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땀 (양장본 Hardcover)

초록 땀 (양장본 Hardcover)

$17.00
Description
소설향 앤솔러지 첫 번째 『초록 땀』 출간!
김화진, 문진영, 이서수, 공현진, 김희선, 김사과
색과 향, 인식보다 앞서는 감각을 통해
가장 먼저 우리에게 도착한
여섯 편의 소설 그리고 에세이
소설향 앤솔러지 시리즈의 첫 번째 책, 『초록 땀』이 출간되었다. 김화진, 문진영, 이서수, 공현진, 김희선, 김사과 작가가 ‘색’과 ‘향’을 테마로 한 이야기들로 그 문을 열어 보인다.
1998년 ‘소설의 향기, 소설의 본향’이라는 슬로건으로 첫선을 보인 중편소설 시리즈 ‘소설향’은 ‘소설의 본향, 영향, 반향’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으로 다시 선보이며 2세대 ‘소설, 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향 앤솔러지’는 소설에 대한 열의와 희망을 되새기고, 한국문학의 오늘과 내일을 채우는 작가들과의 만남의 장을 지속적이고도 발 빠르게 마련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저마다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소설향 앤솔러지의 이번 테마는 ‘색’과 ‘향’이다. 감각은 인지하기에 앞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감각으로 보는 세계는 그러기에 더욱 기민하게 현실을 포착하며 우리의 의식을 보다 깊고 넓게 확장한다.
저자

김화진,문진영,이서수,공현진,김희선,김사과

저자:김화진
2021년《문화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나주에대하여」가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나주에대하여』,연작소설집『공룡의이동경로』,장편소설『동경』,단편소설『개를데리고다니는남자』『개구리가되고싶어』가있다.제47회오늘의작가상을수상했다.

저자:문진영
2009년『담배한개비의시간』으로창비장편소설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눈속의겨울』『최소한의최선』,중편소설『딩』『미래의자리』,짧은소설집『햇빛마중』이있다.2021년김승옥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저자:이서수
2014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젊은근희의행진』『엄마를절에버리러』,연작소설집『몸과고백들』,장편소설『헬프미시스터』『마은의가게』『당신의4분33초』등이있다.젊은작가상,이효석문학상,황산벌청년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공현진
2023년《동아일보》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어차피세상은멸망할텐데』를썼다.제15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저자:김희선
2011년《작가세계》신인상에단편소설「교육의탄생」이당선되며등단했다.소설집『라면의황제』『골든에이지』『빛과영원의시계방』,장편소설『무한의책』『죽음이너희를갈라놓을때까지』『무언가위험한것이온다』『247의모든것』을냈으며,산문집『밤의약국』『너는미스터리가읽고싶다』를썼다.SF어워드,젊은작가상,허균문학작가상,대산문학상을수상했다.

저자:김사과
1984년서울에서태어났다.장편소설『미나』『풀이눕는다』『천국에서』『바캉스소설』,중편소설『나b책』『0영ZERO零』,단편집『02』『더나쁜쪽으로』『하이라이프』,에세이집『0이하의날들』『바깥은불타는늪/정신병원에갇힘』『헨리제임스』등이있다.

