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발의귀여운아가씨를향한
망상폭주자의식초과잉순정파대학생과
사랑스러운괴짜들이그려가는청춘그래피티
날아다니는3층전차,하늘에서떨어지는비단잉어
「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편은어느봄날,호기심에가득찬아가씨가교토본토초와기야마치일대의밤길을순례하고그뒤를쫓는청년이계속해서말도안되는수난을겪는이야기다.아가씨가술고래미인,공중부양하는대학생,비단잉어센터사장,환갑잔치중인의사와그의동창들,궤변춤을추는대학서클궤변론부원들등새로사귄사람들과이술집저술집전전하며신이나서돌아다닐때그는으슥한골목에서정체모를괴한에게팬티와바지가벗겨지는수난을당하고,아가씨가날아다니는3층전차에서애주가이백노인과‘가짜전기부랑’이라는술로시합을벌여승리의감격을누릴때그는아무도움안되는아저씨들에게둘러싸여고주망태가되어늘어진다.또가까스로그녀옆으로다가가엉큼한아저씨에게희롱당하기직전인그녀를구하려는찰나,회오리바람과함께난데없이하늘에서떨어진커다란비단잉어를맞고그대로뻗는다.
악랄한수집가를응징하기위해온헌책시장의신
「심해어들」에서는아가씨가어릴때애지중지읽고또읽던,그러나지금은어딘가로사라져버린헌책『라타타탐ㅡ꼬마기관차의신기한이야기』를되찾아주기위해청년이헌책시장한귀퉁이에서열린‘매운요리먹기’대회에나가혼이쏙빠지도록고생하는내용이다.옛날옛적유명작가가쓴일기장을노리는수수께끼의남자히구치,메이지시대열차시각표에목숨건사각얼굴에사각가방을든대학생,헤이안시대의고서를노리는비실비실노학자,저명한작가가그리고쓴음서淫書를노리는‘규방조사단’의남자.이들과함께정수리를뚫을것같은자극적인냄새가나는뜨겁고매운냄비요리를먹는지옥에다녀온청년은아가씨를기쁘게해주겠다는일념하나로최후의일인이되었으나기쁨도잠시,헌책시장의신이선포한“악랄한수집가의손에서헌책을해방한다”는작전망에걸려모든일이수포로돌아간다.그러나아름다운아이의모습으로강림한헌책시장의신의도움으로그림책『라타타탐』은무사히아가씨의손으로!
대학축제,그리고사랑의대서사시〈괴팍왕〉
광란의대형무대,가슴이어수선한남자들이의도명백하고의미불명한언동을하며내달리는암흑의계절에열리는대학축제를그린「편리주의자가라사대」에서는교정여기저기장소를옮겨가며펼쳐지던정체불명의연극〈괴팍왕〉에얼떨결에주연으로나서게된아가씨와끊임없이그뒤를추적하는청년이겪는애달픈수난사다.달마오뚜기인형을들고신이나서대학에서의첫축제를만끽하는아가씨와달리청년은연극의최종막이올라가는대학건물옥상에서발을헛디뎌추락하다가까스로목숨을건지고,그덕분에아드레날린천퍼센트로충전되어원래괴팍왕이던‘빤스총반장’을제압하고남자주인공으로아가씨와한무대에선다.연극은두주인공의감격적포옹으로대단원의막을내리지만그녀는아직도그의마음을아는듯모르는듯아리송하기만하다.
겨울,밤하늘을날다
「나쁜감기사랑감기」는도시를휩쓸어버린몹쓸감기로앓아누운청년과그주변의인물들,그리고그감기의원인을제공한이백노인을위해나홀로말짱한아가씨가감기의신을퇴치하기위해맹활약하는이야기다.반년동안아가씨의뒤를쫓으며맹목적인사랑을불살라오던청년은생전개는법없는이부자리에서아가씨를그리워하며자신이걸어온길을되돌아보다가꿈결에공중부양하는대학생히구치에게비행술을배워밤하늘로날아오른다.마침이백노인에게전설의감기약‘윤폐로’를전하러간아가씨도회오리바람에휩쓸려밤하늘로날아오르고,두사람은공중에서만나서로손을맞잡고청년의하숙으로살포시내려온다.아가씨가만들어준달걀술과감기약윤폐로로자리에서일어난그는일생최대의용기를내어그녀에게첫데이트를신청한다.
“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
나를지켜주는주문처럼느껴져
작게소리내어말해보았습니다.
기분이유쾌해졌습니다
작고가냘픈몸매,가지런히자른검은단발머리,고양이처럼변덕스러운걸음걸이,가끔은특기인두발보행로봇스텝…….세상만사에호기심만발이요,엄지를안으로감싼쥔주먹을위험한순간마다날리는‘친구펀치’를구사하고,“나무나무”라는주문을시도때도없이읊조리고,주당들을단번에제압해버리는대단한주량에,삼척동자도속지않은구라(?)에도언제나순진하게눈망울을깜빡이며속아넘어가는,유례없이다양한매력과귀여움을겸비한서클후배‘그녀’.그런그녀를좇는‘나’는어떻게든그녀의눈에띄려고,밤낮으로그녀의행선지에출몰하나고백은커녕말도못붙이고,머릿속에는망상만이폭주한다.‘쓸데없이자존심만높은우유부단한남자’대회에나가면그랑프리감이되고도남음직한캐릭터다.
