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세입자 (훈데르트바서, 첫 사랑의 문법)

햇빛세입자 (훈데르트바서, 첫 사랑의 문법)

$17.50
Description
“백 개의 강”이 되기를 꿈꾼 화가 훈데르트바서
시를 닮은 삶을 쓰는 시인 서윤후
시와 그림으로 공명하는 예술의 현장
시와 그림으로 쓴 에세이 ‘활자에잠긴시’ 여섯 번째 책. 예술을 자연으로 되돌리기를 멈추지 않은 화가 프리덴스라이히 훈데르트바서와 시를 닮은 삶을 쓰는 시인 서윤후가 만났다. 알마의 신간 《햇빛세입자》는 훈데르트바서의 독특한 예술 세계가, 지금 여기를 성실히 살아가는 젊은 시인의 삶 속에서 어떤 사유와 예술로 바뀌는지를 보여주는 에세이다. 훈데르트바서의 그림과 건축은 급진적인 주제와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서윤후는 무엇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회복하기를 바랐던 한 예술가의 태도에 감동한다. 〈밤 부엽토 잘 지내나요〉 〈사랑의 파도 위의 레겐탁〉 같은 훈데르트바서의 대표작들이 시인이 가진 순수의 눈을 통과하며 사랑, 우정, 쓰기라는 기예에 대한 사유로 내려앉는다.
서윤후는 오스트리아 여행에서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쓰레기 소각장을 보고 나서, 그의 말과 예술을 자신의 삶 안으로 가져온다. 자신의 책상을 “대자연의 미니어처”이자 “내가 잘 보이는 손거울”로 삼았던 젊은 시인이, “정말 좋은 시는 바람이 부는 곳과 햇볕이 드나드는 자리를 알고 제멋대로 창문을 열어둔 집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릴 적 함께 살았던 외할머니를 언제나 첫 번째의 독자로 상정하고, 할머니와 함께 보낸 그 여름이 “나의 어딘가에 새겨져 무늬”가 되고 “나의 춥고 얼어붙어가는 무언가”를 녹여준다고 고백하는 시인이기에, 시인의 삶과 시와 훈데르트바서는 아름답게 어울린다.
그리고 독특한 자연을 창조하는 또 한 명의 예술가 국동완은 훈데르트바서의 이미지와 서윤후의 시적 세계를 탐험하고 그림으로 표현했다. 국동완은 알파벳 ‘Hundertwasser’를 골격으로 삼고 자연의 색과 형태를 덧입혀, 훈데르트바서가 설계한 건축물을 닮은 하나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 이미지를 다시 창조적으로 해체(콜라주)한 결과물들이 본문 곳곳에 담겨 있다. 국동완의 그림을 보는 독자는,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색과 형태가 불러일으키는 풍성한 이미지 안에서 묵상에 잠긴다.
저자

서윤후

1990년에태어나전북전주에서성장했다.2009년《현대시》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어느누구의모든동생》과《휴가저택》,여행산문집《방과후지구》,만화시편《구체적소년》을펴냈다.최근에는〈그만두길잘한것들의목록〉을기록하고있다.하지않는것의기쁨을통해충만했던지난시간을두리번거리고있다.

목차

흐려지지않기위해서
쓰레기소각장에서의일주일
한사람에게서켜진두개의이름
순수는뒤에서나를부르고
수직과수평
곰팡이에게필요한시간
어둠이라는색깔
물로그린자화상이있다면
그자리는그대로두는게더낫겠군요
겨울숲에날아든새를위해
사랑은유머일번지
나선형의사랑/밤과비
나선형의사랑/대화의굴곡
함께하지않는사랑을기다리는것은아프다(1971)
햇빛세입자
시-밤부엽토잘지내나요

풀베개가되기위한새싹들의전진
아침퇴고
겨울잠주무시는선생님께
아직지붕은만들고있거든요
소용돌이속에서
잘읽고있어요
책속에서헤어진사람들
보풀떼고입는옷
아몬드모양의눈
나의애독자에게
여기,이야기가많이들어있다
시끄러움을자처한다는것
따뜻한초조함
책상일기
여러분/2018년12월10일,서울과학기술대시창작연습2특강원고
시-사랑의파도위의레겐탁

내가훔친인디언보조개한개
식물부음
타이쿤형식으로
안식월
부동산앞에서버스를기다리는일
나를재워준사람
슬픔이라는생활
마음과보자기
헐거운,지난한,그럼에도
한뼘나무의두마디간격
꽃집에서
흑백일기
지킨약속보다어긴약속이더많다
시-타오르는겨울

출판사 서평

더많은삶을살아낸다면,
언젠가삶자체가쓰다만시처럼,
한편의시처럼보일지도모른다

시인김소연은이책을두고“서윤후는훈데르트바서를곁에두고지내며,그에게닮아갔던듯했다”라고표현했다.서윤후는훈데르트바서의예술에서사랑의방식을발견하고,‘궁금하다’는기초적인사랑의문법을따라삶자체가쓰다만시가되기를매일시도한다.회사를다니고,시를가르치고,친구에게너의안식처가무엇인지묻고,블로그에책상일기(‘DESK_RECORDING’)를연재하면서.

“나의작품은마치,삶이시와같을순없을것만같지만,시가삶에끼어든자체가느껴진다고.시가삶에끼어들기시작하면서내삶도시를모사하기시작했고,생활의반경과시의반경이맞닿은지점에서긴장하고위축된근육처럼경련하듯이살고있는것은아닌가되돌아보게되었다.그러나더많은삶을살아내고,그렇게돌아보면삶자체가시처럼보일수도있고,삶자체가쓰다만시처럼,삶자체가시한편처럼보일수도있을지모르겠다.희망은그렇게날선종이처럼온다.”(104~105쪽)

서윤후에게시는“빛과어둠중에서어둠에더가까운얼굴”이다.하지만작은방에머물며사유로세계를탐험하기보다쓰는사람들의세계곁에머물기를선택하는사람이기에,그의삶을닮은시는따뜻하고다정하다.건조한일상에서차분히시적인것을찾는시인서윤후특유의감수성이,‘무의식’을대하는태도를고심하고그만남의순간을기록하는일러스트레이터국동완의그림과어우러져생동하는분위기가책안에고루깃들어있다.가을의한가운데에서듣는실내악처럼,《햇빛세입자》는삶이시를닮기를원하는독자들이조용히귀기울여주기를기다리고있다.

진지하되절박하지않고,
성실하되집착하지않고,
혼자쓰되곁에머물면서

이책은시인서윤후가훈데르트바서에게받은영향,시쓰기의경험담,일상과생활의장면이담겨있다.하지만책을다읽고났을때독자의머릿속에남게되는것은분석되지않은하나의이미지,‘시로삶을살아가려고애쓰는사람’의모습이다.빛한점없이지내던고시원에서물이침대까지차오르고,하루아침에사라지고변화하는도시의풍경에서운함을느끼면서도,할줄아는게그것밖에없고그것밖에생각하지않아도될만큼재미있기에입이마를때까지시에대해서떠든젊은시인이,책안에있다.진지하되절박하지않고,성실하되집착하지않고,혼자쓰되곁에머물면서.무엇보다자신이쓰는시에정직하고자애쓰면서.예술이펼쳐보이는사유에매혹되어본적있는독자라면,시를쓰고그림을그리는데삶을바친두예술가와의만남을후회하지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