촉구한다.

더나은과학수사의미래를위하여
최근우리나라과학수사기술은빠르게발전하고있다.현장에서증거를발견하고보존하는것에대한인식이크게개선되었고,증거를종합해의심의여지가남지않도록증명해낼수있는입증능력도눈에띄게좋아졌다.특히앞에서도말했듯이우리나라DNA수사기법은세계적수준이라할만하다.
그럼에도불구하고저자는아직개선해야할점들이많다고말한다.그한가지예로검시제도를꼽는다.검시제도와관련된논의가오래전부터있어왔고,필요성은모두인정하지만문제제기만벌써수십년째라는것이다.검찰과경찰모두개혁의필요성에는전적으로동감하지만,운영은반드시자신의부처에서해야한다는논리로맞서고있다면서난센스라지적한다.
책을마무리하면서저자는사건기자로현장에서만나본형사들의고충을돌아보며“용의자를찾으려고수백,수천가구를이잡듯뒤지는땀방울과며칠밤을새우며CCTV화면을뚫어지게살피는열정이없다면과학수사는공허한외침일뿐”이라면서그들의노력에박수를보낸다.그리고우리사회가오늘보다안전하고살만한곳이되기를꿈꾼다.

책속으로추가

정관수술한연쇄성폭행범
‘씨없는발바리’과학수사얕봤다
성폭행범이범죄현장에남기는정자는동전의양면과같다.한사람의몸과마음을파괴하는‘죄악의흔적’이기도하지만,범인을붙잡아사회정의를실현하기위해반드시확보해야할‘수사의열쇠’이기도하다.하지만이렇게중요한증거물이감쪽같이사라지는경우가있다.수사당국을당혹스럽게만드는순간이다.
2010년말,경북구미경찰서강력팀에비상이걸렸다.관내에성폭행사건이잇따라발생한것이다.주로원룸과아파트1,2층에혼자사는부녀자들을상대로한범행이었다.범인은동일인으로추정됐다.피해자들이전하는인상착의나범행수법이그랬고,일부확보된폐쇄회로(CC)TV화면도이를뒷받침했다.
이30대‘발바리’(연쇄성폭행범)는초기에는주로새벽3~4시대에활동하더니범행시간을아침으로옮기는등갈수록대담해졌다.그중에서경찰을가장당혹스럽게한것은범인의정액에서도통DNA를확인할수없다는점이었다.증거물에서매번남성의정액은확인됐지만정작그안에서DNA는검출되지않았다.정자가없었기때문이다.

구미경찰서강력팀은증거물속에서정자가확보되지않자“범인이무정자증환자이거나정관수술을받은남자일것”이라는쪽으로수사방향을잡았다.
정액은크게정자와이를감싸는액체성분으로구성된다.보통DNA는액체가아니라정자의머리에위치한다.수술을통해정자가이동하는통로인정관을막아버린사람의정액에서DNA를확보하기가어려운이유다.하지만완전범죄는없는법.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남성의유전자형만선택해증폭할수있는장치를이용,극미량의요도상피세포를바탕으로범인의DNA를검출해내는데성공했다.이제남은것은그DNA의주인을찾는일이다.
경찰은관내병원들을상대로과거정관수술을받은경력이있는사람들을찾아내기시작했다.용의자들이하나둘압축됐고수사는막바지를향해달려가고있었다._42~45쪽

20대얼짱여성,죽은뒤에성형수술한덕을보다
동거남에목졸린백골의한을풀어주다
2008년11월,경기화성시송산면우음도갈대밭옆고속도로공사장.불도저로갈대숲을밀어내던장모씨가바닥에서하얀물체를발견했다.사람의뼈였다.
“여기는원래개펄이던곳을막아생긴땅인데….내가남의묏자리를잘못건드렸을리는없지.그렇다면누군가가갖다버린시신이백골로변한것인가?”
경찰에비상이걸렸다.당시는경기서남부부녀자연쇄살인사건(일명‘강호순사건’)으로시끄러웠던때.연쇄살인의네번째희생자일수있다는시나리오가흘러나왔다.현장수사팀에경찰최고위층의불호령이떨어졌다.
감식반이확인할수있는것은많지않았다.이미백골이돼버린시신한구와그가입었던속옷,회색윗도리에운동복바지,수건조각두장이전부였다.시신을옮기는데쓰였던것으로보이는대형가방도눈에띄었지만단서는되지못했다.

