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가 날 대신해 - 소설, 잇다 5 (양장)

천사가 날 대신해 - 소설, 잇다 5 (양장)

$17.00
Description
나쁜 피’라 불린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과
여성이 처한 현대의 공포를 그려낸 박민정 작가가 만나다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이 데뷔한 지 한 세기가 지났다. ‘소설, 잇다’는 이 시점에서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백 년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그 다섯 번째 책으로, 근대 여성 문학의 맨 앞에 놓이는 이름 김명순과 한국 사회의 혐오와 폭력의 역사를 써온 박민정의 작품을 담은 『천사가 날 대신해』가 출간되었다. ‘소설, 잇다’는 박화성과 박서련, 강경애와 한유주, 나혜석과 백수린의 소설들을 계속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최초로 현상문예에 당선된 여성 소설가 김명순은 시인이자 기자, 평론가, 번역가 등 전방위적으로 활동한 작가였다. 그러나 세상은 ‘첩의 딸’이라는 출신 배경을 문제 삼으며 ‘나쁜 피’가 흐르는 부정한 여성으로 규정하려 했고, 남성이 주류인 문단에서 그의 행보는 ‘학대’에 가까운 비난과 공격을 받았다. 봉건적인 가부장제에 대한 환멸은 김명순의 삶과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사랑과 자유에 기반한 연애를 갈망했으며 대등하고 주체적인 관계만이 올바르다고 생각했다.
“한국 사회의 청년 세대와 여성들이 놓인 정치, 젠더, 경제, 역사적 조건을 꾸준하게 탐구해온 소설가”(인아영 평론가)라는 평가를 받은 박민정은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우수상 등을 받으며 그 문학적 성취를 꾸준히 인정받아 온 작가다. 첫 소설집 『유령이 신체를 얻을 때』에서 IMF 이후 세대 간의 갈등을 그렸던 그는 항공사 승무원의 죽음을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를 고발하고(『미스 플라이트』), 일상 곳곳에 자리 한 성폭력과 성차별의 문제를 치밀한 사유와 입체적 서사로 그려왔다.(『바비의 분위기』)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의 데뷔작 「의심의 소녀」(1917)와 중편 「돌아다볼 때」(1924), 「외로운 사람들」(1924)이 수록되어 있다. 세 편의 소설은 결혼과 연애, 신여성의 삶, 자전적 글쓰기로 대표되는 김명순 작품의 특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을에 홀연히 나타난 아리따운 소녀를 둘러싼 추측과 소문을 통해 학대받는 여성의 삶을 묘사하고,(「의심의 소녀」) 기생 출신 소실의 딸을 주인공으로 하여 가부장제의 모순을 고발하기도 하며,(「돌아다볼 때」) 최씨 가문 네 남매의 삶을 중심으로 사랑과 이상의 관계를 묻기도 한다.(「외로운 사람들」)
박민정의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는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진 ‘혐오’를 현대의 시각에서 보다 복잡하고 교묘해진 양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김명순에게 ‘절대적인 외로움’으로 표출되었던 그것은 박민정에게는 ‘공포’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 ‘나’는 오랜 동창생 세윤의 죽음을 마주하고 큰 혼란에 빠진다. 전남편과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려 했던 세윤이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세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무엇인지. 그러나 소설은 죽음에 관한 진실을 규명하는 이야기에서는 비켜서 있으며, 그 죽음의 원인이 되는 우리의 “현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섬세하고 집요한 의심 속에서 살펴”본다. (박인성 평론가)

박민정 작가는 이번 작업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에서 “‘의심의 아이’가 ‘불쌍한 아이’로 귀결되기까지의 이야기”인 「의심의 소녀」를 의식해 작품을 썼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써온 자신의 소설들에 등장하는 아이 역시 바로 이 ‘의심의 소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더불어서, 김명순의 자전적 글쓰기는 그에게 가하는 세상의 오해와 모욕을 드러내기 위한 ‘서술 전략’이었음을 짚어내며 그의 철저한 작가정신을 기리고 있다.
저자

