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꾸준한사랑을받아온스테디셀러,
소설가백수린의첫산문집
『다정한매일매일』개정판출간
2020년출간이후독자들의꾸준한사랑을받아온백수린의첫산문집『다정한매일매일』의개정판이출간되었다.초판에서겨울의포근한온기를품은표지로선보였던『다정한매일매일』은이번개정판에서여름의환하고청량한빛을담았다.무엇보다도개정판출간을기념하여새롭게추가한두편의글(「지하철단상―여름의맛」,「볕을찾는사람―겨울의맛」)은가장최근의백수린작가의읽고쓰는나날들을엿볼수있어더욱반갑다.
“섬세한서사의결”,“대체불가능한아름다운문장”,“깊고천천한시선”.2011년등단이후다수의소설과산문,번역서에이르기까지성실하고도활발한행보를보여준백수린작가는한국일보문학상,현대문학상,이해조소설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하면서평단과대중의호평을두루받아왔다.저력있는작가의탄생을예고한시작부터어느덧등단13년을맞은지금까지,독자들의가슴을늘뛰게하는그의작품은『폴링인폴』,『참담한빛』,『친애하고,친애하는』,『여름의빌라』,『눈부신안부』등으로이어지며불가해한삶의이면에자리한틈과이음새를정교하게포착해왔다.
『다정한매일매일』은《경향신문》에연재한글들을수정·보완하고새롭게쓴글들을더한것으로소설가로서의성찰과사유가오롯하게담겨있을뿐아니라,‘빵’과‘책’을매개로살펴온삶의세목들에대한마음을담은책이다.마카롱,도넛,캉파뉴,슈톨렌,바움쿠헨,포카치아등때론달콤하고때론슴슴한,세상의많은빵들만큼이나다채로운풍미를지닌한편한편의글들은작가가오래붙들려온책들에게로우리의시선을이끈다.문학작품은물론,‘난민’을주제로한그림책부터대중적으로널리알려진과학교양서,주변인과소수자에대한‘관찰’이아닌‘공생’을담아낸사회학보고서,원예지침서와식품교양서에이르기까지폭넓고다양한책들의면면을찬찬히펼쳐보노라면,현실에치여외면해온우리들마음안팎의풍경이“페이스트리의결처럼”겹겹이되살아난다.
이책은총다섯개의부로나뉘어있는데,첫번째‘당신에게권하고픈온도’에서는우리의내면을들여다보는일의중요성이,‘하나씩구워낸문장들’은소설쓰기에대한진솔한고민과각오가,‘온기가남은오븐곁에둘러앉아’는가족과친구,반려견에이르는주변의소중한관계에관한일화들이짧지만밀도높은글들을통해조목조목이어진다.네번째‘빈집처럼쓸쓸하지만마시멜로처럼달콤한’에서는사랑을통한인간의근원적인고독을,마지막인‘갓구운호밀빵샌드위치를들고숲으로’는인간과자연,문화안과밖의경계를넘어선연대를아우른다.
백수린작가는이번개정판출간을기념하여쓴「작가의말」에서‘다정하다’는것은‘상태’로서주어지는것이아니라‘태도’로서실천하는것일지도모른다면서,나자신에게,또타인에게도다정해지려노력하는사람이었으면좋겠다는바람을전하고있다.초판이출간되던무렵,코로나팬데믹시기에작가는“정다운사람들끼리향기로운차와빵을놓고마주앉아좋아하는책에대해근심없이이야기나눌수있”는날이오기를바랐다.그러한순간들의정다움을고스란히담아낸이책은,삶이고통스럽거나불행앞에서무기력해질때마다온기를간직한“한덩이의빵”이우리에게있음을잊지말자고당부하는것만같다.목청높여강요하는것이아니라다만차분한목소리로.매일매일이나에게다정하지않을지라도,나와타인의매일매일이다정하기를빌어줄수있는마음이우리에게있으리라는믿음을갖고서.
가능하다면,매일매일이내게다정하지않더라도,나는내가매일매일다정해지려노력하는사람일수있었으면좋겠다.‘다정하다’는것은어쩌면‘상태’로서내게주어지는것이아니라‘태도’로서내가실천하는것인지도모르니까.
_백수린,「새로쓰는작가의말」에서
“손으로반죽하고,부풀어오르길기다리는시간,
실패해도스스로에게너그러워질수있는
그시간을허락하는일”
백수린이전하는빵과책의맛!
백수린작가는『다정한매일매일』을출간하고나서무척이나빵을좋아하는사람일거란오해를종종받았다고한다.그러나빵자체보다는빵을만드는일이꼭필요했다는그에게,베이킹이란실패할지라도너그럽게자신을용서할수있는일,처음시작했을때부터결과보다는그과정이즐거운일이다.여전히서투르고,남들앞에선보여야할때면자신이없다가도“사랑과동경”만으로계속해나갈수있다는점에서,작가에게베이킹이란‘소설쓰기’와닮았다.
