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무등산

$13.22
Description
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12월 3일 비상계엄의 선포 이후 1년이 지났다. 이 시절이 5.18 광주의 아픔을 겪었던 시인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박선욱 시인의 시집 『무등산』에는 일상이 무너진 그 날 이후, 어떻게 눈을 반짝이고 귀를 열어 버텼는지, 어떻게 흩어져 조각났던 일상의 감정을 추스르고자 애썼는지, 마침내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우리 역사의 순간들, 특히 시인이 경험했던 5.18 광주의 시간들, 그 어머니 무등산의 땅울음이 지켜낸 우리들의 오늘을 펼쳐 보인다.

일상이 무너진 그날 이후,
꽃들과 빛의 의기투합이 이룬 역사적 시간을 기록하다

■ ‘5월 광주가 탄생시킨’ 박선욱 시인의 문학적 행로

평사리에서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을 펴낸다. 박 시인은 5공 정권에 의해 모든 매체가 강제 폐간된 뒤 등장한 무크 『실천문학』의 제1호 시인으로 1982년 등단했다. 일찍이 김준태 시인은 박 시인을 일컬어 “5월 광주가 탄생시킨 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시인이 등단작 「누이야」를 비롯해 5월 광주를 형상화한 시편들을 꾸준히 발표해 왔기에 그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박선욱 시인은 시집 『그때 이후』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등 세 권의 시집을 펴내는 동안 광주 오월 정신을 기반으로 분단과 통일, 노동과 인권, 제국주의에 의한 제3세계 침탈에 대한 문제의식을 형상화하는 여러 시편들을 발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시 이외에 어린이 인물 이야기를 쓰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에 몰두했다. 동화와 청소년소설, 장편소설을 연달아 펴낸 박 시인은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하여 평전문학의 성가(聲價)를 인정받았다. 산문 영역으로 들어섰지만, 그는 “광주항쟁의 현장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 오히려 그 정신의 원류를 찾아 외롭게 민족사의 정통성 탐사작업에 매진해 왔다.”(평론가 임헌영)는 평가도 받았다. 평론가 임헌영은 거듭하여, 박 시인이 “근대 실학사상(『조선의 별빛; 젊은 날의 홍대용』)에서 민족혁명의 발아를 찾아 조선의 무예 훈련을 위해 교재를 만든 협객 백동수(『백동수』)와 민중문화를 진작시킨 독서의 명인(『김득신』)을 부각시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4시집 『회색빛 베어지다』에서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개인적 고뇌와 내적 자아에 대한 성찰과 물음을 던지는 시편들을 선보였고, 5시집 『눈물의 깊이』와 6시집으로 펴낸 독립운동가 기림시집 『풍찬노숙』에서는 일제강점기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장시를 수록함으로써 서사의 지평을 넓히는 데까지 나아갔다. 『풍찬노숙』 이후 3년 만에 펴내는 7시집 『무등산』은 역사에 대한 반추, 미래에 대한 전망이 중추를 형성하고 있다.

