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 소설, 향 (양장)

움직임 - 소설, 향 (양장)

$13.00
Description
“어둠 속에서 발견한 빛이 가장 밝다”
2024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
조경란 가족 서사의 애틋한 시작점
“서사적 완결성을 담보하는 치밀한 구성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간결한 문장”(권영민 교수)이라는 상찬을 받으며 2024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조경란 작가. ‘소설, 향 리마인드’를 통해 새롭게 선보이는 『움직임』은 장편 『가족의 기원』에서부터 연작소설집 『가정 사정』에 이르기까지,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묻고 답해온 조경란 가족 서사의 시작점에 놓인 소설이다.
작가에게 있어 가족이라는 주제는 “문학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 출발의 책이 바로 『움직임』”이다. 초판에서 스무 살인 주인공 이경에게 더 “밝은 집, 밝은 미래”를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그는 이번 개정판에서 현재의 시선으로 원고를 살피고 가다듬는 한편, 문장을 추가해 “제대로 된 삶의 한 방향”을 열어주었다.

사물들과 삶의 주변에 대한 섬세한 묘사를 통해 인간의 고독과 우수를 그린 『나의 자줏빛 소파』를 비롯하여 여덟 권의 소설집과 네 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조경란은 문학동네작가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에 이르는 주요 문학상을 받으며 우리 시대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움직임』은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성실하게 일궈온 그의 작품 세계를 톺아볼 때, 나와 가족의 범주를 넘어 사회와 시대의 단면을 예리하게 드러내는 조경란 가족론의 원형과 발아를 엿보게 한다.
엄마를 잃은 주인공 신이경(‘나’)은 혼자 있기 싫다는 이유로 할아버지를 따라 외갓집으로 오지만 여전히 어둡고 우울한 삶 속에서 외로움을 느낀다. 이경은 내팽개쳐진 조그만 화단을 다시 가꾸기 시작하고, 가족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이상한 동물원 같은 외갓집에서 새로운 가족을 꿈꾼다.

이 작품의 해설을 맡았던 고(故) 김미현 평론가는 “세상 자체가 본래 요람이 아닌 무덤”임을 인정한 후에야 비로소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설명대로, 조경란은 “세상 어디에도 영원한 안전지대는 없”으며, “집 안에서 가족과 이루는 삶”이나 “집 밖에서 가족 아닌 사람과 이루는 삶”이 크게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세계에 대한 허무맹랑한 낙관 대신 이와 같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도피하는 대신 저항할 수 있으며, 어둠 속에 함몰되는 대신 그 어둠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변화는 결국 ‘나’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는 발견이 소외된 자들을 챙기는 작가의 세심한 헤아림과도 맞물려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단숨에 읽히면서도 그 여운을 오래 곱씹게 하는 이 소설은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불안해하고 아파하는 모든 ‘이경’들에게 작가 조경란이 건네는 조용한 ‘움직임’이다.
저자

조경란

저자:조경란
1996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불란서안경원」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불란서안경원』『나의자줏빛소파』『코끼리를찾아서』『국자이야기』『풍선을샀어』『일요일의철학』『언젠가떠내려가는집에서』『가정사정』,장편소설『식빵굽는시간』『가족의기원』『혀』『복어』,짧은소설집『후후후의숲』,산문집『조경란의악어이야기』『백화점-그리고사물,세계,사람』『소설가의사물』등을펴냈다.문학동네작가상,현대문학상,오늘의젊은예술가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개정판작가의말
초판작가의말

움직임

작품해설
무덤에서요람으로_김미현

출판사 서평

“어둠속에서발견한빛이가장밝다”
2024이상문학상수상작가
조경란가족서사의애틋한시작점

“서사적완결성을담보하는치밀한구성과정교하게다듬어진간결한문장”(권영민교수)이라는상찬을받으며2024년이상문학상을수상한조경란작가.‘소설,향리마인드’를통해새롭게선보이는『움직임』은장편『가족의기원』에서부터연작소설집『가정사정』에이르기까지,가족이란무엇인지를끊임없이묻고답해온조경란가족서사의시작점에놓인소설이다.
작가에게있어가족이라는주제는“문학의시작”이된다.그리고“그출발의책이바로『움직임』”이다.초판에서스무살인주인공이경에게더“밝은집,밝은미래”를주지못한것이못내아쉬웠다는그는이번개정판에서현재의시선으로원고를살피고가다듬는한편,문장을추가해“제대로된삶의한방향”을열어주었다.

사물들과삶의주변에대한섬세한묘사를통해인간의고독과우수를그린『나의자줏빛소파』를비롯하여여덟권의소설집과네권의장편소설을펴낸조경란은문학동네작가상,현대문학상,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에이르는주요문학상을받으며우리시대대표작가로자리매김해왔다.『움직임』은30년에가까운시간동안성실하게일궈온그의작품세계를톺아볼때,나와가족의범주를넘어사회와시대의단면을예리하게드러내는조경란가족론의원형과발아를엿보게한다.
엄마를잃은주인공신이경(‘나’)은혼자있기싫다는이유로할아버지를따라외갓집으로오지만여전히어둡고우울한삶속에서외로움을느낀다.이경은내팽개쳐진조그만화단을다시가꾸기시작하고,가족이라는허울을뒤집어쓴이상한동물원같은외갓집에서새로운가족을꿈꾼다.