암담해하던수사팀에한줄기서광이비쳤다.부검의의마지막한마디였다.
“수사에얼마나도움이될지는모르겠는데,피해자의광대뼈가갈라져있는걸보니광대뼈축소술을받은것같아요.”
경찰은서울강남지역의성형외과572곳을수소문했다.어차피전국의모든성형외과를다뒤질수는없는노릇이었기때문에‘적중확률’이높은강남에수사력을집중했다.병원들마다‘환자의프라이버시’를침해한다며아우성을해댔다.우여곡절끝에2000년이후광대뼈축소수술을받은여성1,949명의명단을확보했다.경찰은2,000명에가까운이들모두에게전화를돌렸다.연락이닿지않는사람들중에백골의주인이있을것이란계산에서였다.
하지만웬걸.연락불통인사람이650여명에달했다.3명중1명꼴.남모르게수술받으려고많은사람이가명을쓴탓이었다.하지만달리방법이없었다.시신과신체적특징이비슷한사람의가족을일일이수소문해DNA일치여부를확인했다.그렇게꼬박2개월이흘렀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연락이왔다.
“DNA가일치하는가족이나왔습니다.”가족들은이미5년전부터죽은여인과연락을끊고살았다._74~76쪽

살인진실밝혀낸토양감정
택시바퀴에튄흙탕물,범인은택시기사였다!
“택시강도를당했습니다.여자승객이납치됐어요….”
2003년4월14일새벽,경기부천중부경찰서관내의한파출소.왼손을감싼택시기사A(당시35세)씨가급히안으로뛰어들었다.손가락을칼에심하게베인상태였다.경찰은A씨를일단병원으로후송했다.그는가쁜숨을몰아쉬며방금자기가당한납치사건을신고했다.
그가20대초반의여자손님을태운것은오전5시30분쯤이라고했다.
“손님을조수석에태우고가다가신호에걸려정차해있는데남자두명이갑자기뒷문으로들어오더라고요.합승손님인가했는데난데없이그손님을찌르고저도공격했어요.바로칼을겨누곤고가도로밑으로가라고하더군요.”
그는차를세운뒤정신없이도망쳤다고말했다.범인들은칼에찔린여자손님을뒤따라온검은색소나타에태우고달아났다고했다.
A씨의말대로여자손님은조수석에서칼에찔린듯했다.흥건히젖은조수석은상황의심각성을말해주었다.무엇보다앞좌석을적신출혈량이만만치않았다.이대로끌려다닌다면납치된여성은한두시간안에사망에이를수있었다.경찰은관내에비상을걸었다.

숨진여인은B(21세)씨였다.사회에첫발을내디딘꿈많은초보회사원에게범인은사정없이칼을휘두른듯했다.범인은다리위에차를세우고그녀를끌어내려20미터가량데려간듯보였다.혈흔은다리위에서아래쪽으로이어졌다.경찰은혈흔과주변흙을모아담았다.여섯시간가량현장감식을마치고오는길.감식반원은웅덩이앞에차를세웠다.차에서내린고참감식반원은흙탕물을용기에담았다.
“선배뭐해요?”
“범인잡아야지….”
며칠후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감식결과가나오자형사들은기다렸다는듯차를몰았다.형사들이몰려간곳은신고자A씨의집이었다.
“당신을강도살인혐의로체포합니다.”
경찰은처음부터A씨가미심쩍었다.방금겪은일을말하는사람치곤진술내용이허술했다.특히강도를당할때의상황도구체적이지못했다.그나마일관성있게진술한내용도설득력이떨어졌다.굳이손님까지탄택시를범행대상으로고른점이라든가,돈은놔두고손님을납치해간점도이해하기힘든대목이었다.
결정적으로A씨가범인임을알려준것은흙이었다.운전석깔판밑과운전석하부에붙은흙을분석한결과피해여성이발견된하천변토양과일치했다.택시바퀴와뒷문문짝에튄흙탕물역시진입로의웅덩이성분과정확히일치했다.택시기사는다리밑에그녀를버린뒤택시강도를당한척자작극을벌인것이다._133~136쪽

‘파란옷’을입었던살인마
시신이크게훼손된60대,그것은범인의속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