■ 박선욱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 『무등산』의 시 세계

박선욱 시인에게 행주산성은 서녘 하늘의 고요함과 푸르스름한 빛을 거느린 곳으로 기억된다. 그 행주산성을 품은 덕양산에 올라 너른 들녘, 도심의 높은 빌딩들, 차들로 북적이는 자유로를 바라보는 아침나절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는 거기서 “방화대교에 노을 번질 때면/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꽃향기에 흠뻑 취해 볼까나”(「봄, 행주산성 위에서」) 하고 유유자적한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유장하게 넘실넘실 흐르는 한강”(「꿀잠」)이 바라보이는 곳으로 이사한 시인에게 느닷없이 찾아온 2024년 12월 3일, “검사 출신 주정쟁이 군 통수권자가/위헌 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계엄령」)한 그날은 일상이 통째로 무너진 날이 되고 말았다.
이 어처구니없는 내란은 그날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의 불굴의 저항과 국회의원들 및 보좌관과 국회 직원들, 군인들의 소극적 대응에 의해 무산되었다. 내란수괴가 체포되기까지 추운 겨울날 응원봉을 들고 빛의 혁명을 이끌었던 시민들의 활약상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며 지구촌의 이목을 끌었다. 헌정사상 두 번에 걸쳐 무혈 혁명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저력과 K-민주주의의 높은 격조를 보여준 사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내란 극복을 하는 과정은 지난한 것이었다. 내란 세력들은 교활한 법 기술을 조자룡 헌 칼 쓰듯이 휘두르며 지켜보는 시민들을 조롱하고 경멸했다.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그때마다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 친위 쿠데타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났건만 내란범 가운데 단 한 명도 사법적으로 단죄하지 못한 현실은 답답함을 넘어 분노마저 치솟게 한다.
박선욱 시인이 펴낸 이 시집은 그러한 악몽을 떨쳐 내며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과정의 기록이다. 불안한 나날을 살아낸 모든 이들과 함께 작은 비망록을 펼치고 독자들에게 조심스레 건네는 행위이다. “언어도단의 시대가 도둑처럼 왔”(시인의 말)지만, 결코 절망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 시집 『무등산』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평범하지 않은, 아니 경이로웠던 그 일상을 36편의 시편에 담은 게 한 축이고(1~3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5.18 광주를 연작시 23편으로 엮은 게(4부) 다른 한 축이다.
시인은 제4부로 구성된 연작시 ‘동토에서 피어난 봄의 노래’의 마지막 장에서 “우리 이제 낮이나 밤이나 억만 발걸음 멈추지 말자”(「23. 무진악(武珍岳) 땅울림」)며 대동단결과 내일을 위한 전진을 다짐함으로써 종지부를 찍고 있다. 이 시집 4부에, 45년 전 신군부의 무도한 계엄과 광주학살의 만행을 배치한 것은 역사를 통시적으로 바라보고 반추하며, 그 교훈을 잊지 말자는 다짐의 뜻에서이다.
저자

박선욱

1959년전남나주에서태어나1982년『실천문학』지에시「누이야」외3편이당선되어등단했다.시집『그때이후』『다시불러보는벗들』『세상의출구』『회색빛베어지다』『눈물의깊이』『풍찬노숙』이있고,창작동화집『모나리자누나와하모니카』,어린이인물이야기『이티할아버지채규철』,『윤이상:끝없는음악의길』『황병기:천년의숨결을가야금에담다』『박선욱선생님이들려주는김득신』『박선욱선생님이들려주는백동수』『박선욱선생님이들려주는백석』등이있으며,청소년소설『고주몽:고구려를세우다』,장편소설『조선의별빛:젊은날의홍대용』이있다.역사인물서『나는윤이상이다』『나는강감찬이다』『나는왕건이다』등을펴냈다.본격평전『윤이상평전:거장의귀환』으로제3회롯데출판문화대상본상을수상했다.

목차

시인의말

1부호접란

관음도
꿀잠
눈총
목련
봄,행주산성위에서
봄비소리

산수유
울릉도해국
행남해안산책로
호접란


2부작은새

2016년촛불의노래
기다림의미학
독도촛대바위
몽마르트르언덕
무등산
미얀마,아!미얀마!
삼일절날아침에
서가에서
임종간호
작은새
계엄령
조지아참사


3부손돌목

곤을동비나리
느티나무아래에서
마지막숨결
망백의일초선사
무섬다리
손돌목
어떤축제
여수댁
오리장림
의병정신
이태원비가
조용한축복
환대

4부동토에서피어난봄의노래

1_종말
2_모의
3_거래
4_충정훈련
5_사북
6_서울의봄
7_횃불대행진
8_또다른쿠데타
9_반란군들
10_학살의시작
11_새벽세시의기록
12_최초의총격
13_파묘
14_유혈의거리
15_항전
16_차량시위
17_오열하는무등산
18_해방광주
19_폭풍전야
20_행진
21_새벽의메아리
22_더러운유전자
23_무진악땅울림

출판사 서평

12월3일비상계엄의선포이후1년이지났다.이시절이5.18광주의아픔을겪었던시인에게는어떻게다가왔을까?박선욱시인의시집『무등산』에는일상이무너진그날이후,어떻게눈을반짝이고귀를열어버텼는지,어떻게흩어져조각났던일상의감정을추스르고자애썼는지,마침내꽃들과빛의의기투합이이룬우리역사의순간들,특히시인이경험했던5.18광주의시간들,그어머니무등산의땅울음이지켜낸우리들의오늘을펼쳐보인다.

‘1부호접란’에서는시인이새롭게이사한터전에서마주하는일상들을옮기며,빛이꽃들과의기투합해이룬신비를노래한다.

“16년만에이사를했다.”(「꿀잠」)종일짐을부리고,유장하게흐르는한강을바라보고뒷등을넉넉히감싸안아준대덕산아래새터전에서꿀잠을잤다.누구나처럼마트를다녀오고햇귀머금은목련에황홀해했다.행주산성에올라행주강봄볕윤슬에건듯건듯노닐어보았다.수직으로낙하하는봄비가턱밑까지치민육백년대왕소나무를지켜내는경이로움도지켜보았다.

