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추리소설의세계에
입성하신걸환영합니다!
한국추리작가협회는1983년에창립하여,국내유일한장르전문지『계간미스터리』를펴내는등현재에도왕성한활동을하고있다.이번『한국추리소설걸작선』1,2권은이러한30년가까운협회활동의결산물이라할수있다.수록작품은협회회원들의작품중에서회원스스로가려냈으며,작고회원의작품은추천작이나대표작중에서선택하였다.모두44편의작품(1권22편,2권22편)으로200자원고지5천매가넘는방대한분량이다.1937년작품인김내성의「가상범인」을제외하면,1970년대부터2010년대까지당대의사회상을적나라하게반영하고있음은물론,한국추리소설의변천사를작품으로확인할수있다.
그간한국추리문학은이해조의『쌍옥적(雙玉笛)』(제국신문,1908)이후역사적으로100년이넘는시간동안부침과성장을거듭해왔다.유독우리나라에서는추리문학이순문학계열의작품에비해문학의변방으로인식되며제대로된대접을받지못하기도했지만,1950년대의김내성,1980년대의김성종등걸출한작가들이나오며대중에게추리소설에대한강인한인상을심어주기도했다.외국추리물과더불어추리문학의중흥기를맞이하고있는요즘,“추리작가여,어서어서나오라”라고한김내성의말처럼국내에도많은추리작가들이나와저마다다채로운이야기꽃을피운다.이『한국추리소설걸작선』작품집이,우리추리소설에도본격미스터리,사회파미스터리,범죄소설,서스펜스스릴러,밀리터리소설등다양한분야의작품들이있음을확인하는계기가되기바란다.
44개의사건,44개의추리,
그리고44개의휴머니티!
이작품집은한국현대추리문학의아버지김내성의1937년작품인「가상범인」부터2012년작품인홍성호의「B사감하늘을날다」까지,즉근대에서현대의작품까지아우른만큼추리문학의역사적가치를지닌것으로,양과질모두에서독자들을만족시킬것이다.각작품은이야기의트렌드와반전,미스터리적인재미를추리소설이라는하나의코드를통해유감없이보여준다.(이하작품해설에서발췌)
*추리소설본래의맛,본격미스터리!
김내성의「가상범인」은1935년12월일본잡지『프로필』에실린「탐정소설가의살인」을대폭개작한작품으로탐정유불란이등장하는첫번째작품이다.유불란은사랑하는연인이몽란을위해희대의연극을무대에올린다.한정된공간에서벌어진살인,범인으로내몰린가련한여인,그를구하기위한탐정의활약등에서본격미스터리의요소를골고루갖추었다.김성종의「회색의벼랑」은그의소설에서몇되지않는본격물의취향이보이는소설이다.「회색의벼랑」에는호텔에서자살한한여인,그녀의신원을파헤치는한홍콩특파원이등장한다.이제사건은어떻게될까?
이상우는1961년「신임꺽정전」으로문단에데뷔한후,대부분본격미스터리계열의작품을발표했다.「첫눈속에영혼을묻다」역시드라이한문체와빠른전개를보여주며,본격미스터리에충실하게한달음에결말로다가간다.고이경재작가의「광시곡」은그가남긴몇안되는본격미스터리물이다.자유분방한패션계의거물김상섭,SS김이살해당한다.살해흉기는가위.곧바로그와스캔들을일으킨여자들이지목된다.범인이만든트릭은어떻게깨어질것인가?
황미영의「함정」은아내의자살이살인으로둔갑한내막을그리고있다.아내를죄인으로내몰고정신병자처럼대한남편이죽음으로복수한아내의모습을받아들이고있다.그기저에는아내의불륜을의심하고자신의아이마저내버린비정함이깔려있다.아내가베란다난간에서산화하기직전,남편에게한말은남편뿐만아니라독자의귓전에서도떠나지않을것이다.소설『마루타』로이름을알린정현웅의단편「정형외과의사부인살인사건」은숨기려는자와밝히려는자의대결을그린수작이다.마조히즘성향의사라진아내.그리고간밤에집을방문한의문의여인.남겨진남편과실종사건을수사해야하는형사.사실이정도의구도만들려줘도미스터리마니아들은아,범인은OO이네,하고지목할것이다.그렇다면그이면에숨겨진일들은무엇일까?
