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이 사라졌다 (이부록 일뤼스트라시옹 작품집)

내 손이 사라졌다 (이부록 일뤼스트라시옹 작품집)

$20.00
Description
만평을 만평하기
19세기 유럽이 바라본 구한말 조선을 다시 그려내다
*조선과 조선인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먹잇감 다루듯 함부로 대했던19세기 서구 열강. 유럽은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조선을 ‘알리 슬로퍼’라는 만평 캐릭터를 통해 우스꽝스럽게 그려냈다.
그들이 잘못 이해하고 그려냈던 만평 속 조선을 다시금 평가하고 그들의 무례함과 어리석음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21세기의 작가 이부록이 회초리를 들었다.
저자

이부록

서울대학교에서동양화를공부했다.설치,카툰,드로잉등다양한시각예술을통해이미지생산자로서사회에개입할수있는영역을탐구하고있다.
인사미술공간,아르코미술관,경기창작센터등에서개인전을열었고,〈신호탄전〉(국립현대미술관)〈1번국도〉(경기도미술관)〈굿모닝미스터오웰2014〉(백남준아트센터)〈개성공단〉(문화역서울284)등다수의기획전에참여했다.
지은책으로는《기억의반대편세계에서_워바타》《Mag+파블로프의사나운개와슈뢰딩거의게으른고양이》《세계인권선언》《스티커프로젝트》등이있다.

목차

작가의말

들어가는글
ㆍ부록도큐툰,무어라규정하기어려운형식을만나는재미_한상정

ㆍ유럽이그린구한말조선
ㆍ고문헌기산부록
ㆍ녹음방초회초리
ㆍ적막강산메들리
ㆍ슬로퍼씨의노크코리아
ㆍ노크동맹얼라리
ㆍ노크손기척
ㆍ자산업보
ㆍ노크신보

별책부록
ㆍ부록도큐툰

평론
ㆍ‘슬로퍼’를되치기하다,이부록이뒤바꾼‘구한말조선’의풍속화_김종길

해설
ㆍ문명전환기시선과세력관계의변화그리고운명_신주백

출판사 서평

규정된형식을뛰어넘어버린‘부록도큐툰’

설치,카툰,드로잉등다양한시각예술을통해사회에개입할수있는영역을꾸준히탐구하는작가이부록은유럽의시선으로본구한말조선을그린삽화와기산김준근이구한말조선을표현한작품에서카툰화된인물을뽑아내새로운삽화를만들어냈다.이는글자마저도이미지가되는,‘빛을비춰집중하게만든것’으로서이미지가지닌마술적인힘을강력하게발휘한일뤼스트라시옹이라고도하겠다.
한편19세기의시선과관점,사고를21세기에가져와새롭게만든것이므로,없던이야기를꾸며낸것도아니고실제있었던그당시의상황을그려낸것이므로다큐멘터리와같은성격까지지니고있다.
그러므로한상정교수는그의작품은단순히카툰이라고도,단순히삽화라고도규정할수없는,‘무어라규정하기어려운형식’이므로,‘부록도큐툰’이라고부를것을제안한다.이부록의작품은형식을뛰어넘고경계를흐트러트리는즐거움을주며,우리의굳어버린‘머리를노크’해준다고말이다.


유럽이바라본조선,알리슬로퍼의무례한노크

이책의제목에등장하는‘내손’의주인공은1894년에영국에서발간된〈알리슬로퍼의토요일AllySloper’sHalfHoliday〉이라는주간지에등장하는알리슬로퍼AllySloper다.원래는풍자잡지를위해만들어낸캐릭터였는데,그후에작가가바뀌면서새로운시리즈로만들어졌다.보수적인영국인들의입맛에맞게끔반체제적인성격을덜어내고,중산층과노동계급이혼합된주정뱅이실업자중년남성으로설정되었다.슬로퍼는허세를부리며유행에뒤떨어진옷차림을하고우스꽝스러운행동을하면서독자들의동정심을불러일으켰다.
1894년8월25일토요일에발간된〈알리슬로퍼의토요일〉에는알리슬로퍼가조선의왕을인터뷰하는내용이나온다.

슬로퍼는코리아의도시대문근처를서성거렸다.그리고왕이산책을가기위해마차안에있을거라고짐작한후,마차의옆면을두드렸다.“거기있나요?”……그순간,왕이반대문으로조용히나오는것을봤을수도있겠다.“접니다,슬로퍼!”우리의위인이계속하여말했다.“중국과일본사이의전쟁에전하께서관심이있을것같습니다만?”어쩌면왕이귀가조금어두운지도모른다.참을성이부족해진관계로조금더크게얘기했다:“저기요,저는영국의시민입니다.당장대답하지않으면당신을로즈베리공작에게일러바칠겁니다.제길,여왕의이름으로제발문좀여시오!”그제야그고지식한작자는문을열어볼생각을했다.문은열려있었다.마차는텅비어있었다!그래서그는그곳을빠져나왔다.
허세빼고는술만이무기라고할만큼우스꽝스러운술꾼이제대로된인터뷰를할리는없다.영국여왕을들먹인들아무것도아닌외국인이한나라의왕을함부로대면할수는없다.짐작에지나지않더라도왕의마차에다가가감히노크하고위협을가하는것만봐도,유럽이바라본조선의위상이어느정도읽힌다.
그당시,프랑스와미국,일본과러시아,영국과중국등열강사이에낀조선은야욕의대상일뿐이었다.빼먹을게없어보이면방관했고,이권을놓고치열하게다투던일본과러시아는서로조선을차지하려으르렁댔다.서구열강은조선을제대로평가하거나들여다보려하지않았기에,무례한어리석음으로조선을바라봤다.그러니까알리슬로퍼의무례한‘노크’는19세기유럽이조선에대해보인관심의표현이라기보다는단순한호기심인지도모른다.


19세기유럽이바라본구한말조선을다시그려내다

19세기유럽은만평캐릭터인알리슬로퍼를통해조선을우스꽝스럽게풍자했다.그들은관심이없었기에어리석었고그래서무례했다.이부록은무기력하고무지했던과거와과거를잊어버린현재의‘Korea’에도주의를준다.작가는우리모두에게일침을가하기위해19세기의작품을들고와21세기에회초리를들었다.
그러나예전의작품을단순히패러디하기만했다면우리에게울림을주지는못할것이다.이부록의작품이즐겁고도매서운이유는과거의잘못을되짚어보여주면서도,과거와현재를넘어미래로나아갈공동체를그리기때문이다.그렇기에도래할공동체는함께노래하고굳어버린머리를노크해서깨운다.그때의손기척은예의바른배려다.
그렇기에작가는예의를갖춰노크할것을선언한다.19세기에는열강들이조선을가운데두고서로갖겠다고아귀다툼을벌였지만,몰이해에기반한행태였다고일침을가한다.그렇게제멋대로굴지말고예의바르게노크하라고,흙발로쳐들어오지말고손기척을하고양해를구하라고말이다.그렇다면우리는더불어살아갈공동체를꿈꾸고이야기하고노래할것이다.

이책은2024년에열린이부록의개인전〈내손이사라졌다〉에서선보인작품들과한상정인천대학교교수의만화평론,김종길미술평론가의평론,신주백국학연구원의역사해설이담긴작품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