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편하고빠른길은마법뿐이겠지만
이세상에마법은없다
《클로드와포피》는다섯아들을가진가족에관한이야기이고,그다섯중막내아들클로드가소녀포피가되는이야기이다.의사인엄마로지와소설가인아빠펜그리고다섯형제들은무질서하고평범하지않은듯하지만어디에서나볼수있는사랑이넘치는가족이다.그들은사랑하는막내가딸이되는여정을함께하면서‘클로드/포피’가상처받지않도록가장빠르고쉬운길을찾아헤매지만이세상에마법같은해결책은존재하지않는다는것을안다.결국누구나살면서시련을겪고,자기몫의짐을지고문제를해결하는과정에서,어쩌면가장멀리돌아가는듯한길로나아가는것만이제대로살아가는방법인지도모른다.
여기클로드가있다.
그는다섯살이고,다섯형제의막내이며,땅콩버터샌드위치를좋아한다.
그는또치마를입는것을좋아하고,공주가되는꿈을꾼다.
클로드는아들로태어났지만여자가되고싶어한다.치마를입는것을좋아하고,공주가되는꿈을꾸는사랑스러운아이다.
사랑하는아들이여자가되고싶다고말하다면대부분의부모는당황해서어쩔줄모르고,화를내거나부정할테지만,클로드/포피의가족은이렇게심각하고어려운상황에서도결코유머를잃지않는다.
클로드는포피가되기로선택했고,결단은확고했다.클로드는포피여야만빛나고행복했기때문이다.가족은그런클로드를사랑하기에아이에게일어나는모든일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지만한편으로는너무도두렵다.사랑스런막내를잃을까봐,막내를위해하는모든일이또다른가시가되어찌를까봐.
로지는어느날응급실에실려온여장남자환자가엉망으로구타당하고총을맞은채실려온모습을보고극도의두려움에휩싸인다.그사건으로,오랫동안살아온마을이안전하지않을수있다는사실을깨달은로지는필사적으로이사갈곳을찾지만남편펜은‘한사람의필요에의해일곱가족의뿌리를뽑을수는없다’고주저한다.하지만클로드/포피를위해이들은결국3천킬로미터넘게떨어진곳까지이사를간다.
비밀을품은가족이영원히그비밀을지킬수있을까?
새로이사한곳에서포피는클로드였던시절을잊은듯평범한날들을보내고,가족은그사실을비밀로묻어두려했다.그러나세상에영원한비밀은없다.포피인줄로만알았던친구들과이웃들이어느날포피가클로드였음알아채고만다.가족은클로드가포피가되어도있는그대로를받아들였지만과연다른사람들은?세상은?
포피는자신이‘클로드‘여야만하고,마법이아니고서는해결될수없는현실에절망한다.결국포피는길게기른머리를박박밀고방에처박히면서이웃집라이벌공주였던아이를비롯한친구들과이웃들로부터등을돌린다.세상이무너진아이에게필요한것은마법인지도모르지만,이세상에마법은같은것은없고멀리돌아가는가시덤불만이앞을가로막을뿐이다.
사랑하는막내의비밀이드러나자,가족들은모두자신을탓한다.한번씩은어쩔수없이입을비져나온비밀,먼저태어났다고는하지만아직은어린형제들에게완벽하게비밀을지키는일이란불가능했고,로지와펜은클로드가태어나기전부터딸을낳고싶어서온갖미신을따랐기때문이라고,어쩌면로지가그토록그리워하던죽은여동생포피가되살아난것일지도모른다며자책한다.무엇이진실인지아무도모르고,어쩌면어느것도진실이아니겠지만,길을잃고헤매던가족들은또다시그들의길을찾아나선다.사랑하는아이가절망하는모습을본엄마로지는3천킬로미터가넘는먼곳으로이사했을때처럼다시나머지가족대신클로드/포피를선택하고아이와함께머나먼태국으로떠난다.어쩌면어린나이에병으로세상을떠난로지의여동생포피와약속했던여행을포피가되기로선택한클로드와함께나선것인지도모른다.부디그곳에서클로드/포피가답을찾기를,길을잃지않기를바라면서.그렇게머나먼태국에서,낯설기까지한불교의교리에서,어디든고개를돌리면불상으로가득한이국의땅에서,너무도기적적으로자신에게딱맞는화장실을찾아낸클로드/포피는스스로길을내야만한다는걸,힘들고어렵지만그길이어야한다는사실을깨닫고는가족들이있는곳으로돌아온다.
아빠가엄마를위해만들기시작했으나
결국엔아이들이완성해낸잠자리동화
펜은한번도소설을완성하지못한작가다.그러나언제나헌신적이고유머러스하며사랑이넘치는남편이자아빠다.의사인아내를대신해서아이들을돌보고글을쓴다.로지에게들려주었던동화는아이들을재우는잠자리동화가되었다.다섯혹은넷의아들과하나의딸을위해펜은매일같이‘그룸왈드왕자와스테파니공주이야기’를들려준다.아빠는다섯아이를모두닮은-아이들의일상과그때그때의고민을엮어넣어끝없이이어지는-동화를만들어냈고,아이들은잠자리동화를들으며자랐다.
펜은클로드/포피가퀴어로서고통을겪을때,그룸왈드왕자와스테파니공주가더이상왕자와공주가아니라고이야기한다.그리고클로드/포피가고통을딛고일어서서자신을온전히받아들이고사람들에게당당히자신을내보이면서,그룸왈드와스테파니는둘이아닌하나였음을깨닫는다.펜은아내를위해,아들들을위해,그리고딸을위해동화를지었다.훗날동화는출간되지만,그렇다고끝은아니다.잠자리동화는끝나지않았고,그동화는아이들이자라는한,부모가부모임을그만두지않는한영원히계속될것이다.
고영범작가의<리드의경우>
이책의마지막에실린고영범의에세이<리드의경우>는《클로드와포피》와마찬가지로성정체성의혼란을겪고있는아이를키우는부모의담담한이야기다.작가는아이를이해하고,아이가상처받지않고좀더안전한세상에서살게하려고애쓰지만두렵다고말한다.세상이이아이를있는그대로받아들여주기를,그저아이가잘살아내기를,이혼란과분노를,그단절을감당해낼만큼강하게성장하기를바랄뿐이다.
“그리고아이가트랜스젠더라는사실때문에이단절감이더깊어졌으리라는건어쩌면너무나당연한일이다.그러니당사자는말할필요도없을것이다.과거의자기자신과,과거의모습으로자신을판단하고혼란스러워하는주변사람들에대해당사자가느끼는단절감은이루말할수없을것이다.내작은애뿐만아니라모든트랜스젠더들은이단절에대해극단적인방식으로질문을던지고있다.삶의연속성에대한우리의믿음을,본의아니게,가장깊은곳에서뒤흔들고있는것이다.나는이들이이일에대한대가를치르게될까봐두렵다.혼란을경험한사람들이충분히이야기를나누지않을까봐,그래서그들의혼란이분노로변할까봐두렵다.그분노가이들을향하게될까봐두렵다.무엇보다,내아이가그모든것들을감당해낼정도로강하게성장하지못할까봐두렵다.
이아이는잘살수있을까.
도움이필요하다.그러나사람들이이아이를도와주고싶어할까?도와줄수있는준비가되어있을까?
하지만도움이필요하지않은사람이있긴한가?우리는이사실을깨닫고있나?”_614~6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