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이완벽하게조화된‘오쓰이치’신작
이번그의페르소나는호러전문작가,‘야마시로아사코’
슬프고도기이한서정호러미학의정점!
“마성의천재작가”,“일본호러소설계의카리스마”,“장르불명,규정불가의시대의천재”라는찬사를받는작가,야마시로아사코의호러소설집『내머리가정상이라면』이작가정신에서출간되었다.『Zoo』,『Goth-리스트컷사건』등을발표한‘오쓰이치’라는필명으로유명한그는‘야마시로아사코’명의로는호러,괴담소설을,‘오쓰이치’명의로는미스터리,‘나카타에이이치’명의로는주로청춘,연애소설을쓰는등자유자재로페르소나를바꿔가며독자들의넋을빼놓는일본현대문단의독보적인귀재다.팬들사이에서잔혹한내용의소설을쓸때는‘블랙오쓰이치’로,감동적인소설을쓸때는‘화이트오쓰이치’로불리기도하는데,이책에서는흑과백의오쓰이치’가완벽히조화된야마시로아사코를만날수있다.
‘야마시로아사코’명의로된국내두번째출간작인『내머리가정상이라면』은인간의가장근원적인감정인공포와슬픔을‘상실’과‘재생’이라는주제에서바라본여덟편의소설이수록되었다.에도시대를배경으로고풍스런정취의옛이야기를담은『엠브리오기담』과달리,이번에는현대의일상에서일어나는기기묘묘한일들을절제된문체로담담하게,그래서더애절하게그려낸다.그러면서도핏빛어린잔혹함과섬뜩한반전,기괴스런서스펜스와유머러스함까지호러라는장르에서오는모든빛깔의공포를만끽하게해준다.
죽은자들에게건네는다정한인사와도같은이책은소중한사람과헤어지는인간내면의가장깊숙한슬픔을그리면서도빛으로향해가는희망적메시지를놓치지않는다.독자들은책장을펼치는순간마음한구석을오래도록사로잡는투명하고아스라한감성의서정호러의세계에빠져들게될것이다.
야마시로아사코는공포를중시하는호러와괴담을쓰면서도
결코이야기를공포로가득채우려들지않는다.
공포의여백을메우는것은애틋하고아련한감성이다.
그감성은옅지만한없이깊고멀리퍼져나간다.
_김은모(번역가)
“우리는사랑하는존재를두번다시품에안을수없을거야”
『엠브리오기담』‘천재’호러작가의귀환
야마시로아사코월드의문을여는첫번째작품은헤밍웨이가썼다고전해지는소설과동명인『세상에서가장짧은소설』이다.어느날‘나’는집에서사람의형상을목격한다.거실에서책을읽거나밤중에화장실에갈때면양복차림에구두를신은남자가시야한구석에들어오는것이다.물론이형상은유령이다.그것이아내에게도보인다는사실을알게된이후사건은이상한궤도를그리기시작한다.도대체이유령은왜나타났고또누구일까.불안에떠는나와는반대로아내는유령의출현시기를스프레드시트로목록화하고꾸준한관찰과실험을통해‘턴오버’라는기발한가설을도출한다.
이소설은심령현상에대한과학적검증이라는아이러니와본격미스터리의추리를주축으로하고있지만,제목의유래와의미를깨닫는순간독자는단순한공포너머에자리한짙은상실의비애를감지하게된다.
심령현상에시달리는부부의‘영혼보고서’
머리를잃은닭과아름다운소녀의잔혹동화
슬럼프에빠진소설가에게찾아온기묘한이불
세상에서가장잔인한저주에빠진세여자
잡음사이로띄엄띄엄새어나오는그리운목소리……
“모든죽은자들이별처럼반짝이며내가슴을가득채웠다”
첫작품부터맥거핀효과와휴먼드라마로독자를완벽하게사로잡는야마시로아사코의작가적기량은이어지는작품들에서도계속된다.실제로1945년미국콜로라도주에서머리없이18개월간살았다는닭마이크가등장하는『머리없는닭,밤을헤매다』는한편의아름다운시이자잔혹동화로도읽힌다.별이반짝이는밤하늘아래정처없이나아가는소년과머리없는닭의기괴하고도아름다운이미지는애절하고안타까운감수성과함께선연하게각인된다.
그밖에도타임머신이등장하거나특정한하루가반복되는유형의장르인시간SF『곤드레만드레SF』에서는술에취하면과거와미래가뒤섞여보이는등시간이혼탁해지는능력을발휘하는여자가등장하고,실화괴담의형식을취한『이불속의우주』,딸을살해한어머니라는비정한사건을기상천외한스토리로풀어낸『아이의얼굴』,동일본대지진으로부인과아들을동시에잃고유해마저찾지못한처참한남자의심정을그린『무전기』등미스터리,괴기,SF,기담등섬뜩한전개로나아갈만한소재이지만작가는절제되고담담한문체로그려낸다.영화「베를린천사의시」를연상시키는『잘자요,아이들아』에서는세상에존재하지않는물건에대한언어적시청각화를통해문장으로표현가능한영상미의극치를그려보인다.
