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않음: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산문 | 양장본 Hardcover)

잊지않음: 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 (박민정 산문 |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타인의 역사가 우리의 연대기가 되기까지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잊지 않기 위해 한 걸음 다가서는 마음
『아내들의 학교』『미스 플라이트』『바비의 분위기』 등 여성을 둘러싼 혐오의 지형도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우주의를 탐구해온 작가 박민정. 한국소설의 최전선에서 혐오의 정동을 세밀하게 짚어낸 박민정의 첫 산문집 『잊지 않음-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이 출간되었다. 데뷔 이래 12년간 김준성문학상, 문지문학상,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온 박민정 소설가의 산문 『잊지 않음-타인의 역사, 나의 산문』은 그간 그가 보여온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의 연장선에서 생생히 기록한 글들을 모았다.
이 책은 박민정 작가가 쓴 산문이면서도 타인의 역사를 통해 쓰인 산문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에서 딸이자, 여학생이자, 여직원이자, 여성작가로 살고 있는 작가의 자의식적 글쓰기인 동시에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한 연대기이기 때문이다. 시인, 소설가, 전쟁 피해자, 학생, 어린이, 난민 등 여러 인물들을 자신의 삶으로 수용하고 또 꼼꼼하게 기록하여 다시 펼쳐 보이는 박민정 작가는 “‘작가 개인’의 재현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도망칠 수 있었는지, 어디쯤 가서 뒤돌아보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고 말한다. 『잊지 않음』이 박민정 작가가 작가로서 보고, 읽고, 묻고, 쓰는 과정에서 지닌 예리함이 있을지라도 따스함을 품고 있는 이유는 작가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일들을 잊지 않기 위해, 타인의 삶을 자기의 삶으로 포용하고 다시 내보이기 때문이다.
『잊지 않음』은 개인의 역사, 세계의 역사, 소설가로서의 역사를 기록한 세 부로 나뉘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작가가 된 지금까지 직간접적으로 겪었던 차별과 혐오의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자신으로서 나아감을 선언하는 1부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깊게 뿌리내린 혐오의 단면을 돌아보고 우리가 세계의 역사를 함께 쓰는 존재로서 잊지 않아야 할 일들을 기록한 2부, 그리고 ‘쓴다는 일’에 대해 써 내려가며 ‘박민정의 소설’이라는 역사를 어떻게 구축해왔는지를 기록한 3부. “지금이 아니라면 쓸 수도 톺아볼 수도 그래서 엮어볼 수도 없는 글들을 모아보려 했다”는 박민정 소설가의 말에서 우리는 작가의 ‘잊지 않으려는’ 의지와 ‘기록하려는’ 용기를 다시금 느낄 수 있다.
『잊지 않음』에는 최은영 작가의 「나의 오랜 친구 민정이」라는 제목의 발문이 실려 있다. 박민정 작가를 향한, 그리고 박민정 작가의 글에 대한 애정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작가로서 쓴다는 것’에 대한 소회가 담긴 글이다. “박민정 작가의 글은 뜨거운 생각과 감정을 끝까지 응축하고 두드려서 단단하게 만든 칼 같다”는 최은영 작가의 말에서 박민정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 또 세밀한 시선으로 글을 써 내려갔는지 알 수 있다.
저자

박민정

1985년서울에서태어났다.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바비의분위기』,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중편소설『서독이모』가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들어가며6

1부나는그저가만히있어,담배도피우지않고이렇게

여성시라는장르규칙110
여성시라는장르규칙218
기억의간헐작용25
나는그저가만히있어,담배도피우지않고이렇게32
우리처럼그들도43
병에대한불안감47
실패할것을알면서도50
대체될수없는사람59
하지않는쪽으로62

2부타인의역사,나의산문

타인의역사,나의산문66
알지못했던세계에서-나의1990년대77
성난얼굴을돌아보기-‘여성혐오’에대하여85
2019년여름,소비의기억으로부터94
제1세계에서본것,느낀것104
‘끝없는게임’의‘시작’:『비바,제인』113
나를실망시킬때내이름을어떻게불러야하는지아는사람은아무도없다:『반박하는여자들』117
더없이투명한가면쓰기:「체향초」123
1945년8월6일,히로시마와누베르,남자와여자:〈히로시마내사랑〉136

3부선생님은작가시죠,아마도?

