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내 가여운 개미(큰글자도서)

개미, 내 가여운 개미(큰글자도서)

$27.00
Description
아스라이 사라져간 기억에 대한
혹은 유령 같은 ‘희미한’ 사람들에 대한 오늘날의 회상
『개미, 내 가여운 개미』는 작가 류소영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첫 소설집 이후 꼭 12년 만에 출간되는 작품집이다. 『피스타치오를 먹는 여자』는 90년대를 몸소 실감 나게 살아온 작가가 쓴, 채 여물지 못한 어중간한 시대인 1990년대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직접화법으로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려냈다. 문학평론가 김형중 씨는 “‘1990년대에 ‘관한’, 1990년대를 누구보다도 실감 나게 몸소 살아냈던 작가들이 쓴 소설로 재규정할 때, 류소영으로부터 1990년대 소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류소영의 소설을 ‘부적응자‘의 것이라고 규정했고, ‘부적응자들의 연대’라는 새로운 정치 전략으로 확장한 바 있다.
두 번째 소설집은 여전히 부적응자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이 말해주듯 작가의 시선과 문장은 더욱 내밀해지고 단단해졌다. 부적응자의 연대는 관계에서 소외받은 희미한 사람들의 서글픈 연대 의식으로 첨예화되었고, 유령 같은 존재들을 호출하는 방식은 그로테스크하고 날카롭게 그려져 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있는 듯 없는 듯 희미한 유령 같은 존재들이다. 무엇보다 그녀의 소설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작고 보잘것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다. 개인의 고유성이 상실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류소영은 소외된 개인을 호출하고 다시 복원해내는 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작가가 보여주는 현실은 아주 담담하지만 보고 있으면 우리의 등골이 서늘해진다. 소설 속의 인물들이 어딘가 모르게 우리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기 때문이다.
표제작「개미, 내 가여운 개미」를 비롯한 총 여덟 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과거에 겪은 트라우마로 인해 폭식증을 앓고 있는 여성, 큰 체구에 어색한 몸매를 가졌으나 개미처럼 위축된, 신중한 몸가짐을 한 그녀의 흔적을 더듬는「개미, 내 가여운 개미」,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차림을 강박적으로 고수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옷 잘 입는 여자」, ‘입안에 빨대 많이 꽂아넣기’ 종목에 출전하는 한 남자에 대한 기록을 담은「기록」, 자신에게 걸려오는 유령 같은 전화의 목소리를 통해 전화번호의 전 주인 ‘강미현’의 정체를 이모저모 추리해가는「기억할 만한 지나침」 등 우리의 일상을 류소영 특유의 문체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자

류소영

1973년부산에서태어나서울대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1994년「시와시학」겨울호에시로등단했으며,1997년「문학동네」하계문예공모에단편소설「동그라미그리려다」가당선되었다.『개미,내가여운개미』는삶의균형을맞추려는불완전한사람들의위태로운이야기를다룬소설집으로,현대사회에서소외된개인을통해가족의의미를되묻고있다.

목차

물소리
개미,내가여운개미
또밤이오면
옷잘입는여자
기록
윤미와추믈
꽃마차는달려갑니다
기억할만한지나침

작품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없는듯하지만주변에꼭하나씩있는‘희미한’사람들의이야기