김명순,박민정

저자:김명순
1896년평안남도평양군융덕면에서태어났다.1911년서울진명여학교보통과를졸업하고,2년뒤일본으로가국정여학교에편입했으나중퇴후귀국,1917년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를졸업했다.같은해《청춘》현상문예에「의심의소녀」가당선되어문단에데뷔했다.1918년다시일본유학길에올랐으며,《창조》의동인으로참여하면서본격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1925년경《매일신보》기자를지내기도했다.소설「칠면조」(1921)「돌아다볼때」(1924)「외로운사람들」(1924)「탄실이와주영이」(1924)「꿈묻는날밤」(1925)「손님」(1926)「모르는사람같이」(1929),시「동경」「옛날의노래여」「석공의노래」「시로쓴반생기」,시극「조로의화몽」등개작을포함하여170여편의소설,시,수필,희곡을남겼다.그밖에도창작집『생명의과실』(1925)과『애인의선물』(1930)을펴냈으며,에드거앨런포의『상봉』,샤를보들레르의『악의꽃』,게르하르트하웁트만의『외로운사람들』을번역했다.1951년경도쿄아오야마뇌병원에서사망한것으로추정된다.

저자:박민정
2009년『작가세계』신인상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아내들의학교』『바비의분위기』,장편소설『미스플라이트』,중편소설『서독이모』,산문집『잊지않음』이있다.김준성문학상,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수상:2019년현대문학상,2018년문학동네젊은작가상,2017년문지문학상,2015년김준성문학상(21세기문학상,이수문학상)

목차

김명순
소설
「의심의소녀」
「돌아다볼때」
「외로운사람들」

박민정
소설
「천사가날대신해」
에세이
「때가이르면굳은바위도가슴을열어」

해설
가장두려운적과싸우는작가들_박인성(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나쁜피’라불린최초의근대여성작가김명순과
여성이처한현대의공포를그려낸박민정작가가만나다

최초의근대여성작가김명순이데뷔한지한세기가지났다.‘소설,잇다’는이시점에서근대여성작가와현대여성작가의백년시공을뛰어넘는만남을통해한국문학의또다른근원과현재를보여주고자기획되었다.그다섯번째책으로,근대여성문학의맨앞에놓이는이름김명순과한국사회의혐오와폭력의역사를써온박민정의작품을담은『천사가날대신해』가출간되었다.‘소설,잇다’는박화성과박서련,강경애와한유주,나혜석과백수린의소설들을계속선보일예정이다.

한국최초로현상문예에당선된여성소설가김명순은시인이자기자,평론가,번역가등전방위적으로활동한작가였다.그러나세상은‘첩의딸’이라는출신배경을문제삼으며‘나쁜피’가흐르는부정한여성으로규정하려했고,남성이주류인문단에서그의행보는‘학대’에가까운비난과공격을받았다.봉건적인가부장제에대한환멸은김명순의삶과작품에지대한영향을미치게되는데,사랑과자유에기반한연애를갈망했으며대등하고주체적인관계만이올바르다고생각했다.
“한국사회의청년세대와여성들이놓인정치,젠더,경제,역사적조건을꾸준하게탐구해온소설가”(인아영평론가)라는평가를받은박민정은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대상,현대문학상,이상문학상우수상등을받으며그문학적성취를꾸준히인정받아온작가다.첫소설집『유령이신체를얻을때』에서IMF이후세대간의갈등을그렸던그는항공사승무원의죽음을통해한국사회의구조적부조리를고발하고(『미스플라이트』),일상곳곳에자리한성폭력과성차별의문제를치밀한사유와입체적서사로그려왔다.(『바비의분위기』)

