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육근상 시집)

여우 (육근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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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우직하게 발굴하는 삶의 얼굴
제12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작가 육근상 시집

“여우는 골똘하게 새벽 기다리다
고욤나무 가지에도 신발 가지런한 댓돌에도
고리짝 두 개 서 있는 대청까지 들어와
바람을 토굴처럼 열어 세상 엿보고 있다”
저자

육근상

1960년대전광역시에서태어났으며,1991년『삶의문학』에시를발표하며문단에나왔다.2017년시집『만개』가세종도서문학나눔문학부문우수도서에선정되었고,2019년제12회오장환문학상을수상했다.시집으로『절창』(2013),『만개』(2016),『우술필담』(2018)이있다.

목차

시인의말

제1부
한낮|모개|손님|볕|봄날|수국|새떼|호박꽃|적멸|가을|메밀꽃|손없는날|보름벌레|달강|북바위|여우|폭설|숫눈|바라실미륵원지노을집

제2부
詩|사월|앵두가익어가네|봄비|달가락지|빈집|여수바윗골|누이|노을강|낙화|어떤저녁|가을밤|강|첫사랑|낮달|속초|동백|망종|오늘만같고|해남윤씨네골방에누워

제3부
삭망|겨울밤|엄니|벚꽃설렁탕|사랑가|콩꼬투리|오늘은비|밥|살림1|살림2|살림3|살림4|살림5|새벽|이몸이여홀로살아가는구나|첫눈이해끗해끗|세밑|연대기|혼자사는즐거움|길손|붉은포도밭

해설|겨울의송가에서봄의예감으로_방민호

출판사 서평

우직하게발굴하는삶의얼굴
육근상네번째시집,『여우』

제12회오장환문학상수상시인,육근상시인의네번째시집.『절창』,『만개』,『우술필담』에이어,삶의현장에뿌리내린다양한구어체방언으로자연과구체적인생활을그려내는육근상시인의특징이다시한번잘드러나는시집이다.
충청도사투리말바탕에대전지역의영남,호남말이섞여리듬을이룬다.지역의특성을살리는중에해방후6ㆍ25전쟁통에월남한사람들말까지놓치지않았다.이시집에는여러지명들이등장하는데,“청령끝방앗간집”(「모개」),“부소무늬”(「수국」),“평박골”(「달가락지」),“어부동”(「어떤저녁」),“애미고개”(「첫사랑」)등의“이숱한마을,고개,들판같은이름들이,‘땅의사람들’이저마다자신들의삶의사연을품에안고이‘이야기시’의주인공역할을한다.”(「해설」)「살림」연작에서는산문형식을갖추면서구어口語를통해생활의다양한이야기를들려준다.이해학적인어투와노랫가락처럼이어지는사투리의향연은,삶의현장에뿌리내린시정신을구현하는동시에개인방언으로서의시적문체를낳는다.

잃어버린이를그리는애가
“저가을볕따라한생애가낯선별자리로갔다평생무명저고리하나로강아지풀스미다쓸쓸하게떠났다”

시인은삶에서끌어내온목소리를통해그의생활을그려내는데,이번시집은겨울과침잠된슬픔의바닥으로걸어간다.시인은「시인의말」을통해“나는또어느별에서생명얻을것이니가는것너무슬퍼하지마라”라는어머니의말을전한다.다소담담한발화로시작하는시집의곳곳에서시인은돌아가신어머니와의기억을떠올린다.그기억은“애덜근강햐”냐“집안에쥐는?구”하는말씀이며,이질문앞에서시인은“이밤누가논두렁을태우고있나”“매운눈비비며쥐를잡고있나”(「적멸」)라며눈물을삼킨다.
상실에대한감각은통렬하다.좋은이삿날이라는“손없는날가신엄니아직오시지않고”(「손없는날」)시인은꾸역꾸역비빈보리밥을밀어넣는다.회상과허전함속에서시인의시선은조용히존재하는주변의일상과자연에머문다.시인은이시집을통해그자연의공간을깊이통과하며,일상적존재들안에깃든깊은시간성과움직임을되살려냈다.그시간의근원은생을떠난가족에관한깊은그리움과슬픔을필두로한해학이다.이시집속에서서글픈웃음을담은목소리는향토적서사와함께어우러지며꽃과풀,계절과풍경을통해진득한정서를드러낸다.

겨울한복판에서봄의목소리를듣다
“새벽밥툭툭털고일어나마당나서면
흰털보송보송한여우가뽀드득뽀드득소리내어따라왔다”

슬픔은계절의순환에따라휘발되거나사그라들지않는다.순환과함께하는시간이외로움과슬픔의답이되어주지도못한다.떠나간이를그리워하는절절한애가는계절과닿아서사를만들어낸다.시집은“여기서부터겨울이다”(「붉은포도밭」)라는간결한전언으로끝을맺는다.이전언은상실의슬픔에빠진시인이침잠하는계절의시작을알리면서,시집전반에드리운서늘한감각들을형상화한다.이겨울은“소나무가한쪽팔잃고먼산바라보는”계절이며이곳에서시인은“밤새여우가길내어올라간북방”을그리워한다.시인이구사하는개인방언은시집에담고자하는깊고진한정서와그의마음속에새겨진그리움과상처를부연한다.

“바람이뼛속까지파고들어오디돌아댕기기두으설퍼문지방옆댕이오그리구앉어문풍지우는소리들으매손장단이나맞추구있는디마실갔다오종종들어오던각시뜰팡이엎어놓은양재기꽁무니바람에굴러가다바람벽부딪혀찌그러지는소리루한마디되아내는디봄은허세여”(「살림」2)

그는겨울내내“빨랫줄에해지고구멍난셔츠”로걸려있는서글픔을노래하지만,그에게닥친상실의기억에온기를가진“품속”이스며든다.그가「볕」에서발화하듯이“품속같다무엇이든끌어안고있으면한생명얻을수있겠다.”계절은변화하고겨울이저물어봄이오는‘이야기시’속에서“텃밭도품속따뜻했는지연두가기지개”이고“나를품었던엄니도이제품속돌아가려는지양지녘볕을있는힘껏끌어모으”셨다.

육근상시인은『여우』를통해“자신들의삶전체를바쳐연연히이어지는자연적삶그자체를수용하고표현”한다.이는시인이네번째로시도하는“자연적존재로서의사람의‘삶’과그들이깃들여살아가는터전으로서의‘토양’과이모든존재의근원으로서의우주와그혼에대한인식과,그표현으로서의사람의말과글,그리고그집약체으로서의문학에대한인식을가능한한끝까지밀어붙이는것.”이다.(「해설」)진실한감각으로우직하게밀고나아가는이방언의시들은육근상시인의진솔한속사정을체화해만들어낸그의독보적인시세계이다.구체적인생활언어로삶의얼굴을발굴하는시도를통해시인은가장가까운봄의세계를열어나가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