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

$16.40
저자

우샤오러

1989년생대만의소설가이자사회평론가.뛰어난성적을기록하는딸이확실하게가난을벗어나길바랐던어머니의설득으로,국립대만대학교법학과에진학후졸업했다.학업에서좋은성취를보였지만바라지않은진로와전공으로방황하다끝내변호사자격시험을포기한다.

사회지도층의길에서벗어난우샤오러는대학재학시절부터오랜기간이어온가정교사경험을통해대만특유의교육문제와부모와자녀간의관계에대해탐구하였고,사회적반향이큰소설을창작해높은평가를받았다.장편소설로『상류아이』가있으며작품집『네아이는네아이가아니다』에실린단편소설5편은넷플릭스드라마로도제작돼전세계의찬사를받았다.

『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는『팡쓰치의첫사랑낙원』으로폭로된대만사회의어두운면을직시하는미스터리소설이다.어른이아이에게제대로전하지않고,선생님이가르치지않는사각지대를조명하며그간집중해온교육과가정내관계를깊이파고드는것은물론,사회의금기라는이름으로비밀을강요받는성폭력피해자에게‘진짜’얼굴을돌려주기위해창작되었다.

목차

1장~12장7

작가후기439
작가인터뷰443

출판사 서평

『화차』와『도가니』를잇는사회고발미스터리

정세랑작가는“쾌락독서를믿는독자로서,손뗄수없이미끄러운전개에말끔히맞아떨어지는결말을갖춘미스터리소설을만나면만족스럽다.그런데어떤소설이그모든것을갖추는데에서그치지않고,딱떨어지지않는복잡한동시대의문제를무모할정도로용감하게파고들면그때는읽는쪽도등을꼿꼿이세우게된다”고이책에찬사를보냈다.
정세랑작가의말처럼『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는완벽한미스터리인동시에동시대의문제를누구도알고싶어하지않았던깊이까지파고드는사회고발소설이다.변호사판옌중이실종된아내우신핑의행적을쫓는이야기가작품의중심줄기로,우신핑이과거성폭력을당했었다는사실처럼몰랐던여러사실을접하는과정이반전을거듭하며정교하게펼쳐지는구성,충격적인결말은과연미야베미유키의걸작『화차』가떠오를정도로짜임새와완성도가뛰어나다.
그에더해이작품은잘만들어진미스터리소설의긴장감을십분활용해독자들을순식간에무거운주제로깊이끌어들인다.예를들어본문299쪽의“선생님,제가낯선사람에게얻어맞았다면지금처럼몇번씩이나신고하지말라고하셨을까요?”하는질문은곧장독자의머릿속에파고들며날카로운질문을던진다.성폭력은어째서다른폭력사건과다르게취급되며,성폭력을다른폭력사건과다르게여기도록만드는것은무엇일까?독자들은성폭력에서만유독피해자를검증하는현실과,가해자의심리와위선을적나라하게마주하며자기만의답을찾게된다.
“사람들은갖은방법을동원해자신이피해자라는것을보여주려한다.그래야만살아갈수있기때문이었다.다시말해그들이죄상을부인하는것은단순히심성이악해서가아니었다.오히려그들은자신의선량하고정직한일면에미련을버릴수없어뻔뻔스레사실과다른말을하는것이었다.”(131쪽)
이소설은독자들이가해자가아니라피해자가대중의판결에시달리는작금의현실을똑바로마주하도록깨우친다.“적당히마음을받아줬다면”,“술을마시지않았다면”,“늦은시간집밖에있지않았더라면”등가해자가아니라피해자에게서범죄의원인을찾는문화속에서가해자의책임은축소되고,피해자는‘순결한피해자상’에서약간의결점만발견되어도비난받는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신경질적이거나,불쾌하며,때로는폭력적이기까지한피해자의진짜모습을만나게됨으로써,살아있는피해자는‘순결한피해자상’과다르며,고통을겪었고자기만의방식으로상처를극복하려하는평범한사람일뿐이라는사실을깨달을것이다.이해하기어려운행동을하는피해자에게거부감을느낀다면그또한자기내면에놓인성폭력에대한편견을직시하고치열히고민하는계기가될것이며,무의식중외면해오던폭력의실체를대면하고진실에다가가는통찰을얻을것이다.

생각하면생각할수록이상한이야기

“성폭행기사가나면트위터같은SNS에서누리꾼들이‘합의가잘안됐나봐’라는이야기를합니다.그리고‘생각하면할수록뭔가이상해’라고도하죠.제가쓰고싶었던것은바로그런‘생각하면할수록이상한’이야기였습니다.제가하고싶은말은그거예요.당신의인생이생각하면할수록이상하지않다면,그건당신이신이거나바보이기때문일겁니다.”(저자인터뷰중에서)

