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

바깥은 불타는 늪 정신병원에 갇힘

$16.70
Description
뉴욕 산책자의 광증과 망상이
근대성을 사유하는 단단한 문장들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기이한 에세이의 탄생

원본이 없는 완벽한 인공의 세계, 뉴욕의 정신을 탐구하다
자본의 최정점에 선 도시 뉴욕에서의 삶을 신랄하게 뜯어보고 성찰한 ‘문제적 작가’ 김사과의 에세이. 뉴욕은 겉으로는 현란한 소비문화의 천국이지만 그곳에서의 삶은 ‘원본 없고, 실체 없이’ 비어 있다. 작가는 이를 ‘사방이 하얗고 부드러운, 창문 없는 방’인 정신병원의 독방으로 규정한다. 독방의 바깥은 랭보가 〈지옥에서 보낸 한 철〉에서 묘사한 화려하게 불타오르는 도시 파리와 같고, 그곳의 소시민들은 현혹된 채 절망과 환멸이 기다리는 도시의 늪으로 빠져든다.
팬데믹이 모든 것을 뒤덮기 바로 얼마 전, 어쩌면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간에 작가는 뉴욕에 살았다. 이 도시의 소시민 혹은 이방인들처럼 작가는 그곳에 머물며 뉴욕의 음악, 패션, 음식, 쇼핑 등 소비문화를 욕망하고 감탄하고 조소하다 번뜩이는 통찰로 텅 빈 미국의 실체를 발견한다. 그곳의 인간은 총알이 발사된 후 박히기 전까지의 (아직 누구의 잘못도 없는) 윤리적 진공 상태 같은 ‘미국적 평화’ 안에서, 마치 수족관 속 사나운 면상의 매혹적으로 반짝이는 피라냐 떼의 일시적 마비 상태 같은 모습으로 산다. 누구보다 정의롭고 우아해 보이는 미국의 소시민들은 “머저리 같아 보이는 촌놈에게는 즉시 사나운 시선을 내리꽂는”다. 작가가 단언하건대, ‘이 촌놈’이 자신과 같은 ‘한 표’를 행사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는 냉정한 사람들로 미국이 가득 찬 것은 트럼프가 도착하기 전의 일이다.
작가는 뉴욕에서 느낀 바를 최대한 날것으로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형식에도 구속되지 않는 글쓰기를 선보인다. 쇼핑을 얘기하다 느닷없이 뉴욕의 뮤지션이 등장하는 반사회적인 엽편소설이 튀어나오고, 과잉된 감정은 오탈자를 용인하며, 비판적 성찰은 예리한 유머와 뒤섞여 나오다가 이 도시를 굴러다니는 환멸과 절망을 비추고 그 이미지들이 점멸하는 시구들로 글을 맺는다. 모순의 도시 뉴욕을 산책하며 겪을 수밖에 없는 광증과 그로 인한 망상이 근대성을 사유하는 단단한 문장들 위에서 활활 타오르는 기이한 에세이가 탄생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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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사과

1984년서울에서태어나한국예술종합학교서사창작과를졸업했다.2005년《영이》로제8회창비신인소설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장편소설《0영ZERO零》《N.E.W.》《풀이눕는다》《천국에서》《미나》,소설집《더나쁜쪽으로》《영이》,산문집《설탕의맛》《0이하의날들》등이있다.

목차

첫번째편지

I
바깥은불타는늪
도서관실패기
도시는나의것
윌리엄스버그에는우유가없다
카지노도시

II
YouOnlyLiveNew
PillowTalk
DHL과나
청교도의저녁식사
그랜드센트럴마켓에서훔치기

III
내전전야
우산속세계
2020년대의파시즘
밀레니얼들을위한레퀴엠
아메리칸드림의분열증과망상증
IsThereAnythingGoodaboutAmerica?

마지막편지

출판사 서평

“뉴욕에서먹었던모든음식에서는완곡한왜곡이느껴졌다.
그것은혹시정치적올바름의맛이아닐까?”

