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이론 :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

끈이론 : 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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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데이비드 월리스 포스터가 펼쳐내는 산문의 정수!
미국 현대문학의 가장 담대한 작가이자 빼어난 스타일리스트인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선보이는 산문의 정수 『끈이론』. 소설과 비평, 르포, 산문 등 장르를 넘나들며 경이에 가까운 스타일을 선보이며 어떤 주제의 글을 다루더라도 현미경적인 관찰과 묘사로 고집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며 그 분야의 대가가 되는 저자는 지독할 정도로 이어지는 문장의 랠리와 번뜩이는 재치를 결합해 기적적 정교함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테니스의 시간을 경이로운 산문의 언어로 옮겨내는 데 성공한다.

주니어 테니스 선수이기도 했던 저자는 이 산문집에서 테니스 치는 순간들과 테니스 경기를 둘러싼 모든 철학적, 정치사회적, 심지어 수학적 맥락들을 깊이 쑤시고 건드려 미국 스포츠 산문의 고전을 완성했다. 테니스코트의 기하학적 해부부터 공을 때리는 샷의 각도와 깊이, 속도, 스핀, 게다가 바람과 날씨의 함수를 집요하게 파고듦으로써, 그리고 그것들에 온전한 언어를 부여함으로써 특유의 스타일이 응축된 스포츠 미학으로 나아간다. 미국의 작가이자 편집자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서문에서 테니스의 언어적 유래, 문학에 등장한 테니스, 테니스가 다른 스포츠와 본질적으로 어떤 점에서 다른지 등을 유려한 글로 엮어내 이 스포츠가 생소한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다.
저자

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

저자: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
소설가,문학비평가,에세이스트로,1962년뉴욕에서태어나2008년46세에사망했다.대학에서영문학과철학을전공하였고졸업논문으로장편소설《체계의빗자루(TheBroomoftheSystem)》(1987)를썼다.두번째발표한장편소설《무한한재미(InfiniteJest)》(1996)는20세기말미국현대문학의새로운장을연문제작으로,〈타임〉은이소설을‘20세기100대걸작영어소설’로선정했다.세번째장편소설이자미완성유작인《창백한왕(ThePaleKing)》의원고를죽는날까지정리하고유서를쓰고스스로목숨을끊었다.이소설은그의사후2011년에출간되었다.일리노이주립대학교,포모나대학교등에서교수로활동했으며,맥아더펠로십(MacArthurFellowship),래넌문학상(LannanLiteraryAward),화이팅작가상(WhitingWriters’Award)등을수상했다.
〈뉴욕타임스북리뷰〉는그의소설을두고“한두번의손짓만으로도사물의물리적본질이나감정의진실을전달할줄아는능력,엄청난속도와열정으로평범한것에서부터철학적인것으로단숨에도약하는재주”가있다고,〈타임〉은“정교한플롯과부조리한베케트식유머와SF급세계관이천천히흐르는현실적인의식의흐름과함께펼쳐진다”고썼다.현대사회에서기만적인인간으로살아가게하고,타자를진정으로사랑할수없게만드는비극적현실을예민하고도명민한시각으로포착한후상상을뛰어넘는엄청난에너지로이야기를쏟아내는그의소설은미국현대소설의최정점을보여준다는평가를받고있다.
지은책으로는장편소설《체계의빗자루》《무한한재미》《창백한왕》,소설집《희한한머리카락을가진소녀(GirlWithCuriousHair)》《추악한남자들과의짧은인터뷰(BriefInterviewswithHideousMen)》《오블리비언》,산문집《랍스터를생각해봐(ConsidertheLobsterandOtherEssays)》《재밌다고들하지만나는두번다시하지않을일(ASupposedlyFunThingI’llNeverDoAgain)》《살과빛의몸을입은페더러(BothFleshandNot)》,케니언대학교졸업축사를담은《이것은물이다》등이있다.

