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대왕 (김설아 소설집)

고양이 대왕 (김설아 소설집)

$12.00
Description
체제 순응적인 인간에서 거대 고양이로 변신한 아버지,
말하는 병아리에 중독되어 은둔하는 ‘병아리형 외톨이’들,
무시무시한 성욕을 가진 좀비로 변해버린 모범생 진구,
음식 쟁반을 일곱 개나 머리에 이고 다니다, 홀연히 우주로 사라진 어머니……

권력과 감시, 규율이 지배하는 세계로부터 벗어나
‘진짜’ 삶을 향해 거침없이 탈주하는 자들의 변신담,
또 하나의 ‘별종’ 표식, 김설아 첫 소설집!

“어디 한번 제 다리를 잘라보십시오. 끝까지 춤추며 도망갈 겁니다.” 열일곱 살 고등학생들의 탈주를 통해 억압하는 것과 억압당하는 자에 대해 탐색했던 김설아. 2004년 《현대문학》에서 「무지갯빛 비누 거품」으로 등단한 김설아의 첫 번째 소설집 『고양이 대왕』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 『고양이 대왕』에서는 김설아가 등단 이후 끈기 있게 그려온 ‘진짜’ 삶을 향한 탈주를 사회제도와 자본주의 체제 등 우리를 억압하는 모든 장치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다양한 몸부림으로 조형해내고 있다. 변칙과 우발, 예외적 상황과 초현실적 풍경이 믹싱되어 있는 소설들에는 언제 터질지 모를 용암 줄기를 가슴속에 품고 살아가는 불안하고 위태로운 인간 군상들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초상 하나하나에는 그 뜨거움을 감당하고라도 자신만의 춤을 추겠다는 결연한 각오가 담겨 있다. 자유자재로 흘러가는 문장과 Sf, 오컬트, 패러디, 판타지 등 경계를 허무는 실험, 날카로운 현실 풍자, 탄탄한 스토리텔링은 김설아가 이야기의 묘미를 정확히 간파하는 작가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아마도 이제 김설아는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들의 뇌리에 새겨질 또 하나의 ‘별종’ 표식이 될 것이다.

김설아의 소설에서 억눌렸던 인간들은 그 반작용의 에너지로 ‘다른 시간’을 살거나 ‘다른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고양이가 된 아버지와 좀비가 된 친구는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를 죽지 못하게 한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니체)”. (…) 김설아는 우리를 뜨거운 욕구의 세계―마약과 본드와 짐승과 좀비와 광인과 환각의 세계로 데려간다.
이곳은 정상正常에서 벗어난 세계이자, 정상頂上에서도 벗어난 세계이다. 반대로, 반대로 힘껏 춤을 추는 자만이 이 세계의 가장 깊고 가장 빛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_정실비(문학평론가, 「작품 해설」에서)
저자

김설아

1980년부산에서태어나명지대학교문예창작학과석사과정을수료하고,2004년《현대문학》에서「무지갯빛비누거품」으로등단했다.테마소설집『캣캣캣』『피크』,장편소설『공작새에게먹이주는소녀』가있다.

목차

외계에서온병아리7
모든것은빛난다35
무지갯빛비누거품67
고양이대왕91
우리반좀비121
이달의친절사원153
일곱쟁반의미스터리181
청년방호식의기름진반생207

작품해설-어느쾌락주의자의탈주하는실험실·정실비235
작가의말254

출판사 서평

“내게도아버지가있습니다.
누구에게나소리한번지르는법없이,
때론지나치다싶을정도로공손하신,
.......
거대고양이가되어버린나의,아버지.”