앙상한뼈대만남은채절대꺼지지않는불길에휩싸인집으로뉴욕의이미지를규정하며19세기랭보가쓴착란과절망의시를호출하는첫번째글을넘기자마자,이야기는시끌벅적한대낮의뉴욕도서관과패션잡지를한장한장찢어만든것같은거리풍경으로바뀐다.정키소굴로워이스트빌리지부터“진정한도시남녀들의전시장,유행의패싸움장”인첼시,과거마약중독자들의치료소였던이스트빌리지의영기靈氣가득한집까지거처를옮겨다녔던경험을풀어놓으며,철저히신분에따라살아야할동네를정해놓은뉴요커들의동네구획을소개한다.관념적인그들의원칙에따르면‘자유로운아시안여류소설가’로분류되는자신은응당파크슬로프같은곳에살아야한다는식이다.
윌리엄스버그에살면서는‘역사가존재하지않는미국’을발견한다.작가는장보드리야르의말을빌려,뉴욕은전세계인들의원본없는‘파생실재’일뿐이라고일갈한다.윌리엄스버그의한카페에서우유가들어간커피를주문하면진짜우유가들어간커피는마실수없다.아몬드밀크나라이스밀크,소이밀크가있을뿐.그곳은현란한인공정원의세계다.직접가보는것보다구글맵에서실체를더잘볼수있는곳.
보잘것없다고알려진뉴욕의식문화에서도텅빈소비문화의한단면을발견한다.일례로작가는고급백화점지하에푸드코드대신향수가게가들어찬광경에의아해한다.도시문명의모든것이총체적으로진열되어있어야할백화점의지하에서번듯한음식을먹을수없는상황을보고는능청스럽게가설을세운다.“뉴욕에서먹었던모든음식에서는완곡한왜곡이느껴졌다는힌트를따라서.그것은혹시,정치적올바름의맛이아닐까?”거기서작가는풍요로움을종합하는것,즉총체적풍요가불가능한것이그저올바르지않기때문이라는미국의청교도적윤리를생각한다.‘완벽하게올바른방식’으로‘허공’에떠있는뉴욕의마천루를떠올리면서.일찍이앤디워홀이말했었다.뉴욕에서는음식이아니라분위기를파는경향이있다고.워홀을인용하며작가는옐프Yelp어플리케이션에올라온레스토랑댓글을읊어준다.“대단히만족스러운식사경험이었습니다.”식사는모르겠고,식사경험이위대한미국에달린베스트댓글이다.
작가가거닌곳들은원본이없는땅,그래서완벽한인공의세계를축조할수있는,허공에뜬성채로서의미국이다.그곳에서“탄생의순간부터주도면밀하게어떤것들이도려내진것같은”잘자란미국중산층들의“매끈한결여”에서미국의미학을본다.“그부지런한결여에서파생되는이해도자각도설명도불가능한슬픔이미국적감상주의의핵심.더이상존재하지않는팔에서주기적으로전해져오는고통같은것.”(본문에서)

“거울속가짜석양,단한번도활짝피어나지못한
스스로의정신이아득해져가는광경을지긋이바라본다.”

앞서1,2부에서현실세계로서뉴욕이라는공간을발로움직이며소비문화를다룬다면,3부에서는좀더사회과학적인관점에서미국의정신을들여다본다.단순히어느한진영의문제가아닌미국정치의근본문제와더불어소셜미디어를포함한거대미디어들과오피니언리더들이만드는2020년대식파시즘적세계,그리고그안에서히피세대부터그들의자식세대인밀레니얼들이어떤정신상태에빠져있는지를세대론관점에서들여다본다.
“살아남았다,오롯이혼자서.그게밀레니얼들이가진유일한믿음이자존재의이유다.생존은밀레니얼들의유일한업적.탄생의순간부터펼쳐진무자비한배틀로얄에서살아남았다는것.주위사람들은모두죽어없어졌는데도불구하고혼자서고독하게살아남았다는이멜랑콜리한느낌.그기묘한정서가그들을마비로이끄는것이다.그들은예감한다.영원히,끝없는인간사냥이펼쳐질것이라는것.그리고그사냥터에서자신은계속해서살아남을것이라는맹목적믿음이또한함께한다.”(본문에서)
밀레니얼들에게내려진‘꿈을실현하고,정신을고양시키고,끝없이경험하라’는긍정주의강령들이히피세대의망상에서나온것이라는인식은흥미롭다.평화와사랑,자연주의와자유주의같은것들은모두정신병원에갇힌채약에취해만들어낸망상이라는것이다.그들은자신들이만든비전을많이도팔아치웠고,그들의자식들은선대가약에취해상상해낸라이프스타일속에스스로를구겨넣는다.
다소무거운주제와개념들은현란하고광폭한이미지들과리듬에취한언어로해체되어각장이마무리될무렵한편의시와같은구절들속으로모여든다.현대의도시를거니는광인의주술처럼,혹은예언처럼미국의탄생부터두번의세계대전을지나지금밀레니얼이감각하는대도시뉴욕의실체를그려낸다.

알마인코그니타(AlmaIncognita)시리즈
문학을매개로미지의세계를향해특별한모험을떠납니다.

오카다도시키
《우리에게허락된특별한시간의끝》(오카다도시키지음,이상홍옮김,2016년8월)
《비교적낙관적인케이스》(오카다도시키지음,이홍이옮김,2017년7월)

에르베기베르
《유령이미지》(에르베기베르지음,안보옥옮김,2017년3월)
《빨간모자를쓴남자》(에르베기베르지음,안보옥옮김,2018년6월)
《내삶을구하지못한친구에게》(에르베기베르지음,장소미옮김,2018년11월)

우밍이
《햇빛어른거리는길위의코끼리》(우밍이지음,허유영옮김,2018년3월)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사탄탱고》(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지음,조원규옮김,2018년5월)
《저항의멜랑콜리》(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지음,구소영옮김,2019년5월)

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
《오블리비언》(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지음,신지영옮김,2019년10월)
《끈이론》(데이비드포스터월리스지음,노승영옮김,2019년11월)

김사과
《바깥은불타는늪/정신병원에갇힘》(김사과지음,2020년11월)

*계속출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