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아 - 소설, 향 (양장)

로아 - 소설, 향 (양장)

$14.00
Description
“어떤 관계는 하나가 죽어야 끝이 나는 것 같아”
“그리고 또 어떤 관계는 죽어야 다시 시작되는 것 같아”
폭력의 한가운데를 돌파하는
젊은작가상 수상 작가 최정나의 문제작

“현실의 허구성과 가상성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소설”(이장욱 소설가)임을 보여주고, “경계를 넘나드는 유체적인 상상력”(신형철 평론가)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은 작가, 최정나. 개성적인 문체와 연극적 형식을 통해 사실과 허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끊임없이 탐색해온 그가 이번에는 “폭력의 객체와 주체의 완벽한 전복”(김이설 소설가)을 선보인다. 『로아』는 작가정신 ‘소설, 향’ 시리즈의 열 번째 작품이자 최정나 작가의 첫 중편소설로, 모두가 피해자를 자처하고 가해자는 없는 세계 속 폭력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나’(로아)는 지금,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해 병실에 누워 있다.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뒤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나는 그동안 회피했던 기억을 마주하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현재를 바라보기 위해, 나를 둘러싼 세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똑똑히 보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어린 시절 날마다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이 두려운 존재였던 언니, 상은이 되어.
피해자인 화자가 가해자로 분해 서술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소설은 아동학대는 양육자의 ‘방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힘주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읽는 자로 하여금 가족 내에서 벌어지는 학대의 참상을 그대로 목도하게끔 이끄는데 폭력이 왜,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또 어떻게 한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들어 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정폭력과 학교폭력, 신체적·물리적 폭력과 언어적·정신적 폭력이 얽히고설킨 광경이 펼쳐진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훈육과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휘두르는 폭력, 묵과하고 방조하기에 더욱 확대되는 폭력, 가장 연약하고 힘없는 존재에게 가해지는 폭력. 『로아』는 현실에서 수없이 접하면서도 매번 충격을 주는 그러한 폭력의 지점들이 견고하게 맞물려 있음을, 믿기 어렵지만 믿을 수밖에 없는 이러한 사건들이 의식의 사각지대에서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가리켜 보인다.
『로아』의 발문을 쓴 김이설 소설가는 “소설이 가해자를 이해하는 근거가 되거나, 폭력을 합리화하는 동기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이 소설이 “폭력의 속성을 닮았으나 가해자의 변명이 아니라 피해자의 증언”임을 짚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로아』를 읽어야 할 당위성과 의미”를 갖추게 된다면서.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아프게 읽을 수밖에 없는 소설, 『로아』. 『로아』의 안에서, 그리고 『로아』의 바깥에서 수많은 ‘로아들’은 그럼에도 누군가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기를, 힘겹지만 부디 주목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랄 것이다.

저자

최정나

저자:최정나
2016년문화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말좀끊지말아줄래?』,장편소설『월』이있다.제9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
불가능한재현을시도하며

로아

발문
폭력을이해하지않기위해서_김이설(소설가)

출판사 서평

“로아는유기되었다.내가방치되었듯”
엄마의‘유기’와‘방치’에서시작된학대와폭력

『로아』는폭력의연쇄는어디서비롯되는가묻는소설이다.그런데,언니가동생에게폭력을행사하는동안그들의부모는무엇을했는가.한때군중의폭력을응시하는사진작가로주목받았던아버지는상은과다툼을벌인뒤에죽음을선택한다.세상에서자신외에소중한것이라곤없는엄마는태어난지몇달밖에안된로아를지인의집에보내고상은마저제대로돌보지않는다.그렇게아버지의돌연한죽음과엄마의방기와무관심속에자라온상은은,극도의불안감과두려움에사로잡힌채‘괴물’이되어간다.

