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큰글자도서) (이승우 소설)

욕조가 놓인 방(큰글자도서) (이승우 소설)

$24.00
Description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이승우의 ‘사랑’에 관한 오랜 탐구, 그 서문이 되는 작품!
신과 인간의 관계를 통한 기독교적 구원의 문제부터 인간 내면의 불안과 욕망까지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문학적 폭과 깊이를 선보이고 있는 작가, 이승우의 『욕조가 놓인 방』이 출간되었다. 2006년 작가정신 ‘소설향’으로 처음 출간된 이후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되어 해외에서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욕조가 놓인 방』은 ‘사랑’에 관한 오랜 탐색을 보여준 이승우 소설의 원점이자 서문에 해당되는 작품이다. 매 순간 자신의 욕망을 억누르며, 자기합리화와 명분 없이는 꿈쩍도 하지 않는 한 남자를 주인공으로 인간 내면을 밀도 있게 그려낸 이 소설은 의지가 욕망을 제압해야 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며, 혼자 있을 때조차도 욕망 ‘그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감정을 숨긴 채 연기하는 현대인의 비애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남자에게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지닌 한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방 한가운데 욕조를 놓아두고, 밤마다 그곳에서 자신의 상처를 불러내 어루만진다. 남자는 욕조가 놓인 그녀의 방을 드나들지만, 끝내 그녀의 상처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욕조가 놓인 방』은 인간이 사랑을 통해 구원에 다다를 수 없는 이유와 일상의 울타리로부터 탈주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물으며, 사랑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펼쳐 보이는 작품이다.
이승우 작가는 1993년 『生의 이면』으로 제1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을 받으며 대체 불가능한 문학 세계를 성취해왔다.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는 이승우를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로 지목했고, 프랑스 최고의 페미나문학상 외국 문학 부문 최종 후보로 오르는 등 세계적으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는 작가다. “우리 문학으로서는 드물게 형이상학적 탐구의 길을 걸어온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의 글쓰기는 언제나 또 다른 방식으로 읽히고 환기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저자

이승우

1959년전남장흥에서태어났다.1981년『한국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일식에대하여』『미궁에대한추측』『사람들은자기집에무엇이있는지도모른다』『오래된일기』『신중한사람』『모르는사람들』『사랑이한일』,장편소설『에리직톤의초상』『생의이면』『그곳이어디든』『식물들의사생활』『지상의노래』『사랑의생애』『캉탕』등을냈다.대산문학상,동서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다수의작품이독일어,프랑스어,일본어로번역되었다.

목차

개정판서문
작가의말

욕조가놓인방

작품해설
사랑은물이되는꿈_박혜진
문명화된아담과신비화된이브,그비극적마주침_정여울

출판사 서평

사랑의존재증명에필요한전제,
“사랑은오해에서시작된다”

이승우작가의소설들을관통하는주제가운데하나는아마도‘사랑’일것이다.한가족안에서벌어지는좌절된사랑의고통을그린『식물들의사생활』,지하와지상,현실과꿈의경계를넘나들며사랑에대한실존적열망을그린『끝없이두갈래로갈라지는길』에서발아된사랑은,『욕조가놓인방』에이르러서는‘사랑이란과연무엇인가’라는근원적인질문을던지며보다본격화된다.이후『사랑의생애』,『사랑이한일』로이어지는그의작품세계는사랑의시원(始原)과속성,그본질에대한탐구라할수있다.
『욕조가놓인방』은사랑은어떻게시작되는가,그리고어디를향해서가는가,라는질문을던지는소설이다.이소설은사랑의시작과완성,즉사랑이무엇인지에대해묻다가사랑이과연증명가능한가에대한질문을향해서나아가고있다.증명을하기위해우선필요한것은전제이며,소설에서제시하는전제의내용은다음과같다.“사랑은오해에서시작된다.”그리고소설의시간은그녀를처음만난때로되돌려진다.그러니까“사랑에빠져있다는오해,즉환상”이작동된시기다.‘당신’이라는2인칭으로지칭되는주인공은종합상사에근무중인남자로,멕시코출장중카페에서관광가이드인한여자를만난다.그는고대마야문명의유적지에서다시그녀와조우하는데,그곳에서그녀와나눈키스의강렬함에사로잡힌다.한편그녀는사랑하는가족의죽음이라는상처를몸안에드리운채의미없는나날을지내왔다.이후한국에다시돌아온그는어느날,지방의H시로발령을받게된다.그곳은공교롭게도그녀가살고있는도시였고,옛첫사랑과만나는중인아내는그와의동행을거절한다.그렇게남자와여자의동거가시작되었던것이다.

