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의 꽃(큰글자도서) (최수철 장편소설)

독의 꽃(큰글자도서) (최수철 장편소설)

$35.00
Description
한국 문단의 희귀하고도 이질적인 존재감!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김준성문학상 수상 작가
최수철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정밀한 언어와 문체 실험으로 인간 본연의 문제를 탐구해온 작가, 최수철의 신작 장편 『독의 꽃』이 출간되었다. ‘의자’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삶을 표상한 장편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2014) 이후 5년 만이다.
『독의 꽃』은 몸속에 독을 지니고 태어나 그 독을 점점 키우다가 결국 독과 약을 동시에 품고서 죽음에 이르는 한 남자에 관한 이야기이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과 약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 스스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독’에 대한 작품을 구상해왔다고 밝힌 바 있듯이, 이 소설은 오랜 시간 궁구해온 사유의 결과물이자 실험적인 작가 정신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독’과 그 상관물인 ‘약’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가면서 우리 의식의 지평을 넓혀나간다. 또한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심리주의와 상징주의, 임상 기록과 추리 기법, 연애소설의 형식 등을 동원한 이른바 ‘총체 소설’이라 직접 명명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소설은 한층 더 깊어진 주제의식과 다채로운 양식 실험으로 ‘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세계를 우리의 눈앞에 펼쳐 보이고 있다.
전작들에서 ‘침대’와 ‘의자’ 등 하나의 일상적인 사물을 메타포로 하여 존재와 세계의 심층을 들여다본 작가는 이번에는 ‘독’이라는 낯설고도 강렬한 메타포를 통해 새로운 층위의 의미를 일구어내고 있다. 독과 약, 선과 악, 성과 속, 삶과 죽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끊임없이 교란하고 와해하는 최수철의 집요한 탐색은 때로 냉철하고 이지적이면서도, 인물의 내면과 심리를 섬세하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생의 본질을 일깨운다.
“최수철은 답을 알지 못한다고 확신할 때 좋은 소설을 쓴다. 그는 분명한 행동 대신 모호한 의식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문학평론가 김인환의 말을 환기해볼 때, 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삶의 불가해성을 실험적이고 형태 파괴적인 양식으로 그려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기존 서사 양식의 관례를 그만의 방식으로 깨뜨리고, ‘독’이라는 하나의 메타포이자 모티프가 그야말로 소설의 주제이자 구성 원리이면서, 나아가 아예 소설 전체가 되어버리는 과감한 전도의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최수철 작가가 선사하는 이 생경하고도 독특한 미감은 왜 그가 한국 문단에서 이례적이고 중요한 존재로 자리 매김하는지를 선명하게 확인케 할 것이다.

한국 소설의 새로운 활력,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리얼리티를 위한 모태……. 오랜 기간 소설을 써온 작가는 지금까지도 자신의 소설적 방식을 갱신하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으며, 『독의 꽃』 역시 그 시도에 이어져 있는 가장 최신의 실험으로 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_손정수(문학평론가, 「작품 해설」에서)
저자

최수철

1958년춘천에서태어나서울대불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1981년《조선일보》신춘문예에「맹점」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1993년이상문학상을받은중편소설「얼음의도가니」는한국적누보로망의가능성을열였다는평가를받았다.1988년윤동주문학상,2009년김유정문학상,2010년김준성문학상을수상했다.
소설집『공중누각』『화두,기록,화석』『내정신의그믐』『분신들』『모든신포도밑에는여우가있다』『몽타주』『갓길에서의짧은잠』『포로들의춤』,장편소설『고래뱃속에서』『어느무정부주의자의사랑』(4부작)『벽화그리는남자』『불멸과소멸』『매미』『페스트』『침대』『사랑은게으름을경멸한다』,장편동화『물음표가느낌표에게』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7
두려움과매혹31
도취와환멸117
해독과정화311
에필로그517
작품해설523
작가의말545

출판사 서평

“적어도한순간,나를이세상이자리에붙들어두어줄그무엇,
위태롭게나마내가계속서있을수있도록지탱해줄수있는
그무엇이바로그의이야기였다.”

