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의 언덕 - 알마 인코그니타 (양장)

하품의 언덕 - 알마 인코그니타 (양장)

$14.80
Description
기묘한 환상으로 일상을 뒤덮는
일기와 읽기의 달인 문보영의 첫 번째 소설집

이야기꾼으로서의 문보영을 만나다
이 시대의 눈 밝은 젊은 독자들에게 문보영은 이미 시인이자 산문가로서 익히 알려져 있다. 손으로 쓴 일기를 독자들에게 우편으로 발송하는 ‘일기 딜리버리’를 통해 일기 예찬론자로서의 명성 또한 드높다. 그런 그의 첫 번째 소설집은 이야기꾼으로서의 문보영을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다. 그가 시인이자 산문가로서 시와 에세이에서 보여 온 기묘한 명랑함과 상상력이 집약되어, 독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그 경험이란, 현실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이면서도 전혀 다른 이세계(異世界)로의 여행이다. 그 도착지에 무엇이 펼쳐져 있을지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한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 세계의 이름이 ‘문보영’이라는 것뿐이다. 저마다의 색채와 기발한 상상력, 재기발랄한 문장으로 빛나는 여덟 편의 단편 소설과 ‘책말이’ 연작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문보영의 문장과 마주칠 수 있다.
여덟 편의 단편 소설들 중 〈현관에 사는 사람〉 〈다족류〉 〈하품의 언덕〉 〈비변화〉 〈비사랑꿈〉에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들의 이미지가 소설 속에 등장한다. 현실을 뛰어넘는 이미지를 그려 냈던 살바도르 달리의 화풍은 혈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무 거리낌 없이 허무는 문보영의 소설과 한 몸처럼 어우러져 문보영이라는 세계의 환상성을 더욱 공고히 완성시킨다.
저자

문보영

저자:문보영
1992년제주에서태어났다.고려대학교교육학과를졸업했다.2016년중앙신인문학상을받으며등단했다.시집《책기둥》《배틀그라운드》와산문집《사람을미워하는가장다정한방식》《준최선의롱런》《불안해서오늘도버렸습니다》《일기시대》등이있다.제36회김수영문학상을수상했다.손으로쓴일기를독자에게우편으로발송하는‘일기딜리버리’를운영하고있다.

목차

현관에사는사람
책말이1?표지버리기
다족류
책말이2?반대로말기
하품의언덕
책말이3?거꾸로읽기
킴볼트시리간미영의일생
책말이4?결합풀기
쫄지않는나의세상
책말이5-사라지기
비변화
책말이6?영원히읽기
비가셀까?포옹이셀까?
책말이7?떠나기
비사랑꿈
책말이8?기억버리기

해설:그런데한장의책을영원히읽을수도있다_금정연

출판사 서평

“사랑은아침에눈을떴을때문득삶이불편하지않다는느낌이다.”

문보영의소설에나오는인물들에게는하나의공통점이있다.그들은모두삶에‘불편함’을느낀다.그불편함은우울로부터야기되거나,상실로부터시작되거나,혹은불면의밤이나결핍에서부터시작된다.그불편함은마치손톱밑에박혀빠지지않는가시처럼시시때때로찾아와일상의평화를깨뜨리며절망에빠지도록만든다.평범한사람들이라면누구나하나씩가지고있을이불편함은때에따라그크기를키우며어느순간삶을집어삼킬만큼우리의일상을점령하기도한다.
문보영의소설에는이불편함을어떻게떨쳐내냐에초점이맞춰져있다.각소설의등장인물은저마다의방법으로삶이주는불편과싸운다.누군가는친구와의우정을통해서,누군가는사랑을통해서,다른누군가는나의자존을갉아먹는사람과의이별을통해서,불편함에무너지지않는내성을키우는것이다.문보영의소설에서이작업은일종의자기구제와비슷한구조로이루어진다.누군가와친구가되거나,누군가를사랑하거나,누군가를밀어내거나하는모든행위는결국스스로의주체성을회복했기에가능한일이다.삶의불편함에잡아먹히지않고그안에서보다더중요하고소중한‘나’를지키기위해단단한벽을쌓는것.문보영의소설이우리에게울림을주는이유는벽을쌓아올리기위해처음벽돌을들어올리는순간을담고있기때문이다.


“그런데한장의책을영원히읽을수도있다.”

<책말이>연작은가까운친구를잃은주인공의치앙마이여행기다.과거와현재가교차되며,친구를향한애틋한그리움과그를향한애도는책을분해해두루마리처럼나눠읽는독특한습관과절묘하게맞물린다.<책말이>연작이특별한이유는문보영의유머와재기발랄함이곳곳에자리하고있는동시에이것이일종의문보영식으로풀어쓴‘애도일기’로서감출수없는상실과슬픔이깔려있기때문이다.
치앙마이에서지내는‘현재’의화자는미리책을나눠소분해둔책두루마리를읽으며낯선곳에서의시간을즐긴다.“‘ILoveA’는〈나는A에살지않아〉라는의미이고〈나에게는A가없다〉는뜻이며〈나는A를가져본적이없으며,있더라도그것은어디까지나일시적인무엇이다〉라는뜻이다”라는생활밀착형사유에는유머와재치가넘쳐흐른다.그러나이여행의정체는평범한휴가가아닌친구의죽음을견디지못하고외면하기위해떠났던도피생활이었다.분해한책을읽으며현실을잊는화자는시시때때로친구의죽음이라는그림자에집어삼켜진다.
화자는마치“한장의책을영원히읽을수도있”는것처럼과거의기억을복기하며친구를그리워한다.한권이아닌낱장으로조각난책은마치회전문처럼앞뒤를뒤집어가며뱅뱅맴도는것이가능하기때문이다.그럼에도<책말이>연작에는과잉된슬픔이넘쳐흐르지않는다.예상치못하는타이밍에허를찌르듯튀어나오는농담이죽음을중화하여삶에빛을비춘다.문보영의특기이자자랑인산뜻하고씁쓰레한맛의문장은한번중독되면헤어나올수없는매력을지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