대개의사랑이오해(고전적인장르의예술에서흔히환상이라고돌려서말해진)에서비롯된다는사실을당신은알지못한다.아니,당신의무지는오해에근거하고있다.사랑에빠져있다는오해,즉환상이사랑을시작하게하는근원적인힘인오해의정체를인식하지못하게한다._본문중에서


함량미달의열정을가진한남자와
매일밤욕조에잠기는한여자의이야기

『욕조가놓인방』은자신의감정하나하나를스스로검열하고명분을세운후에야가까스로행동의문턱에다다르는한남자의이야기다.“함량미달의열정”을가진그에게는“생각으로걷는길이발로걷는길보다힘들다.”그런그가낯선이국땅에서한여자를만나매혹을느끼고,‘사랑’일지도모를어떤감정에휩싸인다.그러나마야문명이있는신화적공간에서일상의시공간으로되돌아왔을때그는그녀의고독과상처를온전히이해하지못한다.
남편과아들을비행기사고로잃은후여자의삶은불완전해졌으며그녀는물에집착하고있다.바다의투명한물빛을바라보며“수장(水葬)이야말로가장정결한죽음”이라고말하기도한다.그녀의방에는가구하나없고단지한가운데욕조가있을뿐이다.물이담긴욕조가그녀에게는침대처럼더없이아늑하고편안하다.매일밤그녀는자신의상처를어루만지듯몸을씻으며욕조속에잠긴다.그는그런그녀가점점힘들어지고불편해진다.그녀와의동거는결국한달만에끝이난다.

사랑은세상을축소시키는기술이다.사랑에빠지는사람의세계는두사람만존재하는,아주좁은,이제막태어난세상이다.자기를제외하면그,그녀만이유일한인류이기때문이다.사랑이시들해지면세상이조금씩넓어지고,보이지않던사람들이점점더잘보이고,그리고결국한때유이한인류였던그사람이보이지않게된다._본문중에서

“이해할수도,
시작도끝도알수없는것”
그럼에도불구하고,사랑

남자는여자를다시만나고싶지만행동으로옮기지못한다.그러다액자와면도기를가져가라는그녀에게서온문자메시지로“자기합리화혹은자기기만의그럴듯한명분”을얻은뒤에여자의집을찾는다.그러나둘의만남은“의식의세계에갇힌남자와무의식의세계에갇힌여자의엇갈림”(박혜진평론가)이기도하다.“물위를걷고싶은남자”와“물속으로들어가고싶은여자”의만남은처음부터불가능한것이었는지도모른다.그리고남자는여자의집에서그녀대신그녀의욕조를만난다.그렇게소설에서사랑은있음이아닌없음,즉부재로써그존재를증명하고있다.그녀의부재를겪으며어쩌면“아내마저도이해”할수있을것같다는화자의진술은우리로하여금다시‘사랑이란무엇인가’라는질문에맞닥뜨리게한다.
사랑이끝나고나서야비로소타인에게스며드는법을알기시작하는남자.“사랑은어쩌면타인과의마주침이기이전에,‘나’자신과무방비상태로만나는것이아닐까”(정여울평론가)라는물음처럼,남자는언젠가여자가누웠던욕조안에자신의몸을포개어누인다.사랑에대한존재증명이라는짧고도긴여정끝에,“지금과는다른삶”을꿈꿨다는최초의진실된고백에마주하게된것은의미심장하다.타인을만나기에앞서나자신을진정으로마주한다는것,이소설은“지금과는다른삶”이란그렇게시작되는것인지도모른다고말하고있다.

물을매듭지을수없다.사랑도물과같아서언제스며들었는지모르게스며든다.그들에게사랑은알수없는것,안다고말할수없는어떤것이다.사랑의시작과완성은있는것도아니고없는것도아니다.있지만구원파적으로있지않고,없지만무신론자처럼없지않다._본문중에서

우리는왜,또다시,사랑에빠지는가
연애하는‘인간’에대한정교하고치밀한해부

남자와여자가이별한시점에서시작된소설은둘의사랑이시작된시점으로거슬러올라가다가,다시사랑이끝난시점으로돌아온다.그끝에는다음과같은질문이자리하고있다.“사랑은과연있기나한걸까?”그러나사랑이없다면,우리는왜,또다시,사랑에빠지는가.아니,사랑은왜우리로하여금사랑에빠지게하는걸까?사랑에관한수많은정의는곧사랑을정의할수없다는증명에다름아닌지도모른다.사랑에대해계속묻고답하며,또그답에대해다시치밀하게묻고있는『욕조가놓인방』은사랑때문에고통받으면서도계속사랑에빠질수밖에없는“인류의환상”또는인간내면깊숙이자리한욕망을해부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