7년후다시집으로돌아온천진하고해맑은로아를보면서상은은“공격하지않으면오히려공격당한다고,아름다운것은짓밟아야한다고”생각한다.소설에서표면적으로폭력의주체는언니상은이고,객체는동생로아이지만이모든상황은이를방관하는양육의책임자,즉엄마에게서비롯된다.엄마기주는상은의학대사실을인지하고있음에도,자신도어찌할수없는일이라며할수있는최선을다했다고합리화한다.상은은말한다.로아는‘유기’되었고자신은‘방치’되었다고.기주가제대로된관심과사랑을기울였더라면,아버지가상은의말에집을나가죽지않았더라면결과가달랐을까.어떠한폭력행위도이해받을수없다.그러나무엇에서비롯되었는지짚어볼필요는있을것이다.상은의경우폭력행위는양육자의방치에서비롯된다.“딸을희생양으로바치고도아무런양심의거리낌도없이살아온”엄마기주가폭력의진짜가해자이자,가장큰학대자가되는것이다.

‘누가나좀말려줘!’
무한히증식하는증오와분노의연쇄

그리고로아는폭력의희생양이된다.상은에게직접적인폭행을당하기전부터,이
미로아는가족으로부터버려졌다.로아가집으로다시돌아온것도,기주가새로만난남자때문에상은과의사이에갈등이생겨서였다.태어나자마자유기된아이가이세상에서이해할수있는상황이란없었다.로아는제가당한일에의문을표하기보다는아무것도모른다는듯미소를지어보인다.미소만이,들어주는이가없기에함구하는침묵만이로아의생존방식이었다.

날이갈수록상은은로아에대한폭력의수위를높여간다.성난자신을달래려고로아를때린손에용돈을쥐어주는엄마에게복수라도하는듯이.로아가오기전어둠속에서홀로눈물을흘리던상은은제가겪은처절한외로움을로아를통해다되갚아주리라다짐한다.누군가자신을돌아봐주는유일한순간이바로폭력을행사할때이고,스스로의존재감을가장강렬하게확인하는순간이바로자신을두려워하는자에게힘을가할때라는걸,상은은본능적으로알고있었다.상은은통제와지배의권한이주는강렬한쾌감에전율하며멈추지못한다.‘누가나좀말려줘!’비명을지르면서,그렇게자신또한폭력의제물이되어가고있음을,스스로제삶을망치고있다는사실을모르는채.


“나는네가되어본다.너의눈으로나의세상을본다”
기억할수록,내가네가될수록
나를일으키는뜨겁고강렬한폭발음

오랜시간학대받은아이는반항조차하지못한다.그러나아이가커서어른이되고,죽음에가까운어느순간에이르렀을때에야비로소자신이겪어온일들을떠올린다.기억을불러온다.스스로를돌보지않았던시간을뒤로하고,고통의기억을마주하기로한다.“고통이삶을속이는것이아니라고통을없애려는노력이삶을속”여왔음을깨닫는순간이도래한것이다.마침내로아는언니의말을거역하지않는착한동생과엄마의마음을헤아리는다정한딸이라는자신에게씌워진굴레가,가족이란이름의창살조차없는끔찍한감옥이었다는사실을알아차린다.하지만폭력이내린뿌리는길고도깊었고,불시에닥치는사고와도같이예기치않은순간일상을뒤흔든다.지금까지의로아의삶이정지된다.

이소설은가정폭력과아동학대의문제를중점적으로다루면서도,폭력의속성을주체와객체라는이분법적구분을넘어입체적으로통찰하고있다.“모두가다피해자인데도대체누가가해했다는말인가?”라고말하며,작가는저마다피해자를자처하는세상속에서자신이겪은고통과슬픔에만함몰되어더큰폭력에일조하고있는것은아닌가묻고있다.기주가상은과로아를방치하고,상은이로아를폭행하며,또학대받은로아가또다른폭력을일삼는지경으로나아가는장면속에서,어느순간우리자신을닮은얼굴을발견하게되는것도우연만은아닐것이다.이소설을통해폭력이폭력으로대갚음되는연쇄를끊기위해서지금우리에게필요한것이무엇인가를스스로에게질문할수있기를바란다.폭력의피해자이면서도,어쩌면가해자일지도모를우리모두를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