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사탄탱고 (2025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19.80
Description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던 사람들이 갇힌 고통의 굴레!
2015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 작가이자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국내 작가 한강과 함께 또다시 이름을 올린 헝가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대표작 『사탄탱고』. 몰락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끝내 쳇바퀴에 다시 포박되어 영원한 악순환을 이루는 과정을 절망의 묵시화로 그려낸 작품이다.

공산주의가 붕괴되어가던 1980년대 헝가리. 해체된 집단농장의 마을에 남아 가난과 불신의 늪에 빠져 무기력한 삶을 보내던 이들 사이에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1년 반 전에 죽은 것으로 알려진 이리미아시가 마을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그가 가을장마의 시작과 함께 귀환한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절망적인 삶에서 탈출할 수 있으리라는 달콤한 꿈에 부푸는 한편, 무언지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감에 시달리는데…….

작품의 제목에 들어가기도 한 탱고의 스텝, 즉 앞으로 여섯 스텝 그리고 뒤로 여섯 스텝의 형식에 맞춰 1부는 1장에서 시작해 6장으로, 2부는 역순으로 6장에서부터 시작해 1장으로 맺으며 하나의 원을 이루는 순환 구조의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각 장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달리하는 등의 형식 실험을 통해 고통의 악순환을 경이롭게 묘사했다. 이 작품은 헝가리의 작가주의 영화감독이자 전 세계 영화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는 거장 벨라 타르에 의해 1994년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 표지는 레드/블랙 2종으로, 랜덤 발송됩니다.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저자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1954년헝가리줄러에서태어났다.1976년부터1983년까지부다페스트대학에서문학을공부했고,1987년독일에유학했다.이후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몽골,일본(교토),미국(뉴욕)등세계여러나라에체류하며작품활동에매진해왔다.

헝가리현대문학의거장으로불리며고골,멜빌과자주비견되곤한다.수전손택은그를“현존하는묵시록문학의최고거장”으로일컫기도했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자신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종말론적성향에대해“아마도나는지옥에서아름다움을추구하는독자들을위한작가인것같다”라고밝힌바있다.영화감독벨라타르등예술가와의협업을통해자신만의독특한세계관을확장하고있다.매년유력한노벨문학상후보로거론되는작가다.

주요작품으로는〈사탄탱고〉(1985),〈저항의멜랑콜리TheMelancholyofResistance〉(1989),〈전쟁과전쟁WarandWar〉(1999),〈저아래서왕모SeioboThereBelow〉(2008),〈마지막늑대TheLastWolf〉(2009),〈세상은계속된다TheWorldGoesOn〉(2013)등이있다.

그의소설은여러언어로번역되었으며다양한국내및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헝가리의TiborD?ry문학상(1992),독일의SWR-Bestenliste문학상(1993),대문호산도르마라이의이름을따제정한헝가리의S?ndorM?rai문학상(1998),헝가리최고권위문학상인Kossuth문학상(2004),스위스의Spycher문학상(2010),독일의Br?ckeBerlin문학상(2010)등을받았고,2015년에는맨부커인터내셔널상(ManBookerInternationalPrize)을수상했다.2025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

*국내에알려진이름은‘라슬로크라스나호르카이’였으나국립국어원외래어표기법규정과헝가리어의성-이름순표기방식에따라‘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로표기했다.

목차

(춤의순서)

I
1그들이온다는소식
2우리는부활한다
3뭔가안다는것
4거미의작업I
5실타래가풀리다
6거미의작업II?악마의젖꼭지,사탄탱고

II
6이리미아시가연설을하다
5되돌아본광경
4천국의비전인가,환각인가
3다른방향에서본광경
2그저일과걱정뿐
1원이닫히다

해설:조원규

출판사 서평

2015맨부커인터내셔널부문수상작가이자
헝가리현대문학의대가가쓴전설적인작품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의장편소설〈사탄탱고〉가알마에서출간됐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고골,멜빌과같은대문호와자주비견되며매년유력한노벨상후보로거론되는작가다.〈사탄탱고〉는그의대표작가운데서도가장널리알려진작품으로,헝가리의작가주의영화감독이자전세계영화인들의존경과사랑을한몸에받는거장벨라타르에의해1994년에동명의영화로만들어져영화사에길이남을걸작의반열에오르기도했다.