지난해겨울,‘나’는의식불명상태에서구급차에실려한종합병원으로옮겨진다.담당의사의말에따르면,위에서보툴리누스균과프토마인균이검출되었으며,그균들로부터방출된독소가몸에흡수되면서혈액을통해장기를공격했는데,말하자면몸전체가독성물질에감염된상태였다.생사의경계를넘나들며혼몽한상태로시간을보내던나는같은병실안에서한남자를발견한다.“내가슴에독(毒)이찬지오래로다”로시작되는김영랑의시〈독을차고〉를낮은목소리로중얼거리는남자는나와마찬가지로강한독성물질에감염되어신경계와면역계가심하게손상되어있었고,이름은‘조몽구’였다.그는끊임없이누군가에게말을건네는듯이웅얼거렸는데,‘나’는저주같기도하고주문같기도한그소리에강한호기심을느낀다.그리고마침내그의이야기는나를흔들고,자극하고,깨워놓기에이르고,새벽의환몽속에서괴물같은존재를본다음날,조몽구는돌연사라져버린다.그러나나의병세는나아질기미가보이지않고,조몽구의중얼거림은여전히뇌리를맴돈다.그리고그이야기는나를이세상의한장소에붙들어줄강력한그무엇이되어버리고,이제나는‘나’의것이면서동시에‘그’의것이기도한이야기를들려주기로한다.

세상에존재하는모든독과약에관한
치명적이고내밀한바이오그래피!

‘독’의리얼리티

이소설에따르면세상의모든것은독인동시에약이다.그리고그러한인식의바탕위에서단연돋보이는것은독에관련된다양하고구체적인전문지식이다.만병초,은방울꽃,석산,수선화,흰독말풀,능소화,천사의나팔,피마자,투구꽃등의식물독부터,조개류,뱀이나벌,복어의테트로도톡신등의동물독,납,연,수은,비소,바륨,카드뮴등의광물독에이르기까지갖가지종류의독과?그해독방법은물론,기기묘묘한독살의종류를역사적배경과함께제시함으로써리얼리티를확보하고있다.?또한소설은독을한가지개념으로규정하지않고,수많은보조관념들로은유하며독에관한우리의인식을확장시킨다.물질로서의독뿐만아니라인간의이기심,증오심,분노,공포,탐욕,교만,호색,탐욕,나태,시기,거짓된신념,진부하고편협한사상등우리의의식에침투하는온갖정신적작용을독으로규정함으로써세계가운용되는중추적원리이자핵심요소로서독의의미와범주를무한대로확장시키는것이다.그리하여독은이제만물삼라만상에깃든모든것이되고,스위스의화학자파라켈수스의말대로“모든물질은독이며독이아닌물질은없게”된다.?

치명적인‘독’에감염된한인간의내밀한분투기

『독의꽃』은몸속에독을지니고태어나그독을점점키우다가결국독과약을동시에품고서죽음에이르는한남자에관한이야기이자,이세상에존재하는모든독과약에관한이야기다.두통이라는콤플렉스를가진몽구는특이한질병으로말미암아또래들과어울리지못하고,정권주변을맴도는기회주의적인어용문인인아버지와천성적으로예민하고병약한체질인어머니사이에서불안정한성장기를보낸다.그런가운데몽구는어머니라는둥지안에서안주하려하지만,그것조차아버지가어머니를향해휘두르는정신적·육체적폭력에의해온전히유지하지못한다.급기야몽구는중학교3학년때어머니를여의고,독의세계에심취되어몰두하고있는환경운동가이자행위예술가인삼촌과함께살아가게되는데,그와의동거는몽구로하여금두통이발생한원인이아니라두통이갖는의미에대해생각하게만들었고,두통이라는독에맞서싸우는대신독과더불어살아가게될자신의운명을수용하도록이끈다.
몽구는성장하면서점차신체에고통을가하는두통인‘독’뿐만아니라세계를잠식한갖가지무수한독을만나게된다.일종의마취이자마비와도같은술과그보다더치명적이고자기파괴적인섹스,군대라는상명하복의체계에자리한강압과횡포,그밖에도거짓된신념,편협한사상에이르기까지우리의영혼을좀먹는무형의물질로서의‘독’이바로그것이다.또한이로인해파생되는갖가지사건들을통해몽구는서서히자기안의독과세계속의독을제어하는방법을터득하게되고,?독에대항하는특이한항체와면역체계를갖게된다.몽구의안에서서서히‘독’이‘약’으로탈바꿈한것이다.

“내이야기는,한방울의물과도같은한인간의생명,
독일수도있고약일수도있는그물방울하나의생성에서사멸에이르는
작은역사에대한거야.”

