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뉴욕 타임스〉, 〈타임〉, 아마존 선정 2011년 최고의 책!
지금까지 몰랐지만 이제부터는 기억해야 할 이름,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미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린 《끈이론-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가 출간되었을 때 알아보았어야 했다. 월리스의 작품에 서문을 쓰는 중책을 맡아 현란한 언어의 향연을 펼친 설리번의 내공을.
우리에게는 완전히 낯설지만, 미국 매거진 저널리즘계에서는 이미 뛰어난 저술가로 알려진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켄터키주에서 태어나 인디애나주에서 성장하고 미국 남부문학의 중심지인 스와니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 〈옥스퍼드 아메리칸〉지에서 인턴을 시작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그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파리 리뷰〉, 〈GQ〉, 〈하퍼스 매거진〉 같은 유수의 잡지에 재기 넘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발표해 이름을 얻었고,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매체들에 기고한 글들 가운데 선별한 열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펄프헤드》가 2011년 〈뉴욕 타임스〉, 〈타임〉, 〈보스턴 글로브〉, 아마존이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 그 다름으로 새롭게 직조해낸 미국 문화
《펄프헤드》에는 설리번의 배경과 그가 사랑하고 전문성을 키워온 ‘문화’-글쓰기, 음악, 팝문화, 그 외의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열네 편의 이야기 가운데 〈이 반석 위에서〉(1장), 〈마이클〉(6장), 〈액슬 로즈의 마지막 컴백(7장),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11장), 〈마지막 웨일러〉(12장) 등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수이지만, 〈정말 리얼한 것의 차원으로〉(5장), 〈페이턴스 플레이스〉(14장)처럼 대중문화 소비 현상의 일면을 날카롭게 고찰하는 에세이와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세기의 르네상스형 식물학자 라피네스크나 선사시대의 미시시피 문화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이야기에서 시작하든 상관없다. 짧게는 20여 페이지, 길게는 70여 페이지에 이르는 각각의 이야기는 미국과 미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루면서 그의 단단한 글쓰기와 전문성은 빛을 발하고, 우리는 천천히 글을 음미해가며 새로운 시각, 새로운 지평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표피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만큼 설리번은 무엇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고 깊이 파고든다.
그러나 설리번의 글을 빛나게 만드는 것,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그의 글쓰기 능력과 전문성이 아니다. 그의 재기 넘치는 글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온기이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중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따뜻함과 긍정성은 그의 글이 따뜻하되 과열되지 않고, 정보와 지식을 담되 현학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온기는 그의 책에 묘한 향수鄕愁와 회고의 기운을 더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의 이런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 바로 564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책의 처음을 여는 〈이 반석 위에서〉이다. 자,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자. 진부한 표현 그 자체인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쉴 틈 없이’ 색깔과 방향을 달리하는 설리번의 이야기 세계로 뛰어들 준비를.
그가 썩 탐탁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크리스천록 페스티벌 취재를 맡아 결코 몰고 싶지 않았던 9미터짜리 RV를 몰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좌충우돌 길을 떠나는 장면만으로는 뻔한 글일 수밖에 없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게 사도 요한과 예언자 예레미아를 한데 품은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이 떠난 크리스천록 페스티벌이라니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설리번도 예상했듯 이 취재 여행은 아주 일반적인 과정을 거쳐 평범하게 끝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고생 끝에 도착한 페스티벌 행사장 야영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과의 따뜻한 교감, 행사장에 울려퍼지는 록음악과 그 음악으로 인해 갑작스레 소환된, 복음주의에 빠져 있던 청소년 시절 등이 마치 우박처럼 설리번의 마음을 두드리고, 결국 그는 이렇게 고백하고야 만다.
그리고 생소한 작가의 농담처럼 시작된 이야기를 따라 달려온 우리 역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미주리주의 한 계곡에서 펼쳐진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 속에서 설리번이 느꼈던 그 압도적인 감정을, 정화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된다.
레이먼드 카버,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톰 웨이츠
〈뉴요커〉에서는 설리번을 레이먼드 카버에 비교하면서 그가 “에머슨과 소로우의 분위기”도 띤다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에서는 새로운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이 세 사람을 합친 작가로 일컫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달리든, 설리번 고유의 글쓰기를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리번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줄곧, 스포츠기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설리번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쓰는 글들은 정말 이상했어요. 그 글들은 아마 창작에 가까운 논픽션으로 분류하는 게 정확할 거예요.”
나는 그가 작가가 되는 데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
“아버지는 가장 영리하고 훌륭한 방법을 취했어요. 전혀 개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도 늘 격려하는 태도를 유지한 거죠.”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다른 일들에는 별로 맞지 않고, 결국에는 글을 쓰게 되리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 같아요.”(중략)
내가 물었다. “당신은 이런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건가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가요?” 그가 말했다. “그로테스크는 사람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좁지만 내밀한 각도를 제공해줘요.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어떤 것들이 있어요.”
“자신의 기본적인 인간성마저도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쓰는 게 즐거울 때가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헤쳐가는 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아주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거든요.”_아마존 인터뷰 중에서
지금까지 몰랐지만 이제부터는 기억해야 할 이름,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
미국 현대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리스트이자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알린 《끈이론-강박적이고 우울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고독한 경기, 테니스》가 출간되었을 때 알아보았어야 했다. 월리스의 작품에 서문을 쓰는 중책을 맡아 현란한 언어의 향연을 펼친 설리번의 내공을.
