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쉬트 07769 (양장본 Hardcover)

헤르쉬트 07769 (양장본 Hardcover)

$28.00
Description
묵시록 문학의 대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또 다른 대작
종말의 공포가 예술이 되다
《헤르쉬트 07769》는 참으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답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이 작품이 특별히 언급된 이유는, 크러스너호르커이다운 문장, 분위기, 소재의 일상성과 개성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것 없이 작가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사탄탱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처음부터 끝까지 암울한 흑백영화 같은 이미지가 용암처럼 흐른다. 거기에 바흐의 칸타타가 흐르면서, 묵시록적이면서도 우아하고 강렬한 느낌이 더해진다. 중간에 등장하는 올드팝은 일상의 감각을 더해주지만, 이 작품은 바흐 칸타타가 변주되듯 끊임없이 흐르면서 인물의 비극성을 강조한다.
이야기의 배경에는 나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그것이 종말과 재앙의 감각을 벼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동조한 까닭에 추축국이 된 헝가리는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은 상태로 소련에 편입됐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된 후, 헝가리는 기나긴 독립의 과정과 지난한 극우와 좌파의 대립으로 최근까지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어야 했다. 저자가 포스트모너니즘적이고 아포칼립스적 글을 쓰는 이유는 그런 배경을 지닌 헝가리에서 사회적, 정치적 해체를 목격하고 경험하면서 매 순간 종말이 다가오는 듯한 감각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글에는 종말과 재앙이 일상처럼 다가오며, 매 순간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렇기에 수전 손탁은 작가를 “묵시록 문학의 대가”라고 칭송한 것이다.

“파멸의 공포 속에서도 예술의 힘을 다시 일깨우는, 강렬하고 비전적인 작품.”
- 노벨 위원회
저자

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

KrasznahorkaiLászló
1954년헝가리줄러에서태어났다.부다페스트대학에서문학을공부하고독일에서유학했다.이후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그리스,중국,몽골,일본,미국등세계여러나라에체류하며작품을써왔다.헝가리현대문학의거장으로불리며고골,멜빌과자주비견된다.수전손택은그를“현존하는묵시록문학의최고거장”으로일컫기도했다.크러스너호르커이는자신의작품세계를관통하는종말론적성향에대해“아마도나는지옥에서아름다움을추구하는독자들을위한작가인것같다”라고말한바있다.영화감독벨라타르,미술가막스뉴만과의협업을통해자신만의독특한세계관을확장하고있다.주요작품으로《사탄탱고》(1985),《저항의멜랑콜리TheMelancholyofResistance》(1989),《전쟁과전쟁WarandWar》(1999),《서왕모의강림SeioboThereBelow》(2008),《라스트울프TheLastWolf》(2009),《세계는계속된다TheWorldGoesOn》(2013),《벵크하임남작의귀향Baron Wenckheim’sHomecoming》(2013),《헤르쉬트07769Herscht07769》(2021)등이있다.그의소설은여러언어로번역되었으며다양한국내및국제문학상을수상했다.헝가리최고권위문학상인코슈트Kossuth상과대문호산도르마라이SándorMárai의이름을따제정한산도르마라이문학상을비롯해,독일의베스텐리스테SWR-Bestenliste문학상과브뤼케베를린BrückeBerlin문학상,스위스의슈피허Spycher문학상등을받았고,2015년에는맨부커상인터내셔널부문ManBookerInternationalPrize을수상했다.2018년《세상은계속된다》로같은상최종후보에또한번이름을올렸으며2019년에는내셔널북어워드에서번역문학상NationalBookAwardforTranslatedLiterature을,2021년에는유럽문학상AustrianStatePrizeforEuropeanLiterature을받았다.그리고2025년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한림원은선정이유로“파멸의공포속에서도예술의힘을다시일깨우는강렬하고비전적인작품”이라고밝혔다.