빵이나오는구절을만나면내용과상관없이그책에대한애정을느끼곤했다는작가는“빵집주인이되고싶다는마음과소설가가되고싶다는마음사이에서오락가락하다가결국소설쓰는사람이되었다”고술회한다.하지만마침내둘을모두가슴에품을수있었는데소설쓰기는“누군가에게건넬투박하지만향기로운빵의반죽을빚은후,그것이부풀어오르기를기다리는일”이기도하다는걸알고있었기때문이다.이책은어쩌면한덩이의“빵을건네는이의마음으로”소설쓰기에임해온백수린작가의읽고쓰는나날들에관한기록인동시에,그러한날들을통해우리에게건네는다정한안부인사이다.
내게소설쓰는일은누군가에게건넬투박하지만향기로운빵의반죽을빚은후그것이부풀어오르기를기다리는일과닮은것도같다.(…)나는오늘빵을건네는이의마음으로허공에작은빵집을짓는다.어딘가있을당신에게‘별것아닌것같지만,도움이되는’책들을건네기위해서._본문28~29쪽
엄마가만들어준달콤하고아련한기억,
도넛과도리스레싱
스무살그시절의위태롭지만찬란했던날들,
생크림토스트와앙드레지드
훈제고기의붉은빛에스며든‘울분’,
파스트라미샌드위치와필립로스……
『다정한매일매일』은‘빵’을통해책과삶에관한이야기를들려준다.어느주말,엄마가믹스를사다만들어주던도넛처럼달콤하고아련했던기억들은주저하면서도서로이해하려애쓰는모녀의모습을그린도리스레싱의「장미밭에서」를떠올리게한다.앙드레지드의『좁은문』은스무살봄에각인된“내인생첫다방의추억”을불러일으킨다.“돈은별로없고,젊음은아직귀한줄몰라”시간을‘낭비’하는데거리낌이없던스무살.불같은사랑을꿈꾸고또두려워하던그시절맛본‘무제한생크림토스트’는『좁은문』속청춘의열병을앓는두남녀의비극과도연결된다.또호밀빵사이에켜켜이쌓인훈제고기의붉은빛은필립로스의『울분』에나오는코셔정육점의도살이미지를연상시킨다.
그밖에도입속에서녹아금세사라지는마카롱의‘지독한’달콤함은이성으로는설명불가능한예술본연의아름다움에대한성찰을(앤카슨의『남편의아름다움』),굴뚝모양의헝가리빵침니케이크는“기이하고고통스럽지만동시에매혹적인”정체성의문제를(아고타크리스토프의『존재의세가지거짓말』)매개한다.마틴슐레스케의『가문비나무의노래』는오랜시간반죽을숙성시켜굽는캉파뉴로이어지고,독일에서크리스마스기간에먹는슈톨렌은로맹가리의「지상의주민들」에나타난연약하고보잘것없어보이는존재들의기적적인연대로까지나아간다.
소설을읽고쓴다는건,
“사람들은이따금그런생각을한단다”라고
읊조려주는누군가를만나는것
백수린작가는섣부른낙관이나위로의말은삼간다.누군가와단팥빵을나눠먹는순간에서조차도,우리는나름의상처들로각자의자리에서고독한존재들이라는사실을잊지않기때문이다.앨리스먼로의『디어라이프』에관한이야기를들려주며,사람들은누구나“타인에게쉽게발설할수없는상처”와스스로도이해할수없는“욕망과충동을감당하며사는존재”임을환기하는작가는,그럼에도우리의인생이친애할만한것인까닭은어디에있을까고민한다.그리고앨리스먼로가그토록쓸쓸한인간군상을그리면서도제목을‘친애하는인생에게’라고붙인것처럼,그답의실마리를다시‘소설’에서찾는다.이처럼은은하고감미롭게흐르다가도이내무뎌진감각과의식을예민하게건드리는글들에는작가가그간천착해온인생에드리운빛과그림자의일렁이는결들이고스란히담긴다.또한그와함께,“필사적으로,(…)소설을계속쓸수있는사람이되고싶다”는열의와,소설을읽고쓰는일이삶에한발짝더가까이다가가는것이리라는각오가글마다또박또박아로새겨져있다.
이책을통해자기앞에주어진하루하루를성심을다해통과해온한소설가의내면을투명하게마주함과동시에,스스로의내면또한정직하게그리고조금은더다정한눈길로바라볼수있을것이다.폭우속에있더라도언젠가비는멈출것이고,어둠속을걷는중일지라도“작고동그랗게빚은온기”를주먹안에꼭쥐고있는한우리에겐돌아갈곳이있다는걸믿으며.새롭게단장을마친『다정한매일매일』이각자의손에쥐어진온기처럼따스하고도환한빛으로모두의마음속에스미기를기대한다.
소설을읽고쓰는일은나의내밀한고백에“사람들은이따금그런생각을한단다”라고읊조려주는누군가를만나는행위가아닐까생각했다.그리고이런생각도들었다.소설이그런것이라면,당신과내가소설을읽고쓰는사람들인한인생은아직친애할만한것일수도있겠다고._본문25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