『천사가날대신해』에는김명순의데뷔작「의심의소녀」(1917)와중편「돌아다볼때」(1924),「외로운사람들」(1924)이수록되어있다.세편의소설은결혼과연애,신여성의삶,자전적글쓰기로대표되는김명순작품의특성이고스란히드러난다.마을에홀연히나타난아리따운소녀를둘러싼추측과소문을통해학대받는여성의삶을묘사하고,(「의심의소녀」)기생출신소실의딸을주인공으로하여가부장제의모순을고발하기도하며,(「돌아다볼때」)최씨가문네남매의삶을중심으로사랑과이상의관계를묻기도한다.(「외로운사람들」)
박민정의소설「천사가날대신해」는식민지조선사회에서여성에게가해진‘혐오’를현대의시각에서보다복잡하고교묘해진양상으로풀어낸작품이다.김명순에게‘절대적인외로움’으로표출되었던그것은박민정에게는‘공포’의형상으로나타난다.「천사가날대신해」에서‘나’는오랜동창생세윤의죽음을마주하고큰혼란에빠진다.전남편과의불행한결혼생활을끝내고새로운삶으로나아가려했던세윤이왜갑자기사라졌는지,세윤을죽음에이르게한것은무엇인지.그러나소설은죽음에관한진실을규명하는이야기에서는비켜서있으며,그죽음의원인이되는우리의“현실”이어떤모습을하고있는지“섬세하고집요한의심속에서살펴”본다.(박인성평론가)

박민정작가는이번작업의소회를담은에세이에서“‘의심의아이’가‘불쌍한아이’로귀결되기까지의이야기”인「의심의소녀」를의식해작품을썼다고밝혔다.지금까지써온자신의소설들에등장하는아이역시바로이‘의심의소녀’가아니었을까생각하면서.더불어서,김명순의자전적글쓰기는그에게가하는세상의오해와모욕을드러내기위한‘서술전략’이었음을짚어내며그의철저한작가정신을기리고있다.

<김명순>

‘훌륭한사람’이아닌‘자유로운인간’을향하다
김명순대표중단편「의심의소녀」,「돌아다볼때」,「외로운사람들」

김명순의데뷔작「의심의소녀」에는“의심을일으키게하는”소녀가등장한다.2년전,평양대동강근처동리에아름다운소녀범네와할아버지가이사를온다.이사온이유를밝히지않고동네사람들과교류를피하는탓에둘은관심거리가되는데,동리근처에한신사가나타난다.이소식을들은할아버지는갑자기마을을떠나고,후에신사가범네의아버지인조국장이라는사실이밝혀진다.범네의모친은“평양성내유명한미인”이자“재산가의독녀”로조국장과결혼했으나방탕한남편으로인해고통받는다.결국병든몸으로자살하고마는데,범네는곧조국장첩의표적이되어할아버지가범네를데리고떠난것이다.결국조국장의난행으로인해범네와할아버지는계속표랑을해야한다.

「돌아다볼때」의주인공인소련은신여성으로,평양에강연을하러온젊은이학자효순에게호감을느낀다.사실효순에겐은순이라는처가있었으니,둘사이를알아챈은순은소련의고모인류애덕여사에게그사실을전하고소련의결혼을종용한다.소련의모친은본처가아닌첩이었는데,이피를물려받았을까걱정하던고모의뜻에따라소련은최병서와결혼한다.최병서는마음내키는대로“계집을상관하고”소련을학대하기도하며,병서모친은소련을들볶는다.하지만그럴수록더욱소련은“자기의노동과수학과사랑”을게을리하지않기로결심한다.《조선일보》연재본에서비극의연원은친모가아니라난봉꾼인‘아버지의더러운피’로,소련은‘강철같은의식’과‘시원한이성’에의해죽음을선택한다.그러나이번책에서원전으로삼은『생명의과실』개작본에서는자살을택하지않고결혼생활을이어가되효순과의영적연애를그리는미래지향적인결말로끝이난다.

