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작별인사
〈응,잘가〉는해가막떨어지고빛이조금남아있을때를삶과비유하며남은인생이얼마남지않았지만그래서좋다고,한번이면충분하다고말한다.
작가는삶의끝자락에서있는네명의할머니들을시종일관낙천적이고유쾌하게그려내면서어쩌면행복은너무가까이에있어놓치기쉽지만지금,바로곁에있는소중한이와주저하지말고행복하라고전하고있다.
이책은2019년과2023년세차례무대에오른연극대본을바탕으로정리한것이다.
원작의전체적인구조와시간,에피소드,캐릭터는최대한그대로살리면서도,도쿄시나가와역에서출발해아타미로떠나는배경을,용산역과철쭉이만개하는안면도로바꾸고,대사는크게의미가달라지지않는범위안에서우리할머니들이자주쓰는말투나어휘들을골랐다.
이대본을번역하고번안한이홍이는일본의이야기를한국의이야기로옮기는작업을통해이이야기가마치“내이야기,내가족의이야기”로더가깝게다가갈수있기를바랐다고한다.
책속에서
2010년.용산역개찰구앞.
동화,안양이서있다.두사람모두78세다.
약간헐렁한바지와재킷차림에스카프를두르고운동화를신었다.
작은배낭과허리가방을메고있는모습도둘이꼭닮았다._13족
종삼 계단아래에서만나기로했다고.
동화 계단,어디?
종삼 그래,계단,저기아래.
동화 왜?그냥다같이여기서만나면되잖아.
종삼 아니,알면서그래,모란언니다리.
동화 그래도이중으로약속을한거잖아.어차피올라와야되는데._17쪽
종삼 어차피저세상가면다만나.
안양 저세상이정말있을까?
종삼 있겠지.아무것도없는게말이돼?여태살면서그런거본적있어?분명히있어.
안양 있을까?
종삼 있지,그럼.우리다시만나서넷이서또바다보러가자._61쪽
모란 이거우리마지막여행이잖아.넷이서하는마지막여행이잖아.
동화 무슨소리야?또여행가야지,넷이서.
모란 난못가.이번이마지막이야.
동화 그런말하지마,응?정말로미안해.내가요즘자꾸짜증이나서그래.알면서도
잘안고쳐져.
종삼 그래,또같이여행가자.이제다신안싸울게._87쪽
모란 내일,바다들렀다가도돼?
종삼 응?
모란 내일,바다보고싶어.바다,금방이지?
안양 한참내려가야되는데.
모란 그래?하긴우리가많이올라왔구나.
동화 자,그만자자._92쪽
안양 응,그럼갈게.동화야,우리또만나자.
동화 그래,또보자.
안양 응,또보자.
동화 응,조심해서가.
안양 그래,잘있어.
동화 응,잘가.
안양 안녕._9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