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장면 (김엄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겨울장면 (김엄지 소설 | 양장본 Hardcover)

$12.00
Description
기억과 망각 사이를 유영하는
R, 그리고 R, 그리고……… 우리, 수많은 R

중첩되는 장면들 속에서 어느 곳에도 발붙이지 못한 채
그저 부유하는 김엄지식 인간들의 세계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사이에서 포착됨을 거부하는 문체와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 김엄지. 김엄지의 신간 소설 『겨울장면』이 출간되었다. 욕망이나 사건, 내면의 사고思考가 결여된 인물들을 통해 더 이상 미래를 도모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소설집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평면적인 일상의 극단적인 반복을 내보인 『주말, 출근, 산책 : 어두움과 비』, 삶에서의 변화, 미래로의 이동, 타인을 통한 낙관을 차단당한 ‘산송장’과도 같은 인간 존재를 그린 『폭죽무덤』까지, 김엄지는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출간되는 소설마다 본인의 스타일을 굳건히 해왔다.
이번 『겨울장면』은 기억을 잃었으나 어떤 기억을 잃었는지조차 모르는, 그저 그 상태로“멈춰 있는 것이 최선”인 ‘R’이라는 인물을 통해 진행된다. 기억과 망각 사이 어느 한 곳에 발붙이지 못한 채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R’. 김엄지의 소설에서 유구히 존재해온, ‘그저 있는’ 김엄지식의 인간 존재 그 자체이기도 한 ‘R’을 통해 김엄지는 우리의 모습을 작품 위에 겹쳐놓는다.
『겨울장면』에는 김엄지 작가의 에세이 ‘몇 하루’가 수록되어 있다. 작품을 집필하며 일상에서 길어 올린 장면들을 작가 특유의 산문체로 써 내려간 것으로, 건조하고 단조로운 생활 사이사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툭 튀어나오는 작가의 예리한 현실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김엄지

2010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에단편소설「돼지우리」가당선되어등단했다.장편소설『주말,출근,산책:어두움과비』,중편소설『폭죽무덤』,소설집『미래를도모하는방식가운데』등이있다.

목차

겨울장면7
에세이-몇하루147

출판사 서평

그는생각보다더그를모른다.그는매순간자신을버리지못한다.
그는영영답을알수없다.그는,그저멈춰있는것이최선이다.

‘R’은지금천장의윤곽을바라보고있는중이다.그는“아직내일에대한생각이가능”하고,‘가능성’이라는단어를발음해볼수있을정도로미래에대한생각이가능하다.8개월전R은5미터밑의바닥으로추락하는경험을했고그에대해생각중이다.하지만R은기억하지못하는것이많다.기억하지못하는것이많기에어떤기억을잃었는지모르고,그저여러장면들이중첩되어떠오를뿐이다.R은8개월전자신이어떻게추락하게되었는지를잊었고,직장동료였던L의장례식장에서마주친상사의성이무엇인지기억하지못하며,아내가어디로사라졌는지를잊었다.하지만R은기억하기위해노력하지않는다.묻지않거나,물을수있는사람은이미어딘가로사라졌기때문이다.
그러다R에게기억이선명해지는순간이찾아오기도한다.아내와함께여행지‘제인’에갔다가그곳에서아내가우연히동창을만났고,다음날눈을떠보니R이혼자였던기억.그리고상사의성은‘정’도‘박’도아닌,‘개같은’이라는기억.R은동시에기억해낸다.아내와아내동창의관계에의구심을가졌으나묻지않았음을,상사의비인간성과추접함을견뎠음을.R에게최선은그저“멈춰있는것”이었다.

“오늘이무슨요일인지.
일요일은반복을암시하는속임수다.”

R은그런상태에서도여전히허기를느낀다.흉통을느끼고후회를느낀다.스스로‘왜’라고자문하지만이질문은느끼는바에대한이유를찾기위해서보다는느낀다는행위자체에대한의문이다.이는곧R이허기와통증과후회를느낄자격이있는가?라는질문과도같다.매번다를바없는일주일을반복하며오늘이무슨요일인지도잊는R은어디로든뚝떨어지고싶다.의사는R에게통증을줄이는방법중하나로‘현실직시’를제안하지만R에게현실이란단어는듣자마자웃음이나올정도로무의미하다.
차라리낚싯대를드리운얼음호수의차가운물구멍속으로아내가자신을밀어주기로원하는R을아내는비난한다.하지만스스로도그리고타인에의해서도R은차가운얼음호수속으로빠져들수없고,착란의상태로허공에붕뜬채,‘그저있을’뿐이다.

그는알지못했다.
얼음호수의끝을.겨울의시작과끝을.
제인해변에서새로운이름을만들고
다음날아침제인호수에몸을던지는사람들의마음을.
마음을.그누구의것,자기의것도그는알지못했다._본문중에서


무력함과불확실성만이확실하며
의미와현실이말장난에불과한김엄지의세계

『겨울장면』에는기억과망각,삶과죽음의이미지들이시간의연속성없이배열되어있다.R은끊임없이이사이를떠돌며,R에게확실한것은자신이그저무엇을잊고무엇을기억하고있는지모르는상태그자체다.그는시간의이동,미래로의나아감없이누운그자리에서중첩되는기억들을견딘다.인물이지니고있는무력함과불확실성이한장면한장면으로치환되어『겨울장면』을이룬다.
R에게는아내와미래를이야기하던시절도있었으며아내에게선물상자를건네면서긴장하는시간도있었다.하지만R은아내가자신을떠난건지혹은그반대인지조차기억하지못하며,아내가남긴편지에는R이모르는R의모습이적혀있다.이런상황에서R,혹은『겨울장면』을읽는우리는“현실”“리얼”“팩트”가무엇인지찾아헤매나,김엄지의대답은이렇다.“현실은현실이죠.리얼이즈저스트리얼.리얼이즈팩트아니겠습니까?팩트이즈팩트는아니고요?그렇게되면말장난에불과하죠.……차라리현실은선생님웃음소리같습니다.많이비틀어진것같고.”
무언가를잊었으나잊은것이무엇인지를알지못하고,사라지거나추락하고싶으나불가능하며,그저맨정신으로“반복을암시하는속임수”에불과한일주일을살아가는R,혹은우리에게“현실”“리얼”“팩트”는말장난에불과하다.김엄지는다시한번김엄지식의‘현실고증’을『겨울장면』에서선보이며우리를일깨운다.

“정말로쓰고싶은말들은단한글자도쓰지않을것이다.
그런결심을하면서혼자재미있었다.”
_에세이-몇하루,「밖」

작가정신〈소설,향〉소설,향香을담다:소설,반향響을일으키다:소설,향向하다작가정신〈소설,향〉은1998년“소설의향기,소설의본향”이라는슬로건으로첫선을보인‘소설향’을리뉴얼해선보이는중편소설시리즈로,“소설의본향,소설의영향,소설의방향”이라는슬로건으로새롭게시작하고자한다.‘향’이가진다양한의미처럼소설한편한편이누군가에는즐거움이자위로로,때로는성찰이자반성으로서술될수있으리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