아이들아,잘자요
사람들아,잘자요
잘자요,편안하게
슬픔을짊어지고빛으로향해가는사람들에게건네는
여덟편의메시지
표제작인『내머리가정상이라면』에서‘나’는남편과딸의동반자살을목도한충격으로환청에시달리며자살미수와정신병원입원과퇴원을3년간되풀이한다.어머니와동생이사는집에서재활치료를받던어느날나는강가에서“살려……줘…….엄마…….”라는희미한아이의목소리를듣게된다.의식을집중하지않으면놓칠만큼가냘픈목소리.소리는동행한동생도,엄마도듣지못했고오직나에게만들려온다.환청일지도모른다.딸을잃게된데서오는상실감과죄책감으로인한.그러나나는산책할때마다같은곳에서그목소리를듣게되고,마침내는목소리의진상을확인해보기로결심한다.소설은정상과비정상,꿈인지현실인지모를상황에서혼란과고통을겪다가,주인공이용기를내어현실로귀환하는모습을그린다.
날마다우리사회어딘가에서발생하는재해와각종사건사고들은인간의이기적인욕망과악의,어리석음등으로인해발생한다.야마시로아사코는세상에둘도없이소중한것을상실한데따른슬픔을어설픈말로수습하거나결말부에안이한구원을마련하는대신에,잃어버린것은돌아오지않지만그것을애도하는인간애만은결코잃지않을거라는다정한말을건넨다.삶과죽음,차안과피안의경계에서끊임없이흔들리는사람들을꾸준히그려온작가가닿은하나의도달점이여기에있다.마지막작품『아이들아,잘자요』에서는천사가등장하는것은,등장인물들과그들의슬픔을하나하나읽어내린독자모두에게도진심어린축복을기도하는것이아닐까.
“솔직히말하면,오쓰이치최고의작품은아니다.
언제나그의작품은최고이기때문이다.
_요시다다이스케(문예평론가,작가)”
[줄거리]
세상에서가장짧은소설
아내와함께사는아파트에서세번째유령을보게된‘나’.피곤한탓일까,아니면정신에이상이생겼나.아내에게털어놓자그녀는“나에게도보인다”고담담하게대답한다.심령현상의원인및재발방지를위해데이터수집과실험에고심하면서두사람은귀신의정체와그진실에다가가고.그러던어느날,유령의형상이점차흐려지기시작한다.
머리없는닭,밤을헤매다
전학한지얼마되지않은‘나’는덤불속에서외톨이동급생미즈노후코를만나게된다.후코는‘교타로’를애타게부르짖으며찾고있었는데,그때갑자기발밑에서슉하고바람빠지는듯한이상한소리가들려온다.닭이다.하지만있어야할것이보이지않는다.볏,부리,눈,다시말해머리가없다.
곤드레만드레SF
소설가인‘나’에게대학후배N의전화가걸려온다.그의여자친구가술을마시면특별한재능을발휘한다는것.바로타임슬립능력이다.N은스포츠배팅에서대박을꿈꾸는데,그재능을어떻게써야좋을지소설가로서상상력을발휘해알려달라고집요하게매달린다.
이불속우주
오랫동안슬럼프에빠져있던소설가동료T가어느날어느문예지에신작단편을발표한다.이대로그가문단에서사라져버릴지도모른다고생각한‘나’의우려와달리T는변함없는필치로자신만의기량을훌륭히발휘했고,흥분한나는그와만나상상하는모든것이가능하다는‘이상한이불’에관한이야기를듣게된다.
아이의얼굴
철없던학창시절,친구들과어울려한여자아이를괴롭혔던네사람.그런데그무리가운데세사람이자신의손으로아이를살해했다.졸업한뒤그들과거리를둔채살아가는‘나’는결혼한지얼마지나지않아,그중한사람에게편지를받는다.태어난아이가한때자신들이자살로몰아버린소녀와닮았고그래서죽였다는내용.편지는“아기를낳지마.우리처럼될지도모르니까”라는메시지를전하고있다.
무전기
‘나’는2011년3월11일,동일본대지진으로사랑하는아내와아들을잃었다.그로부터2년후,그날도어김없이술을마시다가벽장에서‘쏴아아아아’하는무전기소리를듣는다.무전기는경찰차를좋아했던세살배기아들히카루의장난감송수신기.이윽고무전기에서‘아빠’하고부르는아들의목소리가들려오는데,무전기에는건전지가없다.
내머리가정상이라면
남편이딸을데리고도로에서동반자살하는모습을눈앞에서목격한‘나’.그충격으로3년간정신병원에입원한뒤약물치료를병행하며친정집에서요양하던어느날,“엄마,살려줘”라는가냘픈여자아이의목소리를듣는다.약물복용의부작용으로인한환청이라면문제는없다.하지만,만약내머리가정상이라면……누군가위험에처한것이다.
잘자요,아이들아
침몰하는배위에서미끄러져바다에빠진‘나’는의식을놓으려는찰나,영화관에서지금까지의삶의단편적인그림인주마등필름을본다.어렸을때놀았던곳,아빠와함께했던보트놀이,엄마와테니스를친날의석양,연인과의첫키스…….연인?연인따위없었는데?그런데여기는어디일까.그리고내필름은어디에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