공산주의가붕괴되어가던1980년대헝가리.해체된집단농장의마을에남아가난과불신의늪에빠져무기력한삶을보내던이들사이에소문이돌기시작한다.1년반전에죽은것으로알려진이리미아시가마을로돌아온다는것이다.압도적인카리스마를지닌그가가을장마의시작과함께귀환한다는소식에마을사람들은절망적인삶에서탈출할수있으리라는달콤한꿈에부푸는한편,무언지알수없는두려움과불안감에시달린다.종없이들려오는종소리와보이지않는거미들이친거미줄이세계의몰락이라는공포를부추긴다.〈사탄탱고〉는몰락한삶의굴레에서벗어나고자하는모든노력이실패로돌아가고끝내쳇바퀴에다시포박되어영원한악순환을이루는과정을절망의묵시화(?示畵)로그려낸다.

〈사탄탱고〉의출간은크러스너호르커이의작품을열망해온국내독자들의묵은갈증을해소할굵직한단비가될것은물론,문화계전반에엄청난충격과반가움을선사할것이다.알마는오랫동안〈사탄탱고〉의번역출간을기다려온독자들을위해빨간색과검정색으로된두가지버전의특별한표지를선보인다.

현존하는묵시록문학의최고거장
그리고예술가들의예술가
국내에서는생소할지도모를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는헝가리현대문학을대표하는소설가다.누구도흉내낼수없는재능과고도의역량을갖춘작가로평가받는그는묵시록적인주제와정서를특유의기위(奇瑋)한문체와형식에담은작품으로전세계독자들의열렬한지지를받고있다.그독창적인작품세계와작품성을인정받아다양한헝가리국내및국제문학상을받아오다2015년맨부커인터내셔널부문수상자가되었다.한강이〈채식주의자〉로같은상을받기한해전의일이다.당시심사위원장이었던머리나워너는“크러스너호르커이는강렬하면서도독특한음역을가진몽상가적작가다.그는겁이나고낯설면서동시에소름끼치도록웃긴장면을만들어낸다”고평했다.
그의작품세계를설명하는데있어항시언급되곤하는종말론적성향에관해크러스너호르커이는맨부커수상소감에서“아마도나는지옥에서아름다움을추구하는독자들을위한작가인것같다”고밝힌바있다.수전손택또한크러스너호르커이를“현존하는묵시록문학의최고거장”으로일컬었다.수전손택은크러스너호르커이가원작자로참여한영화〈사탄탱고〉에대해“내남은생애동안매년한번씩은반드시보겠다”는말로상찬하여화제가되기도했다.평단과예술인의찬사의대상이된지오래인크러스너호르커이는익히알려진대로영화감독벨라타르의전작(全作)작업에참여하는등자신만의독특한세계관을계속해서확장하고있다.2018년맨부커인터내셔널부문최종후보에국내작가한강과함께또다시이름을올렸다.

“클로드시몽,토마스베른하르트,주제사라마구,W.G.제발트,로베르토볼라뇨,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를떠올려보아도,크러스너호르커이가가장이상한작가일것이다.”_〈뉴요커〉
“카프카를잇는타고난이야기꾼”_〈워싱턴포스트〉

