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

$14.26
Description
감성적인 사진 위에 스민 아름다운 문장들,
그 따뜻하고 가슴 먹먹한 콜라보

월간 〈PAPER〉 골수팬들에게 반가운 작가 황경신, 김원의 ‘영혼시’가 출간되었다. 김원의 사진 위에 스민 황경신의 아름다운 문장들, 황경신의 글을 품은 김원의 감성적인 사진들. 〈PAPER〉 독자들 사이에서는 ‘영혼시(영혼을 위로하는 시)’라 불렸다.
이 책『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의 ‘영혼시’는 영혼의 한 조각이 말랑말랑해지는 과거의 글들과 사진들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장롱 구석에 먼지 쌓인 오래된 추억 상자를 슬며시 열어 그 기억의 지층을 들추어 화석이 된 글들을 하나하나 파헤쳤다.

찬란하고 비루한 자의식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은, 오래된 상처의 흉터를 살펴보는 일과 같다.
상처가 아물고 남은 자국은 아름다울 것도 없고 자랑스러울 것도 없으나, 그 자국을 남긴 때와 장소, 우연과 인연,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거기 새겨져 있어, 최소한 진부하지는 않다. 비록 그것이 하는 이야기가 낡고 빛바랜 것이라 해도.- 에필로그 중에서

영혼시가 선물했던 여러 추억들. 다시 꺼내어본 그 추억들은 우리들의 메마른 가슴에 물줄기를 드리우며 그때 그 시절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아파했던 과거의 기억들을 불러온다. 성장기에 만난 〈PAPER〉의 글들과 사진은 함께 뜨겁게 사랑했고 뜨겁게 아파했던 우리 영혼의 동반자였다.
세월이 지나 인연을 잘 만난 글과, 운명을 잘난 사진을 차곡차곡 모아서 『지워지는 것도 사랑입니까』가 되었다. 그 사랑했던 글들과 다시 한번 재회하며 색을 잃었던 추억들이 다시 하나둘씩 색을 입고 두둥실 우리 가슴 안에 떠오른다.
저자

황경신

부산에서태어나연세대학교영문학과를졸업했다.『나는하나의레몬에서시작되었다』,『그림같은세상』,『모두에게해피엔딩』,『초콜릿우체국』,『세븐틴』,『그림같은신화』,『생각이나서』,『위로의레시피』,『눈을감으면』,『밤열한시』,『반짝반짝변주곡』,『한입코끼리』,『나는토끼처럼귀를기울이고당신을들었다』,『국경의도서관』,『아마도아스파라거스』,『생각이나서2』등의책을펴냈다.

목차

프롤로그

Chapter01흐린믿음에도나는온통그대를향해서있습니다

종이배하나접어
하기야슬픔아니었다면
비가그치면
눈을감으면
어쩌면모두꿈아닌것들
푸른자전거
아직끝내고싶지않다
너무늦게알게된다
흐린믿음에도나는온통
추억의문은견고하고

Chapter02너,한번도앉지않은빈자리에말간햇살들이잠시머물다간다

빈자리
까맣게잊어가지요
아주사소한것까지
가지말아야할곳
사막에서모래위에서
내가잠깐움켜쥐었던
훔치다
나는아직도사랑때문에괴롭다
잊어버리면행복해질수있다
한없이얇고투명해지도록

Chapter03이렇게하찮은존재로태어났어도그대를사랑할수있나

기다리는동안
아무도나를모르는그곳에
너를노래하지않아도
누가믿을까
이렇게하찮은존재로태어났어도
나를발견해줄때까지
모퉁이저편에서서
길을잃었을까
나는한마리풀벌레가되어
이미많은비가왔다

Chapter04사랑,그무모한이름만으로갈수없는수많은길들을위하여

기도한다사랑
이세상끝까지갔더니
그럴수있다면
아무도모르게
네게로흘러가려는마음
바람으로털실을짜서
이별이나를발견하지못하도록
숨을죽이는이연약한사랑이
유리벽너머에
이긴기다림의그림자는

Chapter05찾아헤매인어느길하나그대아닌것이없었으니

마음속에장마그치지않던
그것도참기쁜사랑이지요
그속에수없이부서지는그대
이사소한그리움은
그까짓바람한줄기도
그대의부재는더욱무거워지는가9
한번도말한적은없지만
그추억은아름다워라
네가서있던그자리
그대뒤에또그대

Chapter06하지못한말들은칼날이되어따가운봄빛속에무심히반짝인다

왜그때가아니었니
한조각종이처럼
혹시하고기다려요
조각달하나
나의겨울은서러웠는데
하지못한말들은칼날이되어
이제겨우일흔여섯번째봄이야
닿지도못할마음만
어째서그렇게
여름은지나갔으니

Chapter07목숨처럼무서운사랑도무엇이어떻다고잊지못하겠습니까

무슨상관이냐
새야너춥지는않니
붙잡아도붙잡아도
눈속에갇혔지
새들은모두떠나가고
더이상자라지않았으면해
베이고찢어진곳마다
잊은들잊지않은들
믿을수있는건
먼훗날그대가물으면

Chapter08온종일그대에게서달아날궁리만하던그때는가도가도깊은사막인줄알았습니다

마치그러리라작정했던것처럼
지워집니다,지워집니다,되뇌며
끝이없다
얼룩진다
지워지는것도사랑입니까
후두둑떨어져내려요
기다리는동안
아무도몰랐지만
미소만짓고있다
알것도같았지