『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에서판옌중은아내우신핑의과거를쫓으며,성폭력피해를호소했던아내를두고“거짓말쟁이”라고,“돈을노리고그런짓을했다”고,“창창한청년의미래를망쳤다”고말하는목소리를듣는다.이작품은그런목소리가두려워오랫동안폭로하지못하거나성폭력피해를개인의비밀로안고침몰해야했던소녀들을연민과공감어린시선으로그려나간다.아내우신핑의과거에얽힌소녀들은서로를굳게믿고비밀을세상에꺼낼결심을하지만선의와용기는곧세상의편견에무너지며,이과정에서독자들은인간의선과악은무엇인지,누군가의피해에연대한다는것의무게가어떠한지곱씹게된다.
『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는2017년전세계를휩쓴미투운동이후,한국을비롯한전세계가겪은미투운동의반향에깊고날카로운질문을던지며독자들에게도현실을돌아보게한다.‘미투’는우리가같은경험을가지고있다는공감의고백이며큰호응을얻었지만‘미투’를고백한사람들이마주한현실은어두웠다.
우샤오러가『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를쓰는데영향을미친『팡쓰치의첫사랑낙원』(비채,2018)의저자린이한은작품을통해간접적으로자신이겪은성폭력피해를폭로후자살한다.사람들은피해자들의자살을‘진짜미투‘의증거로‘인정한’한편,진짜미투인지판별하겠다는명목으로죽지않은피해자들을오래도록검증했다.“생각하면생각할수록이상하다”는말은피해자를타인으로두고비난하는언어이자,오늘날전세계의성폭력사건기사에빠짐없이댓글로의심을표현하는대표적인말이기도하다.
『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는국립대만대법학과를우수한성적으로졸업하고도법조계의길을거부하며,법이해결할수없는영역,문학만이살필수있는영역에집중하기로한저자의깊은성찰이돋보이는책이다.이작품은성폭력피해자가맞닥뜨리는다양한편견과의심을예리하게그려보이며,그중에서도가장깊고정교하며복잡한편견까지파고든다.“서로좋아해서벌어진일이아니냐”,“서로즐긴것이아니냐”는비난에담긴,“서로좋아했다면문제될것이없지않느냐”는전제다.“둘이사랑했다면성폭력이성립할수있나?생각하면생각할수록이상하다.”라는말은성폭력피해자에게연대하는사람들조차잘피해가지못하는함정이다.가해자가피해자를길들이고피해자의애정을이용하는그루밍성범죄의수법이알려진요즘에도벗어나기쉽지않은편견으로,이작품에서는이때문에비극적인결말이이어진다.
이함정을우샤오러는정면에서되묻는다.“성폭력피해자는가해자를사랑할수없나요?그리고피해자가가해자를사랑했다면,가해자가저지른일은폭력이아닌걸까요?”그리고오랜취재를거쳐이작품에서섬세하게그려낸피해자의모습을통해이질문에완곡하게답한다.가해자와의왜곡된관계속에서피해자는가해자를사랑할수도있다.그러나피해자가가해자를사랑했더라도,사랑의보답으로건착취는폭력이다.
여성학자정희진은다루기어려운편견을정면으로돌파하는이책에대해,“이책은문학이왜위대한언어인지를증명하면서문학을넘어서는새로운인식론이다.스릴러장르로서우리의심박수를높이지만,평화를준다.”고평했다.시인훙치쉬안은극찬하며아래와같은말을남겼다.

여성이기때문에‘이일을빌미로돈을벌려고한다’,여성이기때문에‘마땅히좀더신중하게행동했어야한다’,여성이기때문에‘순결하다는평판을중요하게생각해야한다’.이러한편견아래여성은강제로‘음소거’를당한다.성에대한부분에서는항상‘수동적인단어’로표현되고,먹는것과입는것모든행동에서‘사회적관념’을고려해야한다.소녀의신체는소녀자신의것이아니었다.소녀는관음의대상이될수있고,욕망할수있는객체가되었지만,저항하거나주체가될수는없었다.
이로부터소녀들은어른이된후에도성인이되는것이아니라‘포스트소녀’가된다.극복하지못한트라우마를끌어안은채짊어진비밀은점점늘어만간다.소녀의얼굴위에유화물감으로덧칠했지만왜곡된심장은어떻게바로잡아야할까?포스트소녀들은‘정상적인삶’을원하고‘가정이있는삶’을갈망하지만최후에는어디로도가지못한다.그들의마음에는일찌감치끝없는어둠이자리잡고있기때문이다.이것이우샤오러가『우리에게는비밀이없다』를쓴핵심이아닐까?우샤오러는수많은포스트소녀들의하소연을대변하는듯하다.“우리는모두비밀이있다.하지만비밀속에서살고싶지않다.비밀의숲을헤치고나와야만빛속으로걸어갈수있다.”

성에관한이야기를금기시하고성폭력이벌어졌을때피해자를비난하는사회에서는,언제나성폭력이피해자가떠안아야할비밀로작용한다.사람은일반적으로비밀을터놓았을때가까워지지만사회에서침묵을바라며금기시하는비밀은터놓는순간사회의저항을부르는폭탄이될뿐이다.이책은사회가원하지않는사실이기때문에비밀을강요받는피해자들을이해하고우리에게이러한비밀이없기를바라는마음으로씌어졌으며,인간의복잡성과사회라는이름속에숨은악을고발해독자들에게긴여운을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