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단편선

포 단편선

$13.80
Description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에드거 앨런 포의
음산하고 귀기 어린 「검은 고양이」 외 단편 6선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호러와 미스터리의 거장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선이 소담 클래식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으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갈까마귀」, 「애너벨 리」와 같은 명시를 남긴 시인으로도 유명한 포는 당대 작가들과 달리 독특한 예술관으로 기괴한 공포 소설과 추리 소설을 집필했으며, 지금도 단편 소설과 탐정 소설의 효시자로 평가받고 있다.

「검은 고양이」는 에드거 앨런 포의 대표작으로, 무절제한 폭음으로 망가진 주인공이 좋아하던 고양이를 죽이고, 대신 키우던 고양이까지 죽이려다 아내를 죽이고 시체를 벽 속에 묻어 두지만 발각되는 이야기다. 시체를 묻어 둔 벽을 경찰관들 앞에서 별안간 후려치고, 아내의 시체와 같이 묻힌 고양이의 비명 같은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장면은 언제 읽어도 짜릿한 이 단편의 백미다.
「어셔가의 몰락」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 친구였던 어셔의 방문안을 가는 이야기로, 처음 보게 되는 저택의 풍경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압권인 작품이다. 호화로운 가장무도회가 열리는 가운데 등장하는 적사병의 끔찍한 모습과(「적사병의 가면」), 지하 감방에서 온몸이 묶인 채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는 날카로운 시계추의 칼날(「함정과 시계추」),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배 위에서 거대한 회오리 물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장면(「유리병에 남긴 편지」)은 매번 전율이 이는 대목이다.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는 위 단편들과는 결이 다른 미스터리 소설로, 셜록 홈즈의 원형이자 안락의자 탐정의 효시인 오귀스트 뒤팽이 등장한다. 파리의 몰락 귀족인 뒤팽이 뛰어난 지성으로 경찰이 풀지 못한 기괴한 살인 사건을 해결하고(「모르그가의 살인」), 너무 뻔한 곳에 둬서 찾지 못하게끔 한 범인의 트릭을 밝혀내는(「도둑맞은 편지」) 통쾌한 이야기는 포를 현대 추리 소설의 아버지로 만들었다.
저자

에드거 앨런 포

Edgar Allan Poe

19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
1809년 1월 19일 미국 보스턴에서 이민자 출신 연극배우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1년 만에 아버지가 떠나고 어머니마저 결핵으로 사망하면서 부유한 상인인 존 앨런에게 입양되었다. 성인이 된 포는 평생 알코올 중독과 빈곤에 시달렸고 주벽과 모난 성격으로 불행을 불러오는 인물이었다. 1826년 버지니아 대학교에 입학하나 도박과 술에 빠져 퇴학당하고 집안에서도 쫓겨난다. 1833년 단편소설 「유리병에 남긴 편지」가 지역 신문사의 공모전에 당선되어 상금을 받자 본격적으로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1836년, 27살의 포는 13살의 사촌 동생 버지니아 클렘과 결혼한다. 이후 「어셔가의 몰락」, 「모르그가의 살인」, 「함정과 시계추」, 「적사병의 가면」, 「검은 고양이」, 「황금충」, 「도둑맞은 편지」 등을 집필한다. 1845년 「갈까마귀」를 발표하고, 1847년 아내 버지니아가 24살의 젊은 나이로 사망하자 그녀를 그리워하며 「애너벨 리」라는 명시를 남긴다. 1849년 40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목차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적사병의 가면
모르그가의 살인
도둑맞은 편지
함정과 시계추
유리병에 남긴 편지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하여
작품 줄거리 및 해설
역자 후기

출판사 서평

환상과 현실이 교차되는 가운데 다가오는
광기와 죽음의 그림자

에드거 앨런 포의 공포는 숨어 있지 않다. 그것은 당당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두껍게 뿌리내린 고목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살아 숨 쉬고 있다. 그러므로 포의 공포가 다가올 때, 공포가 당신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은 당신이 공포에 다가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포는 생애에 걸쳐서 1편의 장편과 74편의 단편을 남겼는데, 그의 단편은 크게 공포 소설과 추리 소설로 구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이 전자에 속하며, 본 단편선에선 「검은 고양이」, 「어셔가의 몰락」, 「적사병의 가면」, 「함정과 시계추」, 「유리병에 남긴 편지」가 이에 해당한다. 「모르그가의 살인」, 「도둑맞은 편지」는 후자에 속한다.

