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예들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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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1999년 중편「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로 등단해 불가해한 삶의 면면을 유려하고도 고집스러운 문장으로 벼려내 온 작가 심아진의 두 번째 장편소설.
홀로인 것을 마치 자신의 피부인 듯 영혼 깊숙이 받아들이며 당당하게 제 생을 일궈나갔던 후예들. 그들이 “아름답게 홀로” 또는 그렇게 살아내려 부단히 삶과 부딪히는 이야기를 그리는 소설은, 얼핏 보기에 세 여성 인물들의 관계와 내면을 메타 작가의 개입으로 흥미롭게 묘파하는 추리소설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귀연의 존재를 두려워함과 동시에 갈구해 그의 딸 요세핀을 불러들이는 효령과 ‘나만 생각할 것’이라 되뇌지만 결국 진정한 ‘나’를 얻기까지 각려의 노력을 기해야 할 귀연, 자유로웠던 옛 영웅의 후예로서 기꺼이 미지의 들판으로 나아가는 요세핀.
소설은 그들의 얽힌 뿌리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여전히 남은 ‘혼자’”를 추슬러나가는지, 그 여정의 선두에 선 ‘후예들’로서의 인물들을 그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저자

심아진

1999년중편「차마시는시간을위하여」(『21세기문학』)로등단했다.소설집으로『숨을쉬다』,『그만,뛰어내리다』,『여우』,『무관심연습』,『신의한수』(김용익문학상,채만식문학상),장편소설『어쩌면,진심입니다』가있다.2020년‘심순’이란이름으로쓴동화「가벼운인사」가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동화집으로『비밀의무게』(창비좋은어린이책대상),『세상에서가장특별한1』,『행복한먼지』등이있다.

목차

D-12
증명할수없는세계
로마의자비
언제나처럼완벽하게
꿈과신화

D-11
영웅과후예들
신뢰로보답하는
무가치한사냥
떠나야할때

D-10
채찍의행보
분홍빛인생
만만찮은대결

D-9
홀로누워자는사람들
엄마라는사람
폐허의잔상
머르기트섬의산책

D-8
달의친구,별의연인
너는너다
나만생각할거야,나만
용감하고뻔뻔한선택

D-7
구야쉬수프
눈썹뼈를지켜내는시간
라이크스미술관에서

D-6
편두
감춰진시간
두통
삶에대한예의

D-5
머무르지않는사람들
무당의집
뒤늦게알게되는
생존의방식

D-4
들끓는자들
메꾸지못할구멍
진짜여행자처럼
아름답고푸른두나강

D-3
단조로운노래,단순한춤
끊어버리지않고는풀수없는
쉽지않은만남
모든것이준비되었다

D-2
귀한부패
혼란
단순하지않은가출
늦지도이르지도않은시간

D-1
지우개가루눈물
이게아닌데
나는나다

D-0
두세상의힘겨루기
‘혼자’를추슬러

해설고종석
투란의추억,또는움직이는영혼을위한송가

작가의말
내마음에드는‘나’

출판사 서평

‘혼어미’와후예들의신비한관계,이를포착해발화하는존재의의미
기존의소설적상상력의범주-너머로확장된‘새로운소설’의탄생,
‘소설의자유’를심화하고확대한‘새소설’!

1999년중편「차마시는시간을위하여」로등단해불가해한삶의면면을유려하고도고집스러운문장으로벼려내온작가심아진의두번째장편소설『후예들』은다채롭고상징적인이야기들을담아낸다.‘소설속소설가’가집필해가는소설을이정표로삼아세등장인물효령,귀연,요세핀이서로를맞닥뜨리게되는날로독자를휘몰아가는이특이한소설은‘메타-메타픽션’,‘메타적화자’의형식을취해독자로하여금서사의안과밖을동시에조망하게한다.즉‘메타-메타픽션’,‘메타적화자’라는형식은단순히소설가가화자로등장하는‘소설가소설’이아니라,메타작가가여러장면에개입해작중인물과관계를맻거나대화를나누면서그경계의모호함과뒤섞임을체험하게하는것이다.

