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옥타비아 (2059 만들어진 세계)

디스옥타비아 (2059 만들어진 세계)

$15.50
Description
여성 시인이 쓴 SF, 미래를 통해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다
2016년 시집 《연애의 책》을 내며 일약 문단의 중요한 작가가 된 시인 유진목의 《디스옥타비아》가 출간됐다. 《디스옥타비아》는 흑인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인 SF 작가, 옥타비아 버틀러의 자장 안에서 유진목 시인이 2059년을 사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낸 SF이자 ‘미래 일기’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SF 속에서, 당신은 상상 가능한 곳으로 얼마든지 떠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버틀러의 그 말에 응답하듯이, 유진목 시인은 《디스옥타비아》를 통해 자신이 상상한 가공된 미래로 스스로를 데려다 놓는다. 도착한 그곳은 2059년, 78세의 유진목이 ‘모’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세계이다. 그 세계는 마치 무균실처럼 정제되어 있다. 그곳은 오늘날 만연한 성차별, 여성 혐오가 사라진 세계이지만 ‘모’로서는 어쩐지 그저 반갑지만은 않은 세계이다. 우선 ‘모’ 개인적으로는 24년간 함께한, 사랑하는 ‘그’가 더는 없는 세계인 탓이다. ‘그’를 떠나보낸 뒤 ‘모’는 노인 보호시설인 ‘엘더’에 들어간다. 이제는 노인이 된 옛날 사람들은 모두 그러한 시설에서 보호받고, 통제당하며 안전하게 죽어간다. 세상이 보기에 그들은 “불만을 품고 생각하는 방법”을 아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혼돈과 자유보다는 규정과 시스템을 중시하며 돌아간다. 개인에게 스스로 죽을 권리란 없다. 그가 죽음을 간절히 원하더라도 말이다.

엘더에서 의사들이 인공 수정으로 만든 간병인 율리의 도움을 받으며 남은 삶을 지속하는 모는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던 그와의 나날과, 여성 혐오로 얼룩졌던 과거와, 자유 없는 현재와, 목전에 놓인 자신의 죽음 등에 관하여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디스옥타비아》는 가공된 미래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여기의 풍경을 환기시킨다. “그 시절의 삶이 어땠는지를 짐작이나 해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는 ‘모’를 통해 우리는 바로 “그 시절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세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돌아본 지금-여기가 ‘디스토피아’처럼 느껴진다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은 미래로 내딛어야 할 시간, 다시 태어나야 할 시간이 아닐까?
저자

유진목

저자유진목은1981년서울동대문에서태어났다.대학에들어가7년동안휴학과복학을반복했고,졸업후에는출판사에다니며책만드는법을배웠다.2009년‘목년사’를만들어단편극영화와뮤직비디오를연출했고,2015년까지영화현장에있으면서장편극영화와다큐멘터리일곱작품에참여하였다.2016년시집《연애의책》이출간된뒤로는글을쓰는일로원고료를받을수있게되었다.사흘은시급노동자로서점에서책을팔고,나흘은작가로책을쓰는생활.여름에는수영을하고,겨울에는불을쬔다.

목차

II

2059년,여름

I

출판사 서평

“나는다시태어나려고기다리고있다”
옥타비아버틀러의자장안에서탄생한
시인유진목의SF,혹은‘미리쓴일기’

“살아도좋고죽어도좋은”때를맞이한지금의나의이야기.
그런나를짓누르던어제의세상과,사뭇달라졌지만결코달가워할수없는오늘의세상,디스옥타비아.이제각자,디스옥타비아의세계를새롭게견디며조금씩,
조금은더나은자리로밀고가야할시간이다.

옥타비아버틀러의자장안에서
《디스옥타비아》는미국의SF작가옥타비아버틀러의영향속에서탄생한책이다.옥타비아버틀러는1947년태어나2006년작고한미국의SF작가로,흑인여성이자페미니스트였다.작가가되기까지그녀는미국사회에서여러난관에부딪혀야만했다.우선흑인이자여성으로서사회적약자에속했으며,가난했기에학비를벌기위해육체노동에매달려야했다.약자이며소수자인그녀의경험을반영하듯,그녀의작품들은사회적문제들과과학적상상력을결합한것들이많다.가령그녀의대표작인《킨》은시간여행물로,시대를오가는주인공이가난한흑인여성으로서받는폭력에고통받고좌절하는이야기이다.
그러한옥타비아버틀러의삶과작품이,여성혐오가만연한한국에서여성작가로살아가는유진목시인에게큰영향력을가지고다가왔음은어쩌면필연이었다고도할수있을것같다.유진목시인은“옥타비아버틀러의문장이불현듯나를움직이고있”다면서“옥타비아버틀러와함께나에게서생겨나는것을받아들이고,생각하고,음미하면서”“변화하는내자신을쓰고또썼다”라고작가의말에밝혀두고있다.그러한의미에서《디스옥타비아》는옥타비아버틀러에대한헌사이기도하다.
《디스옥타비아》에는옥타비아버틀러의소설에서빌려온문장과이미지의변주,패러디들이퍼즐조각처럼펼쳐져있다.가령《디스옥타비아》의모와율리의관계는[블러드차일드]의트가토이와간의관계를떠오르게하며,[저녁과아침과밤]에서등장하는‘표류’라는증상은《디스옥타비아》에서모두가두려워하는아웃사이더의이미지로변주되어나타난다.이미옥타비아버틀러를읽은독자라면버틀러가만들었던세계를유진목시인이어떻게인용하고변형하였는지살펴볼수있을것이고,아직읽어보지못한독자라면언젠가버틀러를읽을때《디스옥타비아》의이야기들이단편적인꿈처럼떠오르는즐거움을느낄수있을것이다.어느쪽이든옥타비아버틀러의소설과유진목의이‘미래일기’는독자들을통해또다른‘만들어진세계’가될수도있을것이다.

