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함께읽는고전〉여섯번째책은최초의한문소설인김시습의《금오신화》중에〈이생규장전(李生窺墻傳)〉을야옹샘과세친구가함께읽는다.열여섯살최랑(최씨낭자)과열여덟살이생(이씨선비)의사랑이야기이다.책은개인과사회의갈등,집단과집단의충돌,그리고삶과죽음을가르는벽에맞서,인간의존엄성을지키고당당히자기삶을펼친주체적인여성,최랑에주목하였다.특히김시습이형상화했던최랑이소설속인물에머물지않고,임윤지당,강정일당등성인과군자로추앙받았던조선시대여인들의모습이었음을살펴본다.
‘최랑’의주체적인삶...단테《신곡》의‘베아트리체’처럼
김시습은소설첫대목에,이생이‘버드나무아래에서쉬다가어느날담안을슬쩍들여다보았다’고적는다.이생이최랑이사는별당을엿본것으로제목〈이생규장전(이생이담안을엿보다)〉의풀이이기도하다.그런데바로이은최랑의시에서‘길가는저도련님뉘집도련님인가?…구슬드리운발걷어차고담장넘어갈거나.’라며담장안을엿보는이생보다‘담장밖으로뛰어넘어가겠다’는최랑의적극성이돋보인다.책은이런최랑의주체성,적극성에초점을두고해석한다.
사랑도최랑이이생을리드한다.‘의심치말길,어두워지면만나리’(46쪽),‘꾸지람은제가감당하겠습니다’(52쪽),‘함께정분을맺도록합시다’(62쪽)등최랑은직진이다.반면이생은‘좋은인연인가안좋은인연인가’(42쪽)라며망설이고,‘이봄소식새나가면’(49쪽)이라고눈치보고,‘잘못들어온무릉도원’(55쪽),‘앵무새알게하지마오’(56쪽)라고자책한다.
최랑과이생이나누는시와상황묘사를꼼꼼하게살핀세친구의대화를따라가다보면,사랑에이르는두인물의태도를인생관까지확장하여해석해볼수있다.
최랑과이생은세번헤어진다.이생이아버지의꾸지람을듣고언질도없이시골로?겨갔다.반면,최랑은식음을전폐하고부모에호소하여이생과의인연을허락받고마침내혼인에이른다.책은최랑이부모로표현되는전통사회의관념을극복하는데주도적이였다고해석한다.
두번째헤어짐은최랑이겁탈하려는홍건적의잔당에맞서다죽임을당한다.개인과한사회가감당할수없는전쟁이자재난이다.최랑은후일‘하늘로부터받은인격의자연스러움을따랐기에가능했’(134쪽)다고이생에게전한다.책은남편에게종속되어있다는의미인‘정조’때문이란기존의해석을넘어서,최랑이인간으로서존엄을지키고자죽음에맞섰다고해석한다.귀신이되어서도최랑은적극적이다.대화중뭉술이는‘단지시체를수습해묻어달라는게아니라같이살자는거잖아?’(139쪽)라고죽은최랑의적극성을인정한다.
세번째는김시습의생사관이펼쳐놓은저승의법도다.최랑의영혼은흩어진다.최랑은이생의연인이자스승으로이생을완성한후에흩어졌다.지은이는단테의《신곡》에서베아트리체가단테를지옥과연옥을거쳐천국까지경험했던것처럼,최랑을이생의베아트리체,나아가한국문학의베아트리체로높이평가한다.
주체적인삶을산,여인들...조선의여자선비들
책은〈조선여인들에대한오해〉라는덧붙이는글에서,조선시대여성들이국정운영의주체로서나서지못한한계는있었지만,‘가치’라는측면에서‘성인과군자’라는남성의영역에침투했다고말한다.(216쪽)《윤지당유고》를지은임윤지당이‘시퍼렇게날선칼’에새긴호연지기(218쪽)를지녔고,조선성리학의주요한논쟁에자신의학설로도전했으며,송능한의부인한씨를비롯하여당대여성인물을발굴하는전기를남기기도하였다고전한다.또‘여성도군자가될수있다’는강정일당의기록《정일당유고》에서예학에대한주장,진리앞에서남녀구별이없다며남편을매섭게나무라며,올바르고아름다운삶을위한마음공부의기록들을인용하고있다.그외에도한문으로경지를이룬조선여인들을들고있다.삼종지도,부부유별등성차별적해석이풍문에불과하다고지적하며조선여인이쓴다양한기록들을접해보고새롭게알아보기를권한다.
김시습의생사관을읽는다
〈이생규장전〉은죽음이후를무대로한다.책은‘저승이존재할까?’라고질문한다.공자는‘삶에대해서도모르는데,어떻게죽음에대해서알수있는가’라고불가지론을펼치고,칸트는이세상에서실현되지않은정의가저세상에서는실현된다는믿음이있어야한다며,‘요청으로서의신’(165쪽)이필요함을역설했다.지은이이양호는,김시습의생사관은죽음이후에죄를씻을행위가필요하지만,결국은흩어지는것이라고전한다.최랑이죽어서귀신으로이생과살게되는이유를김시습의생사관(生死觀)을통해이해할수있게돕는다.
