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지나가다(큰글자도서) (조해진 소설)

겨울을 지나가다(큰글자도서) (조해진 소설)

$26.00
Description
어둠 속을 차근차근 더듬어
미래에 꺼내 쓸 빛을 품고 있는 이야기
작년 늦봄, 엄마는 췌장암 선고를 받았다.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를 했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올해 9월에는 급기야 모든 치료를 포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다. J읍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엄마. 이제 남은 시간은 석 달 정도라니, 그런 엄마를 ‘나’도, 동생 미연도 만류할 수는 없었다. 영상 편집기사인 ‘나’는 작업에서 모두 하차하겠다는 뜻을 회사에 전하고,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엄마를 돌보며 임종을 지킨다.
일사불란하게 장례를 치르고, 소란한 말들과 풍경들이 지나간다. 효녀라고, 요즘 시대에 이런 딸이 어디 있느냐고 누군가 내뱉는 말들은 지나가지 못한다. 발화하지 못한 항변으로 가슴속을 맴돈다. 엄마를 간호한 시간은 고작 두 달이고 그마저도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근심하느라 “엄마가 직면한 현재의 불안과 고통을 자꾸만 잊었다”고, 실은 “엄마를 회피한 날이 더, 더 많았다”고. 그리고 ‘나’는 모두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뒤, 엄마 집에 남기로 결심한다.
저자

조해진

1976년서울에서태어나이화여대교육학과와동대학원국문과를졸업했다.2004년『문예중앙』에소설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천사들의도시』『목요일에만나요』『빛의호위』,장편소설『로기완을만났다』『아무도보지못한숲』『여름을지나가다』『단순한진심』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젊은작가상,이효석문학상,백신애문학상,형평문학상,대산문학상,김만중문학상,동인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문장을얹으며
미래에꺼내쓸빛을품은소설-김혼비4

1부동지冬至11

2부대한大寒57

3부우수雨水101

독자에게쓰는편지
겨울을지나가는사람에게135

출판사 서평

“작가조해진이
세상의모든엄마와딸들에게바치는헌사”
신동엽문학상,이효석문학상,대산문학상,동인문학상
수상작가신작소설
박준시인·김혼비작가추천!

“그의소설은희망이다.미래에꺼내쓸빛을품고있으니까.”
_김혼비(에세이스트)

“이토록작은사실들을그러쥐고작가는그리고우리는
다시허름한사랑을시작합니다.”
_박준(시인)

작가정신중편소설시리즈‘소설,향’의여덟번째소설,조해진작가의『겨울을지나가다』가출간되었다.2022년동인문학상수상작『완벽한생애』와짧은소설집『우리에게허락된미래』이후2년만에선보이는신작소설이다.2004년등단한이래사회주변부로밀려난소외된사람들의이야기를일관되게들려준조해진작가는여섯권의장편과다섯권의소설집을발표하고,신동엽문학상,이효석문학상,대산문학상,동인문학상등유수의문학상을수상하며그만의작품세계를펼쳐왔다.
『겨울을지나가다』는췌장암선고를받은엄마와사별한뒤홀로남겨진주인공이엄마의죽음을애도하며다시일어서는과정을그리는작품이다.필연적으로작별을겪어야하는세상의모든엄마와딸에게바치는헌사이자,커다란상실의슬픔속에서도또다른아픈이를향해곁을내어주는사람들에관한이야기다.지금까지조해진작가가보여온타인의고통과상처를보듬는시선은여전하지만,삶그너머까지를아우르는한층더깊어진사유와정밀하게세공된문체로보다따스한희망을빛을선사하고있다.
소설은밤이연중가장긴날인‘동지’와가장추운시기인‘대한’,날씨가풀려초목이싹트는‘우수’에이르기까지절기의변화에따라진행된다.아픔을딛고세상밖으로나아가려는주인공의옆에는절기마다모습을달리하는자연이있었다.침묵을지키는안개와둥지를찾아날아가는새,흐르는물소리를들려주는강이있었다.엄마가떠났다는사실조차실감할수없고,자신을향한걱정이때론외로움으로내몰기도하지만,“아직은혼자가아니”라는감각이,어둠속에서도퇴색되지않는누군가를돌보려는마음이있었다.
김혼비작가는이소설을읽고,“상실이후의삶과애도의의미에관해사려깊고면밀하게써내려간”작품이며“조해진의소설을읽는것은언젠가무너져내렸을때스스로를일으켜세울힘을비축해두는일”이라고추천했다.박준시인또한“별기대없이돌보던것들이실은나를보살펴주고있었다”는사실을일깨우며“다시허름한사랑을시작”하게하는소설이라는소감을남겨주었다.