역자:노승영
서울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서울대학교대학원인지과학협동과정을수료했다.컴퓨터회사에서번역프로그램을만들었으며환경단체에서일했다.《이렇게살아가도괜찮은가》《동물에게배우는노년의삶》《대중문화의탄생》《제임스글릭의타임트래블》《위대한호수》《당신의머리밖세상》《먹고마시는것들의자연사》등의책을한국어로옮겼다.홈페이지(www.socoop.net)에서그동안작업한책들의정보와정오표를볼수있다.

목차

존제러마이아설리번의서문7

토네이도앨리에서파생된스포츠19

트레이시오스틴이내가슴을후벼판사연55

선택,자유,제약,기쁨,기괴함,인간적완벽함에대한
어떤본보기로서테니스선수마이클조이스의
전문가적기예81

유에스오픈의민주주의와상업주의149

살과빛의몸을입은페더러189

출처225

옮긴이의말226

출판사 서평

위선과추악함,연민이뒤범벅된인간군상과
급작스런서정적풍광으로현란한점묘를이루는문장들
지독한문장의랠리끝에마주치는번뜩이는통찰들

작가자신이코트위에서경험한초월적감각은가령이런식의문장으로예고없이튀어나온다.

“당신내면에서새로운둔주상태(fugue?state)가열려멀리고정된한점에의식이집중되고팔다리와부드럽게쓱미끄러지는운동화소리와―하트루에서달릴때는발이미끄러질수밖에없다―코트라인밖에있는모든것에대한자각을잃는다.그때자신이아는것이라고는밝은공과,코트의초록당구대를가로지르는궤적의나비모양8자윤곽뿐이다.우리가바로그런끝모를랠리를하나마치고내가내면으로적막하게낙하하여지구를떠났을때,머리위하늘에서햇빛이싹사라지면서코트와공과8자궤적이모조리환하게빛났다.눈에흙먼지를불어넣던바람이몇분간사라진것을-이것은나쁜징조였다-우리둘다눈치채지못했다.”(본문에서)

이런묘사가가능한것은작가가실제로열다섯살까지주니어테니스선수로활약했기때문이다.월리스의이산문들은단순히비유로서테니스를가져오는것이아니다.테니스코트의기하학적해부부터공을때리는샷의각도와깊이,속도,스핀,게다가바람과날씨의함수를집요하게파고듦으로써,그리고그것들에온전한언어를부여함으로써특유의스타일이응축된스포츠미학으로나아간다.


향수,서정,위선,헌신,자조,연민,초월적재능에대한
어떤본보기로서데이비드월리스포스터가펼쳐내는산문의정수

〈토네이도앨리에서파생된스포츠〉
월리스가주니어테니스선수로활약했던십대시절,매년토네이도가몰아쳐주민들이모두‘바람의전문가’가된동네에서그는“바람과날씨의어떤부당한처우”로부터도“기묘한로봇같은초연함”을유지하며변호사와치과의사자제들을물리쳤다고회고한다.월리스는작고느리고오목가슴이었지만,그가살던동네의악명높은바람과날씨를교묘히이용해자신보다크고빠른선수들의민망한실수로포인트를따내는재능을갖추고있었다.수학에도꽂혔던시절이라샷을때릴때습기찬바람의미분효과를계산에넣고,눈이잔뜩쌓인들판과덤불로이루어진밭의기하학에서테니스코트를떠올리는그의향수어린고백은기이하게도서정적이다.