이작품의해설을맡았던고(故)김미현평론가는“세상자체가본래요람이아닌무덤”임을인정한후에야비로소세상은변할수있다고말한다.그리고그의설명대로,조경란은“세상어디에도영원한안전지대는없”으며,“집안에서가족과이루는삶”이나“집밖에서가족아닌사람과이루는삶”이크게다를바없음을보여준다.세계에대한허무맹랑한낙관대신이와같은냉철한현실인식을통해우리는삶에서도피하는대신저항할수있으며,어둠속에함몰되는대신그어둠을똑바로마주할수있게된다.진정한변화는결국‘나’로부터비롯되어야한다는발견이소외된자들을챙기는작가의세심한헤아림과도맞물려있다는걸알기때문이다.단숨에읽히면서도그여운을오래곱씹게하는이소설은불투명한미래앞에서불안해하고아파하는모든‘이경’들에게작가조경란이건네는조용한‘움직임’이다.

“누구의배속도빌리지않고
태어난사람처럼나는여전히혼자다”
새로운가족,또는이상한동물원

‘나’에겐새로운가족이생겼다.그러나그들은‘가족’이라기보다는혈연관계라는외피를두른“이상한동물원”에가깝다.완전한성년도미성년도아닌나이,스무살.이제막세상밖으로첫발을떼는나이에‘나’는엄마를잃은후외할아버지를따라외갓집으로왔다.혼자남고싶지않다는이유에서였지만,이곳에서도나는여전히혼자다.그런데이집에서혼자인것은나뿐만이아니다.할아버지와삼촌,이모로구성된외갓집식구들역시마찬가지다.아이러니하게도그들은집안에서는서로떨어지지못하고네식구가함께할수밖에없다.다락방이달린좁다란방한칸에서.그렇게오롯이홀로일수없음이,함께이면서도온전히혼자라는사실이‘나’를더욱고립시키고절망케한다.유일하게동질감을느끼는존재는앞방남자뿐이다.그도나처럼우편물이오지않는타지사람이라는것,어쩌면나처럼천애고아또는버려진사람일지도모른다는희미한연결고리.이후‘나’는남자에게관심을갖기시작하고,급기야는남자방의열쇠를훔친다.

“기억할게많은사람들은
떠나지못하는법이다.”
각자의방식대로시간을견디는사람들

공장폐수로썩어들어가는샛강과일층에여섯가구가세들어사는목욕탕집,공동세면대와화장실,그리고아무도없는빈마당.소설에서는빈한하고스산한풍경이내내펼쳐진다.그중심에다락방이라하기에도협소한천장방이달린단칸방에서살아가는네식구가등장한다.낮에는은행에서돈을세고밤이면흉몽에시달리는이모.늑막염때문에한움큼씩약을털어넣는삼촌.더는팔리지않는무허가블록벽돌을계속찍어내는할아버지.그리고이들의밥과청소,빨래를챙기는‘나’.시멘트보다모래가더많이섞인할아버지의벽돌처럼금세라도무너져내릴듯위태로운이혈연집단은흡사사막의모래알로이뤄진듯하다.면으로보면하나일지라도점으로보면흩어져있는.이들은서로에대해일절묻거나답하지않은채그저각자의방식대로시간을견디고또견딘다.
‘나’는누가시킨적이없는데도식구들의도시락을챙기고마당에물을뿌리고화단의잡초를뽑으면서하루를버틴다.다른일을찾지않으면안될것같다고생각하지만,어떤일을해야할지는알수없다.하루는생활비외에무엇을건네는법이없는이모가고등학교졸업장은있어야하지않겠냐며검정고시교재를사다주기도했지만눈에들어오지않는다.‘나’의또다른일과는목적도계획도없이기차역에나가는것이다.‘나’는알고있었다.이곳에는하루에두번서울로가는기차가들어온다는사실을.그리고이모와삼촌도기차역으로나간다는걸.집을떠나지도못하면서하염없이기차역을서성이는그들은모두한식구처럼닮았다.

지금도어딘가에서혼자아파하는
세상의모든‘이경’에게건네는
조경란의‘움직임’

김미현평론가는작품해설에서“행복은열성이고불행은우성”이라면서,불행이혈액형처럼피를통해유전된다는사실을이야기한다.그‘피’는바로가족이라는혈연집단이며,가난과질병,소외와고독으로점철된소설속가족들의고통과상처는할아버지에서삼촌과이모로,그리고‘나’로대물림되어전해진다.놀라운것은이들의고통과상처가“폭력적”으로느껴질만큼서로무척닮아있다는점이다.그러나“완류로만흐르는시간”도기어이흐르고,미동조차없어보이는네식구의삶에도변화는찾아든다.
빛은어둠이있을때라야가장밝다.작가는소설을통해짙은어둠속에서도어떻게한줄기빛이스며들어가는지를특유의정밀하고도차분한시선으로그려보인다.가족이라는모래성안에서‘나’는집을떠나지않고남아움직여나간다.흙을보듬어단단하게다져나갈힘을조금씩‘연습’해가는것이다.이처럼가족의의미와본질을묻는이소설은가족을거부하고해체하지않더라도가족그자체가변화할수있는가능성을제시하고있다.새로운사람이찾아들고,또떠나간이들의자리는그것대로남겨둔채점차형태를갖추어가는가족의모습으로.폭우에살아남아스스로몽우리를틔우는꽃씨와도같이,삶의공허속에서도계속앞으로나아가려는사람들의애틋한‘움직임’을확인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