악마와추는탱고,
앞으로여섯스텝뒤로여섯스텝을밟으며
굳게닫힌영원의원(圓)을이루다
어느시월의아침,이제부터끝없이내릴가을비의첫방울이떨어지던날,후터키는종소리를듣고잠에서깨어난다.교회도종도없는곳에서울려오는종소리는불길하고초자연적인분위기를풍긴다.그것은어떤사건이벌어질것만같은징조로느껴진다.이후에이어지는일련의소동극은일견우스꽝스럽지만실은집단농장의공동체가함께일한대가로받은공동의삯을일부가갈취해도피하려는지저분한음모의과정이다.실패한집단농장의마을에남겨진사람들은그렇게서로를불신하며,이미몰락한세계에영혼의기저까지물들어무력한가운데비열한방법을통해서라도그곳으로부터벗어나고자몸부림친다.그러다죽은자가살아돌아온다는소문이돌자,그소식에실린불길한기운과다르게마을은이상한활기를띠기시작한다.1년반전에죽은것으로알려졌던이리미아시는마음만먹으면소똥으로성도지을수있는신비한능력과절대적인카리스마의소유자다.절망에빠져있던마을사람들은그가자신들을구원해줄메시아라생각하며도피를포기한채그의귀환을기다린다.마을을되살려줄그를위해서라면무엇이라도내놓을기세다.
그러나소설은카프카의소설을연상케하는초반부의부조리극을통해이리미아시가결코구세주가될수없는인물임을노골적으로보여준다.그런그를기다리며사람들은기대와희망에부풀어가난과불안에억눌리고감춰져있던욕망을비로소들추어꺼내고그것에취해한바탕탱고를추지만,그들을기다리는건장밋빛미래가아닌실패한체제가고안해낸악랄한도구로의전락이자뒤이을세계의타락이다.작품곳곳에상징적으로등장하는종소리와거미줄은마을사람들이결국은하나로묶여있고한데옭아매어져있음을보여주는소설적장치일테다.하지만폐허속에간신히존재하는종같이그들의공동체는그근원부터가이미존재의의미를잃은채고,다만아무리없애도소리없이생겨나모든것을뒤덮는거미줄처럼도무지벗어날수없는운명이그들의삶위에반투명한유령으로존재하며하강하는세계를노래할뿐이다.
이처럼작가는암울한묵시록문학의대가답게,헝가리남동부의버려진집단농장마을을배경으로절망과희망사이에서허우적거리던사람들이체제에유린당하고끝내는고통의원안에갇히고마는과정을매혹적이고무자비하게그려냈다.특히작품의제목에들어가기도한‘탱고’의스텝,즉앞으로여섯스텝그리고뒤로여섯스텝의형식에맞춰1부는1장에서시작해6장으로,2부는역순으로6장에서부터시작해1장으로맺으며하나의원을이루는순환구조의독특한구성을취하고,각장마다등장인물의시점을달리하는등의형식실험을통해고통의악순환을경이롭게묘사했다.
작품외적으로한가지눈에띄는점을꼽는다면〈사탄탱고〉가동구공산권이해체되기전인1985년에발표된작품이라는것이다.이에대해〈사탄탱고〉의번역자이자시인인조원규는해설에서,종말론적이고묵시록적인작품성향을가진작가가예견한몰락은아마도정치적저항의표현이었을거라며,그럼에도〈사탄탱고〉가궁극적으로는그리고자한것은희망하는인간이라고말하고있다.

〈사탄탱고〉는역사적으로동구공산권이해체되기이전인1985년에발표된작품이라는사실을떠올릴필요가있다.아직체제가유지되던동안에작가가그려낸‘몰락’은정치적저항의표현에다름아니었으리라.(...)이작품은한시기의체제비판을넘어서좀더항구적인,희망하는인간이라는주제를형상화한문학으로남았다고할수있다.(‘해설’중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의대표작으로는〈사탄탱고〉외에도〈저항의멜랑콜리(TheMelancholyofResistance)〉(1989),〈저아래서왕모(SeioboThereBelow)〉(2008)등이있다.알마에서는그의대표작을순차적으로국내에소개할예정이다.

[책속으로추가]
아코디언의비단결같은곡조를타고거미들이마지막공격을감행했다.거미들은술병과유리잔,찻잔과재떨이에느슨하게거미줄을드리웠고,테이블다리와의자다리를가느다란실로은밀히연결했다.마치눈에띄지않게그물망을쳐서미세한움직임과소리라도즉각감지되도록하는것이가장중요한일이라는것처럼.거미들은잠자는사람들의얼굴과다리그리고손에도거미줄을쳤고,그런뒤에번개같이은신처로퇴각하여거미줄이미세하게라도흔들릴때를기다리다가,그러다다시거미줄을칠채비를했다.(228쪽)

잠을자지못한근심어린눈들에눈물이배어앞이흐려졌고,그의마지막말을듣는순간사람들의얼굴에는갑작스럽고은밀하며불안정하지만억제할수없는어떤안도의표정이어렸다.여기저기서짧은탄식들이터져나왔다.그것은참을수없는재채기와도같은것이었다.그들이몇시간동안내내기다려온것이바로“현재보다합당한여러분의미래”라는,마음을해방시켜주는말이었던까닭이다.실망스러운기색이었던이리미아시의눈빛은어느샌가신뢰와희망,믿음과열정그리고결연함을담고서점점강철같은의지를발산하고있었다.(253?254쪽)