목차

김화진
소설…초록땀
작가노트…색과맛

문진영
소설…나쁜여행
작가노트…숨참고냄새맡기

이서수
소설…빛과빗금
작가노트…빛과당신

공현진
소설…이사
작가노트…‘그런데’로이어지는질문들

김희선
소설…뮤른을찾아서
작가노트…일곱가지색에대한감각,그리고……

김사과
소설…전기도시에서는홍차향이난다
작가노트…사라지는것들에관해

출판사 서평


“녹색,남색,진홍색,빨강.색색의하늘을가진행성에서
살고있다는것은얼마나큰행운인가?”
_다이앤애커먼,『감각의박물학』

우리를둘러싼세계는모두‘색’으로이뤄져있다.눈으로인식가능한색의종류가수천만가지나되고,가시광선내빛의파장이무한대에가깝듯색에담긴의미도무궁무진뻗어나간다.
김화진의「초록땀」에서때로색은나라는존재를규정해주기도하고,삶의새로운조건이되기도한다.땀이말라서초록의흔적만남으면소원이이뤄진다는초록색의땀.남들과다른색의땀을흘리기는하지만,보영은‘문제’를용기있게대면하고이를발판삼아자신에게주어진삶을향해성큼걸음을내딛는다.
정치색의상징이되는색도있다.그러나서로다른색으로인해반목하고대립하기이전에우리가잊은것이있다.색이전에빛이있다는사실을.이서수의「빛과빗금」은사랑이기도온기이기도기억이기도한바로그빛을,빗금저편에선사람을헤아려보는마음을잊지말자고당부한다.
모든빛을지워버리는색이있다.99.99퍼센트빛을흡수하는블랙이그것이다.김희선의「뮤른을찾아서」에서마치블랙홀처럼모든것을빨아들이는검정중의검정은세계에열린하나의빈틈,흑암속에진짜세상이있음을그려보인다.


“냄새의뇌관을건드리면모든추억이한꺼번에터져나온다.”
_다이앤애커먼,『감각의박물학』

‘향’은후각이란감각기관과연관된다.『감각의박물학』의저자다이앤애커먼은“냄새는추억을불러일으키는동시에잠자는감각을일깨운다”고말했다.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는홍차에적신마들렌의향기를통해어린시절의기억을불러일으킨다.
어떤냄새는너와나를구분짓고거리를만들어낸다.문진영의「나쁜여행」에따르면냄새는맡는존재와맡아지는존재를나누고,관계의위치와서열을규정한다.나아닌다른존재의냄새로일깨워진감각은이제나에게로향하면서내안의낯선향을감지하게한다.
공현진의「이사」에는알것같으면서도맡아본적없는냄새,결코사라지지않는,우리가잠깐우리를떠날때급습하는냄새가등장한다.냄새에대한기억은길고강력해서,시시때때로찾아와잊고있던시간과공간을,사건을소환한다.그러나정확한정체를알수없기에냄새는불안과공포를야기한다.
이미우리에게도래한미래,인공지능시대의도시에서는홍차향이난다.오감을자극하는냄새가아닌스산하고환각적인향,몽롱하고망각적인홍차향이.그곳에서는사랑하는연인을찾아헤매지만찾을수없다.그는떠난것이아니라‘삭제’된것이기에.김사과의「전기도시에서는홍차향이난다」에서다른모든냄새를지우고도시를가득채우는홍차향은너의부재를,아직남은나의부재조차도예고하고있다.

그리고지금여기의이야기

소설은지금여기의우리가발디딘삶의매순간을펼쳐보이기도하지만,과거를되짚어비춰보이거나미래를가늠해상상하게만들기도한다.『초록땀』에마련된이야기들을통해지나온삶의시간들을점검하고,현재향하고있는곳은어딘지,앞으로나아가는공간은또어떤모습인지다채롭고도입체적으로확인하는계기가될것이다.

“무지개의색깔은일곱가지색깔이아니다.
무지개의진짜색깔은보는사람의마음속에있다.”

마음과마음을잇는초록빛의땀,
정치적신념을넘어광기를드러내는색,
99.99퍼센트빛을흡수해진짜세상을보여주는블랙

내가색을고르는것이아니라색이나를찾아온다면?김화진의「초록땀」에서는투명하고연한초록색땀이내게로온다.
요즘‘나’에게는‘숨문제’가생겼다.입을다물고코로숨을쉬어기도로넘기는일이불편하고힘들다.누군가를이해하는게,누군가뱉은말을이해하는게어려워지면서다.나는회사에서사무보조아르바이트를하는보영이초록색땀을흘리는장면을우연히목격한다.신입이지만시키는일은물론시키지않은일도척척,부지런하고일잘하는보영은남들과다른땀을흘리는문제를자기에게주어진제약으로순순히받아들인다.이때문에주저하거나웅크리는대신그점을이용해오히려시원스러운걸음걸음을자신의삶속으로내디디는모습이다.초록빛의낯설지만신비로운땀한방울은이제보영에게서나에게로도흐르게된다.

마음과마음을잇는색이있는가하면,어떤색은진영과분열,신념을넘어선광기를드러내기도한다.이서수의「빛과빗금」은작년‘12월의그날이후’를그린다.
그날이후우리는달라졌고변했다.아니한편으론달라지지않았고변하지않았다.누군가는구호를적은깃발을들고서반대성향을가진자를향해욕설을지껄이고,누군가는사회에아무런관심도없는척하거나,누군가는격전지가된집에서매일아침적수의동태를살핀다.또누군가는두꺼운책에머리를맞아응급실로향한다.그런데,예전부터우리는이러지않았을까.빛이있기에색이있다는사실을우리는너무쉽게잊었던건아닐까.어쩌면아예그사실을인식하지못했거나.색을보기전에,우리각자가중요시하는색뒤에는어떤빛이있는지이서수는묻고있다.

