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양장)

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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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앞으로도 여전히, 그리고 온전히 너의 것이야”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 작가 백수린 첫 산문집
“섬세한 서사의 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 “깊고 천천한 시선”. 2011년 등단 이후 세 권의 소설집을 비롯해 중편소설, 짧은소설, 번역서 등을 펴내며 활발한 행보를 보여준 백수린 작가의 첫 산문집 『다정한 매일매일』이 출간되었다. 젊은작가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평단과 대중의 호평을 두루 받아온 그는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친애하고, 친애하는』, 『여름의 빌라』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미세한 ‘균열’과 그 안에서 소요하는 복잡미묘한 ‘관계’의 모습들을 단단하게 그려왔다.

『다정한 매일매일』은 《경향신문》에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격주로 연재한 글들을 수정·보완하고 새롭게 쓴 글들을 더한 것으로, 등단한 지 어느덧 10년 가까이 된 소설가로서의 꾸준한 성찰과 사유가 응집되어 있는 책이자, ‘빵’과 ‘책’을 매개로 작가가 애착을 갖고 살펴온 삶의 세목들에 대한 마음을 담은 책이다. 때론 달콤하고 때론 슴슴한, 세상의 많은 빵들만큼이나 다채로운 풍미를 지닌 한 편 한 편의 글들은 작가가 오래 붙들려온 책들에게로 우리의 시선을 이끈다. 문학 작품은 물론, ‘난민’을 주제로 한 그림책부터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과학교양서, 주변인과 소수자에 대한 ‘관찰’이 아닌 ‘공생’을 담아낸 사회학 보고서, 원예지침서와 식품교양서에 이르기까지 폭넓고 다양한 책들의 면면을 찬찬히 펼쳐보노라면, 현실에 치여 종종 외면해온 우리들 마음 안팎의 풍경이 “페이스트리의 결처럼” 겹겹이 되살아난다.

이 책은 총 다섯 개의 부로 나뉘어 있는데, 첫 번째 ‘당신에게 권하고픈 온도’에서는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의 중요성이, ‘하나씩 구워낸 문장들’은 소설 쓰기에 대한 진솔한 고민과 각오가, ‘온기가 남은 오븐 곁에 둘러앉아’는 가족과 친구, 반려견에 이르는 주변의 소중한 관계에 관한 일화들이 짧지만 밀도 높은 글들을 통해 조목조목 이어진다. 네 번째 ‘빈집처럼 쓸쓸하지만 마시멜로처럼 달콤한’에서는 사랑을 통한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을, 마지막인 ‘갓 구운 호밀빵 샌드위치를 들고 숲으로’는 인간과 자연, 문화 안과 밖의 경계를 넘어선 연대를 아우른다.

이렇듯 우리가 발붙인 세계와 그 구석진 자리까지도 환히 빛을 비추는 작가의 응시와 탐색은 한 컷 한 컷 공들여 작업한 김혜림 그림 작가의 일러스트와 어우러지며 명징한 울림을 만들어낸다. 햇살 잘 드는 카페의 창가 자리에 앉아 차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삶이 고통스럽거나 불행 앞에서 무기력해질 때마다 온기를 간직한 “한 덩이의 빵”이 우리에게 있음을 잊지 말자고 당부하는 것만 같다. 목청 높여 강요하지 않고, 다만 차분한 목소리로. 우리의 매일매일이 조금은 더 다정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저자

백수린

2011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거짓말연습」이당선되면서등단했다.소설집『폴링인폴』,『참담한빛』,『여름의빌라』,중편소설『친애하고,친애하는』,짧은소설『오늘밤은사라지지말아요』,번역서『문맹』,『여름비』를출간했다.젊은작가상,문지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현대문학상,한국일보문학상,제45회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당신에게권하고픈온도
사랑해서하는일
별것아닌것같지만,삶을살아내게하는것들19
생일케이크│레이먼드카버,『대성당』
진실은언제나그자리에있다24
컵케이크│존치버,『기괴한라디오』
충만한삶,아름다운울림29
캉파뉴│마틴슐레스케,『가문비나무의노래』
정성으로가꾸는매일34
판콘토마테│데이비드디어도르프,캐서린와즈워스,『내식물에게무슨일이일어났을까?』
휴가의끝39
트로페지엔│베른하르트슐링크,『여름거짓말』
어른이된다는것44
파스트라미샌드위치│필립로스,『울분』
사악한표정의잭오랜턴과밤의시간50
펌킨파이│가브리엘가르시아마르케스,『꿈을빌려드립니다』
이세상에아주많은마음,마음들55
브라우니즈쿠키│김희경,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마음의집』
나만의식빵59