류소영의소설집은낡고정든사진첩을떠올리게한다.존재하지만비존재하는것들,사람이면서동시에유령인것들,과거이지만곧현재이기도한시간들이소설집에는중첩되어있다.잃어버린시간들을바라보게될때의선연한느낌,아련하고쓸쓸한잔해의흔적들이켜켜이새겨져있다.낡은사진첩은감정보관함같다.그녀의소설을열면아뜩한그리움과고통이흘러나온다.
류소영의소설집은부재로가득차있다.부재의공간에서희미한유령존재가부유한다.작가는인물들을지우고흔적만남겨놓음으로써역설적으로텅빈공간을환기하고그속으로우리들의과거를호출한다.유령이지만정확히부재하는것너머에자리하는이상한흔적들,스스로여백을불러일으키는환상적인아름다움과서늘한정적들이있다.류소영은자신만의독특한방식으로부재속에서유령을호출하고복원해낸다.
등장하는모든인물들은존재자체가희미한유령들같다.배운사람들의영역,논리와속도의영역,건설과파괴의영역과는다른삶의속도를살아가는눈에띄지않는사람들.그들은늘세상앞에서이방인이다.그들에게출구는보이지않는다.현대는고립되어있고희미한존재들은그안에서부유하며떠있다.작가는우리가결코(소설속에서라도)직접마주친적없는사람,이후로도이세상사람의모습으로볼일이없는사람의이름석자를공들여새겨넣곤한다.
표제작「개미,내가여운개미」는“그녀가어제새벽에죽었다.”라는어떤여인의부음을알리는짧은문장으로시작된다.그리고소설은과거의시간으로돌아가화자와그녀에얽힌인연을들려주면서그녀의생전모습을세심하게재구성하는데대부분의분량을할애한다.그런점에서이소설의진짜주인공은이야기를들려주는화자가아니라그가회상하는인물,‘신주연’이다.우리가보는‘신주연’의모습은화자의마음속낡은사진첩에끼워진스냅사진처럼세월과망각의후광을입고있다.과거에겪은트라우마로인해섭식장애를앓고있는여성,큰체구에어색한몸매를가졌으나개미처럼위축된,신중한몸가짐을한사람의얼굴이희미하게떠오를때즈음,우리는화자처럼이제고인이된그녀에게누이또는헤어진연인을대하듯빛바랜연민과애정을품지않을수없다.그리고화자가신주연,그녀를사후적으로재구성하는과정을통해떠나보낸대상은,기실옛사람이된그녀가아니라그녀와닮은결핍을지닌자기자신이었음을깨닫게된다.그리고사진첩의첫장에곱게끼워둔얼굴,이제는흔적으로남은그자리에서우리는그들과닮은아픔을지닌자신의얼굴을본다.


불완전한사람들의위태로운균형맞추기

이소설집에는유독가족에대한이야기가많다.이사회가거대한개미집일때,가족은아주작은구성단위이다.가족이라는결계가풀어지면어떻게될까?류소영은말한다.껍데기만남은가족과가족에대한도리는오히려지옥일지도모른다고.작가가바라보는가족은그저남일뿐,남보다더한것도덜한것도아니다.류소영은익명성,개인주의,군중속의고독으로상징되는현대사회가실은더무섭고내밀하게연결되어있다는사실에주목한다.우리는다수에의해연결되어있지않은가.우리는대중이란옷을입고있다.다수의힘은엄청난것이어서바깥으로튕겨질때우리는아웃사이더,즉소수자로전락한다.
소설집의인물들은하나같이사회와가족내에서일탈된부적응자들이다.어쩌면우리는유행을따르는수많은개미들중하나에불과하다.군중속에서우리는희미해진다.이런사실을목도하는것은불쾌하지만서늘한진실을대면하는순간이기도하다.이름으로개인을상징하는시대는끝나버렸다.경력이몇년인지,나이가몇살인지,월급은얼마인지,자동차는몇cc인지,집은몇평인지,무엇이든지숫자로코드화되는시대에서우리는0과1로인수분해되고있다.개인의고유성이상실되고있는현대사회에서류소영은소외된개인을호출하고다시복원해내는데세심한주의를기울인다.

우리는서로미워하고서로아껴주고서로짜증내고서로가여워하며똘똘뭉쳤다.
그뭉침은달리말해고립이었다.
그러나어느새우리는고립을편안해하고있었다.