토끼인형처럼무력했던우리들은그러나148
거울너머의사람을바라보는장면163
필드워크의스승175
죽거나혹은나쁘거나-소설의인물에대하여178
자꾸실패한다는사실이유용해지는까닭에대하여188
최후의심판대에서맑다는것195
선생님은작가시죠,아마도?207

나의오랜친구민정이-최은영219
나가며231

출판사 서평

"어디쯤가서뒤돌아보고있는지알고싶었다”
뒤돌아보고,기록하며,기억하는일

박민정소설가의첫산문집『잊지않음』의첫글은박서원시인과그시에대한이야기로시작된다.여성작가를향한세상의시선이있는그대로가아닌편견을한겹덧쓰고있다는사실을자각하며박민정소설가가느끼는것은일종의두려움과불편함이다.하지만작가는여기에서멈추지않고자신의산문이“두려움의방증일수도,하나의징후일수도있음을인정”하는것으로산문집의서두를연다.1987년세살무렵최루탄냄새를맡았던“인생최초의기억”에서부터어린시절직간접적으로차별과폭력을경험한일,문학을시작하는시기에맞닥뜨린혼돈과불안의감정들,소설을쓰기시작한이유가“나와닮은나의적을만들어”자신을비웃고싶어서였음을,그리고우울을가만히견딜수있는동료소설가에대한부러움과애정을내밀하게고백하는글에서는작가가이글들을쓰기까지얼마나고민했는지를짐작할수있다.
박민정소설가는더욱용감한글쓰기로자신의글을펼쳐보인다.소설가최진영을통해서는‘최진영’소설가뿐만이아니라‘박민정’이라는작가의내면이들여다보이고,학생들을바라보며학교라는공간이주근主根으로남았음을깨달으며,어린시절폭력적으로수영을배워야만했던기억에서한발자국더나아가도약했음을선언한다.두려움으로남았던물속에서비로소눈을뜨고숨을쉬며“여기서부터시작”이라고말하는박민정작가의글은,자신이겪었던일을망각하지않으면서도동시에인생은새로운시작을허용한다는것을보여준다.

눈뜨세요.그러면안무서워요.그때나는질끈감은눈을조심스레떴는데,눈을감았을때와는비교할수없을만큼마음이편안해진다는걸느꼈다.여기서부터시작이다.나는생각했다.물속에서눈을뜨고숨을쉬는것이다._본문중에서

“우리육체속에연약하게머물러있던
기억을놓치지않기위해이렇게만들고쓴다”

작가의의식은2부에서우리의인생을둘러싸고있는사회문화적인저변으로더욱확대된다.모국에서쫓겨나듯해외로입양되는해외입양의어두운단면,제1세계라는곳에서예상치못하게느낀불편함과제국주의의그늘,1990년대를즐겁게소환하는요즘의흐름에정작그시대에자유롭지못했던사람들이있었음을기억하며,“개인사는희미한기억일지언정나의산문으로재의미화”하는과정을거친다.또한지하련의「체향초」,개브리얼제빈의『비바,제인』,영화〈히로시마내사랑〉,‘NOJAPAN’운동등문학,영화,역사,사회정치적현안까지작가의폭넓고다양한관심사와깊이있는사유가녹아있다.
특히작가가2부에서집중하는것은뿌리깊은한국사회의혐오문화다.즐겁고활기찬직장여성의이미지가감추고있는산업사회의여성착취,기표만달리한채증식되고있는여성혐오……특히여성,그리고여성작가로서대상화되어온작가의경험은혐오적표현과발언이한국사회일상이며문화로자리잡았음을깨닫게한다.박민정소설가는자신의경험을선회하여“내가돌아갈곳은결국빈문서앞”이라고얘기한다.여성으로서,그리고작가로서할수있는일을하는것.박민정소설가가내보이는솔직하고거침없는목소리는바로이러한의지덕분일것이다.

어떤이들에게우리사회는도처에서야차가달려오는사회이며,야차가달려오면춤이라도춰야하는것이다.왜그렇게성을내냐고묻는자신의모습을삼인칭으로바라보는일,뿌리깊은혐오사회에서선행되어야하는일은그것이라고나는믿는다._본문중에서

우리의이름과역사를망각하지않기위하여
“나는우리가우리자신이되어자유로워지기를바란다”_소설가최은영

최은영소설가는“과거의우리가애써서만나려고했던지금의우리를잘돌보고아끼기”를통해우리자신을더사랑해주기를바란다고쓴다.우리가우리자신을사랑하고진정한우리자신이되어자유로워질수있는방법은바로박민정작가가얘기한‘잊지않는일’일터다.과거의연약했던우리를인정하고,잊지않으며,그러기위해기록하는일.
3부에는박민정소설가가이러한과정을그누구보다치열하게거쳤음을엿볼수있다.소설을쓰는동안폭력을재현하는것에대해한줌의욕구도없었는지,여성화자를그릴때세간이생각하는여성인물의(비)전형성이라는외압을느낀적은없었는지,여전히박민정소설가는고민하고또고민한다.“생물학적성이여성인작자가창작한이야기”가어떤혐의를쓰고있는지작가는누구보다잘알고있기때문이다.하지만그렇기때문에박민정소설가는여전히자신의작가적정체성이아직도흔들림을고백하면서도마침내글로써잊지않기위해기록하고있다.박민정이라는작가가어디까지더나아갈수있는지를기대할수있는까닭은바로여기에있을것이다.

어쩌면내가외면하고싶었던작가적자의식은사람들이한데모여꾸짖었던여성작가의자의식일는지도모르겠다고생각한다.그리고더불어생각한다.당신작가아닌가요.이질문은나에게는정체성을쥐고흔드는질문이었다.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