“나는빛을갈망한다”(「빛」)생을틔우는온기가빛속에있으니,시인은어둠이바닥처럼깊어도가시밭진창길이어도빛한줄기만있다면온몸을내던지리리라다짐한다.시인은빛이하는일을살핀다.“햇살이주렴처럼드리울때/붉고샛노란빛의파장속/둘은그저오랜벗처럼/서로를바라보고웃더군”(「산수유」).“잎사귀흔들릴수록/수백수천의푸른빛/쏘아올리는몸짓들”(「울릉도해국」),“여러빛깔로인화되는/지점이있다/주상절리오묘한바위”(「행남해안산책로」).산수유,바닷가해국,울릉도주상절리에서만난붉고샛노랗고연보랏빛그리고청록빛이만든세상이나를잊게한다.복숭앗빛다섯화판에황금빛햇살이쏟아져향기를낸다.(「호접란」)호접란에이르러빛의세상은신비롭기까지하다고시인은말한다.

‘2부작은새’와‘3부손돌목’에서는일제,국가경비대,군통수권자,미국이민국,국가고위책임자들에의해짓밟혔지만,이를견디고극복해왔던민초들,그리고앞서이끌었던선각자들이있었다.당대를사는시인은그흩어진동서고금의조각들을교차하며오간다.

“2016년가을,작은촛불들이모이기시작했다”(「2016년촛불의노래」).시인은겨울한파를관통하며탄핵을외쳤던촛불의행진을떠올린다.그리고,오랜기다림끝에천수만습지새들의거대한군무,독도촛대바위의장엄한포효소리,뜨거운맥놀이가벌어지던몽마르트르언덕,길잃어캄캄해도사랑잃어고독해도다독여주는어머니무등산,미얀마에서들려오는피울음의비극,삼일절백성들,누군가의임종을대신하던팬데믹시대의간호천사,평화와자유를노래하던윤이상추모음악회의작은새들,미국이민국단속에짓밟혔던한국노동자의자존심….장면과장면,행간과행간의겹을뚫고울렸던다정한말들을되새겨보고자했다.

국방경비대가곤을동고향사람들을죽창으로죽였던지옥을평생안고살아온이발사의피울음섞인비나리,올올한민족혼끌어모으고숱한젊은이들이나아갔던수도리무섬외나무다리,강화대곶앞바다물길드세던뱃길을터왕과신하들을구했던사공손돌,해방이후제주에서벌어진잿더미와시체를기억하는어머니여수댁,미군정치하친일경찰들에게오리장림에서무참히학살당한선량한자천리사람들,이름없는민초들이오롯이떨쳐일어났던의병들,호리병좁은길로몰려옴짝달싹못하고목숨을잃은이태원젊은이들….이렇듯짓밟혀왔던우리민초들은마침내키낮은고동색화분에서알알이영글고있는스킨답서스처럼,백로오기전에박수갈채로마중하는군자란처럼살아났다.

‘4부동토에서피어난봄의노래’는전두환의군사반란과5.18광주를다룬23개의연작시로현대사의비감을응축해놓았다.박정희의죽음,이순간부터시작된전두환세력의음모와군사반란,충정훈련,사북사태,서울의봄,광주의가두시위,그리고광주시민에대한신군부의압살,계엄령해제를요구하는광주의저항과참혹한학살과정을그린다.
여기서시인은광주에대한신군부의책동을‘반란’으로규정하고,또다른쿠데타로5.18를기록한다.미국이군사반란과쿠데타를공인했음을말한다.구두닦이김경철,조대부고3학년김영찬,대동고3학년전영진의싸늘한주검을밝혔고,유혈이낭자한거리의모습을전한다.시민들의항전과차량시위가있었고,마침내시민들은바리케이드를치고무기를들었고,잠깐의평화가찾아오지만,5월27일새벽신군부의‘상무충정작전’이개시된다.도청에모였던시민군들은그렇게최후를맞게된다.
여기서시인은‘국가폭력’의더러운역사가아주길게이어지고있음을말한다.무등산을바라보며시인은“우리이제더이상눈물흘리지말자”며마무리한다.

이시집은빛을갈망하는시인의개인사와"더러운국가폭력에맞서왔던민초들의억만발걸음"에대한감사와연대의메시지가담긴,시대의심장같은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