목차

무안에서무가나오는데15

어딘가에서어딘가로58

세상이사라지고있는데,135

베를린의침묵173

유일하게전한메시지는그들이있었다는것이다212

바흐와관련이되면모든것이쉽지않다228

깊은위안을주는239

솟아오르게듬뿍담아주었다315

위대함을가까이344

완벽한것은없다,다만436

그리고하늘색471

완벽한허공속으로508

출판사 서평

2025년노벨문학상수상작가크러스너호르커이라슬로의
숨막히게아름다운이야기

파멸과종말이다가온다는공포속
농담처럼등장하는아이러니

《헤르쉬트07769》는독일튀링겐의어느가상의마을카나에서살아가는인간군상의삶과일어나는사건을통해재앙의또다른모습을그려낸다.
이작품역시처음부터끝까지암울하지만,중간중간농담처럼아이러니가등장한다.우선주인공의성인‘헤르쉬트’는‘통치와지배’를뜻한다.주인공헤르쉬트플로리안은도무지그성과는어울리지않는사람이다.이름도알려지지않은‘보스’에게완벽히종속되어그에게의존하지않고는살아갈수없는인물이기때문이다.
어쩌면‘동네바보’같은존재인플로리안은전반적으로모자란면모를지닌다.힘이엄청나게세지만온순한덕분에,사람들은이런저런일을돕게하고는밥을주거나용돈을주며챙겨준다.마을의나이든여인들은플로리안의이야기를묻고자신의이야기를늘어놓으며,혹시나그가나쁜일에휘말리지않을까걱정한다.그런데도플로리안은쾰러씨의물리학수업을듣고이해할만큼영특하기도해서,물질과반물질의비대칭문제에집착하면서사회가붕괴할것이라는우주론적예측에함몰된다.그의영특함과모자람은순수함과얽혀,끊임없이메르켈총리에게편지를보내고,총리가자신의편지를읽으면반드시사태의심각성을이해해주리라고철석같이믿는다.이렇듯소설은아이러니로가득하다.
플로리안에게절대적인영향력을행사하는보스는청소회사를운영하는데,그들의슬로건은“AllesWirdRein”,즉“모든것이깨끗하리라”다.독일어인‘rein’은‘깨끗하다’라는뜻이있지만,‘순수하다’라는뜻도있다.이단어는인종차별과학살의배경이된독일‘순수’혈통이라는나치의착각과연결된다.그리고보스는이를‘독일정신’이라는명분으로플로리안에게주입한다.작품에서는바흐와관련된장소에서일어난‘늑대머리’그래피티사건이후로보스가일으킨일종의인종청소와다시금연관된다.아이러니하게도,보스의청소는깨끗하지못하고,순수하지도않다.
또한갑작스레나타나사람들을해치는‘늑대’,사라졌다가나타나고치매에걸려결국세상을떠나는‘쾰러’등의상징은비극을더욱첨예하게만든다.
작품을관통하는여러가지메타포는경악을금치못하고오히려실소를터뜨리게하는장치로도작용한다.


바흐와더불어
또다시종말은계속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작품에서바흐음악은자주묵시록적공포와예술의힘을상징적으로드러내는요소로활용되곤한다.바흐의음악은화성학적완벽을추구하는만큼,예술적일뿐아니라수학적으로도아름답다.그런면에서음악과예술,수학에천착하는바흐의음악을바탕으로작가는예술과인간,사회구조의본질을탐구한다.한국어판으로는600쪽이넘는소설이한문장으로연결되는데,반복과변주를통해긴장감을주고이를해소하는바흐의푸가구조가문학적으로구현된다.
《헤르쉬트07769》에서가상의마을카나(우편번호07769)는바흐가태어났다고하는튀링겐과연결되고바흐의음악이끊임없이배경에흐른다.처음에는여러곡이흐르지만,나중에는한곡만이집요하게플레이된다.헤르쉬트플로리안이집착하는물리학적종말론,네오나치집단의폭력성에도불구하고,바흐의음악은인간정신이추구하는질서와아름다움을보여준다.이는혼돈속에서도예술이초월적질서를제공한다는방증이다.
이작품의등장인물중하나인‘보스’는바흐마니아로,광신에가까울만큼바흐를신봉한다.바흐의음악은예술을넘어독일인으로서의정체성과기존권위의상징으로기능한다.바흐의음악을제대로연주하는오케스트라를만들겠다는일념으로아마추어오케스트라단을꾸릴정도다.그래서바흐의기념물에‘늑대머리’와‘우리’를낙서하는스프레이어(그래피티아티스트)를잡으려는그의집념은네오나치의폭력성으로연결된다.
작품은헝가리체제의불안감을드러내면서,극우파,네오나치주의에대한집단히스테리에가까운불안과두려움을그려낸다.제2차세계대전이후로나치와연관된모든일이헝가리에는아픈상처이자악몽이었다.크러스너호르커이도유대계인데,그사실을아버지가뒤늦게야알려줬다고할만큼나치는공포의대상이었다.죽음과폭력의주체이자피해자로오랜세월고통받아온헝가리인에게,다시금등장한네오나치주의는악몽그자체일것이다.그렇기에플로리안이보스를죽이고떠돌다가늑대밥이되고마는그모든비극은어쩌면예견된것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