하나씩구워낸문장들
소설쓰는마음167
상처는스스로빛을낸다73
마카롱│앤카슨,『남편의아름다움』
담담하고부드러운삶의조각들78
팬케이크│켄트하루프,『축복』
불확실한세계를읽어내는일81
초콜릿│훌리오꼬르따사르,『드러누운밤』
흔한빵을나눠먹고싶은사람86
멜론빵│기시마사히코,『단편적인것의사회학』
밤이깊어도걸어갈수있다면90
슈크림빵│캐서린맨스필드,『가든파티』
모국어바깥으로떠날때95
바움쿠헨│다와다요코,『여행하는말들』
삶이불가해한것인한,소설쓰기란98
티라미수│제임스설터,『소설을쓰고싶다면』
소설쓰는마음2102

온기가남은오븐곁에둘러앉아
나의개109
가족,가깝고도먼112
사과머핀│줌파라히리,『그저좋은사람』
‘나’,그알수없음에대해서116
침니케이크│아고타크리스토프,『존재의세가지거짓말』
서툴러경이로운당신120
호빵│엘리자베스스트라우트,『내이름은루시바턴』
상처를응시하는섬세한눈길123
바나나케이크│윌리엄트레버,『비온뒤』
언제고다시이순간으로128
델리만쥬│파트릭모디아노,『어두운상점들의거리』
정직하고순수한기쁨131
오페라│프랑수아누델만,『건반위의철학자』
이해와노력으로자라는마음135
도넛│도리스레싱,『런던스케치』
달콤한,그밤의기억139

빈집처럼쓸쓸하지만마시멜로처럼달콤한
다정히건네는말145
자신의과오를대하는자세149
자허토르테│토마스베른하르트,『모자』
사랑의자리153
생크림토스트│앙드레지드,『좁은문』
버리지못하고모아둔그리움158
롤케이크│켄리우,『종이동물원』
보온병가득담아온홍차와함께163
구겔호프│제임스조이스,『더블린사람들』
죽음이눈앞에다가왔을때무엇을떠올릴까168
아마레티│시바타쇼,『그래도우리의나날』
오늘도사랑하고사랑해야173
웨딩케이크│니콜크라우스,『사랑의역사』
우리의고독은부드럽다178
콜롬바│줌파라히리,『내가있는곳』
떠나보내는여름181

갓구운호밀빵샌드위치를들고숲으로
사랑의편191
나무와나무사이를오래걷고싶을때195
호밀빵샌드위치│페터볼레벤,『나무수업』
세상에기적이존재한다면199
슈톨렌│로맹가리,『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
같고도다른두경계인의편지203
호두과자│서경식?타와다요오꼬,『경계에서춤추다』
통밀빵을굽는온순한즐거움206
통밀빵│이한승,『솔직한식품』
‘나’의두려움에서‘우리’의연대까지213
스페인식샌드위치│호세캄파나리,에블린다비디,『난민이뭐예요?』
하지만괜찮다,그렇더라도219
옥수수빵│존윌리엄스,『스토너』
친애하는인생에게223
단팥빵│앨리스먼로,『디어라이프』
찻집상상229

출판사 서평

당신의매일매일이,
조금은다정해졌으면

백수린작가에게책과더불어‘빵’은일용할마음의양식과도같다.빵이나오는구절을만나면내용과상관없이그책에대한애정을느끼곤했다는지극한빵사랑은“빵집주인이되고싶다는마음과소설가가되고싶다는마음사이에서오락가락하다가결국소설쓰는사람이되었다”고술회할정도다.하지만작가는둘중하나를포기하는대신둘을모두가슴에품을수있었던것같다.소설쓰기는곧빵을굽는일과다름없었기에.그것은“누군가에게건넬투박하지만향기로운빵의반죽을빚은후,그것이부풀어오르기를기다리는일”이기도했다.이책은그런마음으로소설쓰기에임해온,백수린작가의읽고쓰는나날들의기록이자빵에대한각별한애정고백과도다르지않다.

