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14.00
Description
달려가는 캡틴 아메리카와 걸어오는 윈터 솔져,
거리를 장악한 공유 킥보드와 자전거……
도시와 사람들, 장소와 움직임에 대한 독보적인 사유 그리고 수다!
데뷔 이후 10년 간 독창적인 형식과 언어로 매번 새롭게 주목받아온 작가 정지돈의 첫 번째 연작소설집 『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이 출간됐다. 정지돈은 이번 연작에서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장소와 움직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이어내며 다시 한번 새로운 문학적 가능성과 그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펼쳐 보인다. 소설집에 담긴 네 편의 연작은 파리와 서울을 배경으로 해‘나’와 그의 파트너 엠이 도시를 산책하고 또 뛰면서 겪는 일상적이면서도 기이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동시에 발터 벤야민의 산책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달리기까지,‘모빌리티’에 대한 정지돈 특유의 매력적인 레퍼런스와 위트 있는 통찰이 흥미롭게 이어진다.
다소 생소한 용어인 ‘모빌리티’는 “움직임, 그것과 분리할 수 없는 움직임의 재현과 의미, 구체적으로 경험되는 움직임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지돈은 이러한 개념을 소설 속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와 이동 혹은 움직임을 “A에서 B로 가는 것 이상을 의미”(안은별, 덧붙임)하는 것으로 확장한다. 그렇게 그가 소설 속에 담아내는 ‘모빌리티’에 관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물리적인 거리나 장소에 국한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그리고 소설과 소설이 관계 맺는 방식 등 인간과 세계에 대한 다채로운 질문들을 전한다.
소설집에는 네 편의 소설에 더해 산책과 도시에 대한 작가의 에세이와 문화연구자 안은별의 ‘모빌리티’에 대한‘덧붙임’「생각의 열차」, 그리고 두 사람의 다정하고도 성실한 대화가 함께 실려 있다. 이 글들은 수록된 소설에 해설과 주석을 다는 방식이 아니라, 소설과 이어지며 ‘모빌리티’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고 계속해서 걸어 나가는 이 책은 독자에게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던 새로운 움직임과 장소를 선사할 것이다.

호박돌은 집터 따위의 바닥을 단단히 하는 데 쓰는 둥글고 큰 돌을 말한다. 도시 건설 과정에서 무수히 깨지고 사라져간 이 돌들은 무의미하고 잡스럽게 여겨지거나 실제로 그러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내겐 이러한 여담이 세계를 지지하는 구성물처럼 여겨진다. 무슨 역할을 하는지 짐작하기 힘들고 진실 또는 거짓의 경계가 불분명하며 때로는 실존하는지 여부도 불투명한 사물들, 기억들, 일화들의 우주. 걷기는 이러한 틈새를 마주하는 급진적인 행위다.
_에세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에서
저자

정지돈

2013년문학과사회신인문학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및에세이,비평등을쓴다.여러권의책을냈다.젊은작가상대상,문지문학상,김현문학패를수상했다.

목차

「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엔젤레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p.6

「그아이는아주귀여웠고어렸기때문에인형을보면눈뒤에무엇이있는지보기위해눈알을빼려고했다」p.40

「지금은영웅이행동할시간이다」p.78

「내부순환」p.109

작가에세이「시계반대방향으로」p.141

환승:덧붙임「생각의열차」_안은별(문화연구자)p.152

대화정지돈*안은별p.178

출판사 서평

어느곳에도도착하지않고
막연히어디로든계속해서나아가는소설들의모음

연작의첫번째소설이자표제작「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앤젤레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에서‘나’는“산책자에관한소설겸에세이”를쓰기위해파리에서지내고있다고는하지만구체적인계획은없다.그와함께파리에머무는엠은오래전시쓰기를그만두었고이제영화를만들기로‘결정’한다.두인물은더위가기승을부리는파리의여름날,술과커피를마시며이동혹은움직임이라는주제로어떻게자신의작품을만들것인지에대해서로에게설명해준다.이들이자신의계획에대해수다를떠는장면들은창작에진척이없는상황을유머러스하게보여주는듯하다.동시에역설적으로,이들이천천히산책을하듯작품의완성을지연시키는방식,끝없이이어질듯한대화자체가소설을완성시키고삶을만들어나간다.한편‘나’가다양한레퍼런스를경유하며펼치는‘모빌리티’에대한이야기들은우리가정지돈의단편소설에서기대해온빛나는사유와유머러스한수다를예상치못한방식으로엮어내보인다.플로베르의『감정교육』,이문열의『세계명작산책』,발터벤야민등의텍스트와이만희의<휴일>,루소의<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아녜스바르다의영화,그리고공유경제체제까지매체와장르를구분하지않고넘실대며이어지는사유는독자에게읽기의쾌감을선사한다.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져〉는조깅으로시작한다.캡틴아메리카를상징하는행위는달리기다.그의달리기는날거나순간이동하는인물들사이에서독보적이다.그것은초라한동시에인간적이고역동적인행위이며육체적인행위이다.그와대조적으로캡틴아메리카의적인시베리아산사이보그윈터솔져는절대뛰지않는다.〈휴일〉의신성일은뛰지만카메라는뛰는몸을드러내지않는다.이자기비하적이고여성혐오적인인물에게는신체가없고그러므로자유도없다.그는철저히모더니즘적이다.반면캡틴아메리카는리얼리즘적이고윈터솔져는사회주의리얼리즘적이다.
_「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앤젤레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
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에서

