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에서 신시까지: 아침 새 빛의 나라 (나해철 신화서사시 | 양장본 Hardcover)

물방울에서 신시까지: 아침 새 빛의 나라 (나해철 신화서사시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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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의 언어로 길어 올린 신화적 상상력,
현재를 낯설게 비추는 근원의 세계
이 시대에 신화는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한 가지 가능한 대답이라고 할 수 있는 나해철 시인의 아홉 번째 시집이 솔시선 34권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시인은 동북아시아에 편재遍在한 신화소들을 엮어 시의 언어로 재구성하고 다시 직조해냄으로써 닫힌 텍스트로서의 신화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시인에 의해 다시 쓰인 한국 신화는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을 낯설게 비추어 새로운 감각으로 마주하게 한다. 나해철 시인은 신화라는 텍스트를 활짝 열어젖혀 거대한 ‘신화’의 상징과 서사가 현재적인 장소와 삶의 맥락 속에서 새롭게 자리잡도록 한다.
시인은 맨 처음에 있었던 그 ‘무엇’의 이름을 찾아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그것은 혼돈으로도 침묵으로도 빛으로도 어둠으로도 보이는, 규정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흩어져 있는 ‘있음’의 충만한 ‘무엇’은 자연 안에서 생명과 탄생을 예비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태초의 충만함과 혼돈으로 가득한 신화적 공간 안에서, 시인이 맨 처음 호명하는 존재는 놀랍게도 신이 아니라 ‘너’라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이 ‘너’는 누구인가? 마고나 환인, 환웅, 단군과 같은 신적 존재이면서 이 신화서사시를 접하는 당신을 비롯해 생명을 지닌 존재들 낱낱이기도 한 복수複數의 ‘너’들이다. 한 세계가 만들어져가는 신화적 공간 안에서 부르는 ‘너’는, 세계의 탄생과 형성 과정 내내 시의 공간 안에 자리한다. 여신 마고의 손길 안에서 생명과 신이 탄생하고, 세계가 만들어지고, 인간과 만물이 태어나고, 전쟁의 불과 찢김을 지나 마침내 거주지에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에 ‘너’는 함께 있다.
이처럼 시인은 신화로부터 ‘신’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위대함보다는 그 “무궁한 이야기 속에 네가 있”(「30 샛별 여신과 해맞이 매 별신」)음을 노래한다. 시인은 왜 지금 신화를 노래하는가. 왜 이 신화적 공간에서 ‘너’에게 말을 건네는가. 나해철 시인이 우리 앞에 불러낸 이 신화적 공간은, 우리가 기억하고 되살려내고 기려야 하는, 우리가 지켜내지 못한 ‘너’들,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추모의 공간이자 잉태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저자

나해철

1956년전남나주영산포에서태어났다.1976년천마문학상시부문대상을수상했으며,1982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했다.한국작가회의이사를역임했으며,‘5월시’동인이다.
시집으로『무등에올라』,『동해일기』,『그대를부르는순간만꽃이되는』,『아름다운손』,『긴사랑』,『꽃길삼만리』,『위로』가있으며,2014년4월29일부터페이스북에하루에한편씩올린304편의연작시를묶어『영원한죄영원한슬픔』을펴냈다.

목차

제1부물방울
1혼돈|2개벽|3물방울거품|4태극|5마고|6하늘과신들의탄생|7세자매신|8땅|9바다와강|10해,달,별|11인간여자|12뭇생명|13남자사람|14천둥|15마고의동아시아평야와백두대간창조

제2부마고의전쟁
16괴물여신|17악신의탄생|18악신의첫행보|19최초의전쟁|20두번째전쟁|21세번째전쟁|22네번째전쟁|23다섯번째전쟁|24여섯번째전쟁|25일곱번째전쟁|26여덟번째전쟁|27동쪽바람의여신|28영원한시간의별|29불돌,하늘나무,아주머니여신들|30샛별여신과해맞이매별신|31아홉번째전쟁시작전|32아홉번째전쟁의시작과참상|33아홉번째전쟁에서활약한여신들|34아홉번째전쟁|35아홉번째전쟁의결과|36마지막전쟁의전반부상황|37마고신의회복|38마지막승리를위한준비|39마지막전쟁의승리|40우주의어머니신|41마고여신,여성인간지도자를양육하시다|42첫영적지도자가된여자사람|43미륵신과미륵땅의인간|44미륵신과석가신의이야기|45거대한홍수|46홍수가지나간후|47천인의탄생|48천인들의삶|49마고성의비극|50천인들의이주


