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희곡의위대한실험,단하나의목소리
《인간의목소리》의문학사적의미는최소한의조건으로최대한의극적밀도를만들어낸데있다.하나의막,한명의인물,한개의방,평범한소품만으로도장콕토는감정의진폭과서사의긴장을극한까지끌어올린다.사건의확장보다언어의리듬과공백,발화와단절사이의진동을통해극을구축한이작품은현대독백극과심리극의가능성을새롭게연작품으로평가된다.
장콕토는시인,극작가,소설가,영화감독,화가로활동하며20세기유럽예술의경계를가로지른대표적전방위예술가다.그의작업은언제나장르를넘나들며새로운형식을창작해냈고,《인간의목소리》는그러한예술감각이가장응축된형태로드러난작품이라할수있다.말하자면이희곡은단순한대본이아니라,콕토가평생추구한시적긴장과형식적실험이집약된하나의예술적결정체다.
오페라와영화,이미지와무대를끝없이자극한고전
《인간의목소리》는한편의희곡에머물지않고수많은예술가들에게창조적영감을제공해온열린텍스트다.1957년베르나르뷔페는콕토의텍스트에22점의드로잉을결합한아티스트북을선보였고,작곡가프란시스풀랑크는이작품을바탕으로동명의오페라를탄생시켰다.풀랑크의오페라는콕토의모놀로그를거의그대로가져오면서도,소프라노와오케스트라를통해원작에잠재된불안과절망,애원과침묵을음악적언어로확장했다.
최근에는2020년페드로알모도바르감독이영화〈휴먼보이스〉를통해이고전을동시대적색채와공간,신체의감각으로다시해석했으며,세계적인벨기에연출가이보반호프역시장콕토의텍스트를현대무대언어로변주하며이작품이여전히살아숨쉬는작품임을입증했다.
이처럼《인간의목소리》는읽히는희곡이자,들리는음악이며,보이는이미지이고,시대를관통하며새롭게태어나는무대예술이다.하나의희곡이오페라와영화,시각예술과연출로이어지며지속적으로재창작되어왔다는사실은,이작품이특정시대에머무는텍스트가아니라예술의경계를넘어스스로를갱신해온살아있는고전임을보여준다.
종이위에펼쳐지는아름다운가상의활자극장
이번한국어판은무대의긴장과목소리의파장을시각적으로번역한한권의책이면서동시에하나의무대다.유기적인선과기하학적구성의병치는불안과절제,감정과구조,파열과균형이라는이작품의이중적성격을설득력있게구현하며,종이위에펼쳐지는무대안으로독자를초대한다.책전체를감싸는강렬한붉은색바탕과여백,비정형의유기적드로잉과절제된기하학적그래픽의병치는한사람의목소리만으로유지되는이작품의응축된형식과감정의압력을책의물성자체로드러낸다.
본문에삽입된드로잉들은전화선이자음성의진동,감정의연결과파열,떨림을연상시키며,활자사이의침묵과망설임을시각적리듬으로전환한다.이로써독자는희곡을읽는데서그치지않고,종이위에펼쳐진무대의움직임과호흡을시각적으로도함께경험하게된다.선적인감각을살린드로잉과사각의구조적그래픽,붉고흰색면의강한대비는작품의고전성과동시대성을동시에환기하며,장콕토특유의시적긴장과현대적인미감을하나의표면위에서조화롭게만난다.
책의물성과디자인,언어와여백,드로잉과그래픽이함께만들어내는이번한국어판《인간의목소리》는,독자각자의내면에서다시공연되는장콕토의가장고독하고도찬란한목소리가될것이다.
한사람의독백,세사람의목소리로다시태어나다
이번출간을기념해6월29일에는배우강혜련,김정,박세인이참여하는릴레이낭독행사가열린다.세배우가하나의텍스트를이어나가는이번무대는《인간의목소리》가지닌정서적깊이와다층성을더욱입체적으로드러내는특별한시간이될것이다.
《인간의목소리》는한사람의독백으로이루어진작품이지만,그안에는인간의근원적인고독과불안,애원과체념,자기기만과절망이복합적으로겹쳐있다.서로다른세배우의목소리와호흡,리듬으로이텍스트를한자리에서마주하는경험은,하나의목소리안에숨어있는복수의감정과결을더욱선명하게펼쳐보일것이다.이는장콕토의희곡이단일한인물의목소리를넘어얼마나풍부한해석과울림으로되살아날수있는지를보여주는동시에,활자위의희곡이살아있는음성으로이행하는순간을생생히체험하게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