남성중심의세계에질문을던지다
《디스옥타비아》에서그리는2059년은마침내성차별이없는세상이다.78세의‘모’는“남자답지않은것과여자답지않은것은반드시문제되던시절”이정말로있었다고회상한다.고작결혼을하지않는사람들이늘어난다는사실이사회적문젯거리로보도되고,출산장려를위해낙태를금지시켜야한다고생각하는사람들이다수였던시절이있었다고.부부사이에서남편이아내를때리는행위가가정을돌보는일이라며묵인되었다고.여성은스스로를보호하거나부양할능력이없으므로강자인남성은여성을부양할의무가있고때문에대접받을자격도있다고.이런일들이불과사십년전만해도당연하게여겨지는일들이었다며‘모’는“나의설명을따라올수있겠는가?그시절의삶이어땠는지를짐작이나해볼수있겠는가?”라고말한다.
물론우리는‘모’의설명을따라갈수있으며그시절의삶이어땠는지를짐작할수있다.‘모’가당신들은이해할수없을거라고말하는그세상은바로지금여기의우리가살아가는세상이기때문이다.2059년을사는수많은사람들의시점에서볼때우리들은이해할수없는과거에서사는사람들인셈이다.우리사회가당연하게생각하는고정관념과가치들이미래에는상상력을동원해야떠올릴수있는부조리한것이될수있음을《디스옥타비아》는아이러니하게드러낸다.
몇년사이페미니즘의물결은전세계로퍼져나갔다.한국또한여러사건과이슈들을거치며페미니즘에대한대중의인식이확대되었다.최근페미니즘적세계관으로세상을바라보게된문학독자들은묻는다.왜한국문학에는남성중심적인가치와미학이담긴서사만가득한가?《디스옥타비아》는이런질문들에대한응답중하나가될수있을것이다.윤리적으로올바른가치관을지닌이야기또한재미있는이야기가될수있다고,혐오와차별앞에서한국문학또한다양한방식으로목소리를낼수있다고말이다.

미래에서조우하는글과그림들,미래로부터지금-여기로
미래의78세노인이남긴한권의아름다운일기,《디스옥타비아》를더욱아름답게만드는것은18여컷에달하는백두리작가의일러스트들이다.초현실적이면서도리얼하고,명상적이면서도관능적인백두리작가의그림들은유진목시인의글과마찬가지로옥타비아버틀러의소설에서받은영감을통해만들어진것들이다.옥타비아버틀러라는하나의어머니를두고,유진목시인의글과백두리작가의일러스트는서로다른장르로서교차하고교감한다.글과그림은서로충돌하고화합하며리드미컬한이미지를만들어낸다.이과정을통해《디스옥타비아》는훨씬풍성해질수있게되었다.
구성상의특이점또한《디스옥타비아》를읽는또하나의즐거움이될수있을것이다.《디스옥타비아》의이야기는역순으로구성되어있다.이야기는‘모’가남긴일기장의마지막페이지에서시작하여일기장의첫페이지로흘러간다.독자들은가장먼미래에서시작해책을덮고난뒤지금여기,현재로오는경험을하게된다.책의중간중간조우하게될,수심깊은바다처럼검게물든페이지에서가만히떠오르는문장들을차례대로이어나가다보면잠깐시를읽는기분이들수도있을것이다.

[추천사]
어둡고찬란한그의디스옥타비아
옥타비아버틀러는어두운시대를살며SF문학의찬란한한세계를구축한미국의흑인여성작가다.‘디스옥타비아’는옥타비아가견딘고초와차별,억압의디스토피아를가리키는조어일테다.나는유진목시인이옥타비아문학에감응한맥락을어렴풋이짐작한다.그를에워싼세계는옥타비아의세계로부터그리멀리벗어나지못했고,옥타비아가그랬듯그도문학과더불어‘디스옥타비아’의세계를견디며조금씩밀고왔을것이다.

1981년~2059년
이책은저두숫자사이시간을살다간한여성의이야기다.삶이곧끝나리라생각하며가까스로버티던40년전의나.당장이라도삶을끝내고싶던60년전의나.그리고가만히살아온날들을회고하며“살아도좋고죽어도좋은”때를맞이한지금의나….그런나를짓누르던어제의세상,그리고사뭇달라졌지만결코달가워할수없는오늘의세상.지금‘내’가있는곳은2059년여름,어느한적한바닷가다.이이야기안에는‘1963~2041’의숫자로기록된‘그’와함께한시간이있다.그와더불어온전한‘우리’로살수있었던벅찬24년의시간.‘디스옥타비아’는부러울만큼깊고뜨거운사랑이야기이기도하다.
‘디스옥타비아’의시간을살아가고있는나는,이야기속의어떤시간과풍경안에서지금나의시간과세계,훗날마주할어떤바다를그려보느라자주눈을감아야했다.그리고아득한그리움처럼행간에스민,지금‘내’가누리고있을사무치는사랑과너른마당이있는그들의바닷가외딴집을상상하며이야기로돌아오곤했다.다른시간과세계가난류와한류처럼따로흐르다경계에서격렬히섞이듯,2059년그의바다가알몸으로뛰어들어도소름돋지않을만큼의온기는품고있기를바랐다.존버거는“우리가어떤이야기에감응하면그이야기가우리의일부가된다”고했다.옥타비아버틀러의어떤이야기가유진목의것이되었듯,내게스미는유진목의문장들을느끼며버거의저말을떠올렸다.이제각자디스옥타비아의세계를새롭게견디며조금씩,조금은더나은자리로밀고나가야할시간이다.
_최윤필한국일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