〈트레이시오스틴이내가슴을후벼판사연〉
전설의반열에올랐다가비극적사고로선수생활을접은비운의테니스스타트레이시오스틴의자서전을비평한다.월리스는물리법칙에서벗어난듯초월적아름다움을드러내는위대한선수들에대해알고싶어한다.그는“샤갈이그린신부(新婦)처럼공중에매달린조던,유클리드를거스르는각도로터치발리를구사하는샘프러스”를예찬하며,위대한선수들의상업적인자서전을탐독하고후회하는일을반복한다.트레이시오스틴의자서전역시너무나뻔하고무미건조한내용탓에실망하지만,한가지귀중한깨달음을얻는다.“행위에서의천재가성찰에서도천재일거라기대하는우리의어수룩함이문제라면,그들이기대를충족하지못한다고해서칸트의유리턱이나T.S.엘리엇의커브헛스윙보다조금이라도비참하거나환멸스럽다고말할수는없다”는것이다.이런인식은위대한운동선수들이“눈멀고귀먹”는것은재능의대가가아니라재능의본질이요,심지어재능자체라는통찰에이른다.한결같은어조로매번비슷한말을반복하는천재적재능의손흥민의인터뷰를떠올려보라.

〈선택,자유,제약,기쁨,기괴함,인간적완벽함에대한어떤본보기로서테니스선수마이클조이스의전문가적기예〉
월리스의눈에텔레비전에서방송되는근사한결승전과실제테니스투어는,말하자면레스토랑의스테이크와도살장의관계와다르지않다.방송용카메라가위대한몇몇테니스선수를비출동안그보다약간덜위대한선수들은밥값과항공료를벌려고경기를벌이는데,그조차도엄청난경기다.기적에가까운정교한플레이를찰나에가까운순간에,그것도연속으로해내는이극소수의선수들은어떻게만들어지는걸까.마이클조이스는이두그룹사이의애매한어딘가에있는선수다.월리스는위대함의반열에오르는중인이선수의삶에가해진제약이기괴하며,그러한기괴함이만든완벽한인간으로마이클조이스를평가한다.그의눈에서평생을헌신한종교인에게서볼수있는사랑을본다.그것은아주오래전에선택의문제를떠난사랑이다.

〈유에스오픈의민주주의와상업주의〉
휴일테니스경기장의아찔한꼭대기구역부터선수들의배꼽에난털까지생생하게보이는아래구역까지온갖사람들의천태만상을집요한문장들로그리고있다.화사한햇빛가리개가주를이루는하단에서꼭대기로오를수록맥주모자와고무슬리퍼가듬성듬성줄지은모습을보며작가는“이날헤드라인경기의사회경제적분위기는노동보다는경영에가깝다”고진단한다.테니스코트의선수는“(슬기롭고슬픈)시인처럼보이며민주주의만이그렇게지칠수있는듯한방식으로지쳐”있고,경기장안에서바가지를쓴관람객들은“사람들의팔꿈치에맞아자신의귀한식음료가떨어지고이미바닥에널브러져있는식음료의바삭바삭한유기물지층에한층을더하지않도록요리조리몸을틀며경사로까지올라가”고있다.위선과추악함,연민이뒤범벅된인간군상과급작스런서정적풍광이제멋대로점묘를이루는이에세이는유에스오픈의자본/상업성이얼마나촘촘히엮여있는지날카롭고냉소적인필치로그리고있다.

〈살과빛의몸을입은페더러〉
월리스의테니스에세이가운데가장유명한작품이다.자기세대의가장위대한테니스작가가자기세대에서가장위대한테니스선수에대해썼다.가령월리스는불가능한일이벌어진순간을페더러모멘트(FedererMoment)라고명명하며,패더러와애거시의경기중계를보던중에일어난한순간을이렇게묘사한다.“어떤소리가났는지모르겠지만,내배우자말로는헐레벌떡들어가보니소파에팝콘이널브러져있고나는한쪽무릎을꿇었는데눈알이장난감가게에서파는눈알같았다고한다.”텔레비전중계가이정도라면페더러모멘트를실제경기장에서마주하는건“지독하게도종교에가까운경험”이다.성스러운잔디위에서페더러에게날아오는공은응당그래야하는것보다몇분의1초는더오래허공에머무른다.그에게만시간이느려지는듯공을받아치는동작은무용에가까워보인다.월리스에게페더러는‘초월’의실제모습이었다.그는이에세이를통해인간의육체가,그육체를끌어올리는정신이어디까지가닿을수있는지분석하고찬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