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 (조해진 소설)

겨울을 지나가다 (조해진 소설)

$14.00
Description
“작가 조해진이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들에게 바치는 헌사”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수상 작가 신작 소설
박준 시인 · 김혼비 작가 추천!
“그의 소설은 희망이다. 미래에 꺼내 쓸 빛을 품고 있으니까.”
_김혼비(에세이스트)

“이토록 작은 사실들을 그러쥐고 작가는 그리고 우리는
다시 허름한 사랑을 시작합니다.”
_박준(시인)

작가정신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 향’의 여덟 번째 소설, 조해진 작가의 『겨울을 지나가다』가 출간되었다. 2022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완벽한 생애』와 짧은 소설집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소설이다. 2004년 등단한 이래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관되게 들려준 조해진 작가는 여섯 권의 장편과 다섯 권의 소설집을 발표하고,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산문학상, 동인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그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왔다.
『겨울을 지나가다』는 췌장암 선고를 받은 엄마와 사별한 뒤 홀로 남겨진 주인공이 엄마의 죽음을 애도하며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필연적으로 작별을 겪어야 하는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커다란 상실의 슬픔 속에서도 또 다른 아픈 이를 향해 곁을 내어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지금까지 조해진 작가가 보여온 타인의 고통과 상처를 보듬는 시선은 여전하지만, 삶 그 너머까지를 아우르는 한층 더 깊어진 사유와 정밀하게 세공된 문체로 보다 따스한 희망을 빛을 선사하고 있다.
소설은 밤이 연중 가장 긴 날인 ‘동지’와 가장 추운 시기인 ‘대한’, 날씨가 풀려 초목이 싹트는 ‘우수’에 이르기까지 절기의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 아픔을 딛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는 주인공의 옆에는 절기마다 모습을 달리하는 자연이 있었다. 침묵을 지키는 안개와 둥지를 찾아 날아가는 새, 흐르는 물소리를 들려주는 강이 있었다. 엄마가 떠났다는 사실조차 실감할 수 없고, 자신을 향한 걱정이 때론 외로움으로 내몰기도 하지만, “아직은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어둠 속에서도 퇴색되지 않는 누군가를 돌보려는 마음이 있었다.
김혼비 작가는 이 소설을 읽고, “상실 이후의 삶과 애도의 의미에 관해 사려 깊고 면밀하게 써 내려간” 작품이며 “조해진의 소설을 읽는 것은 언젠가 무너져 내렸을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힘을 비축해두는 일”이라고 추천했다. 박준 시인 또한 “별 기대 없이 돌보던 것들이 실은 나를 보살펴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우며 “다시 허름한 사랑을 시작”하게 하는 소설이라는 소감을 남겨주었다.
저자

조해진

2004년《문예중앙》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환한숨』『우리에게허락된미래』,장편소설『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완벽한생애』를썼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이효석문학상,무영문학상,김용익소설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상,김만중문학상,동인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문장을얹으며
미래에꺼내쓸빛을품은소설김혼비4

1부동지冬至11

2부대한大寒57

3부우수雨水101

독자에게쓰는편지
겨울을지나가는사람에게135

출판사 서평

어둠속을차근차근더듬어
미래에꺼내쓸빛을품고있는이야기

작년늦봄,엄마는췌장암선고를받았다.방사선치료와항암치료를했지만증세는호전되지않았고,올해9월에는급기야모든치료를포기하고싶다는의사를밝힌다.J읍에있는자신의집에서세상을떠나고싶다는엄마.이제남은시간은석달정도라니,그런엄마를‘나’도,동생미연도만류할수는없었다.영상편집기사인‘나’는작업에서모두하차하겠다는뜻을회사에전하고,두달남짓한시간동안엄마를돌보며임종을지킨다.
일사불란하게장례를치르고,소란한말들과풍경들이지나간다.효녀라고,요즘시대에이런딸이어디있느냐고누군가내뱉는말들은지나가지못한다.발화하지못한항변으로가슴속을맴돈다.엄마를간호한시간은고작두달이고그마저도엄마를제대로돌보지못했다고,아직오지않은미래를근심하느라“엄마가직면한현재의불안과고통을자꾸만잊었다”고,실은“엄마를회피한날이더,더많았다”고.그리고‘나’는모두가각자의자리로돌아간뒤,엄마집에남기로결심한다.

