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소설집)

놀러 가자고요 (김종광 소설집)

$13.00
Description
소싯적 놀 만큼 놀아본 범골 어르신들이 건네는 노는 법의 진수
나들이하듯 가벼이 세상을 활보하는 그들이 ‘한 수’ 가르쳐주러
때 빼고 광 내고 행차하셨다!
김유정의 반어, 채만식의 풍자, 이문구의 능청스런 입담을 갖춘 작가로 평가받는 김종광의 『놀러 가자고요』가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경찰서여, 안녕』, 『모내기 블루스』, 『짬뽕과 소주의 힘』 등의 소설을 발표하고, 청소년 및 역사 소설을 아우르는 등 폭넓은 행보를 이어온 그가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2011년에서 2017년까지 잡지 지면에 발표했던 소설들 가운데 9편을 수록한 이 책은농촌 소도시를 배경으로 세련된 삶의 뒷전으로 밀려난 정답고 순박한 마음과 풍경들을 그려낸다. 특유의 걸출한 입담과 페이소스는 더 깊어졌고, 도시와 농촌, 노인과 아이, 표준어와 방언, 구술과 서술, 전설과 역사 등 대극점에 위치한 요소를 하나로 눙쳐 세계를 조형하는 기술은 더 노련해졌다. 어쩌면 김종광에게는 소설가라기보다 ‘썰’을 풀어내는 재담꾼 또는 만담가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그가 눈물을 쏙 빼도록 웃기고 울리는 천상 이야기꾼이라는 것이다. 이번 소설집 또한 역시 김종광이고, 참으로 김종광답다.

표제작 [놀러가자고요]를비롯해 [『범골사』해설], [범골달인열전], [김사또], [봇도랑치기] 등 『놀러가자고요』 속 작품들은 대체로 김종광이 나고 자란 백호리 ‘범골’이라는 농촌 마을을 주된 배경으로 한다. 김종광이 그려내는 농촌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소위 ‘어르신’이라 불리는 노인들의 모습은 결코 쓸쓸하거나 쇠락한 느낌이 아니다. 농촌은 적당한 체념과 적당한 욕망이 공존하고 딱 그만큼의 활기와 갈등과 긴장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그려지는데, 바로 이곳에 ‘진짜 어른들의 세계’가 있음을 김종광은 믿는다. 그리고 세계는 봇도랑 치기처럼 힘과 기술이 아니라 생의 요령과 끈기 같은 것을 필요로 하는 곳임을 환기시킨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체득한 냉철한 현실인식과 낙관, 지혜와 여유. 살다 보면 놀러 가듯 가볍고 흥에 겨운 발걸음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김종광은 일깨운다. 세상을 다 안다고 확신하는 ‘꼰대’가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저절로 앎의 경지에 이른 ‘진짜 어른들’의 세계를, 그들의 역사를 김종광이 끈덕지게 되새김하고 기록하는 이유다.
저자

김종광

1971년충남보령출생.중앙대학교문예창작과에서공부했다.1998년계간《문학동네》여름호로등단했다.2000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희곡[해로가]가당선되었다.신동엽창작상과제비꽃서민소설상을받았다.
소설집『경찰서여,안녕』『모내기블루스』『낙서문학사』『처음의아해들』,중편소설『71년생다인이』『죽음의한일전』,청소년소설『처음연애』『착한대화』『조선의나그네소년장복이』,장편소설『야살쟁이록』『율려낙원국』『군대이야기』『첫경험』『왕자이우』『똥개행진곡』『별의별』『조선통신사』,산문집『사람을공부하고너를생각한다』등이있다.

목차

장기호랑이
『범골사』해설
범골달인열전
놀러가자고요
김사또
봇도랑치기
산후조리
만병통치욕조기
아홉살배기의한숨

작품해설/무방비로방심하게만드는_노태훈(문학평론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줄거리]
장기호랑이
초등학생인나는장기를배우는재미에푹빠져있다.나는장기호랑이라는아이디로장기인터넷게임에서어른들도하기힘들다는5단의경지에오른다.아빠를따라장사모(장기를사랑하는모임)회원이된나는주로프로기사인할아버지들과대국을하게되고예상치못한갈등이시작된다.

산후조리
키우는소얼간년이새끼를낳기닷새전에배속창자가쏟아져나와근심이이만저만이아닌나는설상가상으로구제역때문에집안에서꼼짝도못하는상황이된다.아픈다리를고치러가까운마을병원으로나가는것조차구제역으로인해엄두를내지못한다.