포의 공포 소설은 음울한 분위기가 짙게 깔린 위에 광기와 환상으로 가득 차 있다. 주로 서두에 주어지는 냉정한 이성이나 논리적 분석 따위는 서서히 죄여 오는 광기와 죽음의 그림자 앞에 너무도 무력하다. 현실이 일그러진 곳에서 환상이 피어나고 어느새 간데없는 이성의 자리를 대신 공포가 가득 채운다. 도망칠 곳 없는 지하실이나 지하 감옥에서, 혹은 망망대해에서 사람은 다만 목 놓아-안 돼!- 비명을 지를 뿐이다.

무척 눈을 뜨고 싶었지만 두려웠다. 눈을 뜨면 주위가 어떤 모습일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무엇인가 끔찍한 게 보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보다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더욱 무서울 것 같았다. 마침내,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눈을 번쩍 떠 보았다. 정말 두려워했던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숨이 막혀 오는 것 같았다. 짙은 어둠이 무겁게 내리누르며 숨통을 죄는 듯했다. 들이쉬는 공기마저도 숨을 턱턱 막았다. _함정과 시계추

이 장면은 포가 그리는 공포를 잘 보여준다. 눈을 떠도, 뜨지 않아도 두려운 것, 마침내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것은 두려워하던 그대로의 모습-끝이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이다. 어둠은 포가 눈을 뜨기 한참 전부터 존재했으나, 눈을 떠서 어둠을 인식한 시점부터 숨이 막혀 온다. 그렇다면 포의 숨을 막는 것은 짙은 어둠일까, 아니면 포 자신일까.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다, 라는 말은 이제 너무 당연하게 들린다. 하지만 포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하다. 아내의 시체를 묻어 둔 벽을 경찰관들 앞에서 후려치고, 사랑하는 누이동생을 생매장한 것을 고백하고, 적사병에 칼을 휘두르고, 유령선에 올라타는 것은 모두 두려운 것을 보게 될 것을 알면서도 눈을 뜨는 것과 같다. 인간의 내면에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광기. 이것은 숨죽이지도, 어디 숨어 있지도 않은 채 항상 당당하게 제자리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은 왜 이런 광기 어린 행동을 계속해서 자행하는 것일까? 호기심 때문에, 혹은 본능이여서, 아니면 정말 단순히 미쳐서? 아내의 시체를 묻어 둔 벽을 후려칠 때 그 효과는 무엇인가. 위장의 벽이 무너지고 아내를 죽였다는 진실이 드러난다. 동생을 생매장한 것을 고백하고 난 다음엔 동생이 살아 돌아온다. 애써 외면하던 적사병이 도래한다. 어둠이 모습을 드러낸다. 미치도록 두려운 것-진실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진실은 그다지도 유용한가. 미치도록 두려운 것을 견뎌내고 눈을 떠야 할 만큼? 「유리병에 남긴 편지」는 조난당한 여행자가 무시무시한 유령선에 타게 되고, 그 유령선에서 남긴 편지다. 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선원들은 불안하고 두려운 발걸음으로 갑판 위를 분주하게 오가고 있다. 그래도 그들의 얼굴에는 어두운 절망감보다는 희망의 빛이 역력하다. _유리병에 남긴 편지

사나운 회오리 물살 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포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이 비록 무너진 이성-광기가 그리는 환상일지라도, 편지를 읽은 누군가는 그 희망을 이어받을 수 있지 않을까?
포는 일평생 알코올 중독과 빈곤에 시달렸다. 가족과는 절연했고 사랑하는 아내는 병을 앓다 죽었으며 주벽과 모난 성격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멀리했고, 문단은 그를 작가로도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재평가된 것은 사후 보들레르가 그의 단편들을 번역하면서부터였다. 빛나는 재능으로 불멸의 족적을 남겼으나 불행으로 점철된 인생을 산 포에게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희망의 빛을 유리병에 담아 보낸다는 것은 미칠 것 같은 공포를 견뎌내고 눈을 떠 두려워하던 그대로의 진실을 바라볼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광기와 공포의 그림자 속에서 희망의 빛을 담아내면서 포의 영혼도 조금은 구원받았을지도 모른다.