표제작「개미,내귀여운개미」의신주연은폭식증에걸린인물이다.원인은개미를집어먹던어린주연을혐오스럽게쳐다보던어머니의폭력과‘더럽다’는금기의말때문이다.주연의상처는어른이된후에도전혀회복되지않았다.무심한가족들이야말로주연의폭식증을방치한가해자들이다.늘바깥을떠돌며희미한유령처럼존재하던그녀는결국비참한죽음을맞게된다.그녀가가족에게물려받은유산이라곤폭식증이전부일것이다.가족안에서주연은인생의주연인적이단한번도없었다.
소외된인물은「윤미와춤을」에서도마찬가지이다.윤미는가족내에서도존재감없는아이이다.자신의친구와여동생인윤미의소개팅을주선하려던오빠는처음으로윤미에대해아는것이없다는사실을깨닫는다.이렇듯소설속인물들은제각기희미한존재로그려지는데그들은세상에적응하지못하는이른바‘희미한얼굴’과‘어색한몸’을가지고있다.소설에등장하는인물들이불완전한이유는그들이한가운데구멍뚫린빈그릇처럼원인을알수없는결핍을품고있기때문이다.그러나그들은역설적이게도이상한과잉의순간역시갖고있다.신주연의폭식습관,윤미의탈춤등이대표적인예라고할수있다.소설에서는줄곧“에너지의균형”이라는용어가사용된다.사람은저마다에너지의균형을맞추고살아가기마련이다.내성적인윤미가괴상한몸짓으로탈춤을추는것이나,주연이폭식증에걸린이유는내적균형을위한처절한몸부림이다.

남은‘우리들’은언제나‘우리의혐의’에대해고민한다.
무엇이서운했을까,무엇이불만이었을까,이렇게.
모든관계는인생을거추장스럽게한다.

시어머니인주복희가가출을했다.(「또밤이오면」)며느리인나는시어머니의가출이유를찾기위해혈안이된다.가출한이유를찾을수없으니모든것이다이유가된다.그녀는시어머니라는책을채탐구도하지않은채접어버린것은아닌지,서로를괴롭히던닦달과비난과공격,그익숙한노래들을탐구하듯떠올린다.모든관계는인생을더욱거추장스럽게만든다.그래서일상에남겨진그녀는괴롭다.일상의방어기제를걷고나와자신의결핍을마주한순간우리는자기자신에대해성찰을시작하는동시에타인의결핍에도눈을뜨게된다.그녀는처음으로시어머니의가출을통해주복희라는개인을생각해보게된다.모순적이게도가족이사라지자비로소가족이나타나는것이다.
작가가그려내는인물은사회와가족내에서도적응하지못하는불완전한개인이다.개인은존재하지않는다.대중속의하나일뿐,개인은사실유령처럼희미한존재에불과하다.

어떻게하면사람들의눈에띄지않은채살수있을까
이런생각으로유행을따르는거예요

윤세연은유행에민감한여자(「옷잘입는여자」)다.늘한발앞서유행하는옷을입는다.그러나옷잘입는세연은일주일쯤만돋보였다가가장평범한스타일로잊히는데모두가그녀의스타일을따라하기때문이다.현대사회의모든것은곧유행이된다.사랑없이결혼하는세쌍의신혼부부이야기(「꽃마차는달려갑니다」)처럼유행을따르지않는것은아무것도없다.이제는가족도유행이되는시대이다.유행은전염병이다.유행은우리의머리카락과화장과옷을물들인다.동시에우리는평범한사람들로표백되는중이다.유행은보이지않는감옥이다.그러나감옥이되어버린일상에서우리가할수있는일은과연무엇일까?소설집에는유행을따르는사람들과그렇지못한부적응자들의이야기로나누어진다.
‘입안에빨대많이꽂아넣기’종목에출전하는한남자(「기록」)가있다.이남자가원하는것은오로지가출에필요한용돈마련이다.백수인생은늘사사건건엄마의타박대상이되는법이다.130여개의빨대를입에꽂아넣으며남자는예기치못한사건에봉착하는데바로줄줄흘러내리는침이다.남자는이런꼴로서있는것자체가거대한모욕처럼느껴진다.남자는결국이렇게자신을위로한다.“그래,실은아무것도아니다.나도,내입도,이웃긴대회도,이잘난모멸감도,……아무것도,아……무것도아니다.”
석달전휴대폰번호를바꾼남자에게자꾸만강미현이라는사람을찾는연락이온다(「기억할만한지나침」).강미현이라는이름의그녀는휴대폰문자서비스에의해낱낱이까발려진다.잠적해버린그녀를대신하는건결국00당,K생명보험,대리운전,N홈쇼핑,00투어등이다.개인의정체성은껍데기뿐인이름과텅빈기표로치환된다.관계를맺었던흔적들이쓰레기처럼나뒹군다.남자는휴대폰이라는편리하고도끔찍한감옥을통해‘현대인은호출받지못함을끊임없이호출받고있다’는누군가의말을떠올린다.휴대폰은고립된사람들을내밀하게연결시켜주는끈이지만동시에감옥이다.남자는다시무관심한군중속으로,정다운감옥속으로들어간다.남자는결국악순환의굴레속에서희미해질것이다.
류소영의소설을읽는일은이렇듯서늘하게우리자신을마주하게되는경험이다.낡은사진첩을펼쳐보는일은우리의마음을한없이쓸쓸하게한다.그곳에는이제우리곁에없는,과거가되어버린사람들의희미한모습이붙박여있다.지나가버린추억,젊음,빛바랜시간들이사진첩의갈피를넘기는우리의마음을콕콕찌른다.이흔적들마저없었으면영원히잊혔을형상들은머지않은미래에우리자신이갖게될얼굴이기도하다.그리고곧이사진첩마저낡아서흔적도없이사라질것임을일깨운다.그래도현재의삶속에서사라져간것들을추억하는힘으로인해남아있는사람들은살아갈힘을얻는것이아닐까.