「외로운사람들」은순희,순철,상철,금희등최씨가문네남매를중심으로전개된다.소설은특히순희와순철의삶을병렬적으로제시하면서,상호이해에기반한연애와주체적의지의중요성을피력하고있다.신여성순희는사회학자인정택과함께동경으로떠난다.순희와정택에겐각각약혼자가있었는데,정택의예식을앞두고도피행각을벌인것이다.그러나순희는그곳에서또다른사람을연모하게되고,이에순희와정택은결별하고두달만에돌아온다.한편순희의동생순철은열네살되던해할머니의뜻에따라두살연상인복순과결혼한다.그러나순철은여순으로유학을가서만난청국의영락한왕녀순영에게이끌린다.조선에서학교를다니게된순영은순철의애정을갈구하지만,순철은자신이이미결혼했다는사실을말하지못해괴로워한다.마침내어려서어머니를여의고의탁할데없는복순을저버리지않기로결심하는데,순철만을기다리다낙심한순영은점점병색이짙어간다.

<박민정>

“우리가살아갈세상에선선역도악역도여자야”
김명순시대에여성이겪어야했던‘절대적외로움’을
현대여성이처한‘공포’로써내려가다

「천사가날대신해」는친구의죽음을톺아보는‘나’의시선으로시작되는소설이다.‘나’는오랜동창생세윤의기록을들여다보는중이다.함께보기로한JLTP2급시험을일주일남겨놓고세윤은사라져버렸다.2년전이혼을하고새롭게직장생활을하면서남기기시작한세윤의일상브이로그.그런데영상에는처음부터마지막장면까지빠짐없이등장하는한사람이있었다.과거‘나’의학교후배이자현재세윤의직장동료인로사.로사가위험한인물이라는걸알았던‘나’는세윤에게로사를조심하라고경고하지만세윤은‘나’의말을듣지않았다.그리고세윤은죽기며칠전부터계속악몽에시달린다고,악몽에는늘로사가등장한다고말했다.브이로그를전부다돌려보고,특히로사가나오는장면을유심히들여다보지만‘나’는지금어떠한새로운진실도찾아낼수없다.
「천사가날대신해」는“온전히애도되지도의미화되지도못하는여성의죽음”이얼마나“일상화,보편화되어있는지”를그리고있다.(박인성평론가)김명순의소설에서세상과남성으로부터이중의소외를받았던여성들은자신의존재를이해받지못하는절대적고독속에서’죽음’에이르렀다.그리고박민정의소설에서도여전히여성은이중의소외속에서‘죽음’에이른다.다만여성을‘죽음’에이르게하는원인은이제더욱정교하고복잡해져서가해자와피해자의구분조차어려워진다.더욱이작가는그원인이특정한외부맥락속에있을뿐아니라나자신,즉‘우리내부’에있을가능성까지도짚고있다.그것이박민정이바라보는현대여성이처한공포이기도하다.

“김명순의그철저한작가정신을계승하기위해서
그의작품은끝없이읽혀야한다”(박민정)

김명순에게는늘‘최초’라는수식어가붙는다.동시에당시문단과사회로부터학대를받았다는설명이따라온다.그는소설뿐만아니라시와희곡,수필등170여편에이르는방대한작품을남겼다.그에게는몹시‘사나운세상’이었지만,굴하지않고세상을향해목소리를내었던것이다.박민정작가는이번에세이에서김명순작가의생애에대해말하고해석하는방식과또이를작품에까지개입하는방식에대해경계하고있다.그와동시에작품안에서자신의인생이짓밟히는‘소외’와‘상실’을정확히예측하고있으면서도,바로그점때문에‘전략적으로’자전적글쓰기를수행할수밖에없었던그의철저한작가정신을기리고있다.김명순작가가한인간으로서느꼈을외로움을우리는겨우짐작할수있을따름이지만,그가남긴작품들은온전히그리고끊임없이읽히기를기대한다.김명순작가의옆,아주가까운곳에나란히날을세운박민정작가의글과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