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하는 정신 - 소설, 향 (양장)

서핑하는 정신 - 소설, 향 (양장)

$15.00
Description
“너의 마음을 다른 사람이 알 필요는 없어. 너만 알면 돼”
한겨레문학상 수상 작가 한은형 소설
내가 나로 살기 위한, 한겨울의 파도타기
일상에 숨은 낯설고 매혹적인 삶의 이면을 이야기하는 소설가 한은형의 『서핑하는 정신』이 〈소설, 향〉 일곱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서핑하는 정신』은 다국적 스타트업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 여성 ‘나’의 한겨울 서핑 도전기를 작가 특유의 감성과 톡톡 튀는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권태롭고 황폐하며, 절박하고 고독한 “인물 군상을 질서정연한 플롯 속에 우아하고 첨예한 방식으로 담아”낸(소설가 정이현) 단편들이 담긴 첫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출생의 비밀’과 ‘자살’이라는 화두를 다루며 “화가의 문체와 철학자의 상상력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소설”(문학평론가 정여울)이라는 평가를 받은 첫 장편 『거짓말』, ‘맥도날드 할머니’로 알려진 실존 인물을 모티프로 한 두 번째 장편 『레이디 맥도날드』 등 한은형 작가는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출간되는 소설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건히 해왔다.
『서핑하는 정신』은 파도타기 스포츠의 일종인 ‘서핑’이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에서 실시간 재생되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들을 따듯한 필치로, 그러나 사실감 있게 담아낸다. 하루하루에 진심을 다해 살았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실패와 좌절을 겪기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럼에도 나를 나이게 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온화한 웃음을 닮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은 따스하고 다정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저 보통의 삶을 살기 위해 보통 이상으로 애쓰고, 보통 이상으로 힘들어하는 ‘보통 사람’들을 향해서. 작가는 “그 힘듦을 잠시 다독거려는 주는 작은 호사”와 같이 이 소설을 우리에게 건넨다. 다채로운 맛의 크래프트 맥주나 둥둥 파도 위에 떠 있는 서핑보드처럼. 산뜻하고 가벼우면서도 균형감 있게, 『서핑하는 정신』은 우리 마음 가장 가까운 어딘가에 부드럽게 안착하고 있다.

한 번쯤은 온화한 웃음을 닮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
라운지 음악처럼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그런 소설을.
그 나른한 기운에 둥둥 떠서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소설을 말이다.
_‘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향〉 소설, 향香을 담다 : 소설, 반향響을 일으키다 : 소설, 향向하다
작가정신 〈소설, 향〉은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제1세대 ‘소설향’에 이어 제2세대 ‘소설, 향’을 선보이는 중편소설 시리즈다. “소설의 본향, 소설의 영향, 소설의 방향”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통해, ‘향’이 가진 다양한 의미처럼 소설 한 편 한 편이 누군가에는 즐거움이자 위로로, 때로는 성찰이자 반성으로 서술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저자

한은형

1979년생.2012년소설가가되었다.서늘하고날카로운시선을가진소설가다.물이얼어얼음이되어가는모습을가만히지켜보며기록하는사람이기도하다.마냥차갑기만한것은아니다.무언가를숨기지않는,솔직함이한은형의미덕이라말할수있겠다.그는때때로놀라울정도로관조적인시선으로자신을바라본다.자기자신을풍경처럼놓을수있는사람이있다면,그가바로한은형일것이다.
추운겨울...

목차



1.해변으로가는길
2.오아후시절
3.해변아파트
4.베드서핑
5.제9호투자품목
6.서피비치
7.서퍼
8.와이키키하우스
9.파도잡는법
10.인더수프
11.에고서핑
12.분홍코끼리
13.빗질하는법
14.파도타는법
15.규칙없음

서핑용어
작가의말
작가인터뷰

출판사 서평

한번쯤은온화한웃음을닮은소설을쓰고싶었다.
라운지음악처럼느슨하게풀어져있는그런소설을.
그나른한기운에둥둥떠서
어디로든갈수있는자유로운소설을말이다.
_‘작가의말’중에서

번아웃,7일간의급행휴가,
유산으로받은해변아파트
그리고한겨울연말연시의‘서핑’

