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의 인사 (양장본 Hardcover)

세주의 인사 (양장본 Hardcover)

$14.00
Description
‘소설, 향’ 열한 번째 작품
이효석문학상 대상, 문학동네작가상 수상 작가
장은진 첫 중편소설
작가정신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 향’의 열한 번째 작품, 장은진 작가의 『세주의 인사』가 출간되었다. 2002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그는 첫 소설집 『키친 실험실』에서 “출구 밖 타인들을 향한 소통에의 욕구”(김형중 평론가)를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와 2019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외진 곳」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중심에서 소외된 이들의 자리를 끈질기게 비추면서, “여운을 남기는 압축적 구성과 명징한 유머”(신수정 평론가), “플롯도 잘 짜낼 수 있고 문장도 생기 있게 구사할 수 있는 작가”(방민호 평론가)라는 상찬을 이끌며 고유한 작품 세계를 일구어왔다.
『세주의 인사』는 ‘세주’와 ‘동하’라는 두 청년이 마음속 깊이 각인된 상처를 지니고서 살아가고 또 사랑하는 방식을 그린 작품이다. 만남에서 이별로, 이별에서 작별로 나아가며 자존과 자립, 타인에 대한 관용과 환대의 의미를 일깨우는 이 소설은 연애소설 아닌 연애소설이자 성장소설 아닌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애정에서 비롯된 갈등이 주가 되진 않지만 관계를 시작하고 매듭짓는 데 수반되는 미묘한 내면 심리를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서른을 앞둔 두 사람이 세계의 끝을 걷고 또 걸어서 마침내 자기 세계의 중심으로 진입한다는 ‘어른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일 년 전 헤어진 여자 친구 세주가 어느 날 책이 든 냉장고와 화분을 동하에게 맡긴다는 내용으로 시작되는데, 동하는 자신이 없는 사이 집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탓하기보다는 세주의 안위를 먼저 걱정한다. 이처럼 이별 후에 다시 시작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둘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은 단 한 번뿐으로, 그들의 시간과 공간이 어긋나고 교차하다가 어느 순간 접점에 이르는 장면을 통해 장은진 작가의 주된 화두인 ‘사랑’의 본질은 더욱 확장되고 깊어진다. 한 인간이 또 다른 한 인간을 향해 이해의 폭과 깊이가 늘어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홀로였다면 만나지도 겪어내지도 못했을 사건과 감정 들은 사랑에 연루된 두 사람을 성장으로 이끌어간다. 세주와 동하는 성년이 된 나이를 지났어도 여전히 관계에 미숙했고 어리석었으며 그래서 좌절했지만, 과거의 순간들을 다시금 용기 있게 대면하면서 비로소 실패를 인정하고 절망조차도 다독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일 년 만의 만남, 육 개월 후의 재회, 그리고 또 일 년여가 지나 마주한 해후. 서로를 헤아리고 받아들이는 “시간의 길이와 넓이”만큼 두 사람은 나란히 자라고 또 자란다. 밤에 노랗게 눈 뜬 창문들을 바라보면 덜 외롭다는 걸 알려준 세주에게 고마웠다고, 잊으려 애쓰던 제 나이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동하에게 이제는 괜찮다고, 감사와 안부의 인사를 건넬 수 있을 만큼.

정이현 소설가는 “애틋하고 다정한 여운 너머의 더 먼 곳을 향해 씩씩하게 걸어갈 청년”들을 다룬 이 소설을 읽고,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간단치 않은 질문을 받은 기분”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차경희 고요서사 대표는 이 작품이 “눈부신 빛이 아닌, 그늘을 아는 자들이 쓰고 읽는 소설”이며, “자기 세계의 주인이 되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은 늘 감동적이다”라고 추천의 이유를 밝혀주었다.
저자

장은진

저자:장은진
2002년전남일보신춘문예와2004년중앙일보중앙신인문학상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키친실험실』『빈집을두드리다』『당신의외진곳』『가벼운점심』,장편소설『앨리스의생활방식』『아무도편지하지않다』『그녀의집은어디인가』『날짜없음』『날씨와사랑』『디어마이버디』『부끄러움의시대』등을썼다.문학동네작가상,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냉장고를부탁해
2.모든세계의끝에는
3.빈방에놓인화분

추천의글
당신에게가장중요한것은무엇입니까_정이현(소설가)
‘ㅁ’을남겨주세요,내가이어쓸게요_차경희(고요서사대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자기걸다맡기고떠난세주는
지금어디를걷고있을까”
첫번째인사,
세주없는세주와의만남이다시시작됐다