Chapter09아무리멀어도꿈이라면닿겠지아무리그리워도목숨은건지겠지

묻는다
계절이오기전에
겨울이라서다행이야
처음부터그것은
그대안녕하겠지
그해삼월
저혼자설레다가
꽃을피운다는건
고스란히갇혀있다
우연히생각났다했지만

Chapter10여기가아닌어딘가로가서내가아닌누군가가된다면

그림자
여기가아닌어딘가로가서
너도어디로든흘러가라
돌이킬수있었을까
그사소한이야기는
당신과나의경우에는
사랑일수밖에없는사랑을
네게거짓말을했어
눈속에서도얼지않고
누군가를사랑하려면

에필로그황경신/김원

출판사 서평

[추천의글]

#1.답답한일상의해방구이자소우주였던
적절한시기에너무잘만났구나싶은것들이있다.내겐월간가그렇다.제주도에서학창시절을보내던1998년.후배하나가불쑥라고적힌잡지하나를수줍게건네고는도망갔다.“선배,이거한번보세요.”가벼운마음으로페이지를넘기는데생각보다흥미로웠다.그냥흥미롭다정도가아니라내가기존에알고있던‘잡지’의개념을완전히해체해버리는발랄함에문화적충격을받고한동안얼얼했다.정형화된틀을탈피한글들,이전에본적없는과감한기획들,무엇보다만드는이들의폭발적인에너지가종이안에서기분좋게끓어오르고있었다.다루는주제도문화와사랑,예술과사람등경계가없었다.나는내가사는세상이생각보다더재미있는곳이라는걸그때확신했다.지금이야‘한달살이열풍’이불정도로제주도가인기지만,내가학창시절을통과하던90년도만해도제주는문화적으로척박한땅이었다.문화에목마른나에게한달에한번바다건너오는는답답한일상의해방구이자소우주였다.그렇게난와사랑에빠졌다.

뒤늦게알고보니1995년세상에나온는서울에서만배포되다가1998년부터전국가판대와서점에깔리기시작한터였다.나는전국진출의첫수혜자였던셈이다.를사면늘가장먼저펼쳐봤던건,‘지워지는것도사랑입니까’에실린글과사진이었다.김원의사진위에스민황경신의아름다운문장들.황경신의글을품은김원의감성적인사진들.그아름답고도따뜻하며가슴먹먹한완벽에가까운콜라보.나는황경신의글을흠모하며노트에옮겨적었고,김원의사진을오려책상앞에붙여놓곤했다.코너명이딱히없었던두사람의합동작업물은독자들사이에서‘영혼시(영혼을위로하는시)’라불렸는데,그이름참잘지었다싶은순간이한두번이아니었다.‘영혼시’앞에머무르다보면정말로내영혼의한조각이말랑말랑해지는느낌을받곤했다.무방비상태로읽었다가눈물쏟은날도있었지만,그눈물이그렇게위안일수없었다.‘영혼시’는의정체성이었고,얼굴이었고,소울(soul)이었다.

성장기에만난사랑은강렬하다.그리고그사랑은때로인생을흔든다.누군가는스티븐스필버그의영화를보고영화감독이되고,누군가는미야자키하야오에반해만화가가됐을것이다.에새겨진글들에취해성장했던나는그렇게글쟁이가됐다.그리고세상에나,필진이됐다.운명처럼.

#2.인연을잘만난글,운명을잘만난사진
필진으로합류한후김원과황경신을처음만나러가던날을기억한다.오랜시간동경했던분들이기에긴장을숨길수없었던자리.쭈뼛거리며인사하는나를‘허허’‘호호’맞아주는두분.김원두령님은예상보다더유연한사고방식을지닌근사한은발의멋쟁이셨고,경신작가님은예상보다더소녀감성을지닌사려깊은편집장이었다.이런분들이니까그런사진을찍고그런글을썼구나,글과사진이사람을퍽이나닮은것이었구나,아아너무나행복하다,그날기쁨에벅차서속으로울었다.

‘영혼시’에숨겨진뒷이야기를알게된것도그즈음이었다.내가늘궁금했던것.김원의사진에영감을받아황경신이글을쓰는것일까,황경신의글에감명받아김원이사진을찍는것일까.정답은전자에조금더가까웠는데,김원두령님이사진몇장을후보로건네면그중마음에드는하나를경신작가님이골라글을입히는작업이었다.결과적으로인연을잘만난글이고,운명을잘만난사진이란생각이다.‘영혼시’가많은이들의마음에가닿은이
유일것이다.

실제로‘영혼시’에얽힌여러사연이있었다.‘영혼시’를자신이쓴것처럼속여프러포즈에성공했다는독자가있었고,‘영혼시’덕분에시에눈을떴다는독자도있었다.내사연도범상치는않다.과거남자친구에게생일선물로1년정기구독권을부탁했다가,받고나서1년을땅을치며후회한적이있다.우린곧헤어졌고,이별의슬픔은너무나깊었고,잊으려애썼지만,매달찾아오는가지우고싶은그얼굴을기억하게했으므로.그럴땐‘영혼시’의화자가괜히나인것같아또한번그리움에무너지곤했다.‘영혼시’가선물했던여러추억들….

그리고,끝나지않을것같았던‘영혼시’는어느날연재를중단했다.그렇게시간이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