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과 생각

밑줄과 생각

$16.80
Description
“나의 생각이 그의 한 문장에서 멈췄다.
나는 연필을 들어 밑줄을 그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수상 작가 정용준 신작 산문집
‘소통’과 ‘죽음’이란 화두를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천착해온 작가 정용준이 신작 산문집 『밑줄과 생각』을 선보인다. 2024년 오영수문학상과 젊은예술가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대상에 대한 집요함, 세계에 대한 균형 감각, 정직함, 서사적 밀도, 뚜렷한 문제의식 등을 탁월하게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세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장편소설, 두 권의 중편소설을 펴내고 국내 유수의 문학상을 받으며 뚜렷한 문학적 궤적을 남겨왔다.

『밑줄과 생각』은 2009년 데뷔 후 15년간 소설의 안팎에서 활발하고도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온 작가 정용준이 “읽기와 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모든 것”에 관해 적어 내려간 기록들의 모음으로, 문예지, 일간지, 단행본 등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산문 37편이 수록되어 있다. 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쓴 글이라는 뜻의 ‘산문’이란 단어에 걸맞게 주제와 내용, 형식과 분량이 모두 일정한 틀에 구애받지 않고 다채롭다. 때론 자기만의 내밀한 고백이 담긴 일기 같고, 때론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과 애정을 담은 연서 같으며, 한편으로는 압축적이고 상징적인 시와 같지만, 무엇보다도 그 자체로 ‘소설적인’ 글들이다.

정용준 작가는 이 책에서 타인의 마음에 드리운 ‘숲’과 ‘바다’를, 인간의 감정과 감각에 깃든 ‘바람’과 ‘별자리’를 만나게 해준 문장들에 밑줄을 긋는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먼 곳으로, 한 번도 닿은 적 없는 깊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발견하는 일, 서로가 서로에게 발견되는 일. 그것이 바로 ‘읽기’와 ‘쓰기’라고 말했던 작가가 읽어낸 무수한 문장들의 행간과 문맥을 짚어가면서, 우리는 이해와 공감,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오는 귀하고도 고마운 통찰과 깨달음을 얻는다.

한 줄의 문장. 그 밑에 그은 한 줄의 밑줄. 그 곁으로 여러 생각들이 만들어지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공감과 동감의 끈으로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마을과 세계가 만들어지듯 같은 생각 같은 감정으로 우리가 엮이고 뒤엉켜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비슷해진다면. 마침내 같아진다면. 거울처럼. 유리처럼.
_‘작가의 말’ 중에서
저자

정용준

저자:정용준
2009년《현대문학》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가나』『우리는혈육이아니냐』『선릉산책』,중편소설『유령』『세계의호수』,장편소설『바벨』『프롬토니오』『내가말하고있잖아』등이있다.젊은작가상,황순원문학상,문지문학상,한무숙문학상,소나기마을문학상,오영수문학상,젊은예술가상등을수상했다.

목차


한줄의문장
좋은글15
여기아닌다른곳19
스물셋의올빼미24
내게없는내목소리39
운명을사랑한다는것50
삶을움직이는두개의진동59
생각하는자는멀고깊은곳까지64
미래를지키는이야기73
그것에는아직이름이없다81
잘츠부르크의팽이89
리얼월드102

한줄의밑줄
자책하며,쓴다111
그림자들121
유니크들에게126
별것아닌것같지만도움이되는,두부133
미래생각147
세번의언덕154
한여름이생각저생각―읽기와쓰기에관한열개의메모165
기이한전개해피한엔딩177
춤추는자의춤184
당신이본것과내가보여준것192
내가만난슬픔씨196

한줄의생각
소설의기술203
끝나지않는아이러니211
마음을태우는작가215
귀있는자들에게223
‘고통’이라는‘불명료함’에반대하며228
감각하는앎237
나는사랑해서는안될소설을향해나아가고있습니다250
서술자들이여우리가다정해지자255
대답하소서267
뫼르소에게묻는다275
미화하지않고패배를아름답게말하는기술281
인간의변호사293
숨쉴곳을찾아떠난이에게297
작가를떠난영혼에게건네는열개의쪽지308
소설이라는부력321

출판사 서평

정용준작가는이책에서타인의마음에드리운‘숲’과‘바다’를,인간의감정과감각에깃든‘바람’과‘별자리’를만나게해준문장들에밑줄을긋는다.한번도가본적없는먼곳으로,한번도닿은적없는깊은곳으로나아갈수있도록.서로가서로를발견하는일,서로가서로에게발견되는일.그것이바로‘읽기’와‘쓰기’라고말했던작가가읽어낸무수한문장들의행간과문맥을짚어가면서,우리는이해와공감,그리고그끝에찾아오는귀하고도고마운통찰과깨달음을얻는다.