앗,한시(漢詩)가이렇게멋지구나
원본한문소설에는한시(漢詩)가많다.특히최랑의다락방에걸린두폭의그림에딸린한시와사계절의심상이잘담긴16편한시가절정이다.‘안개낀강위에첩첩이쌓인산봉우리’라는뜻의〈연강첩장도〉와‘그윽하니텅빈묵은나무’란뜻의〈유황고목도〉를공간과시간으로해석해가는세친구의대화가나온다.전통적인동양화를감상하고그에어우러진한시의맛을음미하며,소설적으로최랑이갖춘주체성의근원으로확장하며해석한다.동양화와한시감상에대한본보기로추천할만하다.
[구성의특징]
발췌식고전읽기에서벗어난,통으로읽는원문
다각도로원문을해석한‘대화’
등장인물의역할나누어읽기
구조를한눈에볼수있는흐름도
[독서토론을위한10가지질문]
1.책의첫대목에이생이버드나무아래에서‘담장’의안을슬쩍들여다봅니다.그리고이생과최랑이담장을사이에두고편지로마음을확인하고이생이담을넘게됩니다.이과정에서이생의마음과최랑의마음을살펴볼수있는언행과시의구절이나옵니다.이언행과시구절을뽑아서누가더적극적인지를비교해보고그이유를말해봅시다.
2.이책의첫장인〈이생,담장너머로최랑을엿보다〉뒷부분을보면,야옹샘과세친구가‘집안살림’에대하여이야기를나눕니다.조선의여자선비들은‘생명을키우는일’로,‘마음을닦는일’로집안살림에의미를부여했습니다.그에비해서양의전통은‘집안살림’을직접적으로목숨을부지하는‘노동’으로노예나하녀가하는일로여겼다고합니다.이러한‘집안살림’에대한오래된생각들의차이를살펴보고,한인간으로서‘집안살림’을어떻게봐야하는지,그리고‘집안살림’에서남자와여자의역할이따로있다는생각의문제점은무엇인지를이야기해봅시다.
3.이생이최랑을따라올라간다락방에는두폭의화첩이걸려있습니다.하나는연강첩장도(煙江疊?圖,안개낀강위에첩첩이쌓인산봉우리)이고다른하나는유황고목도(幽篁古木圖,그윽하니텅빈묵은나무)입니다.야옹샘과세명의친구들은두폭의그림을‘공간과시간’,‘자연과문명’나아가‘우주’로까지의미를확장하여살펴봅니다.이와유사한동양화작품들을찾아서함께보고,그작품에서‘책에있는시구절’과어울리는요소를찾고나름대로느낀점을이야기해봅시다.
4.최랑과이생의사랑은벽에부딪히게됩니다.개인간의사랑이가족과집안이라는사회적관계의반대에부딪힙니다.그러나최랑이죽음을무릅쓰고호소하여혼인을허락받고이생을다시만나게됩니다.이과정에서중매쟁이를통하여이생의아버지와최랑의아버지사이에말이오갑니다.이말들을살펴서두집안의입장을비교하여보고,지은이김시습이의도한바를이야기해봅시다.
5.최랑과이생의혼인시절은금세끝이납니다.이번에는고려공민왕때벌어졌던‘홍건적의난’으로최랑이죽임을당합니다.최랑과이생이살던사회의밖에서전쟁을걸어온것입니다.짐승놈의겁탈에맞서최랑은저항합니다.최랑은이생에게‘하늘로부터받은인격의자연스러움을따랐다’고말합니다.‘정조’관념에머물지않은최랑의말을통해,생육신으로살았던김시습이처했던역사적상황을고려하여,그가말하고자것은무엇일까요?
6.이생은전쟁통에불에타버린옛집에돌아와서,‘모든것이한바탕꿈같았다’고말합니다.이후로이생은달라집니다.야옹샘과세친구들은이를‘인식의대전환’이라며,플라톤의‘동굴속죄수’,베이컨의‘동굴의우상’그리고‘우물안개구리’등적합한비유를찾고있습니다.어떤비유가‘이생의깨달음’을잘설명할까요?
7.이생은귀신이된최랑과사랑을나눕니다.여기서질문.저승이있을까요?귀신은무엇일까요?인류는오랫동안죽음이후의세계를상상했고이를생사관(生死觀)으로체계화해왔습니다.야옹샘과친구들은공자,칸트의언명을찾고김시습은어떻게생각했는지를추적합니다.공자나칸트와달리김시습은죽음이후를어떻게보았을까요?또여러분은죽음이후를어떻게생각하나요?
8.세친구들은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줄리엣》은비극적이라는데동의합니다.하지만〈이생규장전〉은이생과최랑이다죽었는데도‘안도감’이나‘이루었다’는느낌이라고합니다.이어서이작품속‘죽음’을설명하는여러글을인용하고있습니다.여러분은절망적이었나요,안도감을느꼈나요?만일죽음으로‘이루었다’면무엇을이룬것일까요?
9.김시습은유(儒)·불(佛)·선(仙)의사상을혼합하여이작품을지었다고합니다.이작품에서유교적인것,불교적인것,선(도교)적인것을찾는다면어떤대목일까요?또어떻게혼합하여김시습은스스로의관점을세웠을까요?김시습이쓴《금오신화》의다른작품들에서김시습은또어떻게말하고있을까요?
10.최랑은주도적으로이생을깨우치게하고이끌었습니다.최랑에게서조선여성을읽을수있다고저자는말합니다.이책의〈덧붙이는글〉에보면조선여인들에대한오해를풀고자,임윤지당,강정일당등이남긴글을살펴보고있습니다.남편을꾸짖는편지글외에도학문적인서술도꽤많다고합니다.조선의여자선비가쓴글을더찾아읽어보고,조선시대를살았던여성의삶을이야기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