그는처량하리만치누추한방안을둘러보았다.그는자기가이곳을떠나지못하도록가로막아온것이무엇인지를돌연깨달았지만,그순간의명료함도사라지자이제그에게남은것은아무것도없게되었다.지금껏머물러살용기가없었던것처럼,지금도떠날용기가없었다.짐을싸면서,그는모든가능성을도둑맞고하나의덫에서빠져나와또다른덫에걸릴것만같은예감에휩싸였다.그는기계실과농장에갇힌죄수였지만,이제는미지의위험에자신을맡기려하고있었다.지금까지는문을여는법도모르고창문으로빛한줄기들어오지않는어떤날을두려워했다면,이제는영원한미지의수인(囚人)으로서지금껏가졌던것마저스스로잃도록만들었다.(271쪽)

“그물조직이야,처진귀!”페트리너가귀를쫑긋하고들었다.“이제알겠나?”둘은걸음을멈추고서로를바라보았다.이리미아시는몸을약간숙이듯이앞으로내밀고있었다.“이리미아시의전국적인네트워크말일세.이제그머리로도좀알겠어?어디서든작은움직임이있으면즉시….”페트리너의얼굴에생기가돌았다.처음엔희미한미소가얼굴에떠오르더니,이윽고단추같은눈이반짝였고,흥분한나머지나중엔귀까지붉어졌다.그의온몸이어떤전율로떨리고있었다.“작은움직임이라도있으면즉시…어디서나…뭔지알거같군.”그가속삭였다.“정말환상적인생각이야.”(307쪽)

주위에바람이일자,눈이멀어버릴것같이하얀시신이허공으로떠오르기시작했다.그러고는참나무꼭대기쯤에이르러옆으로움직이는가싶더니,주춤주춤땅으로내려와다시빈터에내려앉았다.바로그순간이었다.몸없는목소리가성난원망의소리로터져나왔다.그것은죄없는불운에체념하는,불만에가득한합창이었다.페트리너가헐떡거렸다.(...)“뭐좀물어봐도되겠나?”“어서말해봐!”“자네생각엔….”“응?”“지옥이있을까?”이리미아시가침을삼켰다.“누가알겠나.어쩌면있겠지.”(317쪽)

“여긴뭐가이래?통행금지인가?”“아니,가을은원래이렇지.”이리미아시가슬픈어조로대답했다.“사람들은난로를껴안고앉아봄이될때까지자리를떠나지않아.날이저물때까지창가에서어정거리다가그다음엔먹고마시고솜털이불아래서껴안고잠이들지.이때쯤사람들은인생이잘못되어간다고느껴.더는이렇게못살겠다싶을때는아이들이나고양이를때리면서좀더견뎌내지.그렇게들사는거야,처진귀양반!”(326쪽)

모두무엇에휩쓸려그렇게이성을잃고먹이를다투는짐승처럼서로를물어뜯었는지,귀신이곡할노릇이었다.영원히희망이없을것만같던몇년의세월이지나고드디어황홀한자유의공기를맡을수있게되었는데,어째서창살에갇힌죄수들같이날뛰며새로운현실을부정하고절망했는지,어째서미래의보금자리에서마저도자신들이등진위안없는몰락과더러움으로부터시선을거두지못한채모든것을새로시작하리라는약속을망각해버린것인지도무지알수가없었다.그들은악몽에서깨어난사람들처럼이리미아시를에워싸고서있었다.해방의감각보다도더뿌리깊은것은,어쩌면그들의수치심일터였다.(345?346쪽)

그는저택의문가에이리미아시가서있는걸본순간부터이미그에대한믿음이흔들리기시작했음을깨닫고놀란심정이되었다.그가돌아오지않았다면오히려희망은남아있었을지도모른다.하지만그런모습으로돌아온다면?이미저택에서부터그는이리미아시의말뒤에숨겨진괴로움을감지했다.(...)그는불현듯깨달았다.이리미아시는아무런힘도없었다.어떤충동이,즉이전의불꽃이다타버려사라진것이다.그가무슨시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