모든건잊힌다고,
세상에잊히지않는것은없다고,
엄마는그렇게말했다.
그밤,나는엄마무릎을베고달콤하고긴잠을잤다

엄마는자신의골분을납골당이아니라집마당에묻어달라고말해왔다.흙으로돌아가거름이되면좋겠다고,“이세상엔두딸외에는아무것도남기고싶지않다”면서.하지만묘비도관도없이엄마의골분전부를마당에묻을수없었던‘나’는일부는엄마뜻대로마당에묻되,나머지는동생과나누어각자의공간에두기로한다.미연이아이들과남편과함께서울로돌아가자이제‘나’는홀로남게되고,어느날부터인가엄마의옷을입고엄마의털신을신는다.거기에더해엄마가쓰던비누와로션을바르고,엄마가생전에운영하던식당의문을열어칼국수를만들면서그어느때보다엄마에게보호받는느낌을받는다.‘나’는J시의적요한안개와새들의울음소리,끊임없이이어지는물소리를들으면서아직은완전히혼자가아니라는,그리고그힘으로걸어나갈수있을거라는위로를얻는다.
주인공에게는엄마를잃은제몫의슬픔을나눠갖는동생미연이있었다.조심스레자신의상처를내보인목공소남자영준도만났다.절망에만웅크려있지않게하라고,엄마의유언이라도받은듯이‘나’를집밖으로이끄는강아지정미도내내곁을지켰다.엄마와친분을쌓았던미용실혜란아주머니와살뜰히챙겨주었던이웃노파가,엄마의칼국수를찾는외지손님들이‘나’에게말을걸어왔다.그리고‘나’또한그들에게귀기울이고,정성을다해따듯한음식을내어준다.마치엄마의삶을차지했던크고작은사건들과사람들에대한기억을천천히복기하듯이.엄마는사라지고없지만,그만큼더선명해지는엄마의흔적들은어떠한형태로든남아있다는걸느끼며.엄마를중심으로한애도의마음들은그렇게서로의안부를살피고아픔을돌보려는마음들로,부드러운온기를품고겹쳐있었다.

겨울은누구에게나오고,
기필코끝날수밖에없다는것

칼국수처럼“담백한포만감”으로채워져가는엄마의‘빈집’은이제곤충의탈각과도같이허물을벗는공간,주인공이용기를내어또다른세상밖으로걸음을내딛게하는공간으로탈바꿈된다.‘나’에게는시간이필요했던것이다.엄마와의작별을마주할“마음의근육과뼈가만들어질만큼의시간”이.혹독한추위를견딘후“살아있고,살아갈것임을알리는”여린싹의출현처럼,‘나’는“닫혀가는겨울과열리는봄의시간”을천천히그리고쉼없이통과하고있었다.
작가는이책말미의독자에게부치는편지에서“겨울은통로”라면서,“때때로우리의마음을황량하게하지만,통로끝은어둡지않”을거라는메시지를전한다.“겨울은누구에게나오고,기필코끝날수밖에없다는것”을기억해달라는당부와함께.눈과얼음이녹아다시비로내리고,비가내린땅위에싹이틔고꽃이피어오르듯,세상은순환과반복을거듭할것이기에.조해진이마련해둔상실과애도의계절을함께지나가며,우리는또그렇게’사랑’을시작할수있을것이다.

“이런시대에여전히소설을읽어주어고맙고
이런시대에여전히소설을읽을수밖에없다는게미안합니다.
한가지,기억해주시겠어요?
겨울은누구에게나오고,
기필코끝날수밖에없다는것을요.”
_조해진(「겨울을지나가는사람에게」중에서)

▶추천사

조해진의소설을읽는것은언젠가크게발을헛디뎌무너져내렸을때스스로를일으켜세울힘을비축해두는일이고,적대적인얼굴을하고불쑥나타난타인앞에잠시멈춰그가나쁜건지아픈건지를헤아려볼수있는숨을준비해두는일이고,미래로함께나아가야할이시대의가장약한존재들의이야기를들어두는일이다.
『겨울을지나가다』를읽으면서는이미아프게겪었던죽음들을다시제대로애도할기회를갖는동시에,언젠가이런커다란상실을마주했을때,시간을들여요리한칼국수를맛보고씹고삼키는행위에만온전히몰두하며추상적인고통이마음에그어놓은어지러운선들을지워내고구체적인감각으로삶을채워가기시작했던정연을떠올리며어떤시도를해볼수있을거라는믿음을쌓아둔다.
_김혼비(에세이스트)

사랑은허름하고이별은거대합니다.이를깨닫는순간세상은이전과는다른방식으로작동합니다.세상가장연하고짧은것들만이영원을부른다는것.내가너의마음을넘었듯이상대도나의마음을넘어왔다는것.별기대없이돌보던것들이실은나를보살펴주고있었다는것.이토록작은사실들을그러쥐고작가는그리고우리는다시허름한사랑을시작합니다.
_박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