어느날,세상에서한가지색깔이사라진다.그런데그색깔이무엇인지아무도모른다면어떻게될까?김희선의「뮤른을찾아서」에서초거대입자가속기가W시에서완공된이후‘나’에게는이상한일이벌어진다.
어떤색깔을자신이잃어버렸다는생각에사로잡힌다는것.그런데이일이‘나’에게만일어난게아니라면?어쩌면다른누군가에게도,아니도시전체,전지구적현상일지도모른다면?그것이실재인지,집단적망상인지는알수없지만그배후의중심에한사람이있다.물리학자출신미술가이자행위예술가인김진수.그는‘블랙홀’이라불릴만큼어둠으로만존재하는집에칩거하고있다.마치세상에열린틈처럼보이는블랙그자체인집앞에도착한나는이제비밀을밝히러문을두드린다.현대물리학의발전이정점에이르고합리와이성이세계를지배하는시대,완벽해보이는세상에열린틈은과연어떤모습일까.

“이게무슨냄새야?”“이게무슨냄새같아?”“나알겠어.이게무슨냄새인지.”

너와나를구분짓고규정하는향,
우리가모르는,우리를점령한그냄새,
인공지능이도래한시대의스산하고환각적인홍차향

누군가를알고싶다는욕망은가까워지기위한것일수도있지만멀어지기위한것이기도하다.문진영의「나쁜여행」은너와나를구분짓고거리를만들어내는‘냄새’에관해들려준다.
“자기가좋아하는걸하세요.”80만유튜버의독려에힘입어치앙마이한달살기를결심한나에게도한때는영화라는꿈이있었다.그러나현실은영화가아닌오백만개쌓인유튜브영상편집일뿐이었고,‘나’는무기력한삶에서벗어나기위해비행기에몸을싣는다.몇해전겨울‘돕바분실사건’으로마음속깊이앙금을남긴핌이라는현지인친구와함께.얼마짜리인지궁금한핌의향수냄새를통해,자전거를타고내달려오던아홉살미얀마아이의땀냄새를통해‘나’는내안에도사리는또다른낯선향과나를옥죄는진짜테두리가무엇인지를감지한다.

내가맡는냄새를왜너는맡지못하는것일까?공현진의「이사」는때로우리가‘같은냄새’속에있지않을수도있다는섬뜩한불안을그린다.
어느날외출후집안에서정체불명의냄새를맡게된해오와우진.대게삶은솥에서나는냄새,신발장에놓인디퓨저냄새,화장실하수구냄새,김치냄새……모두아니었다.냄새의원인을찾느라온갖방법을동원해도소용이없다.이사를가야할까,그러나냄새를쫓다보면어느새희미해지기도하고사라진듯도하다.문제는집에있을땐모르겠다가도잠시외출했다돌아오면어김없이급습한다는것.그러니냄새는있다.분명.“썩고곪은무언가가집에있다”고두사람은확신하지만시간이흐르면서냄새는점점해오에게만맡아진다.그리고마침내,해오는냄새의정체를알아차린다.

사라진것이색깔이아니라사람일때는어떨까.게다가그것이유행이된세상이라면?김사과의「전기도시에서는홍차향이난다」에서사람의목소리대신기계소리가나는전기도시에서는스산하고환각적인향이난다.
아주일상적인그래서이도시에서는더욱이질적인,깊고진하고쓴홍차향이.그리고전기도시에서는사람들이헤어지는것이아니라사라진다.영국의총리도,너도,너의옛연인도그렇게사라졌다.같은향,같은공기를머금은어제와동일한공간속에서마치‘삭제’키를눌러지워버린것처럼.너는도대체왜,어디로간걸까.고장난기계처럼묻고또묻는내앞에“10퍼센트쯤남은”네가말한다.‘이제네차례야.’
인공지능의시대는이미우리에게도래한미래다.기계가인간을대체하고,사랑과기쁨과외로움과공허함이라는감정마저대체할때인간이인간임을증명하는고유함은어디에서오는가?모든것이사라져갈때남아있어야하는것은무엇인가.소설에는이에대한질문과대답이준비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