진실과거짓의이분법을넘어
지금여기상연되고있는‘현실’이라는이름의장면,장면들

「그아이는아주귀여웠고어렸기때문에인형을보면눈뒤에무엇이있는지보기위해눈알을빼려고했다」에서‘나’와엠은앞선소설에이어파리에머물고있고,이름이같은커플인두명의지수와함께노르망디로여행을떠나게된다.그리고작품의또하나의축을이루는모티프는앙드레브르통의소설『나자』로,이소설을변주하는방식으로엠에서부터초현실주의자마르셀무어에이르기까지다양한인물과이야기가이어진다.브르통은자신의정부이자예술가였던실존인물을주인공으로해“실제삶그대로”쓰겠다고표방하며기존과는다른문학을만들어내고자한다.하지만그는인물에게‘나자’라는가명을붙였고초현실주의의고전이된소설의명성과달리실제인물‘나자’는세간에잊혀지고어려운생애를보낸다.‘나’는이문제적인작품에대해고찰하며“『나자』에기록된이야기는모두진실인걸까”라고묻는다.이는『나자』를넘어서“소설겸에세이”를써나가는‘나’의소설에대한물음이자,문학혹은삶자체에대한근본적인탐구라고할수있다.‘나’는어떠한것이진실이다혹은아니다판정을내리지않고“진정한문학은진실과거짓을구분하지못한다”라는문장을남기고계속해서다음장소로생각을이동시킨다.

프랑스가나치에점령될즈음클로드카엉과마르셀무어는영국령인저지섬의저택을사고그곳에틀어박혀자신들만의왕국에서현실과비현실적으로연계되는작업들을수행했다.그들의작업은진정한의미에서의저항예술로오직그순간그장소에서만나타났다사라지는드문종류의사건이었다.
_「그아이는아주귀여웠고어렸기때문에인형을보면
눈뒤에무엇이있는지보기위해눈알을빼려고했다」에서

“불투명한사물들,기억들,일화들의우주.
걷기는이러한틈새를마주하는급진적인행위다.”

이어지는두작품은엠과‘나’가독특한인물들을만나벌어지는사건을중심으로펼쳐진다.「지금은영웅이행동할시간이다」에서엠은공유자전거를도둑맞고,어딘가투명인간같은인상을지닌한국인유학생엔씨의도움으로파리의지하공간,‘분더캄머’에서저절로돌아온자전거를찾게되는기이한일을겪는다.「내부순환」의배경은서울로,‘나’의북토크나강연을늘찾아오는호준에얽힌일화들과함께그가‘미치미치’라는필명으로쓰는소설혹은“소설을향해느리게전진하는연속적인메모들”을중심으로윌러엄버로스,데이비드올,러브크래프트등의소설가들의이야기가이어진다.
「땅거미질때샌디에이고에서로스앤젤레스로운전하며소형디지털녹음기에구술한,막연히LA/운전시들이라고생각하는작품들의모음」에서상술되는걷기의속성처럼정지돈의소설은계속해서시간을늘리고예상치못한방향으로전개된다.또한달리기와는반대로목표지향적이지않으며사건의전개와결말로환원되지않는다.정지돈은다만놓여져있는이야기들을읽고“그들스스로가있을곳을찾도록”그것들을한데모아막연히,때로는급진적으로소설속에배치한다.우리는그의소설이탐색하는“꿈들이이동하는경로”(「내부순환」)를따라산만하게이동해가며이전에는알지못했던방식으로각자가지닌생의단면들을함께이어가게된다.

엠이고개를저었다.그냥걸어갈게요.엔씨는걱정말라고했다.이자전거는이보다더한일도해냈다고,이정도역경은문제도아니라고.엔씨는헬멧을썼고광부처럼헬멧에달린카바이드램프를켰으며천천히페달을밟고앞으로나아가기시작했다.엠과엔씨를태운자전거가어두운국도위를천천히달렸다.걷는것과큰차이없는속도로움직였지만때때로검은빙판위를미끄러지는것처럼앞으로나아갔고이상기온때문인지9월중순파리의밤하늘에서부드럽고따뜻한지중해풍바람이불었다.
_「지금은영웅이행동할시간이다」에서

추천사

움직이고있는작품을보았을때그것이움직이고있다는사실을가리키지않기란어렵다.그렇다면그걸어떻게가리켜야할까?어쩌면,너무쉽게잊혀졌던사람들과생각들과연결고리들을,아니사실은잊혀진지도,잃어버린지도몰랐던것들사이에한번도보지못한연결을만드는,‘발굴’해서‘박제’해보인다기보다는지금여기에서곧장달려나가는일종의‘탈것’을만들어내는,시간적으로공간적으로형태적으로여러군데에흩어진파편들을섬광처럼한꺼번에드러내는,이책에실린작품들이움직이는방식그자체가중요한예시가될수있을지도모르겠다.나는그것들을읽었고썼다._안은별「생각의열차」(덧붙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