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우면 종말 (안보윤 산문)

외로우면 종말 (안보윤 산문)

$15.00
Description
“아직은, 사람을 사랑할 때”
데뷔 20년, 현대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 작가
진심의 성실한 안내자, 안보윤의 첫 산문!

“어제의 나를 보듬어 안지 않고서는 오늘의 나를 사랑하기 어렵다”
안보윤 작가의 ‘오늘’에 대한 글들
차마 말하지 못한 ‘진심’들에 시선이 멈추는 작가, 안보윤의 산문집 『외로우면 종말』이 출간되었다. 2005년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올해로 데뷔 20년을 맞이한 안보윤 작가의 첫 산문집이다.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등 세 권의 단편집과 『악어떼가 나왔다』 등 일곱 권의 장편소설을 펴낸 안보윤은 자음과모음문학상을 비롯해 2023년 이효석문학상 대상과 현대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면서 존재감을 꾸준하고도 뚜렷한 방향으로 증명해왔다.

『외로우면 종말』은 2024년과 2025년에 《세계일보》와 《매일경제》를 통해 연재해온 칼럼들을 다듬어 엮은 것이다. 과거에 작가는 모 신문사 칼럼을 제안받았을 때 고사했다고 한다. “내 삶에 확신이 없었”고 “나는 나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안다.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마주해야 하는 어제가 있다”는 걸. “어제의 잘못을 외면한 채로”, 그리고 “어제의 나를 보듬어 안지 않고서는 오늘의 나를 사랑하기 어렵다”는 걸. (‘작가의 말’)

그러기에 이 산문집은 자신에 대한 “부정”과 “자책”, “의심”의 시간을 건너 다다른 어디쯤에 놓여 있다. 여전히 “산문을 써도 좋을 때”를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제의 나를 연민하고 끌어안겠다는 마음으로 가만가만 걸음을 내딛는 안보윤 작가의 ‘오늘’에 대한 글들이다. 그러한 가만한 시간들 곁에는 그에게 용기와 기쁨을,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 덕분에 작가는 알게 되었다. 오만과 증오, 질책과 번민의 시간들을 함께 겪고 견디며 닳고 낡아져 서로를 지키는 작은 온기를 건네줄 때 우리에겐 ‘구원’ 이 당도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그 구원은 다름 아닌 ‘오늘’이란 시간이라는 것을.
저자

안보윤

2005년문학동네작가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비교적안녕한당신의하루』『소년7의고백』『밤은내가가질게』,중편소설『알마의숲』『세상모든곳의전수미』,장편소설『악어떼가나왔다』『오즈의닥터』『사소한문제들』『우선멈춤』『모르는척』『밤의행방』『여진』등이있다.자음과모음문학상,현대문학상,이효석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작가의말ㆍ5

그날의줄넘기
그날의줄넘기ㆍ17
시간을주워담는오후ㆍ21
참서툰사람ㆍ25
네번째어금니의출현ㆍ28
리코더를불때마다ㆍ31
모과가익는계절ㆍ35
가만한봄날ㆍ38
나를모르는이에게만하는질문ㆍ42
오늘의솥밥ㆍ45
봄의반대편에서바라본사람ㆍ49
별것아닌것같지만충분히괴롭고외로워ㆍ54
그리움만쌓이네ㆍ58
가을태풍속의오리배ㆍ62
우리가주고받는것들ㆍ66
어여삐여기는마음ㆍ70
오늘을사는기분ㆍ74

외로우면종말
사람을구하는사람ㆍ81
사람을기다리는사람ㆍ85
타인을돌보는마음ㆍ89
시간이걸음을떼면ㆍ92
정확함에대하여ㆍ96
조각하는어른들ㆍ100
함수는모르지만ㆍ104
다정하고도한없이당연한모두의일ㆍ107
한밤의산책ㆍ111
더나쁜쪽으로만흐르던110분ㆍ114
김밥오십줄ㆍ117
다만안전한일상ㆍ121
우리를살게하는마음ㆍ124
안부를묻는마음ㆍ128
허리가꼿꼿하니ㆍ132
고단한걸음을다만가까이에서ㆍ136
빙글빙글도는사람들ㆍ140
목소리가필요할때ㆍ144
외로우면종말ㆍ148

아주작은쉼표
무엇이될결심ㆍ155
괜찮다는그말ㆍ159
나와마주한한낮ㆍ162
고요속에서함께하는것ㆍ165
한밤의산책자들ㆍ168
이처럼단단한미래ㆍ172
한줌의맛,한줌의기억ㆍ176
우산있으신가요?ㆍ179
폭설속에서도우리는ㆍ183
당연하다는착각ㆍ186
어떤손을가진사람ㆍ190
생각과다른매일ㆍ193
아주사소한것들ㆍ197
봄날의고양이동산ㆍ201
날씨를알려줄게ㆍ204
가죽이익어가는시간ㆍ207
아주작은쉼표ㆍ211

출판사 서평

“그시절내가한유일한일은
나를미워하는일이었다”