서미애의「반가운살인자」는동명의드라마와영화로만들어져그우수성이입증된소설이다.연쇄살인범을쫓는것은형사만의전유물인가.그러한설정을살짝비틀고IMF이후당대현실을잘버무린이소설은많은독자의심금을울렸다.가장이라기엔오히려가족의좀이된아빠가살인자를찾기위해분투하는과정은정말그럴수도있겠다는공감을갖게한다.강형원의「7번째신혼여행」은어디서보았음직한본격의클리셰들이그대로담겨있다.지금껏살인을저질러온부인.그것을막으려는남편.승자는과연누가될것인가?
그외이대환의「알리바바의알리바이와불가사리한불가사의」,정명섭의「흙의살인」,신재형의「그들의시선」,도진기의「선택」,조동신의「포인트」,홍성호의「B사감하늘을날다」등이본격물에해당하는작품이다.
*본격?모범생만답인줄아니?아웃사이더,범죄소설도있다고!
영미권에서는이제‘추리소설’을지칭해광의적의미에서‘크라임노벨(CrimeNovel)’이라는단어를사용한다.과거탐정소설이야‘디텍티브스토리(DetectiveStory)’로만한정해도됐겠지만너무많은파생장르와함께그것을아우를단어가적절치않았던탓이다.물론여기서지칭하는범죄소설은협의의범죄소설이란사실을밝힌다.
황세연의「IMF나이트」는범죄에마주선인간군상을다양한방편으로문자화시킨수작이다.과연내눈앞에시체한구가나타난다면어떻게할것인가?「IMF나이트」라는제목에서처럼각각의등장인물은비루하고때론안타까운,각각의IMF스러운한을가진인물들이다.블랙코미디라기에는가장한국적이고처절한추리소설이바로「IMF나이트」가아닐까?
노원의「위기의연인들」은완전범죄를꿈꾸는,또그것으로여자와재물이라는두마리토끼를쫓는한청년의몰락을보여준다는측면에서오히려완벽에가까운범죄소설의플롯을보여준다.도심에서벌어지는총격전,거기에끼어든거대마피아와조무래기청년범죄자들,그리고이어지는결말,반전처럼등장하는산화한주인공의마지막단언.“혜린은코소보에가기나할까?”
현정의「포말」은물욕을좇는인간들의내면을범죄에투영시켜하나로단안화시킨작품이다.목적을가진인간은때론얼마나어리석을수있는가.“인간은어쩌면인간”이기에모두가힘들고모두가재물을찾아움직인다.그러나그것이정상적이지못한경로일때어떤파국을가지고오는지추리소설의형태를빌어구운식빵에잼을바르듯차근차근보여준다.
김차애의「살인레시피」는제목에서부터흥미를자극한다.살인에도레시피가필요한것일까?김차애적인상상력은그것에대해때론레시피가필요할지도모른다고부추긴다.‘메뉴를짜고예산을세우며’‘미리다지고썰어두며’‘맛을결정하는숙성기간’등으로.그리고작가는맛깔난요리를독자에게던진다.
곽재동은현실에서있을지모를완전범죄에관해「안락사」를끌어들였다.할머니가말한다.나좀죽여줘.당장돈이급한주인공은어물쩍그것을받아들이고만다.할머니가주기로한도자기를사례금처럼받기로하며.곽재동의「안락사」는호기롭고또흥미로우며잘마무리된결말을독자에게선사한다.‘어때,이정도면완전범죄아냐?’하고독자에게되묻듯이.
김연의「그대안의악마」는요란스러운헤비메탈을듣다갑자기멈추는듯한결말을보여준다.산속의고즈넉한산장에서벌어지는록페스티벌.그리고벌어지는살인,살인들.살인자가누군지도알겠다.왜이일이벌어졌는지도이제알았다.그래서외치고싶다.살인자는저들이고나여기있다고.
박하익의「마지막장난」은설마,하고되묻게만드는소설이다.범죄,그러나크지않은,그저사람을놀라게하려는의도에서출발한악동들의재담이브라질나비의날갯짓처럼커져그들을잠식하는과정을그렸다.물론현실에서있기힘들다.그러나있을법한일이다.
장세연의「세번째표적」은자본이라는현대사회의필수불가결한요소에얽혀든사람들의모습을적나라하게드러냈다.우리는흔히‘돈이면안되는게어디있느냐?’라고말한다.어쩌면작가는‘돈으로도안되는것들이있다’라고말하고싶었는지도모르겠다.