제3부신시
51환인,드러나시다|52환인,세계를다스리시다|53제신들의이주|54환인천제의아들신이신환웅천황|55환웅천황의첫번째하늘전쟁|56환웅천황의두번째하늘전쟁|57환웅천황의마지막하늘전쟁|58환웅천황과사람들|59환웅천황,허락을받다|60천부인이야기|61세도움신에대하여|62풍백의노래|63우사의노래|64운사의노래|65환웅천황,드디어동쪽으로향하다|66환웅천황의인간전쟁|67환웅천황의홍익인간|68자기들의땅에도착하다|69환웅천황과밝달족의나라|70단군왕검의탄생|71단군왕검황제,조선을건국하시다|72배달국조선,홍익인간을이루다

해설‘아침새빛의나라’에내리는율려의빛꽃_이안나

출판사 서평

마고에서아침새빛의나라까지
창세신화와건국신화의접점을상상하다

창세신화는세계의시작과인간의기원을둘러싼질문에대한응답이라고할수있다.시인은어느순간부터우리에게잊힌‘마고’를이야기의장으로다시불러옴으로써그에답한다.세계의시작에있던“노래이기도하고/말이기도하고/이야기이기도하고/생각이기도한것을”“진즉잉태”한“물방울거품”(「3물방울거품」)은곧거대한몸집을가진‘마고신’이되고,“모든것의전부인여신마고”로부터“새로운것들이태어”(「6하늘과신들의탄생」)나세계가지어진다.세계는‘마고신’의몸과몸짓으로,의도와우연속에서창조와분화를거듭해가며확장된다.한존재로부터다른존재가파생되고새로운존재들이자꾸만생겨나는것은,세계를좀더다종다양하고다채롭게하는것인동시에복잡하고모순적인국면에이르도록만드는것이기도하다.이를잘보여주는존재가‘괴물여신’이다.‘괴물여신’은‘마고신’의딸이자자매인‘아랫몸신’의잠을깨우기위해빚어졌는데,그처럼하찮은일을해야만하는것에불만을품고“점차변심을하여”(「16괴물여신」)세계를어지럽히고존재들에게해를끼치는‘악신’이된다.
‘마고신’에대항하는‘악신’의탄생은선악구도에대한설명으로읽힐수도있다.그러나시인이그려내는신화의세계에서‘악신’을명백한‘악’으로규정하기는어렵다.‘악신’의탄생은자연재해나질병과같이왜일어나는지이해하기도어렵고극복하기도쉽지않은인간의고통이나시련을“해명하고자하는욕구”로부터비롯되는것이기때문이다.‘악신’은“악그자체라기보다”는인간의통제가불가능한상황들이“사납고기괴한형태로의인화된것”(「해설」)이라고할수있으며,2부에서펼쳐지는열차례에걸친‘마고신’과‘악신’의전쟁은선과악의대결이라기보다는세계의불가해한지점에대한해명의과정에가깝다.
한편‘악신’과의전쟁은‘마고’라는개별적존재의삶이타자와의대결을통해하나의역사와신화적인상징으로구축되는의미화과정을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이모든치열한과정을통과하면서건국신화에밀려오랫동안신화의세계에서소외되어온‘마고’는비로소생명과창조의요체로재형상화되고창세신이자신화의중심서사로서자리매김한다.
마고신이‘환인’이되는변모의장면은유연하게자신의존재를갱신하는신의모습을보여주는것인동시에여성성과남성성이라는고정된틀에서벗어나는자유로운존재의탄생을나타낸다.이로써각각분절되어있던창세신화와건국신화는연속선을이루는것으로형상화된다.세계의탄생과형성이시를통과하여이제신화적상상력으로직조해낸하나의맥락,하나의세계관으로이어지는것이다.

[…]
삶,지금여기‘너’에게도착한태초로부터의전언

깊고혼곤한잠을자면서
마고신은
코를골게되었다
그코고는소리가너무나컸다
그때까지그런큰소리는
하늘과땅에있지않았다

그소리는후에천둥소리라고
사람들이말하게되지만

[…]