모든건잊힌다고,
세상에잊히지않는것은없다고,
엄마는그렇게말했다.
그밤,나는엄마무릎을베고달콤하고긴잠을잤다

엄마는자신의골분을납골당이아니라집마당에묻어달라고말해왔다.흙으로돌아가거름이되면좋겠다고,“이세상엔두딸외에는아무것도남기고싶지않다”면서.하지만묘비도관도없이엄마의골분전부를마당에묻을수없었던‘나’는일부는엄마뜻대로마당에묻되,나머지는동생과나누어각자의공간에두기로한다.미연이아이들과남편과함께서울로돌아가자이제‘나’는홀로남게되고,어느날부터인가엄마의옷을입고엄마의털신을신는다.거기에더해엄마가쓰던비누와로션을바르고,엄마가생전에운영하던식당의문을열어칼국수를만들면서그어느때보다엄마에게보호받는느낌을받는다.‘나’는J시의적요한안개와새들의울음소리,끊임없이이어지는물소리를들으면서 아직은완전히혼자가아니라는,그리고그힘으로걸어나갈수있을거라는위로를얻는다.
주인공에게는엄마를잃은제몫의슬픔을나눠갖는동생미연이있었다.조심스레자신의상처를내보인목공소남자영준도만났다.절망에만웅크려있지않게하라고,엄마의유언이라도받은듯이‘나’를집밖으로이끄는강아지정미도내내곁을지켰다.엄마와친분을쌓았던미용실혜란아주머니와살뜰히챙겨주었던이웃노파가,엄마의칼국수를찾는외지손님들이‘나’에게말을걸어왔다.그리고‘나’또한그들에게귀기울이고,정성을다해따듯한음식을내어준다.마치엄마의삶을차지했던크고작은사건들과사람들에대한기억을천천히복기하듯이.엄마는사라지고없지만,그만큼더선명해지는엄마의흔적들은어떠한형태로든남아있다는걸느끼며.엄마를중심으로한애도의마음들은그렇게서로의안부를살피고아픔을돌보려는마음들로,부드러운온기를품고겹쳐있었다.


겨울은누구에게나오고,
기필코끝날수밖에없다는것

칼국수처럼“담백한포만감”으로채워져가는엄마의‘빈집’은이제곤충의탈각과도같이허물을벗는공간, 주인공이용기를내어또다른세상밖으로걸음을내딛게하는공간으로탈바꿈된다.‘나’에게는시간이필요했던것이다.엄마와의작별을마주할“마음의근육과뼈가만들어질만큼의시간”이.혹독한추위를견딘후“살아있고,살아갈것임을알리는”여린싹의출현처럼,‘나’는“닫혀가는겨울과열리는봄의시간”을천천히그리고쉼없이통과하고있었다.
작가는이책말미의독자에게부치는편지에서“겨울은통로”라면서,“때때로우리의마음을황량하게하지만,통로끝은어둡지않”을거라는메시지를전한다.“겨울은누구에게나오고,기필코끝날수밖에없다는것”을기억해달라는당부와함께.눈과얼음이녹아다시비로내리고,비가내린땅위에싹이틔고꽃이피어오르듯,세상은순환과반복을거듭할것이기에.조해진이마련해둔상실과애도의계절을함께지나가며,우리는또그렇게’사랑’을시작할수있을것이다.

“이런시대에여전히소설을읽어주어고맙고
이런시대에여전히소설을읽을수밖에없다는게미안합니다.
한가지,기억해주시겠어요?
겨울은누구에게나오고,
기필코끝날수밖에없다는것을요.”
_조해진(「겨울을지나가는사람에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