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산 검은피 (양장본 Hardcover)

붉은산 검은피 (양장본 Hardcover)

$15.00
Description
한국현대사 최초의 민중해방투쟁, ‘화순항쟁’을 그린
오봉옥 장편서사시『붉은산 검은피』33년 만에 개정 출간!
‘서사시의 전통을 되살려낸 다성의 소리들’
‘해원과 축원의 시로 되살아나는 얼굴들’
‘검은피로 흐르는, 붉은산에서 부르는 해방의 이름들’
저자

오봉옥

1985년『창비16인신작시집』에「내울타리안에서」외7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영랑시문학상’과‘한송문학상’등을수상했다.1989년장편서사시『붉은산검은피』(실천문학전2권)를출간하여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투옥되었다.시집으로『지리산갈대꽃』,『나같은것도사랑을한다』,『노랑』,『섯!』등이있다.산문집으로『난월급받는시인을꿈꾼다』,동화집으로『서울에온어린왕자』,비평집으로『시와시조의공과색』등이있다.『겨레말큰사전』1~3기남측편찬위원을거쳐지금은서울디지털대학교문예창작과교수,계간『영화가있는문학의오늘』편집인을맡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서시1
서시2
서시3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맺음시

발문:수정판『붉은산검은피』출간에부쳐_최원식
간행의말_임우기

출판사 서평

서사시의전통을되살려낸다성의소리들
“자글자글끓는말속에서어머니목소리들렸다어머니목소리들렸다”

1946년일어난‘화순탄광사건’은해방직후미군정이우리나라에들어와처음으로민중을학살한사건이다.‘제주4ㆍ3항쟁’과‘여순항쟁’으로이어지는한국현대사에서‘화순항쟁’은해방이후첫민중항쟁의장을열었다.이러한역사를담은『붉은산검은피』는1989년출간직후시인이구속되는등필화사건을겪으며,판매금지되었다가2022년6월,33년만에새로운모습으로독자들을찾아왔다.
『붉은산검은피』는일제식민지시기에서해방이후‘화순항쟁’에이르는역사를살아가는석이가족의일대기와노동자,농민의삶과억울한죽음,그넋을기리고있다.시집은역사적으로새롭게복원되고평가받아야할민중항쟁으로서의서사에서뿐아니라,해방시기를살아간민중의생생한목소리를뛰어난발화방식으로형상화해내문학사적으로도중요한의미를담아냈다.시집의첫출간과판매금지,그리고2022년의복간에이르는시집의역사자체는우리의현대사를압축하고있기도하다.
우리문학사에면면히흐르는서사시적전통을되살려낸시집『붉은산검은피』는민중의구체적인생활상과다성적인목소리가어떻게생생하게문학적으로복원될수있을것인가하는중요한질문에답하고있다.시집을간행한임우기문학평론가는‘간행사’에서이시집은“서사무가(敍事巫歌)의전통을이어받은,반제국주의민족해방투쟁에서산화한탄광노동자들과마을주민들의넋을위무하는진혼가”라고평한다.역사의긴목록속에서사태의한가운데로뛰어들어발화하는인물들은,장단의운율속에서우리와공명한다.
시의언어는곡괭이를든광부처럼수많은삶의조건속에서살아가는인간의모습과그들의목소리를캐낸다.이러한언어는“주인공석이를비롯한민중들과역사속실존인물들이‘따로-함께’하는다성多聲의목소리를들려주는이야기-소리꾼의존재에서그민중적진실성과특별한전위성”을획득한다.(임우기문학평론가)그현장은유희의‘축제’로변주되며시인의목소리를빌어한번도멈춘적없었던이야기를들려주고있다.


해원과축원의시로되살아나는얼굴들
“넋이야넋이로구나이넋이는누넋인고”