어느날.누군가의무람없는말에상처입은날이있었다.누군가의것이아닌오롯이‘나’에게서비롯된감정의정체를알수없던날도있었다.그러나지난한시간을보내고도여전히다정한이의안부인사도,낯선이의삶을구해낸다급한호통소리도곁에있었다.안보윤작가에게는그런날들이드문드문이어져일주일이한달이일년이된다.『외로우면종말』에는이처럼무수한날들을가만히응시하고오늘의문장들로건져올린글들이수록되어있다.
“내가밉고싫고,주변사람들이원망스럽고,세계가더없이오만하고불공평해보이는”시절이있었고,그때작가는매일같이스스로를다그쳤다고고백한다.글을쓰지않는다고,형편없는글을썼다고자신을몰아붙였다.그러나사납지만경계심도겁도많은반려견을다독이면서작가는문득깨닫는다.‘잘했어.괜찮아.아무일도일어나지않을거야.’반려견에게건넨다독임과기다림이왜나에게로향하기는그토록어려웠을까.
“약한사람만이약한사람을알아보는”편협한세상을,그리움대신에불신을,안전을위해고립을택해야하는세상을그는건너왔고어쩌면지금도건너가고있는중이다.하지만그런와중에작가는알게되었다.속도를늦출새도곁을살필겨를도없이“직선으로만뻗는“광포한날들속에서도서로를환대하고환대받을수있는세계로향하려는날들이분명있었음을.

미워하는마음은직선으로만뻗는다.일말의망설임없이뻗어나가는미움은속도가붙으면서광포해진다.내가밉고싫고,주변사람들이원망스럽고,세계가더없이오만하고불공평해보이는시간들을나는겪었다.곡선으로흐르는다독임과위로의시간을그때알았더라면나는조금덜외로웠을것이다.
_161쪽


서로의요철에맞게닳고낡은
모습으로빛나는관계의발견

작가는불신과증오의시간을뚫고“곡선으로흐르는다독임과위로의시간”도있었음을잊지말자고당부한다.큰사고로수술을거듭하며오랜재활을받은친구H를통해서는인간의정신은얼마나고귀한지,원망이나분노가아니라도리어남을걱정하는마음이란얼마나단단한것인지를말한다.일기예보는“사랑하는사람이춥거나덥지않기를바라는마음”에서시작됐을지모른다고도,아픈엄마와그옆에꼭붙은딸을보며불편과피해를기꺼이감수하면서“잘됐음좋겠다”중얼거릴수있다고도,그리하여다른사람다른존재를향한배려와사랑의깊이를말한다.
고속도로한복판위기상황에서우리가족을구한이름모를남자의급박한외침과같이서로를지켜주고북돋는따뜻한연대의순간들도내보인다.무뚝뚝하지만진심어린마음으로환자를돌보는약사를통해타인을보살피는마음과성실함의의미를되새기고,지하철에서만난엄마와아이의대화는일상속관계들이당연하게주어진것이아니라끊임없는노력과신뢰위에형성된결과임을보여준다.폭설이내리던어느날,승객과의실랑이에지친버스기사님이걸려온전화에“너는괜찮지?별일없지?”하고묻는것처럼.안부를물어주고안녕을빌어주는누군가가있다면,우리의하루하루는홀로인것같더라도함께이며늘똑같아보이지만조금씩모습을달리하며“서로의요철에맞게적당히닳고낡”은모습으로빛나고있다는걸작가는일깨운다.

적당한거리에서꾸준히,적당한온기를건네는일.서로의마음을둥글게문질러은은한애정이차오르게만드는일.그지난한과정을거쳐마침내서로에게꼭맞는누군가가되는일은얼마나설레는일인가.서로의요철에맞게적당히닳고낡아부드러워진모습으로기꺼이서로의곁을지키는것은또얼마나.
_209쪽


지나치게가깝지도너무멀지도않은
적당한거리에서스며들다

안보윤작가는닫아건누군가의문앞을서성이는사람,이웃의안녕이궁금해오랜기다림을택하는사람이다.그의글에서는타인을염려하는상냥함과보잘것없고부서지기쉬운마음들에대한연민이읽힌다.연민에서비롯된믿음과믿음이씨앗이되어밀어올린긍정의싹들이곳곳에피어난다.그싹들은절망과분노를지나고,서러움과슬픔을거쳐온것이기에순하고도질기다.
그는말한다.우리에게주어지는일상은“매순간무수히노력해야만가까스로가능한”것이라는사실을.안보윤의글들에는그런귀한일상을,삶을지켜내려는노력이담겨있다.구겨지고모난마음들을가져와,반듯하게펴고모서리를둥글려서다시금곁으로끌어와살펴주는것처럼.지나치게가깝지도너무멀지도않은적당한거리에서,은은히스며들어점차데워지는기분좋은온기와함께.
“정직하고건강하게살고싶다”는작가의바람이“아직도자랄게남”아있는무수한마음들안에서무럭무럭자라나길바라본다.그리고우리도작가를따라어느날을,어쩌면바로오늘을또한번건너간다.은은한애정이차오른저마다의‘오늘’이언제고우리곁에당도하기를기다리며.

오늘을살아가기위해반드시마주해야하는어제가있다는걸지금의나는안다.어제의잘못을외면한채로오늘을살아갈수는없다.마찬가지로어제의나를연민하지않고는,어제의나를보듬어안지않고서는오늘의나를사랑하기어렵다.
_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