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샤넬’이라는이름뒤에가려진
인간‘가브리엘샤넬’을만나다
떠돌이행상이었던아버지와병약한어머니사이에서태어난가브리엘(본명)은12살에부모로부터버려진다.남편의무관심과방랑벽에시달리던어머니는폐병으로죽었고,가정에소홀했던아버지는아이들을키울경제적능력은물론의지조차없었다.언니,여동생과함께오바진의수녀원에맡겨진가브리엘은그때부터몽유병을앓기시작해죽을때까지모르핀주사약‘세돌’을맞아야잠을이룰수있었고,심지어는가죽끈으로몸을묶은채잠을자야했다.
그녀나이,스무살.샤넬은낮엔양재보조사로,밤엔뮤직홀에서가수들이쉬는막간에‘마스코트’가수로서노래를불러큰인기를얻는다.이때얻은‘코코’라는애칭은죽을때까지그녀를‘코코샤넬’로불리게했지만,그녀는이이름을달가워하지않았다.가수로서의성공을꿈꾸며샤넬은곧대도시‘비시’로옮겨가지만그녀에게쏟아진것은냉대와무관심뿐이었다.좌절한그녀는물랭시절에사귄에티엔의도움으로승마를배우게되고,이때남성용승마바지를여성용으로개조하는기지를발휘하게된다.그때만해도치렁치렁한레이스치마에호화로운모자가유행하던시절이었지만샤넬의심플한디자인은예기치못한행운을불러왔다.이를본폴로선수출신사업가아서카펠이그녀에게모자샵운영을제의한것이다.그녀의단순하면서도개성적인모자는화려한치장에집착하던많은여성들에게충격을주었고,그때부터샤넬은이전과는정반대의길을걷기시작한다.
“그들은나를버림받은참새쯤으로생각했다.
하지만나는맹수였다.”
‘열두살에모든것을빼앗긴’소녀는
20년후전세계인이‘코코샤넬’이라고부르게된다
불우했던어린시절을극복하고모자디자이너로새롭게출발한샤넬은타고난장사꾼의수완과뛰어난재능,독창적인심미안으로짧은머리,언제어디서나입을수있는바지,샤넬라인스커트,향수샤넬N°5,인조보석으로만든장신구등현대를상징하는패션을주도했다.그러나샤넬은눈부신성공외에는운명으로부터모든것을거부당했다.
사랑하는사람은사고로죽고결혼을원하는남자와는아이를낳을수없었으며지독한외로움에결혼을결심했을때는연인이죽었다.러시아의드미트리대공,영국의웨스트민스터공작,초현실주의시인르베르디,광고디자이너폴이리브와사랑을나누었지만그들중누구도그녀를지켜주지못했다.제2차세계대전때는평화협상을위해처칠을설득하는일을맡아역사를바꿀뻔하기도했던샤넬은15년을쉬었다가일흔한살의나이에성공적으로복귀해서자신의건재를과시했다.“허무에빠져있기보다는차라리실패하는편이더낫다”라는그녀다운당찬선언과함께.그리고샤넬은패션계의흐름을또한번뒤바꾸며검정드레스와뒤꿈치가훤히드러나는샌들을전세계적으로유행시킨다.
디아길레프,니진스키,달리,콕토,에릭사티등
당대최고의예술가들을후원하고
2차대전당시첩보원의임무를맡기까지……
‘파리는샤넬을사랑했고,또경멸했다!’
샤넬은디아길레프,니진스키,스트라빈스키,피카소,살바도르달리,콕토,르베르디,막스자코브,에릭사티등동시대최고의예술가들과교유하고재정적지원을아끼지않았으며사회의변화를누구보다먼저간파했다.특히제1차세계대전으로남자들이전장에나가면서여성들의사회진출이활발해졌는데,이때부터그녀는‘일하는여성을위한옷’이라는일관된패션철학을갖고여성의실루엣을고려한자유롭고간편한복장을창출해냈다.샤넬이디자인한옷들은당시에여성의몸을가두고혹사하던복식으로부터여성을해방시켰다.코르셋을착용할필요도없었고,스커트의길이는활동성을고려해무릎길이로짧아졌다.품이낙낙한옷들은곧육체의자유를의미했다.단순함과정확함,우아함과실용성모두를아우르는디자인을추구했던샤넬은혁신적인여성의실루엣을만들어낸다.
아버지에게버림받고마스코트가수로인생을시작했으나명실상부한부와명성을쟁취한코코샤넬.성공만큼이나실패또한거듭했던여인.상대가누구든가차없이독설을날리고,‘복제’를옹호하며파리의류조합과논쟁을벌이는등지나치게솔직한발언과진취적인행보로인해때로는주변사람들,나아가시대와불화했던사람.그러나샤넬은주어진운명의굴레를벗어자신만의삶을창조했으며마침내시대를디자인했다는평가를받았다.1971년1월11일,샤넬은리츠호텔방에서숨을거둔다.일에서삶의의미를찾았던그녀가가장싫어하던일요일이었다.그녀는혼자서죽음을맞이했고,로잔묘지에묻혔다.전기작가앙리지델은그녀의죽음에대해이렇게말한다.“아버지가오바진의차가운잿빛담안에딸을버리고간뒤로그녀는언제나홀로가아니었던가?”
▶가브리엘샤넬에대한평가
매력적이면서호감을주고인간적인가하면혐오감을주기도하며때론너무지나쳐보이기도하는여성.분노,짓궂은말,창작력,변덕스러움,극단적성격,친절함,유머,관대함등이샤넬이라는독특한인물의바탕을이루고있다.
_장콕토
그유명한코코가왔는데,그여자에게홀딱반해버렸다.유능하고유쾌한여자다.
_처칠
금세기로부터프랑스는세명의이름을잊지않을것이다.고다르,피카소,그리고샤넬.
_앙드레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