〈수사반장〉을오랫동안집필했던김남작가는적어도한국의범죄에대해서만은가장많은사례를수집하지않았나생각된다.2012년여름호부터『계간미스터리』에연재되는「수사반장의추억」에서위트넘치게표현한범죄사례만해도그렇다.그것을작가적인상상력으로탄생시킨작품이「여자는한번승부한다」일것이다.
*한국의서스펜스작품에대해
권경희의「내가죽인남자」는모호함의판타지를극명화시킨작품이다.반드시살인만이,즉행위가실행되는살인만이살인인것인가,하는지점에작가적상상력을끌어다놓았다.작품을위해서라면‘나’의은밀한내면까지샅샅이드러내작품화시키는비열한나의남자송지훈.그를기다리는나에게갓스무살이넘은홍민아가나타난다.그녀역시송지훈을나의남자라고말한다.그녀의이야기.또다른그녀의이야기.맞부딪치는지점에서나는결국복수를결심한다.
류성희의「인간을해부하다」는해부앞에드러나는인간의살점을Y자절개로낱낱이잘라냈다다시꼼꼼히꿰맨작품이다.살인,그리고해부.어쩌면내가당할지도모른다는무서움앞에주인공은인간을해부하는것만으로그것을용해시킨다.그러나일어날일은결국일어나고,올것은결국오고마는법.
송시우의「사랑합니다,고객님」이보여주는결말의파괴성은극히잔인하다.마치영화〈캐리〉에서피를뒤집어쓴채거리를헤매는그녀를보는것처럼.그러나그것에이르러가는과정은거대서스펜스로서손색이없다.
김주동의「탈출」은범죄앞에무기력한한인간의몰락을극명하게문자화시켰다.어린시절부터거부할수없는지배자가된친구.그가범죄의대가를받고출소한다.그는눈앞에서태연히사체를묻기도했다.그는이제아내까지나누어갖자고요구하고무작정돈을달라고떼를쓰기도한다.아,현실의지옥이여.이곳을탈출할방법은없을까?내가탈출할방법은무엇일까?
손선영의「그녀는알고있다」는반전소설이다.그러나그반전을이끌어가기까지드러내는서스펜스가자못흥미롭다.본격미스터리인것도같고,또서스펜스의법칙을잘따르기도한것같다.결말에이르러주인공의어지러움에,아니현실의모호함에독자가공감한다면커다란반전으로귀결을맺을것이다.
*사회파추리소설이라고알아?그것도보여줄게!
흔히사회파추리소설이라고하면많은이들이1970년대와1980년대초반을풍미한기업소설을떠올릴지도모르겠다.사회파추리소설은정의하자면,자본주의사회의구조적모순을파헤쳐인간성의상실이나자본주의의폐해를드러내는데있다.다시말하면황금만능주의,외모지상주의등물질이주체이고인간이객체인사회를꼬집는비판에있는것이다.이러한것들은한국의단편에서어떤모습으로소설화되었을까?
현재훈은평생추리문학을음지에서양지로드러나게하는데에일조했다.그는인간성과사회성을담는추리작품을썼으며「절벽」은그러한사회성을가미한걸작이다.한국전쟁이후혼란한사회상을뚫고절벽에서수직상승한한남자는그가갈망했던허상으로서의사랑앞에결국수직낙하하고만다.그리고그뒤에는부인의죽음에대해복수를다짐한한남자의8년간의절절한노력이깃들어있었다.
이원두의「정력전화」는우리사회에서정말벌어졌을지모를자본에천착한한인간의몰락을구체화시킨작품이다.단지돈을위해서라면한인간의죽음쯤이야아무렇지않게여기는최사장.그는자신의회사를불태울계략을실천하기에이른다.
최종철의「아내마저사기친남자」는몰락해버린한공무원의행태를내연녀를통해보여준다.그리고그것을통해정말현실에서있을법한사회의한지점을통렬하게꼬집는다.우리사회에는,물론정말극명하고미미한숫자겠으나,뇌물을받은공무원들이무시로기사화된다.그들은어쩌다뇌물을받고또그이후에는어떤삶을살고있을까?
외모지상주의.이제는너무많이접해사람들이반응조차하지않는다.그러나모두알고있다.최지수의「다이어트클럽」은이제아무도반응하지않으려는,즉알면서도무시하는외모지상주의,‘다이어트’의무서움을직접적으로그렸다.
*그래,지금까지잘봤다고.그럼그나머지는?