그래도그는아가씨의사랑을얻기위해백귀야행의밤거리를파김치가되도록돌아다니고,매운냄비요리먹기시합에나가온몸이불타는혈투를치르고,축제로떠들썩한대학옥상에서추락해저승길앞에서가까스로유턴하며목숨을건대활극을펼친다.그리고겨울,그는지독한감기에걸려옴짝달싹못하는와중에도그녀를그리워하는데,매번아슬아슬결정적으로스치듯지나치기를반복하던두사람사이가다음해봄,마침내테이블하나의거리만큼으로좁혀진다.
기기묘묘한캐릭터들외에도반짝반짝빛나는요상한등장소품들이있으니,그것은바로술꾼이백씨가타고다니는3층전차(만화<도라에몽>에나오는것같은),가짜전기부랑이라는술,대학축제강의실한구석에등장한거대한‘코끼리엉덩이’,자전거와폐품을모아만든‘풍운괴팍성’,회오리바람과함께하늘에서떨어지는비단잉어등등이다.짝사랑하는남녀의애타는술래잡기를배경으로등장하는이기상천외한물건들과그것들이만들어내는시추에이션들은마치애니메이션을보는듯유쾌하기만하다.즉,인간도우주인도요괴도유령도모두함께뛰노는판타지의전형적스토리로달려나가는것이다.이런세계관에대해리얼리티운운하는것은그자체로난센스다.
머뭇거리는순정청년과그런그의분투를전혀눈치채지못하는순정아가씨,그리고그런그들을둘러싼사랑스러운괴짜들이만들어가는밝고환상적인이야기『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는출간된지십여년이넘은지금까지도여전히독자들의열렬한환호를받으며위풍당당행진을이어가고있다.
<책속에서>
‘친구펀치’라고아시는지.
그러나여기서일단그주먹을풀고다른네손가락으로엄지손가락을휘감듯이쥐어보자.이렇게하면남자주먹같던울퉁불퉁한주먹이분위기를싹바꾸어자신없어보이는,마치마네키네코의손같이앙증맞아진다.이런우스꽝스러운주먹에는온몸의증오를담을수없다.이리하여폭력의연쇄는미연에방지되고세계가조화로워지는바,우리에게아직약간은아름다운것이남아있는것도그때문이다._8~9쪽
시간이흐르는것도잊고술을마시는사이에이백씨가마치친할아버지인것처럼마음이편안해졌습니다.말을주고받지는않았지만왠지이백씨가계속해서말을걸어오는것같은느낌이었습니다.
“그냥살고있는것만으로도좋지.”
이백씨가그런말을한것같았습니다.“맛있게술을마시면돼.한잔,한잔,또한잔.”
“이백씨는행복한가요?”
“물론.”
“그건정말기쁜일이에요.”
이백씨는빙그레웃고작게한마디속삭였습니다.
“밤은짧아,걸어아가씨야.”_81쪽
“너혹시요괴아니냐?”
내가아연해져서묻자,소년은“난뭐든지알아”했다.
“아버지는늘나를여기로데리고왔어.그리고책들이서로연결되어있다는걸가르쳐줬어.나는여기있으면책들이모두평등하고서로자유자재로연결되어있다는것을느껴.그책들이서로연결되어서만들어내는책의바다는사실그자체로한권의커다란책이야.그러니까아버지는죽은후에자신의책을이바다에돌려줄생각이었어.”_134~135쪽
나는가능한한그녀의시야안에머물기위해신경을써왔다.밤의기야마치와본토초에서,여름의시모가모신사헌책시장에서,나아가서는나날의행동범위에서.그러나중대한문제는그녀가이부분에대해서전혀신경을쓰지않는다는점이다.내가지닌보기드문매력은커녕내존재그자체에말이다.이렇게늘마주치는데도.“뭐,어쩌다지나가던길이었어”라는대사를목에서피가날정도로반복하는내게,그녀는천진난만하게웃으며대답했다.“아,선배,또만났네요!”그게다였다._187~188쪽
“사과비?”
“나중에들은이야기로는법학부교수가임시가게에서산사과를연구실로가지고돌아가려다복도에서넘어지면서손에서놓쳤나봐.그것이창밖으로쏟아진거지.나는빨갛고둥근것이하늘에서쏟아지기에뭔가하고일어나면서옆의여학생을봤어.그녀도나를봤고.우리가서로마주본순간서로의정수리에사과가떨어지면서통하고튀었어.내가그녀에게반한건사과가튀던바로그순간이야.”
빤스총반장은멍한눈으로먼곳을바라보았다.“정말이지첫눈에반한거였어.”_226쪽
“땅에발을대지않고사는거야.그럼날수있어.”
정말날우습게아는군,그런생각을했지만일단시키는대로땅에발을대지않는장래의비전을그려보았다.
“어느날우리집뒷산을팠더니석유가나와엄청난부자가돼서대학을중퇴하고그후죽을때까지신나게산다.”
그런꿈을그리자마자몸이순식간에가벼워지면서부웅하고건조대위로떠올랐다.히구치씨는건조대에서한동안손을흔들어주다가마침내시야에서사라졌다._3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