그들의영혼중심에존재하는‘혼어미’또한화자로서,인물들의영혼을매개하는중개자로등장한다.소설안실재하는혼어미는“한때우리의어머니이고누이이고연인이며스승이었”지만현재는그저우리주위의노인의모습을하고있다.하지만소설밖,세후예들의영웅으로서,메타-메타픽션속실재하는혼어미는먼옛날영웅의후예들을대변하는인물로,“‘모두의어미’가되기위해누구의어미도될수없”었던선택받은영웅이다.그렇게혼어미는소설의안과밖경계를자유롭게넘나들며세인물의기둥처럼존재한다.자신을버린뿌리,가족의존재를두려워하면서도갈망하는양가감정을지닌효령의앞에수상한노파로나타나고,헝가리에가면“아무에게나”안부를전해달라며귀연과요세핀의존재를냉연히체화하고있는혼어미는효령,귀연,요세핀이서로를만날‘그날’로내달리는모습을마치그들의중심에선채내려다보는듯한자세를취한다.또한영웅의후예들,즉혼어미와세인물을『후예들』속에서다시소설로그려내는소설가역시그들주위에산재해서사를조망한다.이렇듯영웅들과그후예들의신비한관계와이를포착해메타화자의입을빌려발화하는존재들은『후예들』에서매우중요한지점을점거한다.

이처럼소설『후예들』은‘소설양식’이역사적으로발생한터전이자‘소설가정신’의근원인‘자유’의정신에바탕하여오늘날소설스스로가만들어놓은상투성을벗어던지는한편근대소설의양식적한계성을돌파한다.이는심아진의‘특이한소설정신’을드러내는것으로,이로인하여독자들의자유로운상상력은더깊이자극받고더높이고양되는,한국소설사에서특별한도전적의미를지닌‘새로운형식과내용의소설’임을보여주는것이다.

“일생에한번도홀로이지않은적없는자가생을실어부르는노래”

“아름답게홀로”이기위해짊어져야하는것들

“자신만을사수한채”“머무르지않기위해기를쓰는”영웅과그후예들은시간이지나그세계가투미해졌다.모두의어머니였던이는한낱노파가되어“증명할수없는세계에만존재”하게되었을지도모른다.가족의울타리를아끼면서도그에잠식된효령과끊임없이홀로이려,영웅의후예들을닮고싶어했지만끝끝내홀로이지못했던귀연,아이러니하게도영웅의후예들을가장닮았지만자신을부르는소리를찾아들어가는그의딸요세핀까지그들은모두일평생홀로아름다우려했으나현실에서짊어진짐으로인해각고의고통을지니고있다.

그럼에도그들이영웅의후예라는점은변함없듯이,그들은결국“아름답게홀로”일삶의경계선을지나고있다.요세핀을한국으로불러들이고도자신의딸윤지와남편사이에자신의배다른자매일지,조카일지모르는요세핀을어떻게“끼워넣을수있을”지고민하며마지막순간까지그가“받아들이려는세상과외면하려는세상”의힘겨루기를하는효령은투미해진후예들의정체성을잘나타내고있다.한편귀연은효령과같은세대의후예이나쇠락해진정체성을인정하고싶지않아하는,그집착으로딸요세핀을잃어불안해하면서도끝없이‘나’를되뇌는혼란스러운후예들의정체성을드러낸다.마지막으로요세핀은자유로운후예들을가장닮았지만아이러니하게도알수없는이유로관계에얽혀새로운세계를향한다.자신도자각하지못하는새후예들의정체성을계승했지만곧폭발할수도있을,가능성을가장많이지닌다음세대로의후예들을나타낸다.

그럼에도정착하지않는불완전한생에대한근원적이해

“자네는있어야할자리라는게도대체뭐라고생각하나?옛날처럼먼지풀풀날리는광야가우리들의자리인줄아나?”어디에나,어떤모습으로든존재하는영웅들은그들답게끝끝내홀로일것이다.그러나지금은그광야에빌딩이들어섰고,다리,공원이생겼다.영웅과그후예들이가지는‘제자리’의의미가퇴색됐다고받아들일수도있을것이다.하지만역설적으로아무곳이나다‘제자리’라는,“자리라는게그렇게눈에딱보이는”것이아니라는혼어미의말을따라영웅과그후예들은한평생끊임없이부유하면서정착하지않는후예들의삶을살아갈것이다.“혹독한과정을거치고도살아남은후예들이여전히달리고있다.”는『후예들』속소설의문장처럼,“그렇게많은걸잃고서도여전히남은‘혼자’를추슬러걸음을옮”기는후예들이향하는마지막지대는결국“머무르지않는사람들의자리”일것이다.

“요세핀이검은앵클부츠를성큼내밀며걷기시작하자,마태도난도도씨엉씨엉따라나선다.음악에따라춤을추는물분수의하얀날개가세상을관조하며퍼덕이고있다.지나치게초록인나뭇잎도,너무부드러운풀잎도,심하게단단한자갈들도모두빛난다.요컨대,햇빛아래반짝이지않는것이없다.”

옳다.거기더해,반짝이는것치고아름답지않은것은없다.『후예들』은정신적자유와독립을지닌영웅과그후예들의옹호로반짝이고반짝이고반짝인다.
―고종석·문학평론가,작품해설「투란의추억,또는움직이는영혼을위한송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