너여
하늘이내려앉고
땅이갈라지는시간이
네몸안에도웅크리고있다
너의몸은
모든것의지도이며
시간이쌓인시간의전집이다
-「14천둥」부분

한편의시는신의이야기를진술하는국면과‘너’를호명하는국면이차례로나열되는이중구조로짜여있다.신이탄생하고생성시키며존재의전환을통해소멸하는연대기적과정과‘너’가태어나고살아가며소멸을기억하는방식으로치유되는일련의과정이마주닿은채함께간다.시의화자는‘악신’과고투하는‘마고’로부터환기된생명과대지의순환성을,개별적존재인‘너’또한지니고있음을이야기한다.이러한중첩을통해신화적공간은현재에틈입한다.
시인이우리앞에불러낸이신화적공간은,우리가기억하고되살려내고기려야하는,우리가지켜내지못한‘너’들,우리의아이들,우리의역사에대한추모의공간이자잉태의공간이다.동시에이는잃어버린‘너’들을마음에지닌채살아가는‘너’,지금여기의당신을위해마련된공간이기도하다.오늘밤하늘에피어난별빛이오래전과거에서출발하여이제막우리의눈앞에도달한메시지이듯,신화의전언또한이전의‘너’들로부터부쳐져지금‘너’의앞에도착한편지이다.
켜켜이쌓인시간의층위를건너오느라잔뜩낡고닳은편지봉투를열어보면그안엔두려움과오욕,뿔,욕심,좋지않은생각,눈물,실패,생로병사가있다.우리가살려내지못한‘너’들이있고‘그럼에도불구하고’힘껏살아갈것이분명한,지금을살아내고있는‘너’가있다.
시인은신화를빌어생명을지켜주고싶은의지를드러낸다.마음속에서어지럽게일렁거리는감정들,나쁜상황들,‘너’의힘과의지만으로어찌할수없는것들에맞서“견디어”(「31아홉번째전쟁시작전」)낼때,“걷고뛰고날고기어서”“삶가운데있”고자애쓸때시의화자는다정한목소리로“그순간네가바로마고”(「15마고의동아시아평야와백두대간창조」)이자“위대한환웅천황”(「67환웅천황의홍익인간」)이라고넌지시속삭인다.신의이야기로부터뻗어나간‘삶’이‘너’에게가닿는바로그순간,‘삶’은곧이야기가된다.
“너야/너의삶이/이야기가되어야한다”(「39마지막전쟁의승리」).‘너’라는존재가슬픔에망가지지않고계속해서살아나가기위해삶이발화發話되어야한다는것,그이야기는긴생명의공간에뿌리내리고있다는것,그것이시인이신화로부터발견한자명하고도단순한세계의진리이자,지금열린신화의공간으로우리를부른이유이다.시인이열어젖힌신화의세계가‘너’의삶,바로이곳에하나의시로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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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서사시는창세로부터건국에이르는길고긴시간의여정속에서벌어지는특이점에이르는사건들을보여준다.이사건들은인간의정형화된사고의틀을넘어상상력이극대화된스펙터클한파노라마형태로펼쳐진다.우주적규모의서사속에는신비하고오묘한창조의원리가보화처럼숨어있다.심장박동같은음양의리듬으로세상은어둠에서빛으로나아간다.서사는태초의‘혼돈’에서세상이열리는‘개벽’으로시작하여여자인간과남자사람이탄생되는인간창조의이야기로장대하게펼쳐진다.‘혼돈’은단순히무질서가아니라형태가아직태동하지않은상태일
뿐조화로운에너지의흐름인율려律呂가작용하는세계이다.
-이안나(신화학자·한국외대연구원),「해설」에서

일연스님의『삼국유사』가우리의잃어버린상고사上古史고조선을찾았다면,도저한‘생명의시인’나해철은창세의시원을더듬어우리천손족天孫族의시초가‘물방울’임을밝힌다.물기[陰氣]에서나온여신마고가“밝은하늘빛”“모든것의근원”의뜻을지닌자웅동체의천제환인桓因으로새로이화생하고,환인은인간세계를널리이롭게할‘홍익인간’의뜻으로그아들환웅에게천부인天符印세개와무리삼천을거느리고내려가서세상을다스리게한다.태백산꼭대기신단수밑에강신降神한환웅천황은신시神市를세우고,웅녀를맞아단군왕검을낳고왕검은평양성에도읍을정하고나라이름을‘朝鮮’이라부른다.
시인나해철은이아름다운단군신화의어두운심연에감추어진태초의창세신화를밝히기위해바이칼,몽골,만주등북방의신화들을일일이찾아서로를맞추며웅혼한상상력을통해마침내경이로운‘신화서사시’를창조한다.이‘신화서사시’는단군신화가남긴오래된과제이자한국문학사에주어진중요한과업에대한응답으로서,오늘의물질문명이부닥친벽을넘어새인간성을찾고새세상을여는,이른바‘음陰개벽’의신화이야기를우리안에숨어있던영혼의목소리로들려준다.
-임우기(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