이소설집에일관되게흐르는기조가운데하나는변신담이다.제목에빗대어말하자면권력과감시,규율이지배하는세계에서벗어나‘고양이’가되고자하는사람들의이야기이기도하다.표제작인「고양이대왕」에서는근면성실하고예의범절깍듯한한사십대가장이등장한다.평일에는야근을일삼다주말이면죽은시계처럼잠을자던아버지는,상사의잘못을뒤집어쓰고온갖질책과압박을받다가위염으로쓰러져일주일간회사를결근한다.결국그는회사의갱생프로그램에초대받게되는데,이후아버지의행동이이상해진다.전에없이애정표현이많아진다든가,정신사납게우당탕달려간다든가,마룻바닥을데굴데굴구른다든가.심지어는나의몸구석구석에제얼굴을비비고고롱거리는소리를내며,발톱을드러내고앞발을움직이며애교를떨기도한다.아버지는다름아닌고양이가되고만것이다.얄궂게도회사의결론은다음과같이간명하다.“갱생프로그램실패.야성에눈을뜨고말았다.”그러던어느날나는동급생주리에게놀라운이야기를전해듣는다.아버지와같은회사의직원인주리의아버지도흰비둘기로변신했다는것이다.

그때의눈빛과손톱의날카로움이아버지에대한생각을바꿔준것같습니다.그시선은마치이렇게말하는것같았습니다.자신은애완동물이아니라고.이렇게답답한곳에서는더이상살수없다고._115쪽

변신담은고분고분하고체제순응적인샐러리맨이었던아버지가“내가왕이다!”라고외치는듯의기양양한모습으로야산을헤치며달리는고양이대왕이된이야기에서멈추지않는다.소설집의문을여는「외계에서온병아리」는‘나를완벽하게이해하는사람은세상어디에도없다’라는전제에서시작되고있다.등장인물은우리가매스컴을통해접해온약물이나도박,섹스중독자가아니라병아리중독자들이고,‘은둔형외톨이’대신‘병아리형외톨이’들이다.“난병아리예요.우리친구해요”라고말하는병아리의주문은,“한평생찾아헤매었던완벽한교감상대”를찾았다는놀라움과환희에젖게만든다.파고다공원앞굶주린노숙자,토익800점대를넘지못해울적해하는취준생등사회약자층에서시작된병아리중독증은급기야젊은부인,늙은노파,중년남성,유치원생,장애인에이르기까지전인간종에게로급속하게확산된다.전염병과다른점이라면바이러스가아니고,고통이아니라행복을가져다준다는것.그렇게자신의마음을가장잘이해하는친구를만난사람들은기꺼이병아리중독자가되어간다.

당신은나를완벽히이해못해.인간관계에는이제지쳤어.
타인이필요없는세상에서살거야.이대로행복해.충분하다고._30쪽

김설아가입심좋게풀어놓는변신담의진화는이외에도계속된다.「우리반좀비」에서성별을떠나모두에게경외의대상이었던모범생진구는,무시무시한성욕의화신인좀비‘진구스’가되고,「모든것은빛난다」에서‘취직’대신‘취집’을한소라는출산을한달앞두고닥친유산에대한충격으로다이아몬드의현신인그레이스켈리가된다.사람들이북적대는시장통에서널따란은색쟁반을일곱개나머리에이고다니던어머니는,할아버지의말대로‘마녀’이거나아예외계인이되어종적을감춘다.(「일곱쟁반의미스터리」)

“우주로가는거야.그동안이것들때문에지구에서벗어날수없었어.지구의중력에서.”
그녀는머리에지고있던쟁반더미를내려놓고는천천히위로떠오른다.그녀의모습이더이상보이지않자,그녀가내려놓고간식판들역시천천히허공으로떠오르기시작한다._198쪽

‘이달의친절사원’으로뽑힌패밀리레스토랑의직원은살기등등한얼굴로욕설을내뱉는공격성을표출하고,(「이달의친절사원」)사회의생리에일찍이눈을떠오로지부의축적에만매달려온청년은이해타산을떠나누군가를진심으로사랑할수있는‘식성’을가진인간으로변모한다.단순히허기를채우는값싼인스턴트가아니라정신적만족과안정이깃든건강식을찾게된것이다.(「청년방호식의기름진반생」)


우리는우리를시시때때로짓누르는
이고통을,불안을,슬픔을,숱한두려움들을어떻게해야할까?