『완전사회』를통해한국에서최초의장편SF소설을선보인문윤성은「덴버에서생긴일」에서물질을통해현상을밝히는SF적상상력을구가했다.그리고그것을사건에접목시켜해결하는모습을보인다.소설을읽어보았다면,물론그것이벌써30년이된소설이라고해도,실제생겨났을지모를기술은아닌가되짚어보게된다.
방재희의「교환일기」는평행이론,평행우주에관해상상력을펼쳐낸글이다.반면이야기의구조는확장일로보다는고등학생의사생활이라는작은복주머니같은플롯을택했다.나와같은내가살고있는평행우주,그것에서무슨일이벌어지고있을까?학교도가기싫고왕따나당하지않아다행인나에게벌어지는일들.읽어봐야맛을안다고,발상부터흥미롭지않은가?
데실해밋에의해시작되어레이먼드챈들러에이르러완성되었다고지칭되는하드보일드.마초적인남자주인공과그를둘러싼사건의해결에오로지초점을맞춘이것이우리나라에서는어떤모습이될까?한이의「체류」는하드보일드작법에충실하다.주인공서동해는그를찾아온또안과함께베트남여자응옥을찾아나선다.이야기는그것이전부라고해도틀리지않다.그렇게응옥을찾아가는서동해와또안의모습에서한국사회의편향성은작가가의도했든아니든극명하게드러나고만다.
김재희의「오리엔트히트」는첩보물에해당된다.하드보일드에서시작해양차대전이후첩보물로이어지는일련의흐름은그것을하드보일드에서떼어내기가힘든것이사실이다.단순히007만생각해도하드보일드가갖추어야할요소를고루갖추고있지않은가.반면김재희의「오리엔트히트」는조금한국적인정이엿보이는것이사실이다.결말에이르러주인공의선택이그것을반증한다고하겠다.
이가형의「비명」과김재성의「목없는인디언」은배경형추리소설로구분할수있다.배경형추리소설은사건의해결보다는그것이일어난배경이나그전반에걸친사실에주안점을둔것으로김성종의『여명의눈동자』가좋은텍스트이다.평생영문학자이며추리소설을대중에게알리는것에힘써온고이가형의「비명」은그가문학에도상당한수준의혜안을가졌다는것을짐작하게한다.
밀리터리소설도보인다.반전을장치한김상윤의「드래구노프」는풍부한무기상식을바탕으로용병들사이에서벌어질수있는암투를다루었다.물론이용병들에게신은바로돈이다.그러나몰락하지않은우리의주인공은그것을이겨낸다.바로드래구노프를들고서.
한때큰반향을일으켰던미국드라마〈환상특급〉에어울리는슈퍼내추럴한작품도있다.바로이수광의「그밤은길었다」,오현리의「포커」,정혁의「빛이닿지않는세계의남자」이다.이수광의「그밤은길었다」는유령이되어버린한남자의담담한독백이눈길을끈다.사실이작품은3인칭이줄수있는,즉감정을배제하고철저히관찰자로서의매력을한껏살린작품이다.오현리의「포커」는〈환상특급〉의모티브로써도손색이없을정도로완성도가훌륭하다.작가스스로사이킥미스터리라고단정했을정도이니사뭇그초자연적인결말에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다.정혁의「빛이닿지않는세계의남자」는사랑을놓지못한한남자가친구앞에나타나이야기를건넨다.아직도그녀를사랑한다고.사실이작품은결말을맺지않은리들스토리로보는것이맞을듯하다.
설인효의「그리고아무도없었다」는동명의애거서크리스티작품을제목으로차용한패기만만한작품이다.사실이작품은어느한장르에규정하기가모호하다.그러나‘시추에이션스토리’로손색이없다.일단의사람들이클로즈드서클에모였다하나씩이슬이되는모습이이소설의백미다.
이승영의「살인의가치」는이작품집에서보기드문도서추리로보아야할것같다.물론정현웅의「정형외과의사부인실종사건」도같은범주에속하긴하나단정짓기에무리가있는것이사실이다.「살인의가치」는그에게달려와목숨을애걸하는한여인을구해주며시작된다.그리고벌어진살인,그것을덮어버린다면이제어떻게될까?그리고여인은놀라운이야기를전개한다.
이상으로이작품집에실린44편의작품을살펴보았다.때론겉핥기식으로넘어간것도있고,어떤것은짧지만강렬하게평한것들도있을것이다.그러나그것에천착하지말고독자스스로마음껏즐기시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