내게소설쓰는일은누군가에게건넬투박하지만향기로운빵의반죽을빚은후그것이부풀어오르기를기다리는일과닮은것도같다.(…)나는오늘빵을건네는이의마음으로허공에작은빵집을짓는다.어딘가있을당신에게‘별것아닌것같지만,도움이되는’책들을건네기위해서._본문22~23쪽


마카롱과앤카슨
침니케이크와아고타크리스토프
슈톨렌과로맹가리
……
빵과책,온기어린마음의양식

『다정한매일매일』은작가에게‘소울푸드’라할수있는‘빵’을통해책과삶에관한이야기를담았다.입속에서녹아금세사라지고마는마카롱의‘지독한’달콤함은,앤카슨의『남편의아름다움』에서이성으로는설명불가능한예술본연의아름다움에대한성찰을이끈다.굴뚝모양의헝가리빵침니케이크가매개하는책은아고타크리스토프의『존재의세가지거짓말』이다.‘침니케이크를헝가리의빵이라고말할수있게하는것은무엇일까’라는의문은,“기이하고고통스럽지만동시에매혹적인방식”으로제기하는정체성의문제로까지이어진다.마틴슐레스케의『가문비나무의노래』는오랜시간반죽을숙성시켜굽는캉파뉴를연상시키고,독일에서크리스마스기간에즐겨먹는슈톨렌은로맹가리의「지상의주민들」에나타난연약하고보잘것없어보이는존재들의기적적인연대로까지나아간다.


따듯한단팥빵을나눠먹는순간조차도
우리는각자의자리에서고독할것이다

언뜻보면밝고희망적인메시지로가득찬책인가싶지만,백수린작가는섣부른낙관이나위로의말은삼간다.누군가와단팥빵을나눠먹는순간에서조차도,우리는나름의상처들로각자의자리에서고독한존재들이라는사실을잊지않기때문이다.앨리스먼로의『디어라이프』에관한이야기를들려주며,사람들은누구나“타인에게쉽게발설할수없는상처”와스스로도이해할수없는“욕망과충동을감당하며사는존재”임을짚어내는작가는,그럼에도우리의인생이친애할만한것인까닭은어디에있을까고민한다.그리고앨리스먼로가그토록쓸쓸한인간군상의모습을그리면서도제목을‘친애하는인생에게’라고붙인것처럼,그답의실마리를다시‘소설’에서찾는다.

소설을읽고쓰는일은나의내밀한고백에“사람들은이따금그런생각을한단다”라고읊조려주는누군가를만나는행위가아닐까생각했다.그리고이런생각도들었다.소설이그런것이라면,당신과내가소설을읽고쓰는사람들인한인생은아직친애할만한것일수도있겠다고._본문228쪽


작고,어여쁘며,서툴러경이로운당신에게

은은하고감미롭게흐르다가도이내무뎌진감각과의식을예민하게건드리는글들에는백수린작가가그간천착해온인생에드리운빛과그림자의일렁이는결들이고스란히담긴다.그리고“필사적으로,(…)소설을계속쓸수있는사람이되고싶다”는열의와,소설을읽고쓰는일이좀더나은삶에한발짝더가까이다가가는것이라는각오가글마다선연히새겨져있다.
소설이아닌글을처음으로책으로묶어내면서걱정이우선앞섰다고고백하는작가이지만,독자들은이책을통해자기앞에주어진하루하루를성심을다해통과해온한소설가의내면을투명하게마주함과동시에,스스로의내면또한정직하게그리고조금은더온기어린눈길로바라볼수있을것같다.오늘도우리는,“각자의상처를저마다의방식으로받아들이”면서묵묵히나만의“인생을만들어나가”고있음을이제는믿기때문에.마음과마음사이가어느때보다도멀게느껴지는계절에,『다정한매일매일』은갓구운빵처럼포근하고좋아하는책을마주한순간과같이따듯한품을기꺼이그렇게내어준다.

이상하고슬픈일투성이인세상이지만당신의매일매일이조금은다정해졌으면.그래서당신이다른이의매일매일또한다정해지길진심으로빌어줄수있는여유를지녔으면.세상이점점더나빠지는것만같더라도서로의안부를묻고안녕을빌어줄힘만큼은여전히우리에게남아있을것이므로._「작가의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