공유오피스를운영하는다국적스타트업기업을다니는‘나’는‘홀로연말족’을면하고자양양으로향한다.때는2020년12월23일.수요일이고,크리스마스이브전날이었으며,코로나확진자수가연일최고치를기록하는3차대유행의시기였다.그러나7일간의급행휴가를쓴건사실은‘유산상속’때문이었다.피상속인은교통사고로돌아가신부모님이아니라다름아닌큰이모.이모의죽음은자살이었고,유산대리인은그녀가“죽음을선택”했다고말했다.큰이모에겐직계존속,직계비속,배우자,형제자매가모두없어서조카인내가상속인이되었다.그렇게내게해변아파트가생겼고,나는양양으로가게된것이다.
하지만무엇보다도나는더이상견딜수가없었다.매일반복되는,미친듯이바쁜일과속에서도미치도록무료한일상을.번아웃이와도멈출수없는번아웃을.공허를.때론분노와억울함을.나는더견딜수가없었다고해야한다.“어디에도점점맞지않는사람이되어”가는듯한외로움과“나는어디로가고있는걸까?”라는질문이수시로찾아드는막막함,‘누구나아파요’라는인터넷댓글을보고밀려오는먹먹함에나는줄곧갇혀있었으니까.

“일상의투쟁들을잠시멈춤”하고
온기를찾아모여든
단톡방의‘분홍코끼리’들

그래서양양으로오게되었다.나의생의이력은조금은남달랐는데,해양학연구원인아버지를따라서핑의나라하와이에서태어나고열살때까지자랐다.그러나서핑을해본적도,하고싶지도않았던나는우연치않게한게스트하우스의서핑강습에가입하게되고그곳에서해파리,돌고래,우뭇가사리,상어등의닉네임으로불리는회원들을만난다.한겨울에그것도연말에,서핑을하겠다고모인서핑초보들이라니.처음부터쉬운일이란없겠지만이들의서핑은예상대로허술한모양새다.‘나한테말걸지말았으면’하는분위기를풍기며,서핑강사양미씨의말대로‘좀어두운’낯빛을한사람들.좋아하는맥주를마시거나플로깅을할때엔조금밝아지는사람들.그리고내안을들여다보는‘에고서핑’의시간에이르러비로소언마음을녹이는사람들.그들은어쩌면거리두기3단계격상을앞둔시기,사무치도록‘인간의온기’가그리웠던건아닐까.강습이끝난뒤에도계속만남을갖자며,술취해헛것이보이는섬망증세를뜻하는‘분홍코끼리’라는이름의단톡방을만들었듯이.
허세와지식자랑,센스있는척까지골고루겸비한해파리,무기력해보여도양양맥주를만들겠다는의지만은확고한돌고래,검정롱패딩붐만믿고옷장사를했다가망한우뭇가사리,까칠하지만솔직한‘여자어른’인상어,거기에출퇴근길지하철2호선의대환장구간을탈출해여기양양으로달려온직장인‘나’까지.“안쓰럽고도가련한일상의투쟁들을잠시멈춤”한그들만의서핑바이브가펼쳐진다.

‘이게사는건가?이게사는거지!’
서핑을하든안하든
우리는모두인생이라는파도를탄서퍼다

『서핑하는정신』은본격적으로서핑을하는소설이라기보다는,서핑을시작하기까지와서핑을하고난후에방점이찍히는소설이기도하다.본문의표현대로라면서핑이란“서핑을하기전,하는중,하고난이후의삶”까지를아우르는것이기에.그렇게작가는‘서핑’이라는개념을다양하고도입체적으로바라봄으로써,우리사회가겪고있는크고작은화두들을무겁지않게건드리며예리한통찰들을곳곳에심어놓는다.‘이제이’라는인물이들려주는부모의죽음,유산상속,직장생활,번아웃에관한이야기들은언택트,인스타그램,공유오피스,한달살기,워케이션,플로깅등최근의트렌드와어우러지면서시대적공감대를형성하고있다.소설속한정의에따르면서핑하는정신은“스스로를위로하는정신”이기도하지만,‘서핑하는정신은____이다’로표현하는게더맞는건지도모른다.소설에서찾아내는‘서핑’에관한진짜의미는각자의마음속에있을것이므로.이제다시,서핑을할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