「모든것은빛난다」에서자신의꿈과다이아결혼반지를맞바꾼것이라고스스로를위로하던소라는임신을하면서장밋빛미래를그리는것도잠시,이내유산을하게되는데그때부터그녀의삶은걷잡을수없이흔들리기시작한다.오직소라의왼쪽손가락에끼워진다이아몬드반지만이빛바랜현실을조롱하듯영원한광채를뿜어낸다.현실에서확실한행복을발견할수없었던소라가다이아몬드의현신인그레이스켈리와대화하는모습은,「외계에서온병아리」에서길바닥에드러누운채병아리의말을들으며행복한미소를짓던사람들의모습과도오버랩된다.

몸은죽어도정신은남지.과거에집착하면현재를볼수없어.앞으로는현재만을생각하면서살도록해.미래도기다리지마.모든기다림과희망을버릴때진정한광채를볼수있을거야.그게바로영원이야._47쪽

이들을통해김설아는우리가고통과불안과슬픔과두려움들을‘해결’하고싶어하는게아니라,진심으로‘이해’받고싶어하는존재임을분명하게보여준다.하지만김설아는애초에그것이불가능하다는절망또한인식하고있다.이를인간의근원적고독이라고덮어두고결론짓는대신소설은우리에게힘주어묻는다.그렇다면우리는우리를시시때때로짓누르는이고통을,불안을,슬픔을,숱한두려움들을어떻게해야할까?

모든길들일수없는존재들을위한
김설아의하이브리드사운드!

변신담의외피를두르고서경쾌한리듬과음울하고비판적인음성이혼종되어있는이소설집은세상의모든길들일수없는존재들을대변하는하나의뜨거운선언과도다르지않다.“앞으로점점더가혹해질자본주의”로표상되는억압적인체제속에서도결코길들여지지않는‘야성’의발견에서우리는역설적이게도인간의존엄을마주하게되기때문이다.“우리가사는이유?죽기위해서지”라는단언처럼저마다의치열한삶끝에는죽음이라는단하나의결말만이있을것이다.그러나결말을이미알고있음에도각자의‘이야기’를만들어가는존재가바로인간이다.모든살아있는인간은,그러기에존엄한것이아닐까.

“우리가살아가는이유?죽기위해서지.그것말고이세계는아무의미도없고목적도없다.
그러니까부디네멋대로살라고.”_151쪽

김설아는미래에저당잡혀오로지앞만보고달려가는사람들이지나쳐버리는현재의빛나는순간들에집중할것을요구한다.과거의고통과슬픔,미래의불안과두려움을떨치고서현재의감각과본능을일깨우라는,즉“부디네멋대로살라”는당부의말을건넨다.이는자포자기의방종이나일탈이아니라다른시간,다른공간,다른존재의가능성에대한쉼없는모색과도통한다.김설아가이번소설집에서보여준거침없이탈주하는‘변신’의에너지는우리스스로가진짜삶이무엇인지에대한고민을멈추지않는한‘지금여기’에서계속될것이다.활기찬몸짓과반짝거리는눈빛,더없이도도하고당당한,‘고양이대왕’을닮은걸음걸이로.

▶줄거리

외계에서온병아리
말하는병아리의따뜻한위로를받은사람은처음경험하는행복감에젖어든다.노숙자,취준생,예술가지망생을비롯해부인,늙은노파,중년남성,유치원생,장애인에이르기까지병아리의말을듣느라모로누운사람들때문에곧종로일대의교통이마비된다.뉴스에서는생방송으로현장을보도하고종로일대는보이지않는전염병이돌기라도한것처럼바리케이트로봉쇄되는데,매스컴에서는여러각도로가설을내놓으며병아리들이외계에서온것일수도있다고분석한다.

모든것은빛난다
승무원지망생이었던소라는아름다운유니폼을입고세계곳곳을누비고싶었지만최종면접에서번번이미끄러진후1캐럿짜리다이아와꿈을맞바꾼채결혼을선택했다.그러나평온한생활도잠시,유산을겪게된소라는그후기묘한버릇이두가지생긴다.첫번째는혼잣말.상대는그레이스켈리였다.두번째는생과일과채소,생견과같은것만먹는식습관이었다.남편과의오해와대화의부재,무관심으로버티고버티다5년후이혼하게된소라는생계를위해작은사설우편취급국에서일을하게된다.

