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 (피나, 당신의 카페 뮐러)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 (피나, 당신의 카페 뮐러)

$17.50
Description
“섬세하면서 다정한 안희연의 문장들은
불가능할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중력을 거스르려 애쓰는 무용수의 외로움과
리듬에 자유롭게 몸을 맡기는 어린아이의 해맑음을 공평히 어루만진다.”
_백수린·소설가

어떤 춤들은 사랑처럼“와락”다가온다

독일의 전설적인 무용가 피나 바우쉬와, 찬란한 언어로 슬픔을 어루만지는 시인 안희연이 만났다. 알마의 신간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는 피나 바우쉬의 혁명적인 예술 세계가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젊은 시인의 시선을 통과하며 어떤 사유와 감각으로 다시 태어나는지 보여주는 에세이다. 피나의 무대는 파격과 실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안희연은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를 잃지 않았던 한 ‘거장’의 태도에 골몰한다. <카페 뮐러> <콘탁트호프>와 같은 피나의 대표작들은 시인의 사랑, 기억, 일, 관계, 계절, 삶과 죽음에 대한 일상의 기록에 켜켜이 녹아든다.
안희연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언어 이전에 춤이 있고, 춤 이전에 고통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말이 되지 못한 고통은 춤이 된다. 고통의 자리에는 다른 것들이 놓일 수도 있다. 말이 되지 못하는 슬픔, 말이 되지 못하는 기억, 말이 되지 못하는 사랑 같은 것들은, 이윽고 춤이 된다. 여기서 춤은 사전적인 의미에 머물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인의 어깨, 홀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려고 만두를 포장해가는 남자의 검은 비닐봉지, 이별하고 상실한 사람들의 텅 빈 눈동자… 이 모든 것이 춤이라고, 안희연은 말한다.
그런 안희연에게 이 책이 던져준 얄궂은 운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그 모든 춤에 대하여 다시 ‘말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인은 이 요원한 일에 조심스럽게 다가간다. “오랜 시간 봉인되어 있던 비밀스러운 다락의 문”을 여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 문이 열리자마자 피나는 시인에게 와락 쏟아져버린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또 한 명의 예술인, 일러스트레이터 윤예지는 자신에게 피나가 당도했던 순간을 열여덟 컷의 그림으로 붙잡았다. 피나가 몸의 언어로 뛰어넘으려 했던 말의 한계는 윤예지의 강렬하고 서정적인 그림들을 통해 다시 한번 극복된다.
저자

안희연

2012년창비신인시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너의슬픔이끼어들때》《밤이라고부르는것들속에는》과산문집《흩어지는마음에게,안녕》을펴냈다.장래희망은알록달록해지는것.서둘지않고,숨지않는사람이되기위해오늘도마음을일으켜길을나선다.

목차

사랑은와락시작된다
나는언제부터춤추는법을잊어버렸을까
첫번째편지:세상의끝까지5일
단순한건없어요,모든건복잡하다고요
눈을감고아래를보는것과눈을감고앞을보는것
어려운마음을알아보는눈
당신의‘카페뮐러’는어디인가요?
두번째편지:끝나지않는식탁
달달무슨달
하마와함께하는애도파티
봄의얼굴을만질때
세번째편지:온몸에화살이박힌것처럼
동률
시-동률
너무많지만언제나부족한이야기
이해의영역
목적어찾기
네번째편지:달콤쌉싸름한나의도시
사소한사랑의발견
다섯번째편지:작아서커다란
혼자있어도혼자있고싶은시간
말이되지못한고통은춤이된다
시차와낙차
여섯번째편지:당신은그냥피나바우쉬예요
갈망의이미지
시-갈망
흰가면올빼미와검은가면올빼미사이에서마음은
나의경험치가시의경험치라는말
희디흰안녕
시-파랑
일곱번째편지:외투가먼저돌아와있는방에서

출판사 서평

피나바우쉬타계10년,
그녀의외투가먼저돌아와있는방에서
글과그림으로공명하는두예술가

예술가가세상을떠나도,남아있는이들에의해다시창조되는예술의무한함을이책은돌아보게한다.적어도예술가의죽음은그런뜻에서“더이상여기없는것이아니라없음으로존재하는일”이다.

“어쩌면우리는당신과숨바꼭질을하고있는지도모르겠습니다.당신은지금쯤어디에있을까요.무용수의발을감싸안아주는신발일수도,텅빈공연장을지키는의자일수도있겠군요.스스로신이되어한세계를축조해가는재미에빠져있을까요,아니면신이만든세계에갇혀불안하게두리번거리고있을까요.어느쪽이든당신은여전히질문하는사람이겠지요.논리로가닿을수없는거리를마음으로성큼성큼내딛으며가고있겠지요.”

그러므로예술가에게죽음은“외투를벗듯몸을벗고한없이가벼워지는일”이다.그리고피나의죽음은“당신의외투가당신보다먼저돌아와있다는것만빼면”아무것도달라진게없는일이기도하다.말해질수없는것들을위해춤췄던피나바우쉬,말해질수없는것들에단어를건네는시인안희연,말해질수없는것들에색을입히는일러스트레이터윤예지는그렇게한자리에서공명했다.그결과물이피나가세상을떠난지꼭10년이되는2019년6월30일,《당신은나를열어바닥까지휘젓고》라는책으로나왔다.그리고초여름의축제처럼,예술의한계를의심한적없는독자들이저마다의자리에서공명해주기를기다리고있다.

피나가열어바닥까지휘저은시인의마음
고독속에서빛을더듬으며쓴절절한연서

소설가백수린은이책을두고“피나바우쉬에대한사랑의고백이자불가해한아름다움에게바치는젊은시인의절절한연서”라고표현했다.실제로이책에는피나를수신자로하는편지형식의글이중간중간놓여있다.안희연은편지를통해특별할것없는하루하루에도사린불안,서울이라는화려한도시가요청하는고독,예술가가세상을떠나도작품은그대로남는다는사실의경이와두려움을고백한다.이편지들은정중하되솔직하고,지극하되미련을남기지않는다.세상에오가는모든다른연서들처럼.답장을기대할수없다는점만다를것이다.그러나이책의독자라면동시에,피나바우쉬의단호하고도섬세한답장이함께읽히는듯한경험을할수도있다.하나의예술로열려바닥까지휘저어진마음이무언지이해하고,나만의‘카페뮐러’를짓고부수어본독자라면말이다.

*‘PinaBausch’는국립국어원외래어표기법이규정하는‘피나바우슈’대신,국내에알려진통상의관습에따라‘피나바우쉬’로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