오봉옥시인은33년만에『붉은산검은피』를다시펴내며“‘화순항쟁’에서의억울한죽음을규명하기위해한사람의삶의궤적을따라가는식으로구성을다시했고,보다더단단한짜임새를위해불필요한삽화들은걷어냈다.그리고약간의오류가있었던부분들을바로잡았다.”(‘시인의말’)고한다.시집은1989년출간직후곧판매금지되었기에,시인이말한개정은단지수정을넘어되찾은목소리로새로운이야기를들려주는것이다.
장대한서사시는,머슴이었던우리의아비가황토현에서동학농민군이되어싸우고빨치산아들의죽음앞에서는“천년만년넋풀이”「서시1,2,3」으로그막을연다.“넋이야넋이로구나이넋이가누넋인고[…]가자서라가자서라넋맞으러가자서라”(「서시3」,42~43쪽)하며‘씻김굿’을시작한다.
발문에서최원식문학평론가는서문의“씻김굿이란문자그대로망자(亡者)의영혼을씻어이승의한을풀고극락왕생하기를비는굿으로굿에참여한죽은자와산자모두가생기복덕을입는한바탕의축제”라고평한다.오봉옥시인은이‘씻김굿’으로1894년의동학농민군아비와식민지시대만주에서무장투쟁한아비와한국전쟁전의빨치산아비,1980년광주에서죽어간오월아비들로이어지는넋을풀어낸다.
서사시의주요인물석이는“지도커서장군이되고싶었지호랭이가되어너른들판에떠억하니눕고”(「제1장」,61쪽)싶어하다가도“참재미나네그래도먹을것이생각”(「제1장」,58쪽)나는장난꾸러기아이다.석이에게는아버지를그리워하는어머니와누이,기나긴곡을하다“저문들처럼살다가저문들처럼”돌아가신할머니가있다.그리고산에서살아가는빨치산항일독립유격대에대한“진짜배기이야기보따리를”들려주는독립운동가사평아재가있다.(「제2장」,77쪽)식민지하에서누이미순은굶주림과괴롭힘을견디다못해산으로숨는다.
누이미순이가숨은이산은“큰산아래하루가기울고/큰산아래하루가일어나는/산처녀시상살이야/산이무섭고/산이든든하지요/살아있는산이떠억내려다보고있으니/그안에서쥐죽은듯살아야지요”(「제3장」,95쪽)하는산이다.민중의삶과항쟁의역사에서‘산’은중요한무대였다.숨을곳없는그들을최후에감싸준너른품이자삶의의지를복돋아주는장소가다름아닌‘붉은산’이었다.
앓아누운어머니는더는어머니로만존재하지않는다.어머니는“한밤중에느닷없이일어나선/죽은할머니흉내”를내는것이다.석이가“언제나잘사요?/물으면/‘그저그래야’하더니/‘나이제가야쓰것다’/뒷짐딱지고앙개앙개걸어서/싸립문열고나갔지요/그때새벽닭이막꼬꼬댁울고/할머니가된엄니저만큼가더니/엄니자신으로돌아와서/‘아이고춥다’/가느다란몸움츠”린다.(「제3장」,106~108쪽)어머니-민중은현실을견디며다말하지못하고떠난,죽은이의목소리로변모하는것이다.
『붉은산검은피』에서이어머니의존재는특기할만하다.어머니는역사적·문학적전형성에서탈피해고통의구체적인얼굴을생생하게보여준다.어머니는억울하게죽임을당한이들의삶을함께앓으며,술에취해“곤드레만드레속타령”을하기도하는것이다.(「제3장」,109쪽)서사시의전반부에서는이처럼식민지시대를살아가는석이의성장과누이와어머니의얼굴을압도적으로그려내며백미를이루고있다.


검은피로흐르는,붉은산에서부르는해방의이름들
“말혀봐말혀봐도당체해방이뭐시였냐고?”

이제서사시는독립운동의과정과석이의징용,해방을맞은이들을이야기한다.독립운동을하다투옥된사평아재가고난을당하고,(「제4장」)석이는일본으로징용을가서전쟁과해방을맞는다.(「제5장」)드디어해방을맞은조선에서사평아재가출감하고,(「제6장」)해방된조선에외국군대가등장한다.(「제7장」)사평아재는“아무래도이곳에선/탄광촌일이가장중요하지라우/아무래도이마을에선/죽은아내의혼이떠도는것같어라우”하며탄광촌으로떠난다.(「제6장」,145쪽)
오랜역사의고난끝에해방을맞았지만,“이봐요이봐요/삼대째오대째이어온소작쟁이님/당신아내가종이고/당신아비가머슴이고/당신이소작쟁이인데/해방이다뭣이다요”하고,(「제7장」,151쪽)“말혀봐/말혀봐도당체/해방이뭐시였냐고?”(「제8장」,167쪽)하며,과연자신들에게‘해방은무엇인가’묻는다.민중에게해방은“소문”과같은것이었으며,해방공간에민중의자리는없었다.해방이됐다는데,사람들은다시떠난다.탄광으로들어간석이와사평아재.“파내야지/이시퍼런삽날/이날선곡괭이로/한자한자서러운내이름자파내야지/소작쟁이아비/소작쟁이어미/날때부터서러운내이름자”(「제8장」,161쪽)그들이괭이로파내려는것은탄더미에묻힌이름들이다.마지막「제9장」에이르러해방일년을맞아기념식장에가던석이와사평아재를비롯한3천여광부들은자신들을막아선미군을뚫고갔다가죽임을당한다.「맺음시」‘기억하라’에서여전히계속되는침략의역사와전쟁에대한기억을촉구한다.
장편서사시『붉은산검은피』를통해독자들은1894년동학농민혁명에서부터식민지시대와해방,미군점령과분단에이르는현대사를살아간민중의생생한목소리를들을수있다.날선곡괭이질과도같이형상화된시적화자는문학의언어가어떻게역사적언술과다르게현재의독자들에게닿을수있는가하는질문에답하는것이기도한다.
현대시에서그맥이단절된다성의화자를복원해내며,구체적인목소리로형상화한탁월한문학적성과를보여준오봉옥시인의『붉은산검은피』는,그역사적의미를더해오늘의독자들에게깊은감동을전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