우리에게는 완전히 낯설지만, 미국 매거진 저널리즘계에서는 이미 뛰어난 저술가로 알려진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은 켄터키주에서 태어나 인디애나주에서 성장하고 미국 남부문학의 중심지인 스와니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다 〈옥스퍼드 아메리칸〉지에서 인턴을 시작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선다.
그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 〈뉴요커〉, 〈파리 리뷰〉, 〈GQ〉, 〈하퍼스 매거진〉 같은 유수의 잡지에 재기 넘치면서도 깊이 있는 글을 발표해 이름을 얻었고,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매체들에 기고한 글들 가운데 선별한 열네 편의 이야기를 묶은 《펄프헤드》가 2011년 〈뉴욕 타임스〉, 〈타임〉, 〈보스턴 글로브〉, 아마존이 선정한 201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이름이 널리 알려진다.
서로 다른 이야기, 그 다름으로 새롭게 직조해낸 미국 문화
《펄프헤드》에는 설리번의 배경과 그가 사랑하고 전문성을 키워온 ‘문화’-글쓰기, 음악, 팝문화, 그 외의 것-에 대한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열네 편의 이야기 가운데 〈이 반석 위에서〉(1장), 〈마이클〉(6장), 〈액슬 로즈의 마지막 컴백(7장), 〈알려지지 않은 시인들〉(11장), 〈마지막 웨일러〉(12장) 등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가 다수이지만, 〈정말 리얼한 것의 차원으로〉(5장), 〈페이턴스 플레이스〉(14장)처럼 대중문화 소비 현상의 일면을 날카롭게 고찰하는 에세이와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9세기의 르네상스형 식물학자 라피네스크나 선사시대의 미시시피 문화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다. 어느 이야기에서 시작하든 상관없다. 짧게는 20여 페이지, 길게는 70여 페이지에 이르는 각각의 이야기는 미국과 미국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이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에서 다루면서 그의 단단한 글쓰기와 전문성은 빛을 발하고, 우리는 천천히 글을 음미해가며 새로운 시각, 새로운 지평에 도달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의 문화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단편적이고 표피적이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만큼 설리번은 무엇 하나 허투루 다루지 않고 깊이 파고든다.
그러나 설리번의 글을 빛나게 만드는 것, 우리를 매료시키는 것은 그의 글쓰기 능력과 전문성이 아니다. 그의 재기 넘치는 글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온기이다. 마치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중간에 불쑥 튀어나오는 따뜻함과 긍정성은 그의 글이 따뜻하되 과열되지 않고, 정보와 지식을 담되 현학적으로 흐르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온기는 그의 책에 묘한 향수鄕愁와 회고의 기운을 더하며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의 이런 특징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것이, 바로 564쪽에 달하는 이 방대한 책의 처음을 여는 〈이 반석 위에서〉이다. 자,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하자. 진부한 표현 그 자체인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것처럼 쉴 틈 없이’ 색깔과 방향을 달리하는 설리번의 이야기 세계로 뛰어들 준비를.
그가 썩 탐탁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크리스천록 페스티벌 취재를 맡아 결코 몰고 싶지 않았던 9미터짜리 RV를 몰고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좌충우돌 길을 떠나는 장면만으로는 뻔한 글일 수밖에 없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게 사도 요한과 예언자 예레미아를 한데 품은 존 제러마이아 설리번이 떠난 크리스천록 페스티벌이라니 충분히 짐작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설리번도 예상했듯 이 취재 여행은 아주 일반적인 과정을 거쳐 평범하게 끝나야 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고생 끝에 도착한 페스티벌 행사장 야영지에서 우연히 만난 이들과의 따뜻한 교감, 행사장에 울려퍼지는 록음악과 그 음악으로 인해 갑작스레 소환된, 복음주의에 빠져 있던 청소년 시절 등이 마치 우박처럼 설리번의 마음을 두드리고, 결국 그는 이렇게 고백하고야 만다.
그리고 생소한 작가의 농담처럼 시작된 이야기를 따라 달려온 우리 역시,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미주리주의 한 계곡에서 펼쳐진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 속에서 설리번이 느꼈던 그 압도적인 감정을, 정화의 감정을 똑같이 느끼게 된다.
레이먼드 카버,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톰 웨이츠
〈뉴요커〉에서는 설리번을 레이먼드 카버에 비교하면서 그가 “에머슨과 소로우의 분위기”도 띤다고 평가했다. 다른 매체에서는 새로운 톰 울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헌터 S. 톰슨, 혹은 이 세 사람을 합친 작가로 일컫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수식어가 그의 이름 앞에 달리든, 설리번 고유의 글쓰기를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설리번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줄곧, 스포츠기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설리번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버지가 쓰는 글들은 정말 이상했어요. 그 글들은 아마 창작에 가까운 논픽션으로 분류하는 게 정확할 거예요.”
나는 그가 작가가 되는 데 아버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
“아버지는 가장 영리하고 훌륭한 방법을 취했어요. 전혀 개입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도 늘 격려하는 태도를 유지한 거죠.” 그가 말했다. “아버지는 내가 다른 일들에는 별로 맞지 않고, 결국에는 글을 쓰게 되리라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거 같아요.”(중략)
내가 물었다. “당신은 이런 이상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건가요, 아니면 그 사람들이 찾아오는 건가요?” 그가 말했다. “그로테스크는 사람의 본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좁지만 내밀한 각도를 제공해줘요.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어떤 것들이 있어요.”
“자신의 기본적인 인간성마저도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쓰는 게 즐거울 때가 있어요. 이런 어려움을 헤쳐가는 게 작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아주 분명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거든요.”_아마존 인터뷰 중에서
펄프헤드 : 익숙해 보이지만 결코 알지 못했던 미국, 그 반대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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