주인공몽구를비롯해소설속등장인물들은대개비정상적이고일탈적이며,때로광기에사로잡힌행동으로까지나아가는인물들이다.특히작가로서의거짓된신념과위선을자기합리화로포장하는몽구의아버지는타인에대한폭력으로까지나아가고끝내는자학적인글쓰기를감행하며스스로를파멸로이끈다.마찬가지로서울지방법원사무관이라는안정적인직업을버리고독의세계에심취하는환경운동가이자행위예술가인삼촌조수호,저체중의미숙아로태어나선천적인면역결핍장애를겪는몽구의첫사랑자경,병약한여동생에대한집착과죄책감으로그녀를구속하는자경의오빠정우,군대고문관이자관심병사가되어버린몽구의동창용한,독을이용해청부살인업자가되는광수까지,주인공몽구를둘러싼인물들은저마다의상처와결핍으로뒤틀려있다.
작가는왜그토록평범하지않은인물과간혹극단적으로까지보이는상황을설정했을까.이는‘독’이라는물질이지닌속성상그위험성과폐해를정밀하게들여다보고자했고,정상범주에서벗어난인물들을통해삶의비의를꿰뚫으려는작가적의지에서비롯된것으로보인다.또한,이러한인물적특성과소설의구조는,살아남기위해필연적으로‘독’을섭취하지않을수없는이잔혹하고도지독한세계속에서삶을영위해나가는모든생명체에관한이야기로확장된다.그리고‘독’과‘약’이라는작품의대주제로자연스럽게수렴되면서,세계가선과악,성과속,삶과죽음,현실과이상등의이항대립으로이뤄져있음을,또그세계에속한인간존재또한독과약을동시에품은형용모순의존재임을보여준다.인간들의역사란바로이와같은“아이러니와패러독스”를동시에품은존재가만들어나가는것이고,그러기에삶의진정한의미를찾고자하는의지와욕망이다름아닌‘해독’과‘정화’의삶으로나아가는것이라는통찰과함께.

“일상의마비에서풀려나라.
그러려면네마음이미칠만큼고양되어야한다.
겁내지마라.그러고나면각성이따라올테니.”

『독의꽃』은삶의의미란기쁨이아니라두려움에있다고말한다.“기쁨은두려움에대면할수있도록삶이제공하는몇움큼의에너지”에불과하다고.달리말하면,우리의삶은어쩌면독과악과병과어둠을인지할때,즉죽음이라는것을염두에두고그것의정체에다가갈수록아이러니하게도더욱빛을발하는건아닐까.그렇다면그것은더이상악과어둠과병이아닐것이고,‘독’이아니라‘약’으로화하기도할것이다.
‘내안의독을인식하고,일상의마비에서벗어나라’는소설의전언처럼,반복되는일상에함몰될것을경계하고,깨어있는삶을살아가도록경각심을일깨우는이작품은치명적인독물처럼서서히흐르지만,빠르게우리의정신과육체를침투한다.그과정이때로“눈의초점이맞지않고,식은땀이흐르고,손발이떨리고,신열이떠나지않는”“고통스러운순간의연속”일지라도,작가는유한하고세속적인비루한삶에제동을걸고,지금과는다른삶을살수있으리라는희망이세찬바람처럼우리들을휘감기를바라고있다.

살아있는매순간스스로의생존을위하여외부의적대적인힘으로부터자신을효과적으로방어하는한편다른생명체를공격적으로섭취하지않을수없는우리들하나하나야말로곧한송이‘독의꽃’이라고불러야하지않을까.하지만이말또한덧붙이지않을수없다.지상의모든꽃이아름다운까닭은바로그때문이라고._‘작가의말’에서

[줄거리]
몸전체가독성물질에감염된상태로구급차에실려한종합병원으로옮겨진‘나’는어느날같은병실안한남자를발견한다.나와마찬가지로강한독성물질에감염되어신경계와면역계가심하게손상되어있어있던그는끊임없이누군가에게말을건네는듯이웅얼거렸는데‘나’는저주같기도하고주문같기도한그소리에괴로워한다.처음에는두귀를틀어막고서조용히하라고소리치고싶었고,밤마다그소리가독물처럼나의귓속으로흘러드는듯한섬뜩한느낌도들었지만,다른누군가도아닌바로나에게건네는그의이야기에나는점점사로잡힌다.그리고어느새벽에나는동물도식물도아닌,온몸이부드러운털모양의가시로덮이고긴이빨에뱀처럼갈라진혀를가진괴물같은존재를목격하게되는데,그다음날그는돌연사라져버린다.그가죽었는지병실이바뀐것인지조차알수없었지만,그의중얼거림은여전히뇌리를맴돌며나를마비시킨다.나의병세는좀처럼나아질기미가보이지않고,시간이흐를수록‘나’는자신을이세상의한장소에붙들어줄강력한그무엇이다름아닌그의이야기임을깨닫는다.그리하여나는마침내그가들려준이야기이자내속으로들어와나의것이된이야기,몸속에독을지니고태어나‘독’과‘약’을동시에품고서죽음에이르는한남자에관한괴이하고도신비로운이야기를들려주기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