『범골사』해설
마을역사책만드는일을하는성염구는범골사를쓰기위해천지인실록,범웅일기,마유영탄광수기,박지관의백호리망자행장기,반일지,범골신문,농촌지도사강씨의인생편력,장경비의교사일기등의자료를조사하다가‘소판돈’의소설을읽게된다.
소판돈이쓴소설을읽고거짓에맞서진실을밝히자는투쟁의지가솟구치게된성염구는직접범골사를쓰고해설까지쓰게되는데…….

범골달인열전
모내기의달인‘모심지’와‘양못잘’,견인의달인‘김천소’,부업의달인‘청올치댁’,바둑의달인‘호신선’과‘방과외’등범골에서내로라하는달인들이범골의역사와함께서술된다.

김사또
김사또와그의부인오지랖,그의아들판돈의이야기가세편의에피소드로이어진다.<1.갈비찜>에서는오지랖이갈비찜을홀랑태워먹고아버지와가족들을속인이야기,<2.모내기타령>은김사또와오지랖의모내기이야기,<3.노인회장님인터뷰>는노인회장인김사또의인터뷰대담이실려있다.

놀러가자고요
노인회장김사또조강지처오지랖이마을사람들에게놀러가자고전화를건다.자식들이놀러오는날이라서못가는사람,자식사업이망해서몸져누운사람,농사철이라놀러가기싫어하는사람,김사또가싫어서안가는사람,세월호가가라앉았던날에놀러가는건예의가아니라는사람등놀러가겠다는사람과가지않겠다는사람들의한바탕수다가펼쳐진다.

봇도랑치기
못자리철이한창인마을,백수인나를비롯한일꾼들이삼삼오오모인다.지난여름마지막으로물을대고말라있던봇도랑의잡다한쓰레기와흙을치우고일당4만원을받기위해서이다.장애인,이태백,고삐리태를다못벗은스무살짜리둘,그리고여자한명.
군대에서2년내내삽질만하다몇달전에전역한나는그들과기세등등하게봇도랑치기내기를벌인다.

만병통치욕조기
시골집으로어머니를뵈러온나와아내는집안에들이닥친외판원때문에곤욕을치른다.농촌에서보기힘든세련되고날렵한외모의40대여자는만병을고쳐주는욕조기를홍보한다.
‘스파크반신욕조기’라는제품은온천의나라일본에서도알아주는물건으로욕조라는데나는사고싶어하는어머니와단호박인아내앞에서견딜수없이괴로워진다.

아홉살배기의한숨
나는아홉살짜리아들이한숨을쉬자걱정스럽다.아내또한걷잡을수없는불안에못이겨대학병원이곳저곳을돌아다니지만한숨의원인은밝혀내지못해전전긍긍한다.한의원까지찾아다니며갖은애를쓰다가결국한숨이성장통과도같은,병이라고도할수없는지극히평범한현상이라는진단을받는다.

[서평]

“아버지와어머니의지루하고사소한농민으로서의삶을경이롭고기억할만한사건의연속으로거듭나게해야한다”
_김종광

김종광의소설에서전설은옛날옛적의전유물만이아니다.그에따르면전설은오늘날자본주의시대에도끝없이생겨난다.백호리사람들에게“김연아보다더희망을주는전설”(196쪽)이30여년전에탄생하는데,일제때저수지바닥으로던져진150돈짜리금송아지가바로그것이다.
황금열풍시대서부영화찍는것도아니고마을사람들이죄다농사일제쳐두고‘로또당첨’에만열올리는모습은씁쓸한미소를자아낸다.그렇게전설은깨고나면사라지는꿈처럼,손에잡히는희망처럼삶으로찾아든다.?
전설은‘기록’을통해실체가있는‘역사’가된다.그리고역사는기본적으로시간과공간에대한기술이다.[『범골사』해설]에서범골이라는공간에관한서술의역사를,[범골달인열전]에서범골인,즉모내기,견인,부업,바둑달인들의내력을펼치는것도‘범골’의역사를완성하기위한서술상의책략이다.작가는왜그토록‘범골사’에집착하는가.그답의실마리는“아버지와어머니의지루하고사소한농민으로서의삶을경이롭고기억할만한사건의연속으로거듭나게해야한다”(332쪽)는작가의말에서찾아볼수있다.
어버이를바라보는눈길로현재와과거를두루살피고,한평생소박하나마충실하게살아온자들의이야기를재구성하여기억할만한사건으로만들겠다는다짐은그가추구하는소설의본령과도닿아있다.?

“엄마아빠가공평하게네한숨을나눠가진거야!
너,인마,너무행복한거야.세상에이런가족이어딨어?”