주요내용
물소리
전라북도J군,수몰예정지역에동행한나와최와박교수.댐이들어선다는데,물들기전에한번보고싶다던박교수.그는도대체왜이곳으로오자고한것일까.그들은사진을찍듯눈속에마을을찰칵찰칵집어넣는다.

개미,내가여운개미
형수와쌍둥이처럼닮은그녀,신주연은사돈지간이다.형의집에얹혀살던나는그녀를조금사랑했던것도같다.그녀가교통사고를당하기전까지나는그녀를까마득하게잊고살았다.그녀에게는남다른비밀이있었다.폭식증.남몰래무엇인가빠르게입속으로구겨넣기.우리가함께한2년남짓한기간동안그녀는계속그런슬프고아픈모양새를하고있었다.죽음의순간,그녀가무언가를급히삼키고있지않았기를나는바란다.세상에대해아무런기대를하지않았던그녀가내게는한마리개미같았다.

또밤이오면
시어머니주복희가가출했다.이유를알수없기에더황당한며느리의고충이시작된다.며느리는처음으로예순네살의한여인을객관적으로바라본다.관계에는두종류가있다.만날수록살가운관계와가까이다가갈수록몸을옭아매고,급기야살을파고드는사슬과도같은관계.그렇다면그녀와시어머니는?

옷잘입는여자
윤세연은옷잘입는여자다.나와윤세연은한무역업체에근무한다.무역업체의성격상낮밤이뒤바뀐생활을하던‘나’는직장앞식당에서몇차례그녀와대화하다가그녀의남다른패션감각에무언가사연이있음을알게된다.그리고그녀가낮밤이뒤바뀐이직장에다닐수밖에없는내력도듣는다.그녀에게점차익숙해져가고그녀를연민해가던중,어느날군중속에서세연을발견한나는그녀의이름을부른다.그러나돌아보는사람마다세연이었다.이럴수가.그래,순간모두다그녀,세연이다.

기록
‘세계기록의날’행사,2백만원의상금때문에출전하게된종목은‘입안에빨대많이꽂아넣기’.평소입이유난히크다는소리를자주듣는나는스물일곱의취업재수생이다.어머니의입에서“나가뒈져라이놈아”라는말을듣고가출했다.백서른다섯개의빨대를입에꽂자극도의피로감과알수없는모멸감에서글퍼진다.그래,실은아무것도아니다.나도,내입도,이웃긴대회도,이잘난모멸감도,아무것도,아니다.

윤미와춤을
김정현,너우리동생한번만나볼래?윤수는친구에게여동생윤미를소개시켜주려고한다.늘없는듯있는윤미,식구들한테까지웃기게도낯을가리는윤미,진지하고나름대로조용한윤미,친구가영없지는않은지외출하는날도있는윤미,저녁때쯤집앞중학교에달리기하러나가는윤미,음...그런데뭐랄까,정확히어떤앤지감이잡히지않는단말야.

꽃마차는달려갑니다
푸켓으로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