한줄의문장.그밑에그은한줄의밑줄.그곁으로여러생각들이만들어지는책이되었으면합니다.공감과동감의끈으로친구와연인과가족과마을과세계가만들어지듯같은생각같은감정으로우리가엮이고뒤엉켜지면얼마나좋을까요.그래서비슷해진다면.마침내같아진다면.거울처럼.유리처럼.
_‘작가의말’중에서

“밑줄긋는것이좋습니다.
그문장이몸과마음에천천히스며드는시간도좋습니다”

정용준작가는단한사람의편이되어그의말을들어주고이해해주는것이다름아닌‘소설’이라고말하는사람이다.번다한마음도,잠못이루는마음도,한줄문장과한편의소설을자기편으로삼아이겨내며또다시삶이있는곳으로한발을내디디는사람이다.
그는왜그렇게‘읽기’와‘쓰기’를,그리고‘소설’을사랑하는사람이되었을까.작가는이에대해이론적추상적으로묻고답하는대신,그것을겪고감각하며자기안으로끌어들이는전과정을이책을통해펼쳐보인다.그는소설이“인간의감정과마음을잘알려주는도구”라고생각하는데,나와타인,삶과세계에대한진정한이해에도달하게해준‘소설’에대한고찰이이어진다.

소설을쓰는작가와소설을읽은독자가공감의영역에서만났다면,밑줄을긋고인덱스를붙이는멈춤의순간에서로의눈동자가마주쳤다면,그건실제사건과경험이같거나유사해서가아니다.나도그인물처럼될수있고,할수있고,있을수있고,그럴수있다,는실존적인이해다.
_206쪽

“어떤단어는손끝에만져졌다
어떤문장은온도가느껴졌다
어떤장면에선마음이아팠고,
어떤대화에선마음이환해졌다”

정용준작가에게작가들은어떤의미에서는‘영웅’이다.세상의영웅들과달리‘나의영웅’인그들은내가누군지말해줬고,나를이해하게해줬으며,나를받아들이고감당할수있게했다.나에대해서,또타인에대해서도섣불리해석하거나결론짓지않고“마음의동기와감정의복잡함”을헤아리게했다.그에게어떤글들은단순한이해와공감을넘어서,이입되고투사되며심지어는이식되기도하는강력한무엇이다.
존쿳시는몰락하는자가인식의힘으로그것을헤쳐나가는한방법을보여준다.아니에르노는자신의마음을태워‘진짜’에가까운솔직한이야기들을통해불꽃을만들어낸다.알베르카뮈의『이방인』은진정한자기이해에도달하는방법을알려주는최고의자기계발서이며,백년전소설인조지오웰의『숨쉴곳을찾아서』는박제된삶에서깨어나현재와미래를살아가게한다.『고통에반대하며』의프리모레비는불명료한글쓰기에대해엄중히경고하고,밀란쿤데라는인간을설명할가장탁월한예술이소설임을증명한다.파스칼키냐르의글은‘음악적’인것이아니라그자체로하나의‘음악’이며,자극된적없는세포를자극하는언어적상상력을지닌다와다요코의문장들은일기를쓰고싶게만든다.문학청년시절에만난이청준의「소문의벽」은소설만이인간에게할수있는것이무엇인지를깨닫게해주었으며,‘소설을산다’라는표현을매순간증명하는작가이승우로부터는소설쓰기의거의모든것을배웠다.

“깊고은밀하게숨은마음과감정의길을찾아서”

『밑줄과생각』은작가를사로잡은소설과글들에관해말하면서도,일상에매몰되어감각하지못하는수없는마음의형상과생각들,또거기에서비롯되는의미와성찰에대해들려준다.
깊은밤어둠과고요에젖는일에대해,상처받지않으려사람에게기대지않게되는마음에대해말한다.글이안써지던어느여름밤에대해,어느해크리스마스화재참사를당한가족에대해,그엄청난충격과비극속에서도남겨준숭고한온기에대해말한다.다른사람,다른삶으로향하게하는이별이란소중한경험에대해,강력한아름다움에이끌리는인간의충동과본성에대해말한다.오스트리아의이름모를묘지와그곳에내가잠깐있었다는사실에대해말한다.그리고결말을바꾸었던한소설의집필과정과기후변화시대소설의역할에대해,지식의앎이아니라감각하는앎,새로운행동을만들어내는진짜앎에대해말한다…….
그목소리들이깊고은밀해서,두서없이겹겹이포개진마음의결을하나씩펼쳐환한볕아래두는것만같다.그시선이솔직하고담백해서,무겁고심각한일들을들려줄때조차도,꼭내이야기를내편에서서들려주는것만같이따스하고든든하다.그리고우리는그목소리에,그시선에,그마음에기대게하는소설과문학과문장들을사랑하게된다.우리로하여금“깊고은밀하게숨은마음과감정의길을찾아”한발한발걷도록이끄는작가를따라서.

다시태어날순없다.나아닌다른것이될수도없다.그러나다시할순있다.피곤하고힘들어도생각하는것을멈추지않으려한다.생각하는자는그곳이어디든멀고깊은곳까지갈수있기때문이다.
_7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