무지갯빛비누거품
각기계절을골라자신의이름을스스로선택한열두달의아이들은오늘도하교후‘클럽핑’으로달려간다.그곳에서‘나’,5월의아이‘메이’는춤추며생각한다.잠시뭔가를한다는것과완결된뭔가가된다는건확실히다른일이라고.그리고나는단지이순간,순간들을위해오늘도미친듯이온몸을핑글핑글돌리며춤을춘다.완결되지않기위해,과도한에너지로증발할듯이부글부글끓으며,무지갯빛비누거품이떠다닐때까지.

고양이대왕
석달전주말,회장님댁에초대를받아다녀온뒤부터아버지가변했다.사십대의평범한중년남자였던나의아버지는고양이가된다.그리고회장님의갱생프로그램에참여했으나실패했다는통보를받고회사에서도해고된다.고양이가된아버지는야성에눈을뜨고결국집을나간다.고양이아버지로인해동네에서도얼굴을들지못하게된나는동급생주리의아버지도비둘기로변했다는것을듣게된다.주리와나는함께비둘기를방생해주기위해언덕으로올라간다.

우리반좀비
3주전봄소풍날자살했던진구가사흘뒤멀쩡한채로살아돌아오면서좀비가되었다는소문이학교에파다하게퍼진다.게다가학교창고에서아이들과포르노를찍는다는이야기가돌고,실제로창고를나온아이들이좀비처럼변해간다.그러던어느날진구가영어선생님을물어뜯는사건이터지고소문의포르노영상이수업중에상연되는데같은학교선미의팬클럽인나와윤식,민수,태석,경태는그영상의말미에서선미의모습을확인하고아연실색한다.

이달의친절사원
모든음식이주문직후부터조리완료까지15분을넘기면안된다는규율을가진패밀리레스토랑에서일하는유리나.창립멤버인그녀는어느새교관역할로유달리전입이잦은멕시칸코너에서신입을가르치고있다.눈치를보며재빠르게일을하는민화와늘지치지않는체력으로수많은일을해내는경미와달리새로들어온새미는멀뚱멀뚱빈둥거린다.어느날칼손질법을가르쳐주다가새미가칼을허공으로던지는바람에민화의발등에꽂히는사고가발생한다.게다가새미에게민화병문안을가라고말하는유리나는뜨거운물을맞고정신을잃고만다.

일곱쟁반의미스터리
크리스마스를앞둔11월저녁,혼자서라면을끓여먹던나는이색직업탐방뉴스를바라보며추억에잠긴다.TV의화면에서는일곱개의쟁반을짊어진아주머니의뒷모습이방영되고있었는데이상하게도낯설지않았던것이다.해질녘차가운공기의시장통에서머리위에일곱개의음식쟁반을짊어진익숙한여인의모습이.그녀의작고초라해보이는뒷모습이사라지고있는골목은예전에내가알던곳과몹시도흡사해보인다.나는그녀,즉어머니에대한토막난세개의기억을꺼내어세살때돌연사라진어머니에대한미스터리를풀어보려고한다.

청년방호식의기름진반생
청년방호식은옆에만있어도환자마저도식욕이돌아오고,배고픈자들은입맛을다시게되며,슬쩍마주치는것만으로도침이꼴깍넘어가게하는사람이다.어른에게는교육잘받은청년,동년배에게는성격좋은친구로통하는방호식에게도단점은있었으니우선그는구두쇠였고,또비만이었다.의사가뚱뚱한몸은마치풍선처럼부풀어있다고말했으므로방호식은지금도풍선이나폭죽등,언제터질지모르는위태로운것들을싫어했다.그리고누가뭐래도청년방호식이세상에서가장좋아하는것은맛있는음식을먹는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