김종광은자기이야기를잘쓰는작가다.충남출신의소설가지망생이야기를담은『71년생다인이』가그랬고,아버지와의관계를그린『짬뽕과소주의힘』이그랬다.오늘의나를있게한별의별것들에대한기록인『별의별』도자전적체험을담았다.
『놀러가자고요』에서도김종광작가본인과가족들의이야기가슬며시,때론노골적으로끼어든다.?[『범골사』?해설]에서범골이배출한“듣보잡소설가”(68쪽),71년생‘소판돈’은누가봐도김종광작가일텐데,‘소판돈’은‘소를판돈’이란뜻으로실제로집에서소를키웠던경험과일맥상통하는이름이다.[김사또][놀러가자고요]에서심사가뒤틀리면낫가는소리를낸다는백호리노인회장‘김사또’와그런남편의성미를적절히이용하는아내‘오지랖’또한부모님의모습이투영되었으리라어렵지않게짐작할수있다.
[장기호랑이],[아홉살배기의한숨],[만병통치욕조기]에서는아들,손자,며느리가총출동하여구구절절애틋한가족애를보여준다.‘장기왕’이되겠다는열한살소년의집념을그린[장기호랑이]는장기모임에서훈수를견디다못한아들이어르신의면전에다대고쌍욕을해댄다.
아버지는그때마다연신사과를하지만,급기야‘퇴출’명령이내려지자마음속으로‘가자,가,더러워서못있겠다’고아들편을든다.[아홉살배기의한숨]은제목그대로한숨쉬는버릇이생긴아홉살아이가나오는데갖은애를쓰다‘성장통’이란진단을받았지만할머니는굿을벌이자고성화다.
[만병통치욕조기]는‘스파크반신욕조기’를사고싶다는어머니와말리고싶은며느리,정장을쫙빼입고나타난세련된외모의욕조기외판원사이에낀아들을통해멀고도험한‘효도의길’을그린다.
이들은모두어쩔수없이팔이안으로굽는“가족이기주의”로똘똘뭉쳐있는데그러기에“서로의한숨을나눠가질수있는”존재가바로가족(312쪽)이라는뭉클한자각이뒤따른다.

-추우면추워서안되고더우면더워서안되고?먼지많아도안되고바람많이불어도안되고비맞아도안되고딱이맘때밖에없어요.
-뭐라는겨!
-놀러가자고요!

표제작[놀러가자고요]는노인회장김사또의조강지처오지랖이마을주민들에게‘놀러가자’고전화를돌린다는내용이다.열댓차례의전화통화를통해인물들저마다의곡절있는사연들이지문없이대화로만이루어진'육성'을통해한상푸짐하게차려진다.
기껏놀러가자고전화했더니“안들려요,안들려!”만연신외쳐대는팔순노인부터자식놈사업쫄딱망해집안이풍비박산된사람,팔구십노인네들이버르적버르적기어다녀봤자단체로고려장왔다는소리만듣는다고타박하는사람,죽을병에걸린판국에놀러가는게대수냐면서도틈만나면수작을거는국민학교동창까지,30명정원의대관버스가텅텅비는일없도록방비하고픈오지랖여사마음과달리“하늘이무너져도놀러가겠다”(116쪽)는확답을주는사람들은몇되지않는다.
“놀러가는거에환장한것처럼방방떨고서는못가?가자고지랄을떨지말든가”(133쪽)라고구시렁대는김사또의말처럼,그토록놀고싶어도세상살이,사람살이에치여놀지못하는사람들천지다.
놀러가는게뭐별건가.그저친한사람들끼리?좋은것보고맛난것도먹으며휴식을갖자는거지.김종광은1년에한번,그것도논갈이끝나고못자리하기전잠시한가할때노는것도이눈치저눈치,이사정저사정다고려해야하니말은쉬워도막상실천하려면어려운게바로‘놀러가는일’임을보여준다.놀고싶어도놀지못하는,그래서더더욱놀러가자는일념으로가득찬범골사람들이야기는꾸역꾸역살아가는소시민의고충과삶의애환이고스란히담겨진한공감대를형성한다.?
김종광은노는기술이곧삶의기술임을간파한다.?“얼굴붉히면서살거뭐있나,같이놀러나댕기자”(95쪽)는범골어르신의말씀처럼,살면서그리심각할것도,좌절할것도없다.생의유한함앞에인간은누구나스러져가고잊혀져가는존재다.낡고오래된것들의연대라는,보다넓은범주에서생각해보면우리모두는서로피를나누진않았어도‘한숨’을나눠가질수있는가족같은존재가아닐까.그러니긴장풀고,걱정내려놓고,같이세상을활보하자.나들이하듯가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