세주가다녀갔다.동하가집을비웠을때였고두사람은일년전헤어진사이였다.침대옆에놓인낯익은소형냉장고,그위에는새싹형태인토기화분이놓여있었다.냉장고를열자칸마다책들이빼곡했다.냉장고문앞에붙은포스트잇에는세주가적은메모가있었다.‘냉장고와화분을부탁한다’는문장옆에쓰다만자음‘ㅁ’까지,급히쓴메모가분명했고할말이더있지만서둘러마무리지은것같았다.곧이어동하는자신뿐만아니라세주의친구들도세주로부터물건을받았음을알게된다.캐리어와화분,향수와화분,드럼세탁기와화분……공통점은화분이었다.세주는동하와헤어진후에가진돈을털어식물상점을냈지만얼마안가폐업했고,집과가게,살림살이를모두정리하고‘세계의끝’을보기위해여행을떠난다.“무슨일이있으면,어떤마음이생기면필요한게아무것도없는인생이될까.”그걸알고싶어서동하는냉장고에채워진세주의책들을읽기시작한다.
세주는동하에게“냉장고와화분을부탁해”라고말했다.부탁은일방적이지않고상호적이며,보관의의미에가깝다.그것은어느한쪽의완전한소유가아니라주고받은두사람이나눠갖는것이다.세주가동하의집에들러물건을놓고간뒤,잘사용되고있는지확인차또다시방문했던것도그때문이었다.그것들은어떤의미로“복잡다단한”한시절을함께한자신의일부이기도했으므로.“머릿속에끼어있는뿌연연기도말끔하게거둬가”는식물은“맑고편한”삶을바랐던세주의꿈이었으며,“삶이고단할때마다몸을기댔던”책들은“전부라고생각해서누구에게도보여주고싶지않”았던자신의마음이기도했으니까.


“왜나한테냉장고를,아니책을,아니냉장고에책을넣어서줬어?”
“헤어진사이라서.”
‘버려진관계’가아니라‘헤어진관계’가남겨준것들

서른살.가족과학교라는울타리에서벗어나세상밖으로나와한번이상의꿈을실행하고,한번이상의꿈을체념했을나이.그런데두청년‘세주’와‘동하’에게가족은슬픔을,학교는고통을안겨준무력한울타리일따름이었다.그리고시간이흘러둘은그대로세상으로내던져진다.보통의삶으로향하고싶었지만녹록지않았던이들.두사람은그런서로를알아보고가까워지지만생각도감성도,고통도슬픔도제각각달랐던그들은해명하고설명하는수고를들이는대신차라리오해를택한다.결과는당연히이별이었다.
육개월간의길지않은만남끝에각자의길을걷기로한동하와세주는,그러니까이미헤어진관계였다.하지만바로그‘헤어진관계’라는사실이세주에게는각별한의미가있었다.일방적으로이별을통보하던다른남자들과달리동하는이별의책임을따져묻고자신에게비난을가했던것이다.“버림에는티끌만큼의감정과미련도남지않아서뒤돌아볼일같은건생기지않”지만,동하는아니었다.자신이가장아끼던책,그책들로채워진냉장고를부탁할사람으로동하가떠올랐던건다름아닌“버려진관계가아니라헤어진관계”였기때문이었다.세주는“한사람한테라도지난시간에대한이해를구하고싶었”고,그한사람이자신을이해하려애썼지만끝내손을놓았던,그러기에더욱이원망이나미움이라는감정적온도가남아있을동하라는사실을알고있었던것이다.


“멀리떠나도다른건없지만달라지는것은있다”
한사람이또다른한사람의시간을이해하고지지한다는것
우정과신뢰의작별인사

책이든냉장고와화분이함께한일주일간의여름휴가.적정량의빛과물이필요한반그늘식물을키울줄몰랐던동하였지만,그사이그는세주가맡긴화분인문샤인산세베리아처럼자라난다.식물을정성들여돌보고,책속의무수한밑줄들을곱씹고,책갈피에서발견한세주의가족사진을살피면서,그리고세주와나눈‘ㅁ’으로시작하는메시지를통해서동하는조금씩자라나고있었다.
#멀리떠나도다른건없다,#머물게해줘서고마워,#무엇이있을까세계의끝에는.세주와동하가나눈대화들은모두약속이나한듯‘ㅁ’으로시작한다.「외진곳」에서다단계사기를당한두자매가거처했던‘ㅁ’구조의네모집은‘가난’을상징하는“차갑고초라”한장소였다.이번소설에서포스트잇과인스타그램으로이어가는‘ㅁ’의자리는미처못다한말그자체이면서“회복과연대”의공간으로마련된다.그뒤로좀더시간이흘러두사람이다시만났을때,다른삶과미래를찾으러‘세계의끝’을보고온세주는,필요한것이전부없게된세주는,이제존재자체만으로오롯이충만해보였다.
“감당할수없는고통과슬픔을만났을때우리는어떻게해야하는가.어떻게견뎌낼수있는가”라고묻는이소설은청년세대의고독과불안,약자에대한폭력,죽음과상실등을다루면서도어둡거나무겁지않다.그것은아마도고통과슬픔을바라보는작가의시선이늘빛을향하고있기때문이아닐까.소설을읽을누군가,세주와동하의곁에서그들이앞으로걸어나갈자리를바라봐줄거라는단단한믿음과함께.

결국그들곁에있어준사람은내가아닌당신일것입니다.있어준당신에게그들은인사를건넬것입니다.고맙다고.괜찮아졌다고.덕분에따뜻한바람